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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50화 (150/210)

흑막의 신! 150화

“어떻게 되는지 보자.”

어쩜 이 순간이 서말자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몰랐다. 딸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득한 순간이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행복한 순간은 찰나일 거다.

‘다음은 비둘기가 난다.’

파리는 전쟁과 기아, 그리고 죽음을 상징한다. 그리고 비둘기를 상징하는 9는 평화를 상징한다. 하지만 전쟁과 평화 사이에는 파멸이 존재할 거다.

딜러는 조심스럽게 카드를 서말자에게 밀어서 더욱 조심스럽게 카드를 오픈했다. 이제 순간순간이 긴장의 순간인 거다. 이번 판에 최소 7,500만 원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액수는 4천이 더 증가할 수도 있었다.

“9네.”

쿵쾅! 쿵쾅!

서말자의 심장 뛰는 소리가 내 귀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 할 것 같아? 딜러 언니!”

“전 모르겠습니다.”

“알면서.”

“모르겠습니다.”

딜러는 긴장이 됐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더블이야!”

이제 서말자가 건 돈은 8,500만 원이 된 거다.

그리고 딜러는 다시 서말자에게 카드를 줬고 9를 받아서 20이 됐다.

“추카추카! 오늘 대박 나겠네요.”

탁탁탁! 모두 다 숨을 줄이고 있는 순간, 1구의 늙은 여자가 테이블을 두드렸다. 정말 눈치가 없는 거다. 지금은 초긴장 상태다. 서말자는 1구의 늙은 여자를 째려봤다.

“조용히 있으라고 했지!”

서말자는 소리를 질렀다.

“알, 알았어.”

“스테이하고 다음 카드.”

서말자는 신호를 보내며 다음 카드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9가 떴다. 이번에도 더블이 되는 순간인 거다. 정말 서말자는 이 순간 두 번 다시 받아 볼 수 없는 좋은 패를 받고 있는 거였다.

어쩜 이 순간 내가 없었다면 서말자는 대박을 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말자의 파멸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내가 딱 앉아 있다. 그러니 서말자는 아무리 좋은 패를 받는다고 해도 돈을 딸 확률은 거의 제로일 거다.

‘지금은 그냥 웃어라! 곧 절망하게 될 거니까.’

난 긴장하고 있는 서말자를 봤다. 서말자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무척이나 긴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긴장 속에서 노름꾼만 느낄 수 있는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마 그 어떤 노름꾼도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서말자처럼 했을 거다.

그래서 도박이라고 한다.

카지노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박을 하기 위해서 온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잃는다.

그냥 게임을 하려고 즐기려고 온다면 돈을 딸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도박을 하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돈을 잃게 된다.

주식도 마찬가지일 거다. 주식은 주식처럼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소액 투자자들인 개미들은 주식을 도박처럼 한다.

5천 원짜리 주식을 사서 며칠 만에 몇 배를 뛰기를 바라니 돈을 잃는 거다.

지금 서말자도 그런 개미와 마찬가지일 거다.

그리고 그런 개미들은 마지막 순간 거대한 것들에게 밟혀 죽는다. 지금 서말자라는 개미는 내게 밟혀 죽으려고 배팅을 하고 있는 거였다.

“더블!”

이제 서말자는 1억에서 500만 원이 빠지게 배팅을 했다. 그리고 계속 비둘기는 날아서 서말자는 총 4번을 더블을 쳤다. 도합 1억 하고도 1,500만 원을 이번 판에 배팅을 한 거다.

이제 서말자의 수중에는 백만 원짜리 칩 다섯 개가 전부였다.

처음 3억을 가지고 올라온 서말자다. 1구에게 5천을 줬고, 어깨에게 5천을 줬다. 그리고 이연아에게 5천을 줬다. 그리고 각자들에게 일당을 지급하고 내게도 천만 원을 줬다.

이제 이번 판에서 서말자가 지면 서말자는 오링이 되는 거다.

“그래도 다행히 화려하네요.”

난 씩 웃었다.

“그래. 아직은 다행이네.”

“행운이 있겠죠.”

“그래야지. 이번에도 지면 내 영혼까지 오링이야!”

