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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47화 (147/210)

흑막의 신! 147화

“네가 껌이냐? 그렇게 붙어 있게.”

“이 애 진짜 남자야.”

“뭐?”

서말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이연아를 봤다. 그것도 잠시 서말자는 일어섰다.

“가자고. 벌써 나 3천 잃었어.”

“그럼 30억 정도 따 보죠.”

난 서말자 좋으라고 헛소리를 했다.

“호호호! 30억?”

“그 정도는 따야지 카지노 이겼다는 소리 하고 다니죠.”

“그런가? 그래, 목표는 30억이다.”

서말자는 그렇게 말하고 휴게실을 박차고 나섰다. 그리고 룸에 들어서는 순간 딜러가 바뀌어 있었다.

차분하게 빗어 올린 머리가 무척이나 차분해 보였다. 난 딜러를 쭉 둘러봤다.

그리고 왼쪽 가슴 부분에 꽂아 둔 작은 액세서리를 보고 씩 웃었다.

‘검은 앵두네.’

검은 앵두 액세서리는 자운대 여자 요원을 의미하는 징표다. 이미 서말자를 지옥으로 밀어 넣는 문이 열린 거다.

“시작하겠습니다.”

딜러의 말에 서말자는 차분히 10만 원짜리 칩을 딜러에게 내밀었다.

“잘 부탁해!”

서말자가 딜러에게 팁을 준 거다. 이건 장난치지 말라는 부탁과도 같은 의미다. 서말자에게 10만 원짜리 팁을 받은 딜러는 짧게 묵례를 하고 블랙잭 테이블 옆에 있는 팁 수거함에 칩을 넣었다.

땡그랑!

이 경쾌한 소리가 서말자의 절망을 알리는 신호일 거다.

“그럼 해 보자고.”

서말자는 의욕을 불태우며 100만 원짜리 칩을 올려놨다. 지금 서말자는 제일 중간인 핸드석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어깨가 앉았다. 그리고 그 반대편 옆에 이연아가 데리고 온 여자가 차분히 앉아 있었다.

난 미리 말했던 것처럼 말구에 앉았고, 나와 어깨 옆에 이연아가 앉았다.

총 다섯 명이 게임을 하는 거다.

서말자가 100만 원을 걸자 나머지 플레이어들도 따라서 100만 원씩을 걸었다. 지금 게임을 하는 사람은 총 다섯 명이다.

하지만 어깨와 서말자의 옆에 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고, 서말자는 두 자리에 배팅을 하려고 했다.

‘이제 시작이다.’

난 서말자를 보며 씩 웃었다. 그 순간 딜러가 카드를 돌렸다.

척척척! 척척척! 척!

제일 먼저 1구에 앉은 여자의 패가 A다. 그다음으로 6과 10, 그리고 3과 7, 그리고 내가 10을 받았다.

그리고 딜러가 10을 받았다.

딜러가 10을 받자 서말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처음부터 독하게 구네.”

“카드는 뒤집어 봐야 알죠.”

“그러면 좋고.”

“저도 플레이어님들이 따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좀 순하게 굴어.”

“제가 독하나요? 호호호.”

“아니야?”

“저 소처럼 순해요.”

딜러는 최대한 플레이어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다시 카드가 돌았다. 1구에 앉은 여자가 킹을 받아 블랙잭이 되자 모두 다 축하한다는 듯 테이블을 살짝 두드렸다.

이건 블랙잭 테이블식의 박수다. 블랙잭을 하면 배팅한 돈의 1.5배를 받는다.

“보세요. 저 안 독하잖아요.”

그리고 다음으로 4와 6을 받았다. 그럼 한 명은 10이 되고 또 하나는 16이 된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패인 거다.

10과 16은 서말자가 배팅을 하는 구멍이다. 서말자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7과 3을 받아 각각 10이 된다. 당연히 더블을 할 수 있는 찬스가 된 거다.

“사장님, 더블 할 찬스네.”

