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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51화 (151/210)

흑막의 신! 151화

“돈 빌리는 것도 불법인가?”

서말자가 딜러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건 아닙니다.”

“여기 있어. 그럼 다음에 보자고.”

늙은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늙은 여자가 서말자에게 밀어 준 칩은 총 2,500만 원 정도였다.

“너, 너도 줘.”

“드리죠.”

어깨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말자에게 칩을 밀어 줬다. 이제 서말자의 수중에 5천만 원 정도가 있었다.

“이번에 잃으시면 큰일 납니다.”

“알, 알고 있어.”

하지만 이미 서말자는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시쳇말로 석은 완전히 죽어 있었다.

그렇게 서말자는 판단력을 잃고 가지고 있던 돈을 다 잃었다.

“다, 다 잃었네.”

서말자는 옆에 있던 어깨를 봤다.

“그럼 가지죠.”

“오링 난 거지?”

“예. 영혼까지 오링 되셨네요.”

어깨는 서말자가 약간 불쌍한 눈으로 봤다. 이래서 씹 정이 무서운 모양이다. 하지만 동정도 여기까지였다.

“그래. 그래도 마지막 크게 한 번 배팅했잖아. 그럼 된 거지.”

서말자는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했다.

“원도 없으시면 가시죠.”

“가야지. 내 영혼도 오링이네. 가자! 미련도 없다. 이 더러운 세상!”

서말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서말자는 휘청했다.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고 갈 어깨도 저런 서말자를 보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절대 도박의 늪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너!”

“예.”

“나처럼 되지 마라. 사람처럼 못 산다.”

서말자는 자신을 부축해 준 어깨에게 마지막 충고를 했다.

“그래야겠네요.”

“돈에 욕심 부리지 말고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이제야 그걸 알았네. 호호호!”

자신의 죽음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서말자는 그렇게 후회를 했다.

“그러고 보니 참 난 못된 년이었네.”

“시키는 대로 다 했으니까. 이제 네가 약속 지켜!”

“머리털 다 뽑히는 줄 알았다.”

“호호호! 원래 아줌마가 힘이 세잖아.”

“아줌마?”

“그래! 아줌마!”

맞다. 이연아는 아줌마다. 그것도 11살짜리 딸이 있는 아줌마다. 그런데 그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것을 깜박깜박 잊는다.

“할 일은 있고?”

“찾아봐야지. 그래도 말자 언니가 준 돈 5천만 원이 있으니 뭐라도 하겠지.”

“그게 준 거냐? 강탈을 한 거지.”

“원래 카지노는 다 그래.”

“정신 바짝 차렸으면 내가 일자리 줄까?”

“일자리?”

“응.”

“줄 일자리가 있나?”

“내 비서 어때?”

내 말에 이연아는 나를 빤히 봤다.

“비서?”

“무슨 일 하는데? 설마 정말 어느 집 도련님이신 거야?”

“그런 거 아니라는 거 알잖아.”

“그럼?”

“작은 단체 하나를 운영하고 있지. 딸 찾을 때까지 나랑 같이 일할래?”

“호호호! 비서? 고맙습니다. 사장님!”

이연아는 그렇게 말하며 내 팔짱을 꼈다.

“그런데 애 아빠는 뭐하는 사람이야?”

“조폭!”

이연아는 무겁게 말했다.

“조폭?”

“응. 갈퀴라고 꽤 유명하대.”

갈퀴?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이름이었다.

“일이 쉽게 진행되겠네.”

“왜? 우리 애기 사장님도 조폭 과인가?”

“원래 와일드한 것은 와일드하게 푸는 게 좋잖아.”

“애기 아빠 원래 엄청난 딸 바보야. 쉽게 우리 딸 내놓지 않을 거야.”

이연아의 말에 난 이연아를 빤히 봤다.

“딸이 필요한 거야? 딸 아빠가 필요한 거야?”

내 물음에 이연아는 날 뚫어지게 봤다.

