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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61화 (161/210)

흑막의 신! 161화

“하늘아 아파도 좀 참아!”

“뭐?”

하늘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날 빤히 봤다.

“이 오빠가 기적을 한 번 만들어 보려고.”

난 하늘을 보며 웃었다.

“기적?”

“응.”

“아저씨 천사야?”

“뭐? 내가 천사냐고?”

“응. 기적은 천사들이 만드는 거잖아.”

하늘의 질문에 난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난 절대 천사이지 못할 거다. 어쩜 나는 악마에 가까운 존재다.

악을 제거하는 또 다른 악!

그것이 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걸 거다.

“몰라.”

“아저씨가 나 고쳐 주면 천사!”

하늘이는 내게 농담을 했다.

“난 천사보다 오빠가 더 좋아.”

난 하늘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최악의 몸 상태에서 기를 끌어모았다. 순간 현기증이 느껴졌다.

‘할 수 있다.’

난 다시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리고 점점 더 내 몸 안에 있는 기가 모여졌다. 난 이 모인 기를 모두 손끝에 모아서 비술을 발동해야 한다.

지금 상태라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비술을 발동할 수 있다.

난 하늘이를 봤다.

조금씩 뛰는 심장이 힘이 없다. 난 심장의 구조를 떠올렸다.

‘충격을 내 몸이 견뎌 낼 수 있을까?’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다시 하늘이의 심장을 봤다. 내 눈에는 하늘이의 심장이 반투명으로 보였다.

내 눈은 하늘이의 심장이 자세하게 보였다.

난 다시 기를 모았다. 그러자 심장의 내부가 보였다. 아마 내가 이 상태에서 외과 의사가 된다면 세계 최고의 서전이 됐을지도 모른다.

난 눈으로 하늘이의 심장 상태를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기를 하나도 남김없이 끌어모았다.

‘됐다.’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떤 충격이 반작용으로 전달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건 내게도 목숨을 건 모험일지도 모른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에 모아진 기를 이용해 비술을 발동했다.

“이제 시작한다.”

난 가만히 누워 있는 하늘이에게 말했다.

“뭐?”

“우리 하늘이 안 아프게 하는 거.”

내 담담한 말에 하늘이는 날 빤히 봤다.

“정말 아저씨 천사야?”

“오빠라고.”

“나 안 아프면 오빠.”

“아플 거다.”

내 말에 하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미 고통은 익숙한 하늘일 거다.

“아프고 나면 좋아질 거야.”

“응.”

난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손을 들어 하늘이의 심장 중에 우심실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심경막 부분을 비술을 이용해 눌렀다.

그 순간 나를 보던 하늘이의 동공이 마치 터질 듯 확장됐다. 그건 그만큼 하늘이에게 고통이 엄청나게 밀려들고 있다는 증거일 거다.

하지만 이것을 참아내야 한다. 우선 비대해진 심경막을 원상태로 돌려놔야 한다. 그래야 좌심실과 우심실이 원활하게 활동을 할 수 있는 거다.

“아아악!”

하늘이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내 몸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늘이의 동공이 확장되는 것처럼 내 동공도 확장이 됐다.

‘뭐야 이건?’

난 놀랐다. 지금 나와 하늘이의 몸이 일치되고 있는 거다. 이건 다시 말해 하늘이의 심근막이 축소하게 되면 내 심근막도 축소할 수도 있다는 거다.

‘젠장!’

하지만 이 상태에서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난 바로 반월판, 이첨판, 삼첨판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비술을 발동했다. 이것이 두 번째 조치였다. 그 순간 내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자 하늘이의 확장된 동공이 원상태로 돌아왔고 내 동공 역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이 상태라면 어느 순간 내 심장이 멈출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제 대동맥에 잔뜩 끼여 있는 찌꺼기인 혈전을 제거하고 나서 수축된 대동맥과 폐동맥과 폐정맥을 원상태로 돌려놓으면 된다.

어쩜 난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난 마지막 기를 끌어모아 하늘이의 몸에 주입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이의 대동맥과 폐정맥 그리고 폐동맥이 원래 기능을 회복했다. 이제 어느 정도 기능이 회복된 심장을 전체적으로 비술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강화를 하면 된다.

“으으윽!”

순간 내 심장에 강한 충격이 밀려왔다. 심장은 예민한 기관이다. 갑작스러운 내 심장의 변화에 의해 내 몸에 이상이 왔다.

그리고 심장이 이상하면 바로 신장부터 문제가 생긴다.

‘젠장!’

복부에 강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 순간 하늘이도 인상을 찡그렸다. 하늘이 역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복부를 잡았다.

‘왜 저러지?’

난 하늘이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번뜩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설마 내 몸의 변화에도 하늘이가 영향을 받는 건가?’

이건 어쩜 나와 하늘이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할 거다. 이것이 바로 어쩜 비술 발동의 부작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바로 최대한 빠르게 하늘이의 심장을 강화시키는 데 돌입했다. 물론 이미 내 몸에는 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쩜 이 순간 정말 기적이 필요할 때인지도 몰랐다.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마지막 비술을 발동했다. 그렇게 끝내 난 하늘이의 심장을 강화해 냈다.

“휴우!”

난 길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내 복부는 여전히 고통이 밀려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하늘이는 표정이 무척이나 편안해졌다는 거다.

난 뒤로 물러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 상태라면 빠르게 내 몸을 회복하지 않으면 이제 내가 위험해질 판이었다.

