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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59화 (159/210)

흑막의 신! 159화

“복도에서 기다려! 여차하면 저 새끼 딴다.”

갈퀴는 자신의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갈퀴가 말한 저 새끼는 분명 나일 거다. 난 갈퀴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런 일 없어.”

“장난으로 까분 거면 넌 내 손에 죽는다.”

“알았다니까.”

난 갈퀴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여전히 힘없이 잠들어 있는 하늘이를 봤다.

‘가여운 아이네.’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하늘이의 심실 충격을 약화시키기 위해 비술과 기공을 쓸 것이다. 그리고 심장의 기능을 강화시켜 내심막의 섬유화를 막을 것이다. 그리고 판막을 강화시켜 심장으로 들어오는 피의 양을 늘릴 거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다 기공과 비술을 이용해 만들어 낼 거다.

“나는 너의 딸을 살릴 거다. 그 대신 너는 마포 불곰과 있었던 모든 거래를 내게 말해야 한다.”

“내 딸을 살린다면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으라고 해도 죽어 주마.”

“좋아! 거래는 성립되었다.”

난 그렇게 말하고 하늘이를 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공을 이용해서 기를 내 눈으로 모았다. 그러자 내 눈은 투시경처럼 하늘이의 심장이 반투명으로 보였다.

‘정말 측은할 정도로 느리게 뛰네.’

난 인상을 찡그렸다. 겨우 11살 꼬맹이의 심실의 크기가 성인의 것처럼 비후해져 있었다. 저 커진 심실이 심장 속으로도 커져서 판막을 압박하고 있는 거였다.

난 정신을 집중하고 기공을 이용해서 기를 끌어 모았다. 그리고 다시 비술을 발동했다.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초자연적 에너지가 내 손끝에 모여들었다.

“으으윽!”

난 신음을 했다. 그리고 기를 모으는 자체만으로 내 이마에는 구슬땀이 흘렀다. 내 모습의 변화를 보고 갈퀴가 놀라 눈이 커졌다.

‘됐다.’

순간 내 손가락에 기가 모였다. 그리고 난 모인 기를 가지고 손가락으로 하늘이의 심장을 꾹 눌렀다.

“아아악!”

내가 강하게 하늘이의 심장을 누르자 갈퀴는 놀라 내게 달려들었다.

“뭐하는 거야! 이 미친 새끼야!”

“멈춰!”

난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갈퀴는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순간 발산되었던 기가 내 몸에서 역류를 했다.

“으으윽!”

순간 내 몸속에 있던 모든 혈관들이 내 피부로 튀어나오려는 듯 꿈틀거렸고, 끝내 손바닥의 손금처럼 내 얼굴부터 붉은 줄로 나타났다.

“으으윽!”

난 피와 기가 하나로 뒤엉켜서 지금 역류를 하고 있었다.

“으으윽!”

순간 내 모습에 놀란 갈퀴는 잡고 있던 멱살을 자신도 모르게 놨고, 난 푹하고 자리에 쓰러졌다. 물론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아마 내가 정신을 잃었다면 무림이라는 곳에서 말하는 주화입마에 빠졌을 거다.

‘으으윽! 기를 바로 잡아야 해!’

난 신음을 하며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 순간 내 사지가 마치 지체장애인처럼 비틀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 갈퀴가 놀라 날 뚫어지게 봤다.

뚜뚜! 뚜뚜뚜~.

그때 하늘이의 생명을 유지하던 기계에서 심장 박동과 혈압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난 비틀어진 내 사지로 의료 기계 모니터를 봤다.

맥박수가 절반 이상으로 떨어졌다.

‘젠장!’

난 어금니를 콱 깨물었다. 그리고 비틀어진 팔을 마치 스스로 꺾어 버리듯 비틀었다.

두두둑!

“아아악!”

난 비명과 함께 입과 안면 근육이 돌아갔다. 순간 안면 기형이 진행되는 거였다.

