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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48화 (148/210)

흑막의 신! 148화

“딜러! 버스트!”

서말자는 한 판에 나를 빼고 1,500을 땄다. 난 말구라 그냥 100만 원이나 50만 원 정도를 배팅했다. 원래 이렇게 말구가 블랙잭 판을 조정하는 거다.

그래서 말구가 잘해야 돈을 따고, 말구가 멍청하면 돈을 잃게 되는 거다. 그래서인지 말구가 잘하면 팁도 많이 나왔다.

말구도 어떤 면에서 보면 플레이어다. 그런데 다른 플레이어들이 돈을 준다. 하지만 말구가 못하면 종종 카지노 객장을 나서자마자 싸움이 나고 칼부림이 나고 살인이 나는 거다.

모든 것을 잃고 거지가 된 사람들은 이성을 잃는다. 그런 면에서 사북은 무척이나 위험한 도시일 거다.

“오! 말구 사장 촉 무지 좋네.”

사실 내가 더 받았기에 이번에 딜러가 버스트가 된 거다. 원래 높은 곳까지 올려놔야 떨어질 때 더 아픈 법이다.

‘정점의 순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렇게 딜러는 3번의 버스트를 하고, 서말자는 4,500만 원을 땄다. 그리고 딜러가 블랙잭이 한 번 나와 싹쓸이를 해 갔다.

이제 손익 계산으로 서말자는 3천을 딴 상태였다.

‘그럼 이제 슬슬 염불을 한 번 질러 볼까?’

난 서말자를 보며 씩 웃었다.

“사장님 파이팅! 하하하!”

“말구 사장님도 파이팅!”

아마 서말자는 지금 천국에 와 있는 기분일 거다. 도박장에서 따는 것만큼 행복한 천국은 없을 거다. 하지만 살짝 돌아서면 그곳이 지옥이라는 것을 금방 느끼게 될 거다.

다시 카드가 돌았고 1구부터 20으로 시작해서 서말자는 15, 16을 받았고, 어깨는 14를 받았다. 그리고 이연아는 20이 됐고 난 13이 됐다.

이제 모두 다 내 눈치를 본다. 어느 정도 카드가 돌았으니 외운 것을 풀어 보라는 거다.

지금 딜러는 15였다. 딜러 역시 패가 좋지 않았다.

“딜러 15네요. 뭘 더 합니까? 카드 아깝게.”

딜러가 15일 때는 버스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딜러는 연속 3번 버스트를 하고 블랙잭으로 한 번 먹은 상태다.

내 말에 순식간에 스테이 신호가 테이블에 파도타기를 하듯 흘렀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됐다.

“운이 좋아야 할 텐데.”

내 말에 딜러는 날 빤히 봤다.

“누가요?”

“나든 딜러 누나든.”

난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지금 딜러를 하고 있는 자운대 대원은 내 얼굴을 모른다. 자운대 대원 중에서도 핵심만 나를 아는 거다.

딜러는 카드 한 장을 더 받았다. 그런데 받은 카드가 4다. 이렇게 되면 19가 되어 모두 딜러 윈이 되는 거다.

“젠장!”

난 인상을 찡그렸다.

“흥분하지 말고.”

서말자는 날 자제시켰다. 이제 서말자가 딴 돈은 1,500뿐이다. 그리고 다음 판에는 서말자만 스프릿 3번을 해서 900을 잃고 테이블에 들어온 돈은 800만 원이었다.

결국 서말자는 100을 잃은 거다.

“오늘 나만 안 되네. 젠장!”

“아직 초반이야. 언니.”

“그래 초반에 아주 죽을 쓰네.”

서말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서말자는 1,600을 땄다.

‘문이 열린다. 지옥의 문이.’

난 차갑게 씩 웃었다. 내가 차갑게 웃는 모습을 보고 서말자가 날 빤히 봤다.

“감이 좀 오나?”

이건 딜러가 있기에 우회적으로 이제야 카드 카운팅이 됐냐는 말이다.

“이제 슬슬 오네요.”

“그럼 한 번 달려 볼까?”

서말자는 그렇게 말하고 이 테이블의 최대인 300을 걸었다. 서말자는 지금까지 2구에 돈을 박았다. 다시 말해 서말자가 배팅을 하는 돈은 이제 600이 된 거다.

