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44화
“알았어. 어린 사장!”
여기는 사람들을 다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체! 뭔 사장이 이리도 많은 거야?’
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딜러를 봤다. 날 보고 피식 웃은 딜러다. 눈매가 매서운 것이 제법 독해 보였다.
난 마지막 자리에 그렇게 앉게 됐다.
“된장 아니시죠?”
머리가 반쯤 벗겨진 남자가 날 보고 웃으며 물었다.
“룰은 압니다.”
“뭐요? 이거 또 수억 깨지는 거 아냐?”
머리가 반쯤 벗겨진 핸드 자리의 남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블랙잭이 단합해서 딜러 죽이는 게임인 것은 압니다.”
“호호호! 그래요? 아예 청국장은 아니네요. 잘해 봐요.”
젊은 여자가 내게 윙크를 했다. 겉보기에는 도박 같은 것을 절대 할 것 같지 않은 선하고 큰 눈망울로 웃으며 내게 말했다.
‘역시 얼굴하고는 달라.’
난 여자를 살폈다. 옷 색깔이 어둡다. 이건 오래 게임을 하기 위해 저런 옷을 입는 거다. 그리고 치마가 아닌 바지다. 그런데 그 바지가 제법 주름이 져 있다. 그건 아침부터 게임을 했다는 증거일 거다.
“예. 잘 부탁합니다.”
난 자리에 앉은 도박꾼들에게 짧게 인사를 했다.
“말구 자신 없으면 나랑 자리 바꾸고.”
젊은 남자가 날 보며 말했다.
“전 여기가 편합니다.”
여기서는 마지막 자리를 말구라고 부른다.
‘이 자리에 앉아야 딜러의 카드를 내가 정할 수 있다.’
난 비술과 기공을 사용해서 카드를 읽어 내릴 거다. 그럼 이 자리에 앉은 사람은 절대 잃을일이 없을 거다.
‘우선은 내 촉을 믿어 보지.’
난 바로 30만 원을 배팅했다. 그리고 딜러는 바로 카드를 돌렸다.
척척척!
빠른 딜러의 손동작에 자연스럽게 카드가 뒤집어졌다. 저런 손놀림은 정말 오랜 숙련으로 이루어진 걸 거다.
‘마귀 아냐?’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에서는 돈을 풀 때가 있고 회수할 때가 있다. 그런 회수의 역할을 하는 딜러를 마귀라 부른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카드가 다 돌아가고 딜러가 카드를 받았다. 7이다.
‘오픈할 카드가 10이면 딜러는 카드를 더 못 받지.’
만약 내 예상대로 17이라면 딜러는 블랙잭 룰에 의해 카드를 더 받지 못한다.
내 카드는 6이다. 한마디로 제일 재수가 없는 숫자가 5와 6이다.
난 인상이 찡그려졌다. 아직 난 포커페이스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난 카드를 4장까지 투시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플레이어의 카드가 돌아왔고, 내 카드는 6이었다. 이럴 때는 보통 스프릿을 하지 않는다. 그냥 카드 한 장을 더 받고 죽든 말든 하는 거다.
난 이로써 12가 된 거다.
‘딜러의 카드가 3이네. 젠장!’
딜러가 오픈한 카드가 3이었다. 지금 딜러는 10인 거다. 그리고 아직 카드 통에서 꺼내지 않은 카드가 하트 킹이다. 이렇게 되면 딜러는 20이 되고 8명의 플레이어는 다 죽게 되는 거다.
난 뚫어지게 카드 통을 봤고, 딜러는 내 수신호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어서 해! 말구 사장!”
내가 잠시 뜸을 들이자 사람들은 짜증을 부렸다.
‘그래도 첫판에서 잃을 수는 없지.’
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내 웃음에 딜러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난 딜러가 보란 듯 손가락을 찢었다.
스프릿!
6이 두 장의 카드를 찢겠다는 거다.
“뭐야? 완전 된장이잖아.”
이 테이블은 30만 원이 최고 배팅이다. 이럴 때는 30만 원을 그냥 잃겠다는 마음으로 히트를 하는 게 정석이다.
“말구 사장, 그러면 안 되는데.”
내가 스프릿을 하자 플레이어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내게 짜증을 부린 사람은 자신의 패가 18인 젊은 여자와 19인 머리가 벗겨진 아저씨였다.
