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43화
서말자는 전당사 남자가 내어 준 차를 타고 카지노로 올라갔다. 그 옆에 남자가 붙여 준 어깨가 딱 붙어 있었다.
“너 3억 만져 봤어?”
“만져는 봤죠.”
“너 지금 무슨 생각해?”
서말자는 옆에 있는 어깨의 가슴을 살짝 쓰다듬다가 어깨를 봤다.
“왜 이러십니까?”
“내가 맞춰 볼까?”
“예?”
“내 머리를 후려치고 돈을 가지고 튀면 어떨까 하는 생각 하고 있지.”
서말자의 말에 어깨는 피식 웃었다.
“그런 새끼가 하나 있었죠.”
“그래?”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떻게 되었는데?”
“그 새끼 중국까지 튀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여권하고 돈입니다.”
어깨의 말에 서말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소리야?”
“껍데기는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는데 알맹이는 돈이 되어서 돌아왔죠. 저 외동아들입니다.”
어깨의 말에 서말자는 소름이 쫙 돋았다.
“보기보다 겁이 많네.”
“예. 제가 원래 그냥 이 사북 깡패였습니다.”
“그런데?”
“깡패는 말입니다. 잘 치는 놈은 3년 갑니다. 그런데 잘 맞는 놈은 10년 갑니다. 저 같이 그만두는 놈은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삽니다.”
“얇고 길게 산다?”
“예. 그래도 제 연봉 억입니다.”
“뭐, 억?”
“예. 전 3퍼센트 받습니다.”
“3퍼센트?”
“무사히 돈을 받아도 3퍼센트, 고객님 모시고 가도 3퍼센트입니다.”
어깨의 말에 서말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여기서 돈 버는 족속들은 너희들이 전부인 것 같네.”
“잘 아시네요.”
어깨의 솔직한 말에 서말자는 피식 웃었다. 지금 서말자는 절벽 끝에 선 전율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바로 게임을 하시게요?”
“아니.”
“그럼 왜 올라가시는 겁니까?”
“푹 자려고. 내가 이래도 콤프 부자거든.”
서말자는 씩 웃었다.
“스위트룸 하나 잡아! 오늘 남은 콤프 다 쓴다.”
남자는 서말자의 반응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고 너, 내 병정 좀 해라.”
“병정요?”
“VIP 룸은 구멍 두 개 파잖아. 그럼 600이고 뒷전 병정 세우면 1,200이지. 딜러 년이랑 오래 게임해서 좋을 거 없어.”
서말자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얼마 주실 건데요?”
“너 3퍼센트 좋아하잖아.”
서말자는 씩 웃었다. 그리고 어깨도 씩 웃었다.
“껍데기만 남길 수 없지.”
* * *
난 진태와 함께 사북에 도착을 했다.
“와! 면 소재지도 안 되는 곳에 이렇게 식당이 많고 이렇게 떡집이 많네. 저게 모텔이 몇 개야?”
진태는 놀라 촌닭처럼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사북이야!”
“예. 사부님!”
“너 블랙잭 해 봤냐?”
“전 고스톱도 안 칩니다.”
“따지고 보면 블랙잭이 서양에서는 고스톱만큼 인기가 있지.”
“정말입니까?”
“그래. 너 트럼프 알아?”
“카드요? 그건 압니다. 스페이드, 하트, 다이아몬드, 클로버로 되어 있잖습니까.”
“그래. 카드는 총 52장이지.”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그럼 아는 거네. 모르기는 뭘 몰라?”
“그 정도 안다고 카드 아는 겁니까?”
“모르고 하는 된장도 있어.”
“예?”
“그러게요. 노름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대충 알겠습니다.”
“아니, 트럼프의 역사는 대단해!”
“참도 대단하겠습니다.”
이건 비아냥일 거다.
나와 진태는 지금 천천히 카지노가 있는 산 중턱까지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카드가 동양에서 시작되어 유럽으로 전해졌다는 것은 아나?”
“그걸 왜 알아야 합니까?”
진태가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렇지. 그런 건 몰라도 되지. 하지만 게임 방식만 알면 항상 돈을 잃게 되지.”
“참 사부님다운 발상이시네요. 전 절대 돈 안 잃습니다.”
“왜지?”
“전 노름 안 합니다.”
진태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래. 네가 정답이다.”
