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의 신-152화 (152/210)

흑막의 신! 152화

“그리고 국제 입양 조건이 무척이나 까다로운 건 아시죠?”

“잘, 잘 모릅니다.”

“엄마가 없다고 했으니 가짜라도 엄마를 만들어 놔야 할 겁니다. 물론 진짜면 더 좋고요.”

“정, 정말 입양을…….”

“지금 이 순간 내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죠?”

“아, 아닙니다.”

“나도 내가 사람으로 안 보입니다. 그렇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을 당신이 또 시켰다는 것만 아세요.”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 잊어요. 난 이번이 은퇴작이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알, 알겠습니다.”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외로 나간 한국 입양아들이 하던 것을 중국 입양아들이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마포 불곰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파란 눈깔들이 다 사랑과 평화 그리고 박애 정신이 투철해서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의 아이들을 입양하는 줄 압니까?”

“예? 그, 그럼…….”

“당신이 당신 딸을 살리기 위해 할 짓을 그놈들은 아주 옛날부터 해 온 겁니다. 물론 전부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모든 일에는 빛과 어둠이 있는 법이다. 빛은 행복한 입양을 말하는 걸 거다. 하지만 어둠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두려운 거였다. 한국의 해외 입양의 역사는 길다.

특히 한국 전쟁을 계기로 본격화된 해외 입양의 역사는 어느덧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 혈연을 중시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어쩜 정해진 수순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해외로 팔려 나갔다. 처음 해외 입양을 하면 두 당 얼마 정도의 지원금이 나왔다. 그것을 노리고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어른’들의 선택에 의해 한국을 떠나 전혀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살아야만 했던 입양 아동들이 이제는 성인이 되어 돌아와 자신들을 버린 이 사회에 묻고 있다. 어쩌면 그건 절규일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는 해외 입양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버렸는가?

그와 관련된 영화도 있다.

최진실이 출현한 영화일 거다.

해외 입양은 입양을 떠나보낸 그 순간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입양인의 평생에 거쳐 진행되는 문제라는 점을 도대체 한국 사회는 알고 있느냐?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들어야 하는 이 대한민국 사회는 묵묵부답이었다. 누구 하나 입양아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어쩜 애써 외면했던 우리의 아픈 현실이기에 모두 함구를 한 걸 거다.

하지만 돌아올 수 있는 아이들은 그래도 다행이었다. 아주 극소수이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것을 지금 마포 불곰은 말하는 거다.

1953년부터 2007년에 이르기까지 해외 입양을 통해 한국을 떠난 사람은 약 16만 명에 이른다.

“6,25 전쟁부터 아이들을 팔아먹었어요.”

마포 불곰은 멍해져 있는 갈퀴를 보며 말했다.

“팔, 팔아먹었다고요?”

“외국으로 입양이 되면 수수료가 나오니까. 웃기죠?”

“그, 그렇습니다.”

한국은 해외 입양인의 누적 숫자로 치면 압도적인 1위 국가다.

세계 경제 규모 11위인 ‘경제 대국’ 한국은 지금도 중국, 러시아, 과테말라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자국 아동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아동 수출 대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해외 입양은 철저히 잊혀진 역사다.

누구 하나 쉽게 이야기를 문제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무상 급식을 하겠다고 소리치지만 해외로 보내는 아이들에게 지원할 돈은 너무도 적게 책정하는 대한민국인 거다.

포괄적인 복지 사업 하나만 하지 않아도, 아니, 청계천을 비추는 등불 하나만 꺼도, 4대강 사업에 쓰일 돈 중 보 하나만 덜 만들어도 우리가 버리는 아이들을 우리 손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정작 필요한 건 하지 않았다. 아니,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지도 모른다.

해외 입양인은 자신을 길러 줄 양부모를 갖게 된 수혜자로 여겨지고, 아이를 입양 보낸 생모는 자기 자식을 버린 죄인이라고 낙인찍힘으로 인해 결국 직접 해외 입양에 관계되는 이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이런 가운데 국내의 입양 기관과 한국 등 외국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백인 부모들의 입을 통해 해외 입양은 인도적으로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선행으로 찬양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그 백인 부모들이 최고의 선행을 위해서 입양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요즘 제기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음모론으로 치부되어 갔다.

하지만 아예 그런 일이 없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는 거다.

자신의 친자식을 살리기 위해 외국 입양을 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다.

그걸 지금 마포 불곰은 갈퀴에게 시키고 있는 거였다.

이들 해외 입양 아동은 생모의 99%가 미혼모다.

안타까운 것은 미혼모의 자녀로서 해외로 내보내 졌다.

그 아이들이 모두 살아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마포 불곰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는 갈퀴를 뚫어지게 봤다.

“무슨 말인지 이제 알겠죠?”

“모, 모든 죄, 죄는 제, 제가…….”

“모든 죄는 당신이 안고 가야 합니다.”

“알, 알겠습니다.”

“우선 입양을 할 수 있는 준비나 철저하게 하세요.”

마포 불곰은 그렇게 말하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그리고 마포 불곰은 민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

“최익현 어디에 있지?”

나는 사북에서 다녀온 후에 바로 소집령을 내렸다.

“지금 강남에 있는 룸살롱에 있습니다.”

“룸살롱?”

“예.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진태가 나를 보며 대답을 했다.

“고민이라? 악인도 고민할 것이 있나?”