그리고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 역시 300씩 배팅을 했다. 그럼 이번 판은 총 1,500만 원이 배팅되는 거다.

난 기공과 비술을 통해 카드 통에 들어가 있는 카드를 4장까지 투시할 수 있다. 내가 서말자를 절망으로 이끌 수는 있지만 그녀를 완벽하게 절망으로 향하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욕망에 가득 찬 서말자 자신이다.

‘돈을 잃고 따는 것은 하늘의 뜻이겠지.’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서말자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 다시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내가 투시할 수 있는 4장의 카드는 충분히 서말자를 수렁에 집어넣을 수 있다.

플레이어들이 배팅을 완료하고 딜러는 잠시 쭉 테이블을 봤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야릇하게 웃었다.

아무도 딜러의 웃음을 보지 못했지만 난 딜러의 야릇한 웃음을 봤다.

‘뭔가 있다.’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자 딜러가 능숙하게 카드를 배분했다.

척척척! 척척척!

카드가 돌고 1구부터 카드를 받았다. 1구의 카드는 9였다. 그리고 서말자는 마담을 받았다. Q다. 원래 여자는 무서운 존재다. 더욱이 카드에서 가장 무섭고 위험한 패는 마담이다. 어디 가나 여자가 무서운 거다.

그리고 서말자는 다시 2를 받았다. 그렇게 카드는 착착 돌았다. 어깨가 7을 받았고, 이연아가 A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내게 3이 들어왔다.

그리고 딜러의 카드는 4다. 딜러가 4를 받자 서말자는 씩 웃었다. 그리고 다시 카드를 받았고 1구가 나왔다. 늙은 여자는 4를 받았다. 이 상태라면 여자는 스테이를 할 것이다. 그리고 서말자는 다시 마담을 받았다.

‘쌍마담이네. 도박을 할 건가?’

난 문뜩 서말자가 이제 도박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박과 독박. 그것은 한 글자 차이다. 그리고 다시 옆에 있는 2에 다시 2가 붙었다.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딜러가 장난을 시작한 거다. 이대로 간다면 서말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밑천 중 반 이상을 날리게 될 거다.

‘어떻게 가는지 보자.’

어깨는 다시 7이 붙고 연아는 A가 다시 붙었다. 이건 한마디로 사고를 친 판이다. 여기서 서말자는 결정을 해야 할 거다. 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딜러의 숨겨진 패가 10이라면 서말자는 충분히 크게 배팅을 할 수도 있는 판이다.

서말자는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딜러가 숨겨 놓은 패는 10이었다. 그것도 마담이다. 역시 오늘 여자들이 분명 사고 칠 것 같았다.

‘마담이 사고를 친다.’

난 그런 생각이 들어서 카드 통에 있는 서말자가 받을 카드를 투시해 봤다.

‘역시군!’

지금 하늘이나 딜러 둘 중 하나가 장난을 치고 있는 거다.

역시 예상대로 1구에 앉아 있는 늙은 여자는 스테이를 했다. 딜러가 버스트가 되기를 바라는 거다. 하지만 이번 판에는 누구도 버스트는 없을 거다.

그리고 이제 서말자의 차례다.

지금 서말자가 배팅한 2구에는 쌍년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어쩜 서말자에게는 두 장의 Q가 두고두고 있지 못할 썅년일 거다. 사실 지금 스테이를 하면 20이다. 완벽한 패는 아니지만 쉽게 지지 않는 패다.

하지만 서말자는 딜러가 4를 받아 놓은 것 때문에 욕심을 부릴 것 같았다.

‘스프릿을 한다면 넌 호되게 당하는 거다.’

카지노 도박은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잃고 따는 것이 정해졌다. 딜러나 하늘 역시 지금 서말자를 시험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카지노에서 10이 되는 숫자나 카드를 스플릿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그렇게 한 다면 된장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원래 10이 되는 숫자가 블랙잭에서는 가장 많이 나온다. 1부터 9까지의 동일 숫자가 6장이다. 카지노 카드 게임은 보통 6목의 카드로 진행을 한다. 다시 말해서 하드 한 목이 52장이다. 1부터 9까지는 총 36장이다. 그리고 10이 되는 숫자는 16장이다. 확률로 44퍼센트에 육박하는 거다.