“그런데 블랙잭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카드를 안 하겠다고 말한 진태도 블랙잭 게임에 대해서는 궁금한 모양이다. 서말자가 블랙잭을 한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블랙잭은 악마의 게임이지.”
“예?”
“블랙잭은 카지노 게임 중에서도 가장 도박성이 강한 게임이다.”
“그래요?”
“원래 숫자 놀이가 제일 중독이 되는 법이니까.”
“그렇습니까?”
진태도 조금씩 관심을 가졌다.
“우선 게임 방법은 딜러로부터 2장의 카드를 받아.”
“간단하네요.”
“그렇지. 카지노 게임은 모두 다 간단해.”
“예.”
“두 장의 카드의 숫자를 더해서 21점에 가까워지도록 카드를 바꾸면서 가장 점수가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지.”
“21점 넘어가면요?”
“버스트! 끝이지. 딜러가 이기는 거야!”
“흥분을 하면 안 되고 또 주저하면 안 되는 게임이 블랙잭이야! 플레이어의 판단이 아주 중요한 게임이지.”
“그럽니까?”
“그래. 사용하는 카드는 조커를 제외한 52장이고, 인원수는 2~8명이 할 수 있다. 카드의 점수는, A는 1점이든 11점이든 편리한 쪽으로 계산할 수 있다. K, Q, J, 10은 10점, 9 이하의 카드는 그 숫자대로 점수를 계산한다. 간단하지?”
“전 복잡합니다.”
진태는 숫자에 약한 모양이다.
“플레이어는 카드를 받기 전에 걸고 싶은 액수의 돈을 걸지.”
“보지도 않고 돈을 거는 건 멍청한 짓입니다.”
“원래 노름꾼은 다 멍청해!”
“하여튼요. 그래서요?”
“딜러는 자기의 왼쪽부터 엎어서 1장씩 고르고, 두 번째로 또 1장씩 돌려 각자가 2장씩 가지도록 하지. 마지막으로 고른 딜러의 두 번째 카드는 오픈을 하지.”
“왜요?”
“플레이어가 쫄라고.”
“예?”
“10이 가장 많지. 그럼 숨겨져 있는 카드가 10이라고 플레이어는 보통 생각을 해.”
“그럼 20이상이 되도록 계속 카드를 받겠네요.”
“그렇지. 그러다가…….”
“버스트죠.”
진태는 씩 웃었다.
그렇게 딜러는 자기의 카드를 보고, 다음에 딜러가 가진 오픈해 놓은 카드를 본다. 그리고 점수의 합계가 21점에 가까워지도록 하기 위해 딜러로부터 카드를 추가로 받는다. 추가 카드는 1장씩 몇 장이라도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K와 5를 가졌으면 15점이므로 1장을 요구하여 그것이 2라면 17점이 된다.
보통 플레이어는 17이상이면 그만둔다. 그게 게임의 암묵적인 룰이다. 그렇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 테이블을 된장 테이블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무늬 카드와 A 카드를 받으면 블랙잭이 되고 악마의 숫자를 만드는 거다. 절대 지지 않는 블랙잭이 되는 거다. 보통 카지노에서는 블랙잭이 되면 건 돈의 1.5배를 준다.
“그런 거군요.”
“간단하면서 복잡한 게임이지.”
“그렇네요.”
“벌써 다 올라온 거야?”
난 카지노 객장 입구를 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객장 앞에서 오만가지 표정을 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여자도 아무 거리낌 없이 담배를 질근질근 씹었다.
“시발! 오늘 400 날렸다.”
“난 500이야!”
“내 옆에 된장년이 앉았어. 재수 없게. 어떻게 17에 카드를 받나?”
“내 말이. 그년은 껍데기를 다 벗어 봐야 정신을 차려.”
“이래서 난 여기 싫다니까. 그냥 마카오 가서 게임을 해야 하는데.”
여자 하나가 담배를 씹으며 짜증을 부렸다. 난 그 모습에 이곳에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하시게요?”
“응.”
“정말이십니까?”
“서말자 옆에서 팀을 이루고 하려면 실전 감각 좀 익혀야지.”
“예?”
진태는 놀라 날 뚫어지게 봤다.
“정말이십니까?”
“왜? 거짓말 같아?”
“아, 아닙니다. 전 가끔 캡틴이 이해가 안 됩니다. 왜 그렇게 처절하게 사십니까?”