‘항상 이렇게 목숨을 걸어야 하는군!’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 몸에 기가 다시 모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내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지금 당장 손상된 신장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힘이 내게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신장은 두 개이기에 우선은 생명의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난 약간의 기력을 회복하고 나서 하늘이를 봤다. 흐릿해지는 초점이었지만 애써 하늘을 똑바로 보려 했다. 그리고 하늘이도 나를 찬찬히 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걸까?’

그때 하늘이 천천히 내려왔다.

침대 아래로 내려오는 하늘은 흐릿한 초점의 나에게 다가와 날 봤다. 그리고 날 향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였다.

‘하늘이 날 보며 웃는다.’

저 웃음이야말로 내가 목숨을 걸 만한 이유가 될 것이다.

“안녕 천사!”

천사!

천사?

하늘은 내게 천사라 말했다. 하지만 난 이 순간에도 테러리스트일 것이다.

‘천, 천사…….’

마음이 흔들렸고 그 마음에 내 몸이 흔들렸기에 초점을 찾아가는 내 눈동자도 흔들렸다. 그러니 다시 하늘도 흔들렸다.

난 끝내 하늘을 고쳐 낸 거다.

‘하늘을 고쳤다.’

긴장감이 탁하고 풀렸고 쭉 사지의 힘이 모두 풀리듯 이 긴장감이 풀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스스로 맥을 놓고 말았다.

“응!”

또렷해지던 초점이 다시 한순간에 흐릿해졌다.

“안, 안녕 하늘!”

애써 하늘에게 미소를 보였지만 정신을 잃고 앞으로 푹 하고 쓰러졌다. 내 한계가 여기까지 인 것이다.

“오, 오빠!”

하늘은 약속을 지켰다. 내가 자신을 고쳐 주면 나를 오빠라고 불러 주겠다던 그 약속을 지켰다.

윙윙! 윙윙!

하늘이 내게 소리치는 소리가 이제는 윙윙거렸다.

“오빠!”

내가 쓰러지자 다시 하늘은 놀라 소리를 질렀다. 심장이 강화되어서인지 하늘이의 놀란 목소리는 무척이나 높고 힘이 있는 것 같지만 역시 내 귀에는 윙윙거리는 소리로 들렸다.

“으윽!”

흐릿한 정신이 서서히 꺼져 간다. 그리고 끝내 모든 정신을 잃어버렸다.

* * *

병실 안(갈퀴의 시점).

이연아와 이야기를 나눴던 갈퀴가 복도를 걸어 병실 문 앞에 섰다가 하늘의 비명 소리를 듣고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이 본 모습을 보고 놀라 하늘에게 뛰어왔다.

“하, 하늘아!”

하늘이 내려와 침대 앞에 서 있다. 이건 갈퀴에게는 기적일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의 표현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순간일 것이다.

‘정, 정말 고친 건가?’

하지만 그의 놀라움도 잠시, 은성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급히 은성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급하게 은성의 앞에 무릎을 꿇고 은성을 흔들었다.

“이봐! 이봐! 정신 좀 차려 봐.”

“으으윽!”

“안되겠군!”

갈퀴는 은성을 마구 흔들었지만 은성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갈퀴는 조금 전까지 병든 하늘이 누워 있던 침대에 은성을 눕혔다. 그와 동시에 영리한 하늘은 인터폰의 벨을 누르고 의료진을 호출했다.

“여기요.”

삐이잉! 삐이잉!

“여기요. 의사 선생님!”

하늘은 인터폰으로 말을 하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여기, 천사가 아파요!”

하늘의 말에 갈퀴는 하늘과 은성을 번갈아 봤다.

“하늘아 뭐?”

“천사가 아파!”

하늘이의 말에 갈퀴는 쓰러진 은성을 뚫어지게 봤다.

‘천사…….’

* * *

잠시 후.

다다닥! 다다닥!

급하게 의료진이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병실로 들어온 의사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보고 갈퀴에게 급하게 물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힘으로 서 있는 하늘의 모습에 나를 봤을 때보다 더 놀란 눈이 되었다.

“하, 하늘아!”

“어서 환자부터 봐 주세요. 어서!”

갈퀴는 다급하게 의사에게 말했고 그제야 넋이 반쯤 나갔던 의사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봤다.

그때 나도 스르륵 의식을 회복했다.

나를 관찰하고 진찰하던 의사가 갈퀴를 봤다.

“급성 탈진이군요.”

“급성 탈진이라고요?”

“예. 한순간에 너무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이런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의사는 갈퀴에게 말하며 날 다시 봤다.

“그리 약한 체질도 아닌 것 같은데…….”

“괜찮은 겁니까?”

“예. 이렇게 쉬면 회복될 겁니다. 그런데 이 환자가 왜 여기에 와 있죠?”

의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제야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궁금한 모양이다.

“어! 이 환자 자해를 했던 그 환자 아닙니까? 왜 여기에 있죠?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빨리 회복을 해서 여기까지 온 거지?”

의사가 신기하다는 듯 날 봤다.

이 병실 안에서는 의사가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잘, 잘 모르겠습니다.”

“왜 여기에 와 있지? 과다 출혈로 꽤나 위험했는데,…….”

그리고 의사는 내 손목을 봤다.

그 순간 더 놀라워하며 다시 손목을 살폈다.

“이, 이거 이