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46화
“나야 VIP 룸에서 게임하려고 왔지? 애기 사장은?”
“저도 한 번 구경해 보려고요.”
“오 그래? 블랙잭?”
“예. 할 줄 아는 게 블랙잭뿐이에요.”
“그럼 팀은 구했고?”
“팀요? 전 혼자 하는데.”
“블랙잭 혼자 하면 딜러 이기기 힘들어.”
“그렇죠. 블랙잭은 같이 딜러 죽이는 게임이니까요.”
“우리랑 같이 할래?”
젊은 여자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 서말자가 있는 곳을 봤다.
“저 언니가 촉이 좀 있어. 탄약도 확실하고.”
“딱 봐도 된장인데…….”
“호호호! 역시 애기 사장 촉이 좋네. 그래도 꽤 해.”
“꽤 해도 돈 잃죠.”
“그러니까. 애기 사장의 매운 고추장을 된장에 좀 섞어 보자고.”
젊은 여자의 말에 난 씩 웃으며 여자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마치 네가 나랑 한 번 자면 게임을 할 수도 있다는 듯 노골적인 시선이었다. 물론 의도적으로 보낸 눈빛이다. 그리고 여자는 그 눈빛의 뜻을 알아챈 거 같았다.
“지금 보니 꽤 미인이시네.”
“호호호! 이제야 내 진가를 보셨나? 나 하늘 날 때 제법 알아줬어.”
“날아요?”
“그래. 호호호!”
난 여자를 잠시 봤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있는 게 몇 되지 않는다.
항공기를 조종하는 조종사였거나, 아니면 스튜어디스였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
그러고 보니 제법 키가 크고 발음도 정확했다.
‘외국을 자주 다니다가 카지노에 빠졌구나.’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아줌마 좀 찝찝한데…….”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페이는 확실히 챙겨 줄게.”
젊은 여자의 말에 난 피식 웃었다.
“내가 돈이 없어 보여요?”
그리고 난 턱으로 카지노 VIP 객장에서 서류를 꾸미고 있는 진태를 가리켰다.
“호호호! 어느 집 도련님인가 보네. 정말.”
“아마도.”
“그럼 뭘 원하는데.”
젊은 여자의 물음에 난 씩 웃었다. 그리고 젊은 여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나?”
“싫으면 말고.”
“어이없네.”
“그럼 돈 많이 따세요. 저도 돈 많이 딸 거니까요.”
“잠시만.”
젊은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서말자에게 갔다.
“언니!”
“왜, 같이 하겠데?”
젊은 여자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애가 비싸게 구네.”
“비싸게 굴어?”
“응. 일당 오백에 나랑 한 번 자자네.”
젊은 여자는 피식 웃으며 서말자에게 말했다.
“일당 500을 달라고?”
“응. 그냥 우리끼리 하자.”
“쟤 실력 확실해?”
서말자는 날 봤다.
“확실하기는 한데. 날 너무 우습게 보네. 내가 일주일 굶고도 팬티 안 벗었어. 알지 언니?”
“그렇지. 너야 금테 두른 년이잖아.”
“좀 실력이 아깝기는 하지만 팬티 벗기는 좀 그렇잖아. 호호호!”
“저 새끼 실력 확실하지?”
“왜? 데리고 하려고?”
“확실하면.”
“그거야 내가 보장을 하는데…….”
젊은 여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너 해라! 연아야!”
“싫어.”
“내가 너 일당 500 더 챙겨 줄게.”
이 젊은 여자의 이름이 연아인 모양이다. 연아는 사실 서말자를 속여서 500을 챙기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내가 500을 요구하는 것처럼 서말자에게 말했다.
난 귀가 밝다. 난 연아라는 여자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역시 노름꾼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되네.’
그리고 난 다시 서말자를 봤다.
“그 일당 500을 더 준다는 게 보너스하고는 따로인 거지?”
“너 욕심 많이 늘었다.”
“챙길 수 있을 때 챙겨야지.”
“그래. 따로다.”
“원래 나 팬티 잘 안 벗는데 언니니까 한 번 내린다.”
“호호호! 핑계는. 딱 봐도 먹음직스러운데 뭐.”