“내 잃어버린 시간이 필요하겠지.”

“으음.”

난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때 내 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아마 뜨악새일 거다.

-뜨악새입니다.

“찾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딸아이의 아빠가 갈퀴라는 조폭입니까?”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난 힐끗 이연아를 봤다.

“지금에서야 말해 주네요.”

-그런데 조폭이라고 해도 딸한테는 무척이나 잘하는 아빠인 것 같습니다. 딸도 좀 아프고요.

“어디가?”

난 이연아를 의식해서 아프냐고 묻지 않았다.

-심장 이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이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그리고 재창건설에 비서 자리 하나 만들어 놓으세요.”

-비서 자리요?

“예. 비서 한 명 구했습니다.”

내 말에 이연아가 나를 보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듯 환하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뚝!

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이연아를 봤다.

이연아는 여전히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마 잃어버린 엄마가 되고 싶은 거였다.

* * *

마포 불곰이 생활하는 인천 안가.

마포 불곰은 김민수가 다녀간 후에 일체의 외부 활동을 접고 인천에 마련해 놓은 안가에 칩거를 했다.

“잃어버린 인생을 다시 돌려라!”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내 인생을 돌리면…….”

마포 불곰의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도움을 받은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사람 인생은……. 나한테 속은 그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마포 불곰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서슬 퍼렇게 자신에게 소리를 질렀고 또 애원을 했던 김민수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다 알아 버렸어.”

쿵쾅! 쿵쾅!

“으악!”

쾅쾅쾅!

퍼퍼퍽!

그런데 갑자기 밖이 요란했다.

“뭐야?”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마포 불곰이 앉아 있는 방으로 남자 하나가 급하게 뛰어들어 왔다.

“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야!”

“저번에 난입을 했던 놈들이 다짜고짜 지금 쳐들어 왔습니다.”

“그게 뭐가 무섭다고 이 난리야!”

“놈, 놈들이 죽는 게 안 두려운 모양입니다.”

“뭐? 죽는 게 안 두려워?”

“그렇습니다. 저번이랑 눈빛부터 틀립니다. 그리고 갈퀴라는 놈은 마치 악령 같습니다.”

그때 문을 열고 조폭들이 들이닥쳤다. 제일 앞에 갈퀴가 무거운 얼굴로 마포 불곰을 봤다.

“내가 분명히 저번에 경고를 했을 건데?”

마포 불곰은 갈퀴를 노려봤다.

“조용히 뵙자고 분명히 청했습니다.”

갈퀴는 얼굴과 다르게 마포 불곰에게 존대를 했다.

“내가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외부 손님을 만나지 않는다고 제 사람들이 말했을 건데요?”

“제게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전쟁을 하자는 겁니까?”

마포 불곰은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그때 갈퀴가 마포 불곰을 잠시 보다가 쿵하고 마포 불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살려 주십시오.”

갑작스러운 갈퀴의 행동에 마포 불곰은 당황스러웠다.

“뭐하는 거죠?”

“제발! 살려 주십시오. 앞으로 시키시는 일은 뭐든 다 하겠습니다.”

“이해 할 수 있게 말하세요.”

“다 알고 왔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뭘 다 알고 왔다는 거죠?”

“제 딸을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제발! 제 딸에게는 지금 심장이 필요합니다.”

갈퀴의 말에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난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제가 의사도 아닌데 어떻게 당신 딸을 살려 드리죠?”

마포 불곰이 장기 밀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듯 말하자 순간 갈퀴의 눈이 사납게 변했다.

“다 알고 왔다고 했습니다.”

갈퀴의 외침에 마포 불곰은 피식 웃었다.

“장기 밀거래는 충분히 직접 할 수도 있을 건데?”

“저도 알아보고 찾아보고 했습니다. 하지만 심장이라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너무 시간이 없습니다.”

갈퀴가 말한 것처럼 심장이 제일 구하기 어려운 장기였다.

