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55화
119 차 안.
최익현의 시체를 119 차에 실은 119 대원은 차에 오르자마자 답답한 듯 소방관 헬멧을 벗었다.
헬멧을 벗은 소방관은 형성이었다.
형성은 바로 차에 오르고 나서 전화를 했다.
“형성입니다. 사부님!”
역시 전화를 받은 것은 은성이다.
-확보했나?
“예. 최익현의 시체를 확보했습니다.”
-그럼 바로 올 수 있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탁!
119 차 뒷문이 급하게 닫혔다.
“출발해! 상봉동에 있는 정현수 외과다.”
* * *
상봉동에 있는 정현수 외과에 은밀히 마련된 수술실에는 최익현과 정보람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하나는 싸늘한 시체로 누워 있고, 또 한 명은 빛을 갈망하며 누워 있었다. 이미 조작된 서류에 의해 최익현의 모든 장기는 기증되게 조작되어 있었다.
최익현 그가 저지른 짓처럼 나 역시 똑같이 그에게 돌려주는 거였다.
이미 두 명의 신장 이식자와 심장 이식자, 그리고 간 이식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전문 의료진에 의해 장기가 적출되어 곧 새로운 삶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식될 것이다.
어쩜 악인의 말로치고는 마지막 순간 강제적인 선행을 하고 가는 걸 거다.
하지만 내가 한 짓은 최익현과 병원, 그리고 마포 불곰이 하는 짓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나 역시 악일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난 괴물이겠지.’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각막 적출 및 이식 수술을 직접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빛을 꿈꾸고 있는 정보람의 옆에 이제 겨우 사망한 지 5시간이 지난 최익현이 누워 있었다.
그는 분명 악인일 거다. 그리고 자신의 탐욕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장기를 불법으로 적출해서 가진 것이 많은 이들의 생명 연장을 위해 사용했다.
그것은 분명 악일 거다.
또한 그 역시 산 사람의 심장을 적출하여 자신에게 이식하여 생명을 연장했다.
“심장을 계략으로 빼앗고 눈을 돌려주는구나.”
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죽은 자의 모습에서는 악과 선이 구분되지 않았다. 그건 다시 말해 죽으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의 장기로 누군가가 산다.
이것은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숭고한 것일 거다. 하나의 영혼이 소멸하면서 더 많은 영혼을 살린다는 것은 어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돈이 오고가고 모략이 있고 암투가 있다면 분명 죄악일 것이다.
나는 지금 저기 누워 있는 최익현을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순간 최익현은 누군가를 살리는 마지막 선행을 하고 가는 걸 거다.
“너는 오늘로 살며 저지른 모든 악행을 죽음으로 씻는다.”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어쩜 난 점점 더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같은 괴물은 분명 존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 세상의 모든 악인들이 두려움에 떨게 된다.
병든 장기를 새로운 장기로 바꿔 주면 건강이 회복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난 그렇게 각막 이식에 대해 머릿속에 떠올려 봤다.
그리고 끝내 최익현의 안구에서 각막을 적출해서 정보람에게 이식했다.
난 잠시 최익현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조용히 묵례를 했다.
“다음 세상에는 착한 사람으로 태어나세요.”
이제 하나가 끝이 났다. 그럼 다음을 향해 달리면 된다.
난 다시 한 번 최익현의 시체를 봤다.
“이제 저희가 마무리하죠.”
이제 장기 적출을 할 의료팀이 나설 차례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참, 이 각박한 세상에 마지막까지 좋은 일을 하시고 가시는 분은 이렇게 많군요.”
의사 한 명이 최익현의 시체를 보며 내게 말했다.
“그렇군요.”
“이분의 숭고한 희생으로 많은 분들이 새로운 삶을 찾으실 겁니다.”
“그렇죠.”
최익현은 악인에서 선행을 베푼 사람으로 변했다. 결국 악인으로 살다가 선인으로 죽는 최익현이었다. 어떻게 되었던 결과는 그렇게 됐다.
이제 곧 김민수의 마음이 정말 어떤지 알 수가 있다.
* * *
서말자는 자신의 모든 장기가 이식되어 생을 마감하는 줄 알고 마취가 되었다. 하지만 그 마취는 서말자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한 마취였다.
“마취가 된 것 같습니다.”
자운대 대원 하나가 최 사부에게 말했다.
최 사부는 마취가 되어 있는 서말자를 한 번 물끄러미 봤다.
“앞으로는 좀 착하게 살아.”
최 사부는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옮겨!”
“알겠습니다.”
최 사부에 의해 서말자는 어디론가 옮겨졌다.
그렇게 옮겨진 서말자는 어느 이름 모를 모텔에서 스르륵 눈을 떴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서말자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모텔 방을 돌아봤다. 그리고 거울 앞에 빨간 루주로 적혀 있는 글을 봤다.
“다시 얻은 삶 착하게 삽시다.”
서말자는 그 글을 보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다, 다시 얻은 삶이라고?”
서말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서말자는 한참을 울고 나서 모텔을 나왔다.
다시 얻은 삶이라고 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삶이기도 했다.
아직도 어둡기만 한 새벽이다.
서말자는 차가운 공기가 차분히 내려앉은 도로를 걸었다. 어쩜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새로운 삶을 얻은 거였다.
“어, 어떻게 살아야 하지?”
서말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도로를 걸었다. 그리고 횡단보도 앞에 섰다.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이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순간 신호등이 빨간불에서 녹색불로 바뀌었고, 서말자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걸었다.