“내가 처절하게 사는 것 같아 보여?”
“아니셨습니까?”
진태의 말에 난 지그시 눈을 감았다.
‘내 하루가 누군가의 죽음 앞에 서 있기 때문이지.’
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눈을 떴다.
“가자! 부처가 그랬잖아. 내가 아니면 누가 지옥에 갈까?”
“원래 기독교 신자 아니셨습니까?”
“하여튼!”
난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카지노 객장에 들어섰다. 만 20세가 된 거다.
카지노 객장 안을 들어서는 순간 난 이 넓은 공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곳에 있는 사람은 딱 세 종류의 사람들일 거다.
도박을 하는 사람과 도박을 하게 도와주는 사람, 그리고 도박을 하는 사람을 등쳐먹는 사람.
이 세 종류의 사람들이 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이 객장을 들어서는 순간 한 종류의 사람이 더 이 공간을 차지하게 된 거다.
‘난 누군가의 삶을 파괴할 테러리스트다.’
난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할머니가 인상을 찡그리고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갔다. 물론 그 자리는 블랙잭 테이블이다.
‘딱 봐도 저 할머니 오링 직전이네.’
난 피식 웃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틈을 파고들어서 오링 직전의 할머니 뒤에 섰다. 딱 봐도 이제 남은 돈은 만 원 정도 되는 것 같다.
‘칩이 다 천 원짜리네.’
저 할머니는 지금 전 재산 만 원을 가지고 20만 원짜리 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거였다.
‘이제 저 만 원만 잃으면 저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럼 다른 놈이 자리에 앉을 거다.’
난 그전에 저 자리를 사야 하는 거다.
“할머니 오링이네. 차비는 있으세요?”
내 넉살에 할머니는 인상을 찡그렸다. 저 나이에 도박에 쩔어 사는 것이 약간 가엽기도 했다. 뭐 다 죽어 가는 마당에 도박에 재미를 붙이고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다.
“50만 원 들고 와서 만 원 남았다. 차비가 있겠냐?”
“다 잃으셨어요?”
“왜, 차비 줄라고?”
“얼마 드리면 집에 가실래요?”
내 말에 딜러가 힐끗 나를 봤다. 이렇게 딜러의 앞에서 자리를 사고파는 것은 분명 불법이다. 하지만 딜러는 그냥 보통이면 모른 척할 것이다.
“차비만 주면 일어나고.”
할머니의 침침한 눈이 모처럼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아마 저 할머니는 어제 밤에 입장 예약을 통해 앞 번호 순번을 받고 먼저 객장에 들어왔을 거다.
보통 천 번 이하면 블랙잭 앞전에 앉을 수 있다. 그리고 삼천 번째 정도면 바카라 테이블에 앉는다. 저 할머니는 운이 좋아 블랙잭 테이블에 앉은 거다.
이건 아마 이 내국인 카지노에서나 있는 일일 것이다. 다른 외국 카지노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앉을 자리가 넘쳐났고, 정말 게임을 할 수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곳은 정말 다르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으로 사람들이 뒤엉켜 있다.
수요와 공급!
그런 면에서 공급이 너무나 부족한 거다. 그래서 대구나 제주도에 내국인 전용 카지노를 더 만들자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의 눈치만 보며 망설이고 있었다.
카지노 사업은 정말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일 거다. 하지만 그 순기능만큼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얼마 줄 건데? 어린 사장!”
할머니가 딜러를 아예 무시하고 내게 말했다.
“그래도 눈치는 봐야죠. 손자가 차비 드리는 거죠.”
“하여튼.”
난 살짝 테이블 위에 십만 원짜리 칩 두 개를 살포시 내려놨다. 그리고 딜러가 다시 한 번 날 보고 눈썹을 실룩거렸다. 그런 여자 딜러에게 난 살짝 윙크를 했다. 내 윙크에 여자 딜러는 피식 웃고 모른 척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많이 따, 어린 사장!”
난 사실 이곳에서 돈을 따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냥 감을 익히려는 거다. 물론 꽤 오랫동안 블랙잭과 바카라에 대한 확률 공부를 했다.
그리고 난 비술과 기공을 이용해서 투시를 할 수 있었다. 그럼 천하무적인 거다.
“집에 꼭 가세요.”
난 신신당부를 했다. 물론 공허한 메아리가 분명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