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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42화 (142/210)

흑막의 신! 142화

“그걸 말이라고 해요.”

“제가 돈을 빌려드릴 수 있는데…….”

남자의 말에 서말자는 귀가 솔깃했다.

“돈을 빌려준다고요?”

“예. 하시기에 따라 이 돈을 다 빌려드리죠.”

“이 가방 안에 얼마나 들어 있는데요?”

“5천만 원입니다.”

남자의 말에 서말자는 군침을 삼켰다. 이미 도박 때문에 서말자는 이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하지만 너무 솔깃한 이야기에 서말자는 의심이 되었다.

“왜죠?”

“돈 빌려드리는데 이유 있습니까?”

“당연히 있잖아요.”

“그렇습니다. 담보만 확실하면 얼마든지 빌려드리죠.”

남자의 말에 서말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담보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는 서말자였다. 1년 넘게 카지노 앵벌이로 연명을 하던 서말자였다.

은성에 의해 갑작스러운 목돈이 생겼고, 그것을 단번에 잃었기에 허탈감이 더한 서말자였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서말자이기도 했다.

“시발! 지금 나랑 장난해!”

“성격이 무척 와일드하시네요.”

“30분 만에 2천 털려 봐. 딜러 년이 7, 7, 7을 띄우잖아. 카드 4장이나 째고 더블까지 4번 쳤는데. 씨발.”

서말자는 돈을 잃은 이유가 모두 딜러가 장난을 쳤기 때문이라는 듯 말했다. 물론 장난을 치는 딜러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카드를 셔플할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도박꾼들은 딜러가 손장난을 했다고 믿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딜러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그렇게 장난질을 안 해도 언젠가는 도박꾼은 빈털털이가 된다. 자신이 아무리 많은 돈을 따도 딜러는 그냥 월급과 팁만 받으니 죽어라 게임을 할 필요가 없는 거다.

“예. 정말 운이 없으셨네요.”

“내 말이! 뭐 마실 것 안 줘요?”

서말자는 두리번거렸다. 그런 서말자를 보며 남자는 피식 웃었다.

“객장 안에서 배 터지게 드셨을 건데?”

“그거랑 이거랑 같아요? 성질이 나니까. 목이 타서 그러지.”

카지노 객장 안에서는 많은 종류의 음료수들이 공짜였다. 그거라도 먹고 굶어 죽지 말라는 배려일지도 몰랐다. 그만큼 카지노 앵벌이들은 비참하게 살았다.

“음료수 한 잔 하시는 것보다 제가 목이 시원하게 해 드리죠.”

“뭐라고요?”

“담보만 확실하면 5천 내어 드리죠.”

남자의 말에 서말자는 남자를 노려봤다.

“없다고 했잖아. 장난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 사람 자꾸 모르는 소리만 하네. 뭐가 있는데? 나 개털이야! 개털!”

서말자는 남자를 보며 씩씩거렸고 남자는 서말자를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생각 이상으로 차가웠다. 마치 서말자의 앞에 악마가 웃고 있는 듯했다. 이 모든 것은 은성이 지시한 거다.

단지 이 남자는 은성의 도구로 쓰이는 것뿐이다. 그리고 은성 역시 그 내용을 무척이나 강조했다. 모든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이다.

그저 망치나 톱처럼 자운대 대원들은 도구로 쓰이는 거다. 그러니 죄책감을 가지지 마라. 지옥은 이 캡틴이 간다.

은성은 능력 있는 최면술사를 이용해서, 그리고 교육을 통해 강력하게 세뇌를 시켰다.

“눈도 있으시고 콩팥도 있으시고.”

“뭐라고요?”

서말자는 남자를 째려봤다.

“담보로 쓸 것은 많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제 고객들은 아픈 분들이죠. 그러니 돈이 많이 들어도 원하는 것을 꼭 얻으려고 합니다.”

“그래서요?”

“제가 이 돈을 드리고.”