서말자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제 어깨의 차례다.

“전, 전 어떻게 합니까?”

어깨가 판돈이 커진 것을 보고 긴장을 해서 서말자를 보며 물었다.

“7에 스플릿을 하는 놈은 병신이지.”

이제 서말자는 대놓고 명령을 했다.

“그렇죠.”

어깨는 그냥 스테이를 했다.

이제 이연아의 차례였고, 이연아는 서말자가 지시를 할 틈도 없이 스플릿을 외쳤다.

사실 A 두 장에 스플릿을 하지 않는다면 병신이다. 누가 안 하겠는가? 그냥 두면 2나 12가 되지만 찢으면 기회가 더 오는 거다. 언제나 말했지만 10이 블랙잭에서 가장 많다.

“원래 정석으로 가야 돈을 안 잃어.”

“그, 그렇지.”

딜러는 이연아에게 8을 줬다. 19…… 나쁘지 않다.

그리고 다시 다음 A에 7을 줬다. 18…… 역시 나쁘지 않았다.

이제 내가 남은 거다. 난 딜러와 카드 통에 들어 있는 카드를 봤다.

‘10이네.’

이 상태라면 딜러는 버스트가 되는 거다. 그리고 서말자는 이번 판으로 도합 1억 5천 이상을 벌게 된다.

딜러가 숨겨 놓은 카드는 10이었다. 내가 스테이를 하면 딜러는 그냥 버스트였다.

‘오늘은 내가 악마다!’

난 씩 웃었다. 그리고 서말자는 내가 웃는 모습을 보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날 뚫어지게 봤다.

“스테이 해!”

“제 카드는 제가 알아서 합니다.”

순간 난 태도를 바꿨다.

“뭐라고?”

“제 카드는 제가 알아서 한다고요.”

“그러지 말고 스테이 하라고.”

딜러도 이미 여기 앉아 있는 사람 모두가 서말자의 병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알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난 서말자를 노려보며 이연아를 봤다.

‘지금이 나갈 타이밍이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이연아를 뚫어지게 봤고, 이연아 역시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오른손가락을 테이블에 살짝 두 번 두들겼다.

“야! 말구! 스테이 하라고!”

서말자가 소리를 지르자 딜러가 서말자를 봤다.

“조용히 해 주십시오. 카드를 받을지 말지 결정하시는 분은 마지막 플레이어님의 자유이십니다.”

“넌 닥치고 있어.”

서말자는 딜러에게 막말을 했다.

“말구 사장님! 스테이 하세요. 저도 불안하네요.”

이연아도 연막을 피웠다.

“싫습니다.”

“야! 시발 놈아! 겨우 100만 원 걸고 왜 카드를 더 받아. 지금은 스테이를 할 판이야!”

“카드를 8장 찢으신 분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이, 이 시발! 누, 누구…….”

서말자는 말을 하다가 딜러를 봤다. 분명 병정을 세워서 게임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는 말을 못 하는 거다.

“딜러 뭐합니까? 카드 안 주시고. 히트입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을 두드렸다.

툭툭! 툭툭!

서말자는 지금 이 순간, 본인의 힘으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제발 10만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난 이미 카드가 10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우겨서 10을 받은 거다. 내가 이 카드를 받지 않으면 딜러는 버스트가 된다.

‘울화통이 터질 거다.’

“플레이어 버스트!”

딜러의 경쾌한 음이 내 귀에 들렸고 서말자에게는 절망의 전주곡처럼 들렸을 거다.

“딜러 카드 오픈!”

딜러는 천천히 카드를 오픈했다. 뒤에 카드는 10이었다.

“14입니다.”

그 순간 서말자가 날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이 개 같은 새끼야! 안 받았으면 딜러 버스트잖아. 개 잡종 같은 새끼야!”

앙칼지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했다. 원래대로라면 서말자는 1억 5천을 버는 거였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막은 거다.

지랄발광을 하는 서말자를 보며 난 씩 웃었다.

그리고 서말자는 내 웃음을 보고 파르르 눈빛이 떨렸다.

“너, 너 설, 설마…….”

“뭐가요?”

“너, 너 설마 버스트가 될 걸 알고 받, 받은 거야?”