“카, 칼!”

난 고개를 들어 갈퀴에게 칼을 달라고 소리쳤다.

“뭐?”

“칼! 어, 어서!”

내 외침에 갈퀴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내 앞에 툭 던졌다. 난 바닥에 던진 칼을 봤다.

‘기와 혈을 바로잡지 못하면 뽑아내면 된다.’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바닥에 떨어진 칼을 비뚤어진 입으로 겨우 물었다.

그리고 바로 왼손 손목 동맥을 힘껏 끊었다.

쫘아악!

순식간에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순간 기 역시 밖으로 뿜어졌다. 그리고 역주행하던 기가 정지했다. 물론 역류하던 피 역시 그것을 멈췄다.

아니, 역류할 피가 없는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거다. 그리고 난 빠르게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처음 안면 기형이 빠르게 풀렸고 비틀어져 있던 사지가 원상태로 돌아갔다. 물론 내 손목에는 여전히 피가 흘렀다.

내 모습에 갈퀴는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난 갈퀴를 노려봤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날 건드리지 마! 네 딸을 살리고 싶으면.”

난 그렇게 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휘청!

어지러움과 함께 속이 울렁거렸다. 사실 지금 난 위험한 상태였다. 하지만 갈퀴의 터치에 의해 하늘이는 죽어 가고 있었다.

난 하늘이를 봤다.

‘살린다! 꼭!’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 온몸에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은 기를 손끝으로 모았다. 그러자 그어 버린 손목에서 피가 더 많이 흘렀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멈출 수가 없다.

난 다시 최대한의 기를 끌어 모은 손가락으로 하늘이의 심장을 눌렀다. 그리고 끝내 비술이 발동됐다.

우선 심실의 비후한 것을 비술을 이용해서 억제시켰다. 그리고 바로 판막의 기능을 최대화시켰다.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빠르게 떨어졌던 하늘이의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휘청!

난 현기증을 다시 느꼈다.

쿵!

난 그렇게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 순간 멍해 있던 갈퀴가 정신을 차리고 벽에 부착되어 있는 인터폰의 벨을 급하게 눌렀다.

“간호사! 간호사! 어서 와!”

갈퀴는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 * *

스르륵 난 눈을 떴다. 눈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봐서 내 몸이 완벽하게 원상태로 돌아오지는 않은 것 같았다.

정말 비술 발동 때 갑작스럽게 갈퀴가 개입을 해서 주화입마를 당할 뻔했다.

‘정, 정말 죽어야 사는 길이 나오는군!’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손목의 동맥을 끊는다는 것은 쉬운 생각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동맥을 끊는 순간 빠르게 피가 뿜어져 나간다는 것을 아는 내가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은 어쩜 마지막 도박일 거다.

난 그 도박을 통해 목숨을 구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물끄러미 날 보고 있는 갈퀴가 보였다.

“으으윽! 하, 하늘이는…….”

“괜찮다.”

그 순간 난 갈퀴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 다행이군!”

“의사의 말로는 죽을 뻔했다고 하더군. 한순간에 그렇게 사람의 몸에서 피가 빨리 빠져나가는 것은 처음 봤다고 하더군.”

갈퀴는 나를 걱정하는 듯 말했다.

“내가 뭘 잘못 한 건가?”

“넌 나와 네 딸을 동시에 죽일 뻔했다.”

“그, 그런 건가?”

“그래. 아직 안 끝났다. 그러니 다음에 절대 날 건드리면 안 돼.”

“알, 알았다.”

“의사가 그러더군. 하늘이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많, 많이 좋아져서는 안 되지. 완치가 되어야 하지?”

내 말에 갈퀴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그, 그게 가능한 겁니까?”

말투부터 발라진 갈퀴였다.

“충분히 가능해! 내가 하늘이를 마라톤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지.”

내 농담에 갈퀴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뭔가 내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눈빛을 했다. 아마 이연아에 대해서일 거다.