“호호호! 그렇지. 우선 줘.”
젊은 여자는 바로 손을 내밀었다.
“바로?”
“원래 도박판 병정 일당 선불이잖아. 그리고 화대도 선불이잖아.”
“망할 년! 줄게.”
서말자는 바로 지갑에서 백만 원짜리 레드 칩을 꺼내 연아에게 줬다.
“세어 봐! 썅년아, 15개다.”
서말자는 인상을 찡그렸고 연아는 환하게 웃었다.
“호호호! 그럼 먼저 들어가셔서 몸 좀 풀고 계세요. 나도 쟤랑 몸 좀 풀고 갈게.”
“늦지 말고 일찍 와.”
“응!”
서말자는 그렇게 말하고 내가 앉아 있는 곳을 지나서 VIP 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연아는 차분히 내게 걸어왔다.
“방 잡아!”
“오늘 당신 운 좋은 줄 알아. 그런데 누나 이름이 뭐지?”
난 이미 젊은 여자의 이름이 연아라는 것을 알았다.
“연아! 이연아!”
“그럼 가자고.”
난 연아의 손을 잡았다.
‘내부에 적이 하나 정도 더 있어도 나쁘지 않지.’
난 연아를 보며 씩 웃었다.
***
호텔 룸.
“그 아줌마 오링 내는 거 도와주는데 얼마 주면 할래?”
내 말에 이연아는 날 뚫어지게 봤다. 마치 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냐는 눈빛이다.
“왜?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얼마 주면 그 아줌마 오링 시키는데 동참할래?”
“뭐라고?”
놀라는 이연아였다. 그리고 난 이연아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해 줬다. 물론 대부분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난 거짓말을 하면서도 상대방이 진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한마디로 말을 잘하는 거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이연아에게 희망을 주는 듯한 말을 계속 했다.
‘옆에 두면 괜찮겠어.’
꽤나 똑똑한 여자다. 그건 확실했다.
“원래 모든 것을 잃어서 다시 여기를 못 벗어나는 거잖아.”
“그래서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거야?”
“하는 거 봐서.”
“하는 거 봐서라. 그럼 돈보다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겠네.”
“있으면 말해!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도와주지.”
“널 몇 퍼센트 믿을 수 있지?”
“당신이 날 믿고 싶은 만큼.”
내 말에 이연아는 날 잠시 봤다. 그리고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녀의 뒷모습은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예쁜 여자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동안 이연아는 천천히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백을 열어서 사진 한 장을 꺼내서 내게로 걸어와 내가 앉아 있는 의자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내 쪽으로 허리를 숙였다.
“내가 이 아이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 줘.”
이연아는 내게 사진을 내밀었다.
사진 속에는 예쁜 계집애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누구지?”
“내가 마지막까지 망가지지 않는 이유.”
“딸인가?”
내 물음에 이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약간 슬픈 눈으로 변했다.
“이놈의 도박 때문에 이혼은 당했지만 딸은 보고 싶네. 할 수 있겠어?”
“왜, 납치라도 해 줄까?”
“납치? 그런 걸로 해서 얼마나 같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럼?”
“그건 네가 고민해야지. 그럼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너의 일에 동참을 하지.”
난 잠시 이연아의 얼굴을 봤다. 살짝 움직여도 이연아의 몸과 내 몸이 밀착될 것 같았다.
“좋아. 해 보지.”
“고맙네! 이상하게 믿어지네.”
이연아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착시켰다.
그리고 바로 이연아의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이연아는 자신의 입술을 뗐다.
“그 사진, 돌려줘야 해. 하나밖에 없거든.”
“앞으로 이런 사진 많이 생길 거야. 옷 입어.”
이연아는 날 보고 씩 웃다가 벗은 채로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연아는 샤워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리고 난 바로 핸드폰을 꺼내 뜨악새에게 전화를 했다.
“접니다.”
-예. 캡틴!
“사람 하나 찾으세요.”
-누구입니까?
“저도 잘 모릅니다. 사진 데스크에 맡기고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캡틴!
“이 사진 속에 있는 아의 엄마의 이름이 이연아입니다. 전직은 항공사 승무원이었습니다. 찾으실 수 있겠죠?”