한마디로 17이 될 확률에 제일 많은데 왜 카드를 받냐는 거다. 17이면 자신들은 돈을 따기 때문에 내가 카드를 찢는 게 못마땅한 거였다.
난 다시 테이블 10만 원짜리 칩 3개를 올려놨다.
“아주 가지가지 하네요.”
“그러게.”
그러고 보니 이 테이블 자체가 된장 테이블이었다.
“결정은 제가 합니다.”
난 나직이 말했다.
“돈은 같이 잃지.”
“그런가요? 블랙잭은 원래 플레이어가 합심해서 딜러 이기는 게임 아닙니까?”
“이론은 그렇지.”
“그럼 우리끼리 싸우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정석대로 하라고.”
젊은 남자가 약간 언성을 높였다. 저런 어투는 돈을 많이 잃었다는 반증일 거다. 하지만 내가 카드를 받지 않으면 딜러는 20이 되고 다 잡아먹는다.
스프릿을 하고 난 한 장을 더 달라고 검지를 딜러에게 보였다. 내 수신호에 딜러는 부드럽게 킹을 오픈했다.
이제 내 카드 하나가 16이 된 거다.
“봐라! 봐라! 아주 꽉꽉 찼다.”
난 이제 1, 2, 3, 4, 5가 아니면 버스트가 되는 거다. 확률로 따져도 무척이나 내가 불리했다. 하지만 난 확률로 도박을 하지 않아도 된다.
“16이야!”
난 내 뒤에 진태가 궁금해 할 것 같아서 나직이 말해 줬다.
“저도 숫자 셀 줄은 압니다.”
그런 말을 하는 동안 딜러가 다시 내게 카드를 밀었다. 이번 카드는 오픈하지 않아도 3이다. 난 이제 19가 되는 거다. 19는 꽤 높은 패다.
그리고 찢은 다른 쪽 카드에 1이 떴다. 난 다시 한 장 더라는 신호를 딜러에게 보냈다. 현재 17이지만 이렇게 1일 때는 한 장 더 받아도 된다. 물론 이 역시 된장질이다. 하지만 다음 카드가 3이고 그 다음 카드가 8이라는 것이 문제다.
‘내가 안 받으면 딜러는 21이 된다.’
그리고 내 카드는 3을 받아서 20이 됐다.
‘버스트 된 것은 어쩔 수 없지.’
난 그렇게 해서 스테이를 했다. 이제 딜러가 카드를 오픈할 차례다. 딜러가 숨겨진 카드 7을 오픈했다. 그러자 여자가 날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다음 카드가 8이 되어 딜러는 18이 됐다.
“젠장! 카드를 더 받아서 딜러가 18이 됐잖아.”
여기 정말 된장 하나 있다. 난 내게 짜증을 부리는 남자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 남자는 원래 버스트로 21을 넘긴 남자였다.
“고맙네요.”
정말 도박하지 않을 것 같이 참하게 생긴 여자가 연탄이라고 불리는 만 원짜리 칩을 내게 내밀었다.
“뭘 이런 것을…….”
난 주는 거 마다하지 않는다. 그게 돈이든 여자든 앞으로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악의 마굴에 오면 마귀가 되는 거다. 그래야 테러리스트.
“한번은 운이고, 두 번은 하늘이 돕는 거고, 세 번째는 실력이라는 말이 있지.”
3구에 앉은 젊은 남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렇게 몇 분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60만 원을 벌었다.
‘젠장! 이러니 도박을 하지.’
난 도박꾼들의 마음이 순간 이해가 됐다.
“저도 해도 됩니까?”
진태가 뒤에서 내게 물었다.
“알아서 해! 그 대신 책임은 항상 네가 지는 거다.”
“예.”
진태가 내게 존댓말을 하면서 예예 그러자 5구에 앉은 젊은 여자가 날 빤히 봤다.
“어디 도련님인가? 뒤에 있는 오빠가 계속 예예 거리네.”
“어디 도련님이면 여기 있겠어? VIP 룸 갔지.”
“호호호. 그런가?”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플레이어들은 배팅을 했고, 나 역시 다시 30만 원을 배팅했다. 첫 카드는 내가 알 수가 없다. 나한테까지 카드가 오기 위해서는 8장의 카드가 오픈이 되어야 한다.