서말자는 더블을 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 블랙잭 판은 모두 다 서말자의 돈으로 움직이는 판이다. 그래서 모든 판단은 서말자가 한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계를 보일 것이다.

“그런데 딜러가 10이라…….”

어깨는 서말자의 말에 가만히 있었지만 이연아는 더블은 조금 위험하다는 투로 말했다.

“에이, 밀어붙여야 기도 죽고 돈도 따지.”

“호호호. 그런가요.”

사실 딜러도 여기 모인 모든 사람이 서말자의 병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보통 이렇게 VIP 룸에는 전주 하나에 대부분이 병정인 거다. 그래서 따면 수십 배를 따서 팔자를 고치지만 대부분 순식간에 밑천을 잃고 알거지가 된다.

그리고 난 딜러에게 3을 받아 13이 됐다.

결국 1구는 블랙잭으로 1,5배의 금액을 받았다. 100만 원을 배팅했으니 150만 원을 받은 거다. 그리고 서말자는 10과 16이다.

딜러가 서말자를 봤다.

“더블!”

손가락 검지를 펼쳐 보였다.

더블을 치면 두 배로 배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카드가 나와도 한 장만 받고 더 받을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양날의 검인 거다.

보통 블랙잭에서 가장 많은 수는 10이다. 그러니 10이 나올 법도 한데 이상하게 더블을 치면 작은 숫자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더블은 위험하다.

서말자는 기존에 한 배팅 금액 옆에 100만 원짜리 칩을 올려놨다. 누군가의 한 달 월급이 겨우 칩 하나라니. 난 우습기까지 했다.

그리고 딜러는 서말자에게 카드를 줬다. 받은 카드는 6이다.

“씨발!”

서말자는 바로 욕지거리를 했고, 딜러는 서말자를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너 말고. 패가.”

카지노에서 딜러에게 욕을 하는 것은 제지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딜러는 서말자를 봤다. 지금 16의 숫자가 된 카드를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이다.

히트나 스테이를 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 블랙잭의 참맛이다.

서말자는 손으로 그냥 지나가라는 시늉을 했다. 이건 블랙잭 수신호로 스테이다. 그리고 서말자는 어깨를 봤다.

어깨는 서말자를 봤다. 아직 블랙잭에 익숙해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가 아직 전당사 직원으로, 그리고 조폭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카지노 출입을 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이렇게 악의 성이라고 불리는 곳에 살면서도 카지노 게임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북에는 많이 있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 역시 카지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모텔 사장으로, 또 어떤 사람들은 식당 종업원으로, 또 어떤 사람들은 전당사 사장과 직원으로 도박꾼들의 피를 빨고 있는 거다.

“더블!”

어깨가 조용히 말하자 딜러는 살짝 웃으며 어깨를 봤다. 딜러의 웃음은 초보를 향한 비웃음일 거다. 그리고 여기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서말자의 병정이라는 것을 확인한 웃음이기도 했다.

“수신호로 해 주십시오.”

“더블을 하려면 검지를 펴서 보이면 되요.”

딜러가 친절하게 웃으면서 수신호를 어깨에게 알려 줬다.

“하하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카지노는 처음이라서…….”

“그렇군요. 이렇게요.”

어깨는 딜러에게 검지를 보였다. 그리고 최대한 초짜가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게 100만 원짜리 칩 하나를 올렸다.

그리고 딜러는 어깨에게 카드를 줬다. A가 나와 21이 됐다. 이건 블랙잭이 아니다. 두 장으로 만들어야 블랙잭인 거다.

“이거 21이죠? 하하하!”

어깨는 21을 만들고 좋아라 했다. 아마 초보의 웃음일 거다. 하지만 그 웃음은 자신의 돈으로 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보일 수 있는 웃음일지도 모른다.

“예. 그렇습니다.”

딜러는 이연아를 봤고, 이연아는 더블을 치고 3이 나와 13이 됐다. 이제 내 차례다.

