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57화
“그건 아닙니다.”
“그럼 뭐죠?”
“응징입니다.”
내 말에 김민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응징이라고요?”
“예. 그 여자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존재입니다.”
“그 응징 그만두시면 안 됩니까?”
“왜죠?”
“불쌍하신 분입니다.”
나도 마포 불곰의 과거를 최 사부에게 들은 상태여서 대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김민수가 불쌍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약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라면 제 응징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모르는 것을 말씀하셔야 합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할 수 없군요.”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그 여자 때문에 더 많이 힘들어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모든 이유가 저로부터 시작된 겁니다. 그러니 제가 모두 책임지겠습니다.”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겁니까?”
“붕대를 풀고 나면 아시게 될 겁니다.”
난 김민수를 빤히 봤다.
“설마 양심선언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내 말에 김민수는 속내를 들켰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군요. 당신이 다 책임지고 갈 생각이군요.”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면 정보람 양은 어떻게 하죠?”
내 질문에 다시 김민수는 자신의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전 이제 그녀 앞에 다시 설 수는 없습니다.”
“과연 정보람 양도 그렇게 생각을 할까요?”
“그녀는 절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건 두고 봐야 알죠.”
난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른 회복을 빌겠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철컥!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고 그 순간 김민수는 싸늘하게 미소를 지었다.
“곧 이곳을 나갈 수 있다. 사랑! 개나 줘 버려.”
김민수는 작게 중얼거렸다.
* * *
난 바로 김민수와 대화를 하고 나서 바로 중앙 통제실로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녹화한 거 돌려!”
난 사실 김민수의 대화를 모두 촬영하라고 지시를 했다.
사실 처음 김민수의 행동에 감탄을 하고 사람이 사랑을 하면 저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뜩 생각 이상으로 자기가 다 책임지겠다는 김민수의 말이 의심이 갔다.
‘너무 오버를 했어.’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 캡틴!”
옆에 있던 호중이 녹화한 영상을 뒤로 돌렸다.
“재생해!”
내 말과 동시에 모니터 화면에는 나와 김민수의 대화하는 장면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내가 돌아서서 나오는 장면까지 별 이상이 없었다.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분명 뭔가 있다. 다시 돌려!”
-철컥!
“잠깐! 정지해!”
내 명령에 호중이 화면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이미 내가 원하는 장면은 돌아간 후였다.
“천천히 뒤로 다시 돌려!”
내 명령에 호중이 천천히 녹화된 영상을 뒤로 돌렸다.
“멈춰!”
난 모니터 화면을 보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바드득!
내 눈에 가득 들어온 것은 싸늘히 웃고 있는 김민수의 얼굴이다.
“재생해!”
그 순간 내 몸에서 있는 피가 모두 역류하는 것 같은 전율이 느껴졌다.
-이제 곧 여기를 나갈 수 있다. 사랑? 개나 줘 버려!
-이제 곧 여기를 나갈 수 있다. 사랑? 개나 줘 버려!
-이제 곧 여기를 나갈 수 있다. 사랑? 개나 줘 버려!
내 귀에는 김민수가 했던 말이 마치 메아리처럼 울렸다.
“사, 사부님!”
내 옆에 있던 호중도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으음. 속을 뻔했군.”
“이제 어떻게 합니까?”
“속아 주는 척을 해야겠지.”
“하지만 사부님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제정신으로 오래 살 수 없는 인간이다.”
난 모니터 속에 웃고 있는 김민수를 노려봤다.
“예?”
“내가 그냥 아무런 조치도 취해 놓지 않았을 것 같나?”
“그, 그 말씀은…….”
“사람이 입장이 바뀌면 저렇게 변하는군!”
난 인간의 악마적 성향을 느끼고 마음속으로 경악했다. 어쩜 내가 김민수를 저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김민수는 자신이 시한부 환자라는 것을 알고 나서 모든 것을 참회하고 속죄하려고 했다. 그런데 입장이 바뀌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야금야금 갉아먹던 뇌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자 욕심이 생겨 버렸다.
그리고 누구나 다 속을 수 있게 연극을 했다. 그리고 모두 다 속아 넘어갔다. 물론 나 역시 거의 속아 넘어갈 뻔했다. 그의 연극이 조금만 서툴렀어도 나는 깜빡 속아 넘어갔을 거다. 하지만 난 김민수의 완벽한 참회에 의구심을 가졌고, 이렇게 감시를 한 거였다.
정말 무서운 남자가 김민수였다.
‘자신의 눈까지 포기하면서.’
난 다시 한 번 김민수를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도 눈을 포기한 이유는 이곳을 빠져나가면 어떻게든 안구를 구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대단한 위선자이고 또 대단히 모진 인간일 것이다.
“그럼 내보내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물론이다. 철저하게 응징을 해 주지.”
“자신의 눈까지 포기하면서 저희를 속이려고 한 무서운 놈입니다.”
“알고 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김민수와 마포 불곰을 응징할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김민수야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 자체도 인식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처음엔 눈이 멀고, 그다음부터는 기억이 천천히 지워지게 브레인을 건드려 놨다.
‘네놈은 벽에 똥칠을 할 때까지 살게 될 거다.’
난 어금니를 깨물었다.
