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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54화 (154/210)

흑막의 신! 154화

“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만 깊이 들어가면 아무것도 모르는군.”

“그렇습니까? 정보람 양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죠.”

내 말에 김민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알, 알고 있었나?”

“들었습니다.”

“물론 보람에게 들었겠지.”

김민수의 말은 김민수 자신도 정보람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거였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상황은 얼마 남지 않은 당신의 생명이겠죠. 그리고 마음은 속죄일 거고.”

“속죄라…….”

“아니었습니까?”

“그럼 마지막은 뭐지?”

김민수의 물음에 난 피식 웃었다.

“마지막은 당신이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겠지.”

내 마지막 말에 김민수는 날 뚫어지게 노려봤다.

“왜 나한테 이러는 거지?”

“말했잖아. 너의 마음이 알고 싶다고.”

“뭐라고?”

“이곳은 병원처럼 보이지 않지만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신의 마음이 어떤지 시험을 해 볼까?”

난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김민수에게 다가갔다.

“왜 내게 오는 거야?”

김민수는 조금 겁을 먹은 듯 나를 봤다.

“널 시험한다고 했잖아. 난 그럴 자격이 있다.”

그 말과 동시에 난 김민수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지금 뭐하는 거야?”

“가만히 있지 않으면 뇌가 익을지도 모른다.”

“뭐? 뇌가 익다니?”

“세상 사람들 중에는 가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지. 그리고 그런 사람은 기적을 만들고 절망을 만들기도 하지. 나는 그런 사람이다.”

“지, 지금 뭘 하려는 거야?”

“치료.”

내 짧은 말에 김민수는 눈이 커져 날 뚫어지게 봤다. 그와 동시에 난 비술과 기공을 이용해서 내 눈을 현미경처럼 만들었다.

이건 상당한 기를 소모하는 거였다. 머릿속이 투시가 되어야 뇌에서 자라고 있는 종양을 비술로 죽일 수 있다. 그건 상당히 고난도의 비술이다.

하지만 난 정말 김민수의 마음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저기군!’

난 김민수의 뇌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달리 뇌종양 말기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악성뇌종양은 뇌암이라고도 한다. 뇌에 종양이 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니 종양만 깨끗하게 제거를 하면 살 수 있는 거다. 하지만 그 종양을 제거한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술로 종양을 약화시킨다.’

비술은 여러 번 말했지만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신체를 극대화시키는 것과 신체를 극소화시키는 거다. 종양도 몸의 일부이기에 그 활동을 극소화시킨다면 치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난 생각했다.

난 바로 김민수의 뇌에 붙어 있는 종양을 향해 손가락에 있는 기를 발산시켰다. 물론 이것은 비술과 기공을 동시해 하는 발동이기에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바늘보다 더 얇은 기의 침이 내 손가락에서 발산됐다. 아니, 바늘보다 열 배는 더 얇은 기의 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으으윽!”

기의 침이 김민수의 종양을 자극하자 김민수는 신음을 했다.

“움직이지 마라. 너도 알다시피 뇌를 잘못 건드리면 반신불수가 된다.”

내 말에 김민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렇게 난 김민수의 종양에 30분가량 기의 침을 발산해서 종양의 활동성과 생존성을 극소화시켰다.

“휴우!”

난 비술과 기공 발동을 멈추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최 사부님!”

“예.”

“김민수를 MRI 실로 데리고 가서 종양의 크기를 확인시켜 주세요.”

“예? 저, 저는…….”

“의사이니 기기 작동법은 잘 알 겁니다.”

“어디를 가실 생각이십니까?”

“전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

“술 더 가지고 와!”

룸살롱에 처박힌 최익현은 은성과 만난 상황을 잊으려는 듯 진창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 더 가지고 오라고!”

최익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젠장! 일이 꼬였어.”

최익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양주병을 들어 나발을 불었다.

“오빠, 오늘 술 먹고 죽을 작정인 거야?”

호스티스가 놀란 눈으로 최익현의 술병을 빼앗았다. 벌써 마신 술병만 해도 5병이 넘었다. 그리고 그 다섯 병을 거의 다 최익현 혼자 마신 거였다.

“놔라! 미쳐 가지고 어디를…….”

“오빠!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없어 씨발! 그냥 하루만 다 지나면 없던 일이 되는 거야!”

“뭐가 없던 일이 되는데?”

“그런 게 있어.”

최익현은 인상을 찡그렸고 그의 눈앞에는 수술대 위에 묶여 있는 서말자가 떠올랐다.

“망할 년! 그렇게 골로 가네.”

최익현은 피식 웃었다.

“술 더, 더 가지고. 헉!”

순간 술을 더 가지고 오라고 소리치던 최익현의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앞으로 쓰러졌다.

은성은 최익현을 풀어 줄 때 비술을 발동해서 가슴을 꾹 눌렀다.

그래서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관이 조금씩 막히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완벽하게 막혀 고통스러워하는 거였다.

“으으윽!”

“오, 오빠 왜 그래?”

호스티스는 놀라 최익현을 부축했다.

“으으윽! 심, 심장이…….”

“심, 심장이 왜?”

“의, 의사 불러! 어서 구급차 불러! 헉!”

소리를 지르던 최익현의 가슴에 다시 한 번 통증이 밀려왔다.

쿵!