“제가요?”

난 다시 씩 웃었다.

“너 개새끼! 너 설마 카운팅하고 나서…….”

“제 판단에는 다음 카드가 7이었습니다. 그럼 딜러가 21이 되는 거잖아요.”

“뭐? 다음 카드가 7이라고 카운팅했다고?”

“항상 오차는 있는 법이죠.”

나는 다시 씩 웃었다.

“그, 그럼 다, 다음 카드가…….”

서말자의 뇌리에는 우리가 아는 럭키 7이 떠올랐을 거다. 물론 다음 카드는 서말자가 생각하는 7이다.

“오차가 있었지만 제가 틀렸으면 다음 카드가…….”

난 서말자를 보며 씩 웃었다. 서말자의 얼굴은 흙빛이 됐다.

“카드 오픈하겠습니다.”

보통 딜러는 그냥 카드를 오픈한다. 하지만 판이 판이고 분위기가 분위기이니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딜러 세븐! 딜러 21! 죄송합니다.”

딜러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내 히트 한 장에 모두가 다 돈을 잃은 거다. 서말자는 날 노려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내게 달려와 머리털을 뽑을 기세였다.

그때 이연아가 일어섰다.

“야! 이 썅놈아!”

정작 내 머리털을 잡고 흔든 것은 이연아였다. 그리고 딜러는 순간 놀라 비상벨을 눌렀다.

“내가 씨발 너 때문에 돈 잃었잖아!”

아아악!

“이거 놔!”

나 역시 이연아에게 소리를 질렀다.

“객장에서 난동을 부리시면 영구히 입장 불가가 되십니다.”

딜러가 이연아에게 경고를 했다.

“씨발놈아! 받지 말라고 했잖아.”

정말 이연아의 연기는 리얼했다. 내 머리털이 한 움큼 이상 뽑힐 것 같았다. 그때 카지노 보안 요원들이 룸 안으로 뛰어들어 와서 내 머리털을 잡고 늘어진 이연아를 내게서 떼어 냈다.

“사무실에 가셔서 이야기를 좀 하셔야겠습니다.”

보안팀 팀장이 나와 이연아를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왜? 영구 제명 시키려고?”

이연아는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동을 부리시면 정말 영구 출입 통제 당하십니다.”

“그래! 시켜라! 시발놈들아.”

“가시죠.”

“놔! 어디를 만져.”

쫙!

이연아가 자신의 팔을 잡는 보안팀 직원의 뺨을 후려쳤다.

“이러시면 안 된다고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좆 까!”

정말 이연아는 내가 지시한 대로 영구 제명을 당하기 위해 발악을 했다. 그리고 내 퇴장 타임도 정확하게 만들어 줬다.

“모셔라!”

보안팀 팀장이 직원들에게 지시를 했고, 그 순간 이연아의 팔을 두 명의 보안팀 직원이 잡았다. 그 순간 서말자가 일어섰다.

“이년아!”

아마 이연아를 급하게 부르니 이년아가 되는 것 같았다. 서말자가 소리를 지르자 보안팀 직원이 서말자를 봤다.

“왜 그러십니까?”

“그, 그게 아니라…….”

서말자는 말을 더듬었고 이연아는 서말자를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살짝 윙크를 했다.

“너, 너…….”

사실 이연아의 수중에는 아직도 5천만 원이 고스란히 있었다.

“고마워! 잘 쓸게.”

이연아는 그렇게 말했다.

“너, 너…….”

서말자는 말을 더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연아는 속으로는 정말 기분 좋게 나와 같이 보안팀 사무실로 끌려갔다.

물론 결과적으로 이연아는 영구 제명을 당해서 카지노 입장이 영원히 통제 당했고, 나는 3개월 입장 정지를 먹었다.

하지만 이연아에게는 새로운 삶이 시작될 거다.

털썩!

서말자는 끌려가는 이연아를 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카, 카드 돌려!”

서말자는 마지막 남은 500만 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 배팅도 서말자는 버스트가 되어 돈을 날렸다.

“돈, 돈 내놔!”

서말자는 늙은 여자에게 나직이 말했다.

“뭐하시는 거죠?”

딜러가 서말자를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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