사실 난 김민수의 뇌에 있는 악성 종양을 치료하면서 살짝 그의 뇌를 건드려 놨다. 물론 김민수가 정말 진실하다면 고쳐 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한 보험 같은 조치였다. 그런데 그 보험을 쓰게 될 줄은 차마 몰랐다.
모니터 속에서 김민수가 웃지만 않았어도 김민수는 나를 속였을 거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김민수는 방심을 했다.
그리고 내게 자신의 진심을 들켜 버렸다. 이제 마음을 들킨 김민수에게 돌아갈 것은 처절한 삶이 될 것이다.
‘이제 방법은 마포 불곰을 계속 감시해야 하는 거군.’
김민수를 아무리 추궁한다고 해도 나올 것이 없었다. 그리고 서말자는 이미 내가 보낸 상태였다. 그러니 장기 밀매에 대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람은 마포 불곰이 유일했다.
감시를 하다 보면 분명 뭐가 나와도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진태와 뜨악새를 마포 불곰의 감시에 붙였다.
‘뭐든 알아내야 할 텐데.’
난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난 서말자에게 자백을 받고 처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법이라는 것이 악인에게 뜨뜻미지근한 것이기에 난 법을 포기해 버렸다.
이 대한민국의 법이 바로 서 있었다면 나 같이 누명을 쓰는 자는 없을 것이다. 아니, 물론 법도 완벽하지 않은 것이기에 누명을 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악으로 몰아 가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다시 최상혁과 나를 성폭행범으로 지목한 그 미친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쌍년!’
언젠가는 반드시 응징할 연놈들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이름이 떠올랐다.
‘윤 경장! 아니, 이제 윤 경위겠지.’
내가 소년원을 출소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서 윤 경장은 1계급 특진을 했다. 경찰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일반 경찰들은 대부분 순경으로 시작해서 경위가 되기 위해서는 시험을 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경위가 되는 경우는 정말 대단한 사건을 해결했을 때 1계급 특진을 한다. 그런데 윤 경장 그자는 아무런 공훈도 없이 1계급 특진을 해서 경위가 됐다.
그것부터 의심이 되는 나였다.
‘그것부터 이상했다.’
난 내 사건에 엄청난 것이 개입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날 새벽도 이상했어.’
난 그날 새벽 철창을 찾아왔던 윤 경장의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 그때는 자신의 양심 때문에 왔다고 생각을 했지만 김민수의 거짓을 보고 그 역시 뭔가 다른 것을 알아내기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윤 경위. 당신도 나에게 죄가 있다면 가만두지 않겠어.’
난 그렇게 생각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서울에 올라와서 뜨악새와 이연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이연아는 잘 있으려나?’
난 문뜩 이연아가 궁금해졌다. 지금 이연아는 김재창의 재창건설 사장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정말 끊기 어렵다는 도박을 끊은 대단한 여자였다.
난 바로 재창건설로 향했다.
그리고 재창건설로 가면서 뜨악새를 그곳으로 오라고 지시를 했다. 지금 뜨악새에게는 한 가지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지시할 것이 있다.
물론 들을 이야기는 이연아와 갈퀴라는 조폭에 관한 거였다. 물론 이연아의 딸의 병도 난 살짝 관심이 갔다. 그리고 지시할 것은 마포 불곰에 대한 감시다. 사실 지금도 뜨악새는 마포 불곰을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더욱 철저하게 감시를 붙일 생각이다. 그리고 난 문뜩 마포 불곰과 최 사부가 정말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사람들이 실타래처럼 엉킨다.’
난 달리는 차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동차는 재창건설 사옥에 도착을 했다.
* * *
“생명 공학 연구소는 잘 건설되고 있지?”
“공적율이 거의 80퍼센트 이상 진행되었습니다. 2차 종균 배양 실험은 성공을 거뒀습니다. 곧 대체 영약의 대량 생산이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김재창이 내게 보고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용팔 회장이 내게 계속 자금을 지원하는 걸 거다.
아마 김용팔 회장은 마지막 투자로 영약의 종균 개발에 전념하는 것이다. 그리고 곧 대량 생산을 시작할 거다.
나는 쉽게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귀한 송이버섯을 대체하기 위해 새송이라는 버섯이 나왔다.
향은 송이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체 식품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진품 영약과는 비교는 안 되겠지만 연구실에서 배양된 대체 영약이 대량 생산을 성공만 한다면 소프트웨어 혁명을 일으킨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력제와 발모제의 효과가 탁월하니 말이다.
아니, 빌 게이츠 정도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컴퓨터는 없으면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 죽게 되고 병들게 된다. 자신이 직접 신비한 효능을 봤기 때문에 성공만 한다면 세상을 바꿔 놓을 거라고 김용팔 회장은 확신하는 거였다. 물론 나 역시 확신을 한다.
‘충분해! 그거면 세계 최고의 재벌이 될 수 있다.’
“연구소도 돈을 벌어야지.”
“예? 어떻게 연구소가…….”
난 김재창을 보며 씩 웃었다. 이제 내가 알고 있는 미래의 지식을 활용할 때다.
“김용팔 회장께 헛개나무 열매를 좀 연구해 보라고 해!”
“헛개나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