그리고 바로 머리를 테이블 위에 박고 쓰러졌다.

“오, 오빠?”

호스티스가 테이블에 쓰러진 최익현을 흔들어 깨웠다. 하지만 이미 최익현은 요단강을 건너고 있었다.

은성의 비술은 시간차 살인도 가능한 거였다.

한마디로 누군가 마음에 들지 않다면 그냥 심장을 꾹 누르면 되는 거였다.

물론 비술과 기공이 발동되어야 하겠지만.

“으으윽! 어, 어서 구, 구급차!”

최익현은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소리를 질렀다.

“알, 알았어.”

호스티스 여자가 급하게 룸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최익현은 다시 한 번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

“으으윽! 이, 이대로 못 죽는다.”

최익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지금 최익현은 자신의 죽음 앞에 직면해 있는 거였다.

“으으윽!”

다시 칼로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어, 어떻게 살았는데. 이렇게 못, 못 죽지.”

최익현은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서려고 했다.

퍽!

그때 최익현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최익현의 귀를 자극했다.

“나, 살, 살고 싶어.”

쿵!

최익현은 앞으로 고꾸라졌고, 그때 호스티스가 룸으로 들어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최익현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까아아악!”

호스티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고,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서 고통스러워하는 최익현과 눈이 마주쳤다.

“오, 오빠…….”

“으으윽!”

다시 한 번 최익현이 신음을 하고 갑자기 눈동자가 확장이 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오, 오, 오빠…….”

악인의 말로치고는 너무나 어이없는 죽음일 거다.

호스티스가 아무리 불러도 최익현은 눈을 뜨지 못했다.

“죽, 죽은 거야?”

호스티스는 너무나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마, 마담 언니!”

호스티스는 급하게 이 룸살롱 마담을 불렀다.

“마, 마담 언니!”

한참을 호스티스가 부르고 나서야 마담처럼 보이는 여자가 왔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소리를 질러?”

마담은 호스티스를 노려봤다.

“저, 저기…….”

호스티스는 겨우 손가락을 들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최익현을 가리켰다.

“이 새끼 왜 이래?”

“그, 그냥 쓰러졌어.”

“그, 그냥 쓰러져? 설, 설마 죽은 거야?”

그렇게 마담이 놀라고 있는 동안 룸살롱 문을 박차고 119 대원이 들어왔다.

“어딥니까? 환자 어디에 있습니까?”

119 대원은 급하게 소리를 질렀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마담이 급하게 일어나 복도로 뛰어 나갔다.

“여기요. 여기 환자 있어요.”

마담의 외침에 119 대원들은 급하게 룸으로 들어가 최익현의 상태를 확인하고 빠르게 최익현을 들것에 올렸다.

“비켜 주십시오. 응급 환자입니다.”

그렇게 119 대원은 최익현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 순간 마담은 호스티스를 노려봤다.

“가게 문 닫기 싫으면 주둥이 잘 다물고 있어.”

“언, 언니…….”

“알았지. 오늘 절대 여기서 실려서 나간 새끼 없는 거야.”

마담의 무서운 표정에 호스티스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이렇게 사람은 자기 생각밖에는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어쩜 사람일지도 모른다.

“젠장! 재수 옴 붙었네. 썅!”

마담은 119 대원들이 나간 곳을 보며 욕을 했다.

“그, 그런데 언니?”

“왜? 이년아!”

“그런데 어, 어떻게 119가 이렇게 빨리 왔을까?”

“뭐?”

“전, 전화한 지 5분 만에 온 것 같아.”

“이년아!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

마담은 소리를 지르며 테이블 위에 올려 있는 양주를 들이켰다.

“그 새끼! 룸에 있을 때는 안 죽은 거지?”

“응. 파르르 떨기만 했어.”

“그럼 아무 일도 없는 거야!”

마담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 * *

“가시죠.”

박지은이 정보람을 차분히 보고 있었다.

“또 어디를 데리고 가려는 거죠?”

“가 보시면 압니다.”

“제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사람인가요?”

“망막 제공자를 찾았다고 합니다.”

박지은의 말에 정보람이 파르르 입술을 떨었다.

“망막 제, 제공자요?”

“예.”

“설, 설마 민, 민수 씨가…….”

“김민수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이제 가시죠.”

박지은은 정보람을 부축했다.

“살, 살아 있는 거 확, 확실하죠?”

“예. 그런데 왜 그게 그렇게 궁금하시죠? 사랑하시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박지은의 물음에 정보람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정보람의 모습에 박지은은 정보람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주제넘는 소리 하나 할까요? 어리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자신을 속이지 마세요.”

“저는 저를 속일 겁니다. 제 아버지의 원수잖아요.”

“김민수는 모르고 한 일입니다.”

“결국 제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모르고 한 일까지 죄가 될 수는 없잖아요. 어쩜 김민수 씨도 피해자일지 몰라요.”

“정, 정말 그럴까요?”

박지은은 정보람의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가시죠.”

박지은은 조심스럽게 정보람을 데리고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미리 대기한 차에 탔다.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상봉에 있는 정현수 외과.”

이미 박지은은 은성에게 모든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박지은과 정보람은 차를 타고 상봉에 있는 정현수 외과로 향했다. 그리고 이미 그곳에는 각막 이식 수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빠르게 준비한 것은 은성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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