-몇 년생인지 알려 주시면 더 찾기 편할 것 같습니다.
“잠깐만요.”
난 통화를 하는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이연아가 샤워를 하는 샤워실 문을 열었다.
철컥!
샤워를 하고 있는 이연아의 몸매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지금 이연아는 새로운 인생을 위해서 샤워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몇 년 생이야?”
“왜 그게 궁금해?”
“딸 찾아 달라며?”
“나 아니면 우리 딸?”
“당신!”
“72년 생.”
“뭐?”
난 잠시 놀랐다.
“뭘 그렇게 놀라?”
“어떻게…….”
“뭐가? 왜, 34살은 이런 몸매 가지고 있으면 안 되나? 호호호!”
난 사실 이연아가 20대 중반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실상은 30대 중반이었다.
그러니 저런 딸이 있는 거겠지만.
“알았어.”
철컥!
난 다시 문을 닫았다.
“72년 생이라네요.”
-누가 같이 있습니까?
“사진 속 아이의 엄마요.”
-샤워 소리가…….
뜨악새는 약간 지금 상황을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원래 추리력이 좋은 뜨악새이다. 물소리와 여자 목소리만 듣고 대충 상황을 짐작하는 거였다.
“나중에 설명 드리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익현 빨리 확보하세요. 거의 다 끝나 갑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 *
나와 이연아는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이 호텔 룸을 나왔다.
“뭐 작전 같은 건 안 짜?”
“무슨 작전?”
“룸에서 말했던 거. 작전.”
“그런 거 필요 없어.”
“그럼 언제 내가 돈을 꼴아 박지?”
“아무리 많이 꼴아 박아도 몇 천이야. 그냥 촉이 설 때 질러.”
“오! 내 촉을 믿는다는 거야?”
“그래. 그리고 내가 눈치를 주면 딜러랑 싸우고 끌려 나가.”
난 이연아의 반응을 보기 위해 한 말이다.
“영구 출입 금지 당하라고?”
“딸과 함께 여기 올 수는 없지 않나?”
“그, 그렇지.”
이연아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엄마가 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알았어. 나 너 100퍼센트 믿는다.”
“알아.”
***
“서말자 사장님 어디 계시죠?”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카지노 VIP 룸을 담당하는 과장이 친절히 나와 이연아를 안내했다. 룸 안에는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그리고 서말자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아 보였다.
“언니, 나 왔어.”
“촉 너무 세운 거 아냐?”
“호호호! 그런가? 이 남자 좋네.”
“애한테 남자는. 앉아!”
“잃은 거야?”
“3천 날렸다. 이제 다시 올려야지.”
서말자는 날 봤다.
“말구 좀 하신다고?”
“예. 조금 합니다.”
“오늘 우리랑 같이 카지노 부도 한 번 내 보자고.”
“알겠습니다.”
내 짧은 대답에 서말자는 10만 원짜리 칩을 딜러에게 밀었다.
“좀 쉬었다가 하지.”
“알겠습니다.”
“새 사람 왔으니까. 판 다시 깔자고.”
서말자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 좋아해?”
“커피요?”
“카페인을 좀 마셔야지 촉이 확실히 날카로워지지.”
서말자는 작전을 짜기 위해 게임을 잠시 멈춘 거다. 그리고 내게 밑천을 주기 위함이다.
난 이렇게 서말자의 병정이 됐다.
하지만 내가 들고 있는 칼은 딜러가 아닌 서말자를 찌를 것이다.
물론 서말자는 내게 아무런 원망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난 가장 완벽하고 가장 억울하게 서말자의 돈을 오링 시킬 거다.
‘말구!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주지.’
서말자와 나, 그리고 어깨와 이연아는 VIP 룸 옆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 들어가 앉았다.
탁!
서말자는 내게 백만 원짜리 칩 10개를 건넸다.
“말구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럼요.”
난 사람들을 보며 씩 웃었다.
“다들 말구 말 듣는 거 알지?”
서말자는 확인을 하듯 말했다.
“알고 있어요.”
이연아는 환하게 웃으며 서말자에게 말했다. 그리고 여전히 내 팔짱을 끼고 껌처럼 붙어 있었다.
“그렇게 좋디?”
“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