콩팥은 둘이다. 그리고 간이식도 공여자를 죽음까지 몰고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심장은 다르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죽어야 하는 것이 바로 심장 이식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장기 기증이 너무나 적었다. 또 공식적으로 접수를 해 놓지 않은 상태였기에 갈퀴의 딸에게 맞는 심장이 있다고 해도 순번으로 해서 뒤로 밀리게 되는 거였다.

“그래서 나한테 왔다.”

“그,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한테 무례하게 군다?”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는 딸입니다. 그리고 엄마도 없는 딸입니다. 그래서 제가 눈이 돌아갔습니다. 제발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의 무례를 저지른 당신에게 내가 도와줄 것 같나요?”

마포 불곰의 말에 갈퀴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무례를 사죄드립니다. 칼!”

갈퀴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외침에 부하 하나가 조심스럽게 갈퀴에게 사시미를 내밀었다.

“형, 형님!”

“물러나라!”

갈퀴는 짧게 말하고 서말자를 봤다.

“이것으로 용서를 해 주십시오.”

갈퀴는 그렇게 말하고 부하에게 받은 칼을 힘껏 들어 바닥에 놓여 있는 자신의 왼손을 힘껏 찔렀다.

수욱!

“으윽!”

쫘아악!

순간 사방으로 피가 튀었고, 마포 불곰은 갈퀴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리 사회의 악이라는 조폭도 아버지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도와준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손을 버리셨군요.”

마포 불곰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순간에도 갈퀴가 스스로 박아 넣은 사시미는 바닥에 그대로 박혀 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는 갈퀴의 오른손이 있었다.

마포 불곰의 말에 갈퀴는 마포 불곰을 지그시 봤다.

“들어 주시지 않는다면 다음 제 칼이 어디로 향할지 모릅니다.”

자신을 희생시킨 후에 타인을 협박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소름이 돋는 일일 거다.

“협박 한 번 제대로 하네요.”

“도와주십시오.”

“그런데 어떻게 하죠? 제가 지금 무척이나 곤란한 상황이라서.”

“제발 부탁드립니다.”

갈퀴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이 박아 넣은 사시미를 천천히 뽑았다. 그리고 뽑힌 칼이 어떻게 돌변할지 마포 불곰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전 그쪽 일에 은퇴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그럼 마지막 은퇴 작품이 되겠군요.”

“감사합니다.”

“목숨은 목숨으로 갚는 겁니다.”

“알, 알고 있습니다. 시키시는 일은 뭐든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심장은 한 명을 살리기 위해서 한 명이 죽어야 합니다.”

마포 불곰의 말에 갈퀴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물론 갈퀴 역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처음 갈퀴는 전국에 있는 식물인간들의 보호자들을 찾아서 애원을 했고, 또 부탁을 했고, 거래를 했다.

하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다 보니 식물인간들의 심장이 너무 비대해져 버린 거였다. 그리고 어린 아이의 심장을 구해야 하는데 그 역시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찾아온 것이 바로 마포 불곰이었다.

“딸아이가 몇 살이죠?”

“11살입니다.”

“그럼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죽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마포 불곰의 말에 갈퀴는 아무 말도 못했다. 오직 딸을 살리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역시 대답이 없으시군요.”

“죄, 죄송합니다.”

“내일까지 따님의 검사 기록과 조직 세포 검사 결과를 가지고 오세요. 그리고 5억 가지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입양 준비를 하셔야겠네요.”

“예?”

갈퀴는 표정이 굳어졌다.

“입, 입양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럼 어떻게 심장을 이 한국 땅까지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마포 불곰은 갈퀴를 노려봤다.

“그, 그럼…….”

“5억 중 3억은 입양될 아이의 형제들에게 돌아갈 겁니다. 물론 전 그렇게 최대한 해 볼 참입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다른 이들이 행복하게는 살지 못해도 편하게는 살겠죠.”

“그, 그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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