남자는 서말자가 보란 듯 가방을 열어서 서말자가 잘 보이도록 가방을 돌렸다.

“저보고 돈을 받고 눈깔이라도 뽑으라는 건가요? 당신 미쳤지?”

역시 노름꾼은 촉이 있나 보다. 서말자는 그렇게 말했다.

“왜 겁나십니까?”

“지금 나한테 막장으로 가라는 거잖아요.”

“지금도 카지노 앵벌이를 하니까 막장이죠.”

“그, 그래도…….”

서말자는 자신이 장기 밀매에 관련이 있었기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도 없었다.

“따시면 되시잖습니까?”

“뭐라고요?”

“돈을 따시고 제 돈 갚으면 그만이잖습니까? 지금까지 밑천이 부족해서 다 잃으신 거잖습니까? 아닌가요?”

남자의 말은 서말자에게 무척이나 달콤하게 들렸다. 이렇게 악마의 유혹은 달콤할 거다. 그리고 인간은 원래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잘 들리는 법이다.

“으음.”

서말자는 잠시 고민을 했다.

“밑천이 부족해서?”

“말씀하셨잖아요. 카드 4장 째고 더블 4번 치다가 잃으니 오링이라고.”

“그, 그렇죠.”

“최소한 5천 정도는 있어야 재기를 하시죠.”

남자는 서말자를 보며 씩 웃었다.

“5천이라고요?”

서말자는 테이블 위에 올려 있는 돈을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이 순간, 서말자에게 어떤 요구를 해도 다 거래를 했을 거다.

탁!

서말자가 돈 다발을 보고 군침을 삼키는 것을 보고 남자는 단호하게 가방을 닫았다.

“아시다시피 앵벌이들은 카지노 주변에 많습니다.”

“그, 그렇죠.”

“지금 결정하십시오. 아시다시피 카드와 돈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남자의 말에 서말자는 남자와 뚜껑이 닫힌 가방을 번갈아 봤다. 그리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다가 남자를 봤다.

“좋아요. 그러지 말고 5천 더 주세요.”

“5천 더요?”

“내가 촉이 좀 있거든. 내 눈을 원하지?”

서말자의 말에 남자는 야릇하게 웃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니, 확실해! 눈 하나에 5천이면 두 개면 억이잖아.”

“1 플러스 1은 2이기는 하죠.”

“그러니까. 억 달라고.”

“그러다가 다 잃으시면 영원히 밝은 빛과는 오링입니다.”

남자의 말에 서말자는 피식 웃었다. 벼랑 끝까지 몰렸을 때 여자가 남자보다 더 대담할 때가 많다. 지금 서말자가 딱 그런 경우였다. 그리고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서말자는 도박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노름꾼이 항상 생각하는 착각에 서말자 역시 빠져 있었다.

밑천이 부족해서 돈을 잃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착각이 서말자를 나락으로 걷게 만들고 있다.

서말자는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가망을 자신 쪽으로 당겼다.

“지금도 내 인생은 오링이야!”

“그럼 계약서 쓰시죠.”

“쓰지. 그러지 말고 콩팥, 심장, 간 다해서 얼마야?”

서말자는 남자를 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뭐라고요?”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서말자를 봤다. 그러자 서말자는 남자를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내 영혼까지 오링이야!”

이 말에 남자는 서말자가 예전의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여워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은 감정이 없는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맞습니다. 원래 도박은 그렇게 하시는 겁니다.”

남자는 서말자를 보며 씩 웃었다.

“너 나한테 얼마 줄래?”

“얼마 드릴까요?”

“내 영혼의 값어치만큼!”

서말자의 말에 남자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금고에서 007 가방 2개를 꺼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그 가방 2개를 자신의 앞에 놨고 서말자의 눈은 빛났다.

“당신 영혼의 값어치라고 하셨죠?”

“그래요.”

서말자도 남자를 보며 웃었다.