“이연아를 어떻게 만났냐고?”

내 말에 갈퀴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그, 그래!”

“카지노에서 만났지.”

내 말에 갈퀴는 인상을 찡그리다 못해 구겼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

“아니, 바짝 차렸지. 이연아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나?”

내 말에 갈퀴는 날 빤히 봤다.

“내가 알 필요가 있나?”

“착한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하더군.”

“노름꾼의 말을 믿어? 미쳤군!”

“이제 이연아는 도박꾼이 아니야. 스스로 카지노 영구 출입 금지를 시켰지.”

그 말에 갈퀴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하늘이가 완치가 되면 엄마가 필요하지 않나?”

“엄, 엄마가 필요한가?”

“또 교도소 같은 곳에는 안 가는 아빠도 필요하겠지.”

내 말에 갈퀴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내가 하늘이 엄마를 좀 볼 수 있을까?”

“재창건설 비서실에 근무한다.”

“재, 재창건설?”

“그래. 이제 마포 불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나?”

난 뚫어지게 갈퀴를 봤다. 그리고 갈퀴도 날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딸이 완치가 되면 모든 것을 말해 주지. 진실 그게 아니면 네가 필요한 거짓까지도 내입에서 나올 수 있다.”

“난 진실만 원해!”

* * *

갈퀴는 나와 이야기를 나눈 뒤 바로 재창건설 비서실로 달려갔다. 갈퀴가 이연아를 찾아간 것은 만일을 대비하기 위함일지도 몰랐다.

만약 은성이 하늘이를 살렸을 때를 준비하려는 거였다.

‘마포 불곰과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

갈퀴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갈퀴는 발걸음을 재촉해서 이연아가 있는 재창건설 비서실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문고리를 잡았다. 하지만 쉽게 문고리를 돌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갈퀴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갈퀴는 이연아를 만나야 하는 거였다.

‘그래도 엄마다.’

갈퀴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문고리를 돌렸다.

덜컥!

갈퀴가 비서실로 들어서는 순간 이연아는 놀라 눈이 커지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들고 있던 서류철을 자신도 모르게 떨어트렸다.

이연아는 사실 이곳에서 자신의 전 남편인 갈퀴를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기는 어, 어떻게…….”

이연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갈퀴에게 물었다. 딱 5년 만에 갈퀴를 만난 이연아였다.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잠시만요.”

“그래.”

김재창은 벽 옆에 놓인 의자에 차분히 앉았다. 그리고 이연아는 사장실로 조심히 들어갔다. 물론 은성은 김재창에게 사전에 갈퀴가 올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

“왜 그러지요?”

“아는 사람이 와서 잠깐 나가 봐도 되나요?”

“다녀오세요. 전 남편이라고요?”

김재창의 말에 이연아는 더욱 놀라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아셨나요?”

“은성 님이 알려 주시더군요. 가서 이야기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놀라지 마세요. 우리 옆에는 항상 은성 님이 계시니까요.”

이건 절대적인 믿음일 거다. 이연아가 이곳에 와서 근무를 한 뒤부터 느낀 점은 이 재창건설 직원들은 사장인 김재창보다 절대적으로 젊은 은성을 믿고 있다는 거였다.

“우리 옆에 은성 님이 계시다고요?”

“그렇습니다. 항상 우리 옆에 가장 힘든 순간 은성 님이 계시죠. 그리고 우리보다 더 많이 고민을 하시고 일을 처리하시죠. 그래서 은성 님이신 겁니다.”

“그, 그래서 은성 님이시다…….”

“예. 갈퀴라는 조폭이죠? 이야기 들어 보세요. 너무 놀라지 마시고요. 기억하세요. 항상 우리 옆에 은성 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지금은 연아 씨 가장 가까운 곳에 은성 님이 있습니다.”

이건 신앙과 같은 믿음일 거다.

“제 옆에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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