지금 내가 투시를 할 수 있는 카드는 4장이다. 그러니 첫 배팅은 카드를 모르고 하는 거다.
착착착! 착착착!
마치 카드가 딜러의 손에 의해 바닥에서 미끄러지듯 오픈이 됐다.
‘내 카드가 마담이네.’
첫 카드 치고는 좋은 카드다. 모든 그림은 10이다. J, Q, K는 10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딜러는 A를 받았다.
이럴 때는 뒤에 카드가 그림이면 블랙잭이다. 이럴 때는 여기 은어로 보험을 든다고 뒤에 카드가 블랙잭인지 확인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블랙잭이네.’
난 어이가 없었다. 난 딜러를 봤다. 생각보다 딜러가 강승이다. 저런 딜러는 기를 좀 죽일 필요가 있었다.
“딱 봐도 블랙잭이네.”
난 내 테이블 앞에 10만 원을 다시 걸었다. 딜러가 블랙잭이면 3배를 받고 본전을 하는 거다.
“확신해요?”
젊은 여자가 날 빤히 봤다.
“어떤 확률이 더 많아요?”
“당연히 블랙잭 확률이 더 많죠.”
“선택은 자기가.”
난 씩 웃었다. 원래 딜러는 자신의 오픈 카드가 A면 뒷장을 확인한다. 블랙잭인지 아닌지 보는 거다. 그리고 보통 딜러들은 모두 다 포커페이스다.
“확률에 걸어라?”
“예.”
“맞는 말이네.”
젊은 남자도 10만 원을 배팅 테이블에 밀었다. 그리고 하나 둘 모두 블랙잭이라는 듯 10만 원씩을 올렸다. 플레이를 하는 8명이 모두 거짓말처럼 10만 원을 올려놨다. 이 상태면 딜러는 블랙잭을 잡고도 쓸어 담지 못하는 거다.
‘오픈해! 기 좀 죽어야지.’
그리고 딜러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썩 죽었네.’
난 씩 웃었다. 썩은 기 또는 기운의 은어다. 저렇게 딜러가 흔들리면 플레이어가 제법 많이 돈을 딴다.
“오픈하겠습니다. 블랙잭!”
딜러는 묵례를 했다. 물론 원래는 블랙잭이라 죄송하다는 미안함의 표시다. 하지만 이 순간엔 미안할 것이 없었다.
“그렇지!”
나를 뺀 7명이 모두 크게 합창을 했다.
“말구 사장, 오늘 촉 좋네. 호호호!”
“그냥 찔러 본 거죠. 딜러 언니 포커페이스가 아니더라고요.”
난 한 번 더 딜러를 흔들었다.
“배팅들 하시죠.”
딜러는 표정이 굳어져 말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기분 좋게 배팅을 했다.
“딜러 버스트!”
“딜러 버스트!”
딜러는 연속으로 두 번 버스트를 했다. 그리고 이제 이 테이블에서 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테이블 안쪽에는 일반 딜러가 있고, 대리가 있고, 과장이 있다. 딜러들이 실수를 하거나 당황했을 때 딜러를 교체하고 처리를 해 주는 임무를 한다. 그리고 배팅한 돈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면 비디오 판독을 통해서 분쟁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객장 과장이 우리 쪽 테이블 딜러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 2번이나 더 버스트를 했다.
그렇게 되자 천천히 걸어와서 딜러를 한 번 보고 다른 딜러에게 신호를 했다. 원래 딜러 교체는 30분 단위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돈을 잃게 될 때는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빨리 딜러를 바꾼다.
다른 딜러가 왔고, 딜러는 자신의 손에 칩이 없다는 것을 플레이어와 감시용 CC카메라에게 확인을 시켜 주고 테이블을 떠났다.
“혹시 말구 사장, 카드 카운팅 할 줄 알아?”
젊은 남자가 내게 반말로 물었다. 뭐 존댓말을 받는다고 기분이 좋을 것은 물론 없었다.
“뭐 영화 찍습니까? 제가 저 많은 카드를 다 외우게요.”
“그렇지.”
“예. 그냥 전 운칠기삼입니다.”
“뭐? 하하하 운칠기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