남자는 자신의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1만 원짜리 세종대왕 한 장을 꺼내 가방 위에 올렸다.

“이거면 충분하지 않나?”

“뭐라고요?”

“1만 원짜리의 영혼과 3억짜리 몸입니다.”

스윽!

남자는 서말자를 향해 돈 가방을 밀었다.

“체! 여기서 내 인생도 오링이네.”

서말자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고객님 잘 모셔.”

“예.”

남자 하나가 짧게 대답을 했다. 이 사내는 원래 전당사에서 일하는 어깨다.

“왜. 감시라도 하시게?”

“3억짜리 고객님이니까요.”

“그러네. 내가 3억짜리는 되네.”

“그럼 이제 계산 들어가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서말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계산?”

“꽁지 많이 써 보셨잖아요.”

“몸땡이 팔아 담보하는 것도 꽁지가 있나?”

서말자는 남자를 째려봤다.

“원래 담보에 꽁지 있는 거 아시잖습니까?”

“그럼 앉은 자리에서 10퍼센트를 떼겠다는 거야?”

“관례입니다.”

“그래! 그러니 네놈들이 마귀지.”

“맞습니다.”

“그럼 우선 3천 떼겠습니다.”

남자는 서말자의 가방에서 백만 원짜리 뭉치 30개를 꺼냈다. 그가 백만 원짜리 하나씩을 꺼낼 때마다 서말자는 마치 돈을 잃는 그런 표정을 지었다.

정말 엄청난 이자인 거다.

아마 최고의 사채 이율일 거다.

“그래 좋아! 내가 어디까지 가나 가 보지. 이제 됐지?”

“예. 됐습니다. 원래 한 달인 거 아시죠?”

“물론이지.”

“그 다음 달에 다시 10퍼센트입니다.”

“물론 알지.”

서말자는 그렇게 말하고 돈 가방 두 개를 들고 일어섰다.

“착실히 예의 바르게 모셔.”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고객님 분실하면 네 눈이 뽑힐 줄 알아.”

남자는 어깨에게 차갑게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내일 보자고.”

“그럼 둘 중 하나겠군요.”

“인생 히트를 하든지, 아니면 스테이를 하든가. 결정이 나겠지.”

서말자는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남자는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

-은성입니다.

“서말자에게 돈을 줬습니다.”

-일이 시작되었군요.

“그렇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제가 악마의 하수인인 줄 알았습니다.”

-그건 절대 아닐 겁니다. 당신은 테러리스트의 동료입니다.

“결국 다 파괴자의 주변인이군요.”

-내가 다 부숴 버린 후에는 좀 더 밝은 세상이 올 겁니다.

은성의 목소리에는 믿음이 있는 듯했다.

그 믿음은 어쩜 블랙잭 같을 것이다.

“오늘 객장이 3시간 후에 다시 열릴 겁니다.”

-서말자가 바로 게임을 한다는 겁니까?

“10시쯤 되어 마지막 딜러가 객장에 들어서는 그 시간에 게임을 할 겁니다.”

-그럼 저도 가 보겠습니다.

은성이 악마의 땅 사북에 오겠다고 말했다.

“게임을 하실 줄은 아십니까?”

-옆에서 조금 배웠습니다.

“캡틴!”

남자는 짧게 은성을 불렀다.

-뭐죠?

“악마의 유혹은 누구에게나 향긋한 법입니다.”

-기억해 두죠. 서말자가 입장하는 VIP 룸이나 알아봐 주십시오.

탁!

난 그렇게 말하고 핸드폰을 끊었다.

“가자!”

“예?”

호중이 날 봤다.

“너 아직 민짜지?”

“저 18살입니다.”

“그러니까. 넌 안 되네.”

“뭐가 안 됩니까?”

“거기 민짜 못 들어가.”

난 호중을 보며 씩 웃었다.

“진태가 간다.”

“예. 사부님!”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마의 땅으로 악마가 간다.”

난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때 문뜩 소피 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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