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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56화 (156/210)

흑막의 신! 156화

트럭 하나가 한적한 교외 도로 옆에 섰다. 그리고 운전기사가 유유하게 트럭에서 내렸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다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한참이나 벨소리가 울리더니 딸칵 소리와 함께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서말자의 위치를 확인했나? 정선에 있던가?

핸드폰에서는 재촉을 하듯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서울에 있었습니다. 일 끝냈습니다.”

-일을 끝내?

“아주 편안하게 보내 줬습니다. 그러니 잔금 보내십시오.”

-어떻게 찾았다는 거지?

“핸드폰 위치 추적으로 찾아냈습니다. 포기하려고 했는데 핸드폰 전원을 켰더군요.”

-문제는 없겠지?

“물론입니다. 전 이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대모께서도 몸 건강하십시오.”

-알았다.

뚝!

핸드폰 통화가 끝이 났다.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서말자 그년부터 정리를 해야 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마포 불곰은 통화를 하던 핸드폰을 손으로 꽉 쥐었다. 결국 서말자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었다.

사실 마포 불곰은 서말자를 추적하고 있었다. 병원이 아닌 마포 불곰이 서말자를 추적하고 있었던 이유는 서말자가 마포 불곰에게 돈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뭐 사실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모든 과거를 지우려고 마음먹은 마포 불곰에게 서말자는 성가신 존재로 느껴졌다.

그래서 추적을 했고, 서말자가 정선 카지노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서말자는 그곳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VIP 룸에 들어가서 크게 잃고 사라졌다고 카지노 앵벌이들이 말했다.

마포 불곰은 죽은 서말자의 얼굴을 떠올려 봤다.

‘VIP 룸에 들어갈 만큼의 돈이 어디서 났을까?’

이것이 마포 불곰의 의문이었다. 병원도 이제는 서말자의 협박에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거였다.

물론 마포 불곰 역시 서말자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서말자는 사라지기 전에 크게 배팅을 하고 잃었다고 했다.

그것에 의문이 든 마포 불곰이었다.

“으음.”

마포 불곰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정말 자신의 과거를 지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가능하다면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김 선생님이랑…….”

마포 불곰은 김민수의 부친의 얼굴을 떠올렸다.

사실 마포 불곰이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김민수의 부친의 도움이 컸다. 그가 자신 때문에 의사의 양심을 버리고 의사를 내어 줬기 때문에 장기 밀매로 돈을 벌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약간의 협박을 했지만 들어 주지 않으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외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민수의 부친은 지그시 눈을 감고 도움을 줬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마포 불곰이었다.

똑똑!

마포 불곰의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대모님! 반평강입니다.”

“들어와.”

마포 불곰의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젊은 여자였다.

“무슨 일이지?”

“의뢰인과 위장 결혼할 여자들의 사진과 명단을 가지고 왔습니다.”

반평강이라는 여자가 살포시 무릎을 꿇고 앉아서 조심스럽게 마포 불곰에게 사진 몇 장을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어디 출신들이지?”

“제일 위에 있는 사진은 38살이며 룡정 출신입니다.”

“룡정?”

반평강의 말에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이 탈북을 한 후에 상당 기간 머물렀던 곳이고 많은 도움을 받은 곳이기도 했다.

룡정!

“그렇습니다. 이름은 최복실이고 중국 흑사회 연변 지부에 빚이 40만 원 정도 있습니다.”

반평강의 말에 마포 불곰은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마포 불곰이 인상을 찡그린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중국 최고 조폭 조직인 흑사회와 여자의 빚이 중국 돈으로 40만 원이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요즘 환율이 어떻게 되지?”

“150원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 위안화 1원에 한국 돈으로 150원이라는 말이 된다. 그럼 중국 위안화 1만 원이면 한국 돈으로 150만 원이 되는 것이고 10만 원이면 1,500만 원이 되는 거다. 최복실이라는 여자는 흑사회에 빚이 6,000만 원이나 있는 거였다. 빚은 계속 이자가 붙을 것이고, 그래서 마포 불곰에게까지 온 거였다.

“빚이 왜 생겼지?”

“마작에 미친 가이네입니다.”

가이네는 조선족 은어로 여자를 비하하는 말이다.

“마작에 미쳐?”

“그렇습니다.”

“그래서 자식의 목숨을 딴다는 말이야?”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지금 당장 돈을 갚지 않으면 흑사회 놈들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판이니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할 겁니다.”

“다음은?”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리 인격 말살의 시대라고 하지만 노름빚 때문에 자식의 목숨을 끊은 년에게 돈을 내어 줄 수가 없었다.

“예. 다음은 연길 도문 출신 36살로 조선족이 아닌 한족입니다.”

“한족?”

“예. 남편이 조선족입니다.”

“빚은 왜?”

“남편 되는 남자가 많이 아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빚이 상당히 쌓인 모양입니다.”

“빚이 얼마지?”

“중국 돈으로 60만 원입니다.”

위안화로 60만 원이면 팔천만 원이나 되는 돈이었다.

“이자가 이자를 낳은 거군!”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도 사채를 하지만 중국 흑사회의 고리대금은 자신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렇습니다. 원래 10만 원 정도 빌렸는데 2년 사이에 60만 원으로 불어난 것 같습니다.”