이 테이블에서 단독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말구가 잘해야 블랙잭 플레이들이 다 죽지 않는다. 난 기공과 비술을 이용해서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딜러가 숨겨 놓은 카드가 보였다.

‘뒤집어진 카드가 9이네.’

딜러는 지금 19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난 딜러의 카드를 투시로 확인한 상태였다. 그리고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난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지?’

난 그리고 카드 통에 있는 카드를 봤다.

‘날 좀 믿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난 딜러를 보며 카드 한 장을 더 달라는 히트 신호를 냈다. 테이블을 두 번 두드리면 카드를 더 달라는 거다.

내게 돌아온 패는 17이다.

‘한 장 더 받아 볼까?’

난 씩 웃었다.

“죄송한데 저 한 장 더 받습니다.”

서말자는 내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더 받는 것은 플레이어의 자유다. 물론 이렇게 17이 된 상태에도 더 받으면 된장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난 촉이 있고 카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왜 그래? 말구 사장!”

“더 받아야 할 것 같아서요.”

“지금도 17이잖아. 무리하지 마!”

서말자는 아직 냉철한 정신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지금 한 장을 더 받겠다고 말하는 것은 확률로 따진다면 미친 짓이다. 1부터 4까지가 나올 확률은 무척이나 희박했다.

그것을 서말자는 아는 것이다.

“이제 초반이잖아요. 앞으로 무리하지 않겠습니다.”

“꼭 받고 싶어?”

“예. 제 촉이 자꾸 한 장 더라고 제게 소리치네요.”

내 말에 서말자는 나를 빤히 봤다.

“한 장 더 받겠습니다.”

내 담담한 말에 서말자는 이연아를 봤다. 이연아도 나를 믿어 보라는 눈빛을 보였다. 사실 첫 판이 도는 거라 카드 카운팅 같은 것을 할 수도 없는 순간이다.

물론 난 머리 아프게 카드 같은 것을 외우지도 않는다. 투시 능력이 있으니 이 vip객장과 아래 일반 객장에서 돈을 따기 위해 미친 듯이 움직이는 수천의 사람들 중 내가 돈을 딸 확률이 제일 높았다.

“마음대로 하세요.”

서말자는 초반전이라 내 촉을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이었지만 시험도 한 번 필요하다는 눈빛이었다.

“딜러님, 한 장 더 예쁜 것으로 주세요.”

난 10만 원짜리 칩 하나를 내 배팅 원 줄 옆에 살짝 물렸다. 이런 것은 버스트만 안 되게 해 주면 10만 원을 팁으로 주겠다는 뜻이다.

“노력하겠습니다.”

딜러는 천천히 내게 카드를 줬다. 카드가 펼쳐지는 순간 3이었다. 물론 난 처음부터 3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호! 촉이 좋네. 운도 좋고.”

이연아가 바람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리고 딜러가 이제 자신의 패를 오픈했다. 19다.

“19입니다.”

이렇게 되면 1구 블랙잭이 먹고, 서말자가 배팅을 한 두 구멍은 다 죽었다. 그리고 어깨는 돈을 땄고, 이연아는 잃었다. 물론 나 역시 땄다.

그럼 서말자가 딴 돈은 1구 150만 원에 어깨 200만 원, 그리고 내가 100만 원 해서 450만 원을 딴 거다. 하지만 서말자가 잃은 돈은 500이다. 더블 한 번에 200을 잃었고, 기존에 100, 그리고 이연아가 200을 잃었으니 50이 손해다.

“가 봅시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야죠.”

서말자는 딜러에게 패를 돌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날 보며 촉이 좋다는 듯 기분 좋게 윙크를 했다.

“300!”

그렇게 말하며 서말자는 당당히 300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겠다는 거다.

난 교묘하게 서말자가 돈을 딸 수 있게 카드를 읽고 딜러를 버스트로 몰고 갔다. 따야 간이 커진다. 그리고 간이 커지는 순간 서말자는 절벽으로 떨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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