“김민수가 대단하고 그의 부친이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래. 그럼 이제 확보가 되겠군.”

“그렇습니다. 요원들이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직접 가 보지.”

“직접 말씀이십니까?”

“그래야 할 것 같아.”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최익현이 술을 마시고 있는 룸살롱으로 향했다.

같은 시간 최익현은 엉망진창으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것은 초조하기 때문일 거다.

“오빠! 오늘 술 먹고 죽으려고 그래?”

“매상 올려 주는데 싫나?”

“그건 아니지만…….”

“닥치고 술이나 더 가지고 와.”

“알았어요.”

술집에서 술 팔아 준다는데 마다할 나가요는 없을 것이다.

나가요 걸이 룸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와 동시에 룸 안으로 들어왔다.

“최익현 씨죠?”

난 뚫어지게 최익현을 봤다.

“누구지?”

최익현은 날 삐딱하게 봤다.

“그게 중요하지는 않지?”

내 말에 최익현은 날 빤히 봤다.

“너 누구야?”

“너의 죄를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지.”

“뭐라고?”

“김민수가 이틀 후에 자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말에 최익현은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트렸다.

“너 누구야?”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는데.”

“그럼 뭐가 중요한 건데?”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가 중요하지.”

내 말에 최익현은 날 노려봤다.

“뭘 하자는 거지?”

“여기서 이야기할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길까?”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거야?”

“참고로 난 이미 서말자를 만나고 왔다.”

“서, 서말자?”

“네가 한 악행을 다 알고 있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가겠나? 아니면 서말자의 양심선언을 듣겠나?”

내 말에 최익현이 나를 노려봤다.

“으음…….”

잠시 신음을 하고 최익현은 일어섰다.

그렇게 난 최익현을 확보했다.

그리고 바로 내 제2의 본부로 최익현을 끌고 왔다. 역시 약점이 많은 자라 말 몇 마디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 * *

“지, 지금 뭐라고?”

의자에 앉은 최익현은 날 보며 놀라 눈이 커졌다.

“김민수의 망막 수술은 네가 한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다 알고 있다고 했다.”

“네놈이 뭘 안다는 거지?”

“알아야 할 것.”

“내가 하지 않겠다면?”

“말했잖아. 서말자가 양심선언을 할 거라고.”

서말자의 이름이 다시 나오자 최익현은 인상을 찡그렸다.

“정, 정말 무엇을 원하는 거야?”

“진실!”

“무, 무슨 진실?”

“김민수의 진실!”

“김민수는 곧 죽는다.”

“물론 그 역시 알고 있다.”

“그런데 무슨 진실을 알고 싶다는 거야?”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변할까 하는 진실.”

“뭐라고?”

최익현은 내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난, 난 수술만 하면 되는 건가?”

“그래.”

“알, 알았다.”

“그럼 김민수에게 전화를 해!”

“전화를 해서.”

“차를 보낼 테니 타라고 하면 된다.”

“지, 지금 납치를 할 생각이야?”

“그래. 어서 전화나 해!”

“알았다.”

최익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김민수에게 내가 보는 앞에서 전화를 했다. 최익현이 필요한 이유는 김민수를 이곳까지 데리고 오기 위함이다.

물론 서말자의 망막으로 정보람의 망막 이식 수술을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선배, 결정했습니까?

차분한 목소리의 김민수가 전화를 받았다.

“차를 보낼 테니 그 차를 타!”

-수술을 바로 한다는 겁니까?

“지금 내가 시간이 없다.”

-알겠습니다. 기다리죠.

뚝!

김민수는 짧게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네가 다녀와라!”

“예.”

진태는 짧게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보여 줄 것이 있다.”

“뭐?”

“따라와라!”

난 최익현을 데리고 미리 준비해 놓은 수술 장비가 있는 방으로 갔다. 이미 그곳에서는 서말자가 초조하게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

“서, 서말자!”

“바로 수술을 해라.”

“무슨 수술?”

“안구를 적출해라.”

“뭐, 뭐라고?”

최익현은 마치 날 악마와 같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일 아닌가?”

“그, 그렇지만…….”

“못 하겠다는 건가?”

“내, 내가 하면…….”

“이식이 끝이 나면 보내 주지.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도 잊어 주지.”

“모, 모든 것을 잊어 준다고?”

“그래.”

난 사실 최익현을 마지막으로 시험하고 있었다. 만약 그가 망막 이식을 거부했다면 나는 그를 용서하려고 했다. 최소한 테러리스트의 응징은 받지 않게 해 주려고 했다.

이제 최익현의 선택만 남은 것이다.

“정, 정말 다 잊어 준다는 건가?”

“물론이지.”

“알, 알았다.”

최익현의 말에 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저놈은 골수까지 악인이다.’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서말자의 망막을 적출할 생각이 없다. 아무리 내가 테러리스트의 길을 간다고 해도 그건 사람으로 할 짓이 아니었다.

“내가 수술을 할 테니까. 나에 대해서 모두 잊어다오.”

“넌 어쩔 수 없는 놈이군.”

“뭐라고?”

“역시 넌 악인이야!”

난 그렇게 말하고 최익현의 심장을 비술을 이용해서 꾹 눌렀다.

‘3시간 후쯤 최익현은 심장마비로 죽게 될 것이다. 이게 내 두 번째 살인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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