6목의 카드로 블랙잭을 해도 확률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서말자는 딜러가 숨긴 카드를 10이라고 생각하고 스플릿을 할지도 모른다.

쌍년인 마담 두 장을 스플릿해도 다시 10이 나올 확률이 더 많으니까. 그리고 운이 좋아 1이 나온다면 서말자에게 더 좋을 것이 없을 거다.

‘눈빛이 고민을 하네.’

아마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이 순간 고민 따위는 하지 않을 거다. 지금까지 서말자가 결론적으로 돈을 따고는 있지만 서말자 혼자서는 계속 돈을 잃고 있다. 지금이 만회를 할 찬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서말자의 눈이 반짝였다.

“스플릿!”

서말자는 과감하게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하며 블랙잭 수신호를 딜러에게 보였다. 딜러는 왜 그러느냐는 눈빛으로 서말자를 다시 봤다.

“정말 스플릿이십니까?”

“스플릿!”

서말자는 짧게 말하며 300만 원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욕심이 드디어 무덤을 파는군.’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과부들이 미친년 하나를 잡는구나!”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왜? 마담을 찢습니까?”

내가 나직이 말하자 서말자는 내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눈빛을 보였다. 물론 나도 서말자가 스플릿을 해서 카드를 찢는 것에 환영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쯤은 말려 줘야 더 오기가 생겨서 배팅을 더 하는 거다.

‘오늘 네년 블랙잭 판에서 포커 뜨겠네.’

블랙잭은 4장까지 카드를 찢을 수 있다.

다시 딜러가 조심스럽게 카드를 서말자의 앞에서 오픈을 했다. 역시 내가 투시한 대로 마담Q였다. 서말자는 더욱 고민이 되었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그냥 스플릿을 하지 않았다면 20이다. 그럼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판인 거다.

그런데 자신이 스플릿을 해서 일을 크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한 번 스플릿을 하면 다시 하는 것이 정석이다.

‘네년은 또 짼다.’

이미 20이라는 숫자를 째는 순간, 서말자의 탐욕은 하늘을 찔렀다. 이제 누구도 멈출 수는 없는 거다. 그리고 멈춰서도 안 된다.

서말자는 절망으로 달려야 하는 존재다. 그녀는 내가 정의한 악이다. 타인에게 모질게 죄를 짓는 사람은 죄인이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모진 죄를 짓는 것은 악인이다.

누구나 죄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죄를 지은 모두가 악인이지는 않다. 하지만 서말자는 완벽한 악인이다.

물론 그의 남편인 정보람의 삼촌도 내가 규정한 악인일 거다. 하지만 모든 죄는 죽음으로 사멸되는 거다.

죽음은 그런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 이제 죽지 않은 서말자가 모든 죄를 지고 가야 하는 거다. 그리고 자신이 지은 죄의 대가로 조카에게 밝은 광명을 줘야 하는 거다.

‘죽음으로 죄를 사해야 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서말자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저런 행동은 갈 때까지 한 번 가 보겠다는 행동이다. 그리고 서말자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 한숨은 포기를 의미하지 않고 더 거대한 탐욕을 의미한다는 것을 난 알 수가 있었다.

“스플릿!”

서말자는 손가락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고 좌우로 찢었다. 그리고 과감하게 다시 300을 더 올려놨다. 이제 서말자가 배팅을 한 금액은 900이 됐다.

누군가는 한 달에 팔십칠만 원을 번다. 지금 서말자는 누군가의 1년 연봉에 가까운 금액을 배팅하고 있는 거다.

‘포커 떠 봐라!’

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서말자의 카드에 스페이스 마담이 다시 떴다.

원래 스페이스 문양의 뜻은 파괴를 의미한다. 검을 의미하면 악마의 창을 의미하고 죽음의 삽을 의미하며 단두대의 칼날을 의미한다.

지금 서말자의 마지막 스페이스 마담은 서말자에게 검이 되어 돌아올 것이고 악마의 창이 될 것이며, 죽음을 위한 무덤을 파는 삽이 될 것이다. 그리고 위태위태한 그녀의 삶을 정리해 줄 단두대가 될 것이다.

서말자는 딜러를 힐끗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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