“쳐 죽일 간나 새끼들!”

마포 불곰은 흑사회를 욕했다.

“아이는 몇 살이지?”

“12살입니다. 남자애고요.”

“알았다. 그 아이로 하지.”

“예. 알겠습니다.”

반평강은 그렇게 짧게 대답을 했다.

“우선 갈퀴에게 3억 입금시키라고 해!”

“예. 대모님!”

“그리고 우선 흑사회 놈들 돈 갚아 줘.”

“예. 대모님!”

“여자와 아이 신병을 확보한 후에 주는 거다.”

“예.”

마포 불곰은 갈퀴의 자식을 살릴 계획을 착착 진행시켰다. 지금 그녀가 생각하는 것은 국제 위장 결혼이었다.

“갈퀴 불러라!”

“예. 대모님!”

마포 불곰의 호출에 의해 갈퀴는 모든 일을 제쳐 두고 마포 불곰이 있는 인천으로 달려왔다. 갈퀴는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손은 괜찮나요?”

“괜찮습니다.”

“우선 전화로 말한 대로 3억을 주셔야 합니다.”

“예. 바로 입금시켰습니다.”

마포 불곰은 옆에 차분히 앉아 있는 반평강을 봤다.

“예. 바로 입금됐습니다.”

마포 불곰은 다시 갈퀴를 봤다.

“이제 제 말씀 잘 들으세요.”

“예.”

“우선 중국으로 가셔서 국제결혼을 하셔야 합니다.”

마포 불곰의 말에 갈퀴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국제결혼요?”

“그래요. 우선 국제결혼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개월입니다.”

“국제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갈퀴는 마포 불곰 앞에 무척이나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신의 딸의 목숨을 쥐고 있는 것은 지금 누가 뭐라고 해도 마포 불곰이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입양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입양을 위해서요?”

“그래요. 이미 당신의 딸의 조직 검사를 통해 거부 반응이 최소화되는 사람으로 골랐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입양을 하는 겁니다.”

“입, 입양이라고요?”

“예. 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 한 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 명이 죽어야 한다고.”

마포 불곰의 말에 갈퀴 역시 인상을 찡그렸다.

“그, 그렇죠.”

갈퀴의 딸이 필요한 장기는 심장이다. 그건 정말 마포 불곰의 말처럼 한 명이 살기 위해서는 한 명이 죽어야 하는 거였다.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중국으로 가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갈퀴의 딸은 각종 의료 장비로 겨우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쉽게 비행기를 탈 수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보통의 경우에는 1년 정도가 걸립니다. 하지만 6개월 정도까지 단축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출입국 사무소에 제법 많은 돈을 써야 하지만요.”

“돈은 얼마든지 내놓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더 줄일 수는 없습니다.”

마포 불곰은 딱 잘라서 말했다.

“하지만 제 딸은…….”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 그렇죠.”

갈퀴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사실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갈퀴는 마포 불곰을 찾아오지 않았을 거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돈을 다시 돌려드릴까요?”

“일을 진행시켜 주십시오.”

“그러죠.”

드디어 갈퀴의 딸을 살리기 위한 음모가 시작되었다.

* * *

김민수는 가짜 각막 적출을 위장하기 위해 눈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이미 김민수는 마취에서 깨어난 상태였다. 난 그가 깨어날 동안 그의 옆에 앉아 물끄러미 김민수를 보고 있었다. 어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김민수가 아니라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책임지려는 남자 김민수. 그와 난 같으면서도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민수는 눈을 뜨고 나서 한참이나 말없이 누워 있었다. 그러다 내 숨소리를 듣고 내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고개를 들렸다.

“이식 수술은 잘 했나요?”

김민수가 내게 제일 먼저 꺼낸 말은 정보람의 이식 수술에 대한 거였다. 정말 김민수는 정보람을 사랑하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물론 정보람에게 이식한 망막은 최익현의 망막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익현은 4명이나 되는 사람을 살리고 그렇게 죽었다.

“잘됐군요. 정말 잘됐습니다. 정말!”

김민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탔습니다.”

“그렇게 되는 겁니까?”

“그렇죠. 어떻게 되었든 불법적으로 장기를 이식했으니 같은 죄를 지은 거죠.”

“그렇군요. 그래. 묻고 싶은 것이 뭡니까?”

김민수는 단번에 내가 뭔가 물어볼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 듯했다.

“마포 불곰에게는 왜 갔습니까?”

내 물음에 김민수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전 마포 불곰이 불법 장기 밀매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죄를 지었습니다.”

“물론 그렇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그녀 때문에 새로운 삶을 찾았죠.”

“모두 다 돈이 있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겠죠.”

내 말에 김민수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병원과 마포 불곰, 그리고 재력과 권력이 같이 하나가 되어서 추악한 현실을 만들어 냈습니다. 돈이 있다고 힘이 있다고 남의 장기를 가지고 생명을 연장해서는 안 됩니다.”

“많이 아시네요.”

“조금 인연이 있습니다.”

“마포 불곰에게 복수를 계획하고 계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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