그때 달려오던 트럭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서말자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질주했다.
퍽!
“아아악!”
서말자는 질주하는 트럭에 치여 절명했다.
인간이 그를 용서했지만 하늘은 서말자를 용서하지 못했나 보다. 서말자는 그렇게 죄 많은 삶을 마감했다.
트럭 기사는 급하게 트럭에서 내려 서말자에게 달려갔다. 서말자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트럭 기사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새벽이다. 그리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젠장!”
트럭 기사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급하게 뒷걸음질을 치면서 급하게 트럭에 올랐다.
부르릉!
터럭 기사는 바로 뺑소니를 쳤다.
누군가의 용서를 받았다고는 해도 신이 진정 용서하지 않는 순간이었다.
* * *
김민수는 MRI 사진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이, 이게 내 브레인이라는 거야?”
뇌종양 말기에서 단번에 뇌종양 초기로 변해 있는 사진을 보고 김민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정말 의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일 거다.
“가끔 캡틴께서는 기적을 만드십니다.”
놀라고 있는 김문수에게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은 최 사부였다.
“캡틴!”
“나를 말하는 거지.”
나는 최익현의 일을 처리하고 바로 제 2본부로 돌아왔다.
“당신이 캡틴이라는 건가? 도대체 내 브레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주 조금 생명을 연장한 것뿐이다.”
“아주 조금?”
“그래. 너는 정보람에게 눈을 주기로 했다. 이제 수술대에 올라가실까?”
내 차가운 말에 김민수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뇌 사진을 찍은 사진을 봤다.
아마 고민이 될 거다. 이제 김민수의 뇌종양 상태는 방사선 치료만 잘 받아도 치료가 될 정도다. 그리고 당장 수술을 해서 종양을 제거하면 일반인처럼 생활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러니 눈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김민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모니터 켜!”
이미 이곳에는 완벽한 수술실이 준비되어 있다. 내 지시에 수술 준비를 하고 있는 수술실 모니터가 켜졌다.
이미 서말자는 본부를 벗어난 상태였다.
“저기가 네가 수술할 곳이다.”
“이, 이곳에서 수술을 한다는 거냐?”
“물론이지. 김민수. 준비가 됐나?”
나는 김민수를 노려봤다.
“수술이라…….”
“왜. 이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니 모든 것이 아까운 건가?”
“아깝군! 참 많은 것이 아깝군.”
김민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렇지! 이래야 인간이지.’
나는 김민수가 이렇게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너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군.”
“무슨 소리인가?”
“이제 살 희망이 있으니 아까운 거지. 이 자리만 빠져나가면 모든 일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네놈은 악인이다.”
난 김민수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제 난 겨우 1명밖에 살릴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소리다. 수술하자.”
김민수는 내게 담담히 말했다.
“뭐?”
“난 어떻게 되었던 많은 죄가 있는 놈이다.”
김민수의 말이 나를 당황하게 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처음에는 죄책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랑이다.”
김민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뭐라고?”
“꽤 많은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하니 눈은 필요 없다.”
난 순간 김민수가 이 모든 것을 자신이 안고 갈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하기 전에 하나만 묻자.”
“무엇을 알고 싶은 거지?”
“왜 마포 불곰을 만난 거지?”
“불쌍한 분이시다. 더 묻지 마라.”
“불쌍한 분?”
내가 알고 있는 마포 불곰에게 불쌍한 분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내가 모든 것을 가지고 간다.”
김민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내가 더 물어도 대답을 할 것 같지 않다.
이제 내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거다.
“지금 당신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은 가끔 진실이 왜곡되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김민수는 피식 웃었다.
“수술하자. 난 준비가 되었다.”
김민수는 내게 담담히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난 김민수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좋아! 수술하자.”
난 김민수를 봤다. 이제 김민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면 되는 거다. 난 바로 김민수를 수술대 위에 올렸다.
물론 수술을 할 생각은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통해 잠시 김민수의 눈을 보이지 않게 만들면 된다.
비술!
그 능력은 신체 능력을 최대화시킬 수도 있지만 최소화시킬 수도 있다.
그것을 이용할 생각이다.
나는 김민수를 수술대 위에 올리고 마취를 했다. 초점이 없는 김민수의 눈은 내게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
정말 김민수야말로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는 남자일 거다.
어쩜 그가 잘못한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 역시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르륵 김민수의 눈이 감겼다. 그리고 난 바로 김민수가 정신을 잃고 나서 기공을 발동시켰다. 또 기공의 발동과 동시에 비술도 발동시켜 김민수의 망막에 기의 침을 발산시켰다.
“이렇게 하면 눈이 거의 실명 상태로 되지.”
난 바로 김민수를 눈 뜬 장님 수준으로 만들었다.
이 상태로 그냥 3개월을 둔다면 김민수는 정말 시력을 잃게 될 거다. 하지만 그 3개월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히 모든 일이 끝날 시간이었다.
그럼 된 거다.
“휴우! 기공과 비술을 같이 쓰는 것은 힘이 든다.”
난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난 현기증을 느끼며 수술실을 나왔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최 사부가 여전히 날 불안한 눈빛으로 봤다.
“지켜봐야죠. 이제 모든 것은 김민수가 하려는 대로 둘 것입니다.”
“깨어난 김민수가 무엇을 할 것 같습니까?”
“저야 모르죠.”
난 그렇게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게 김민수의 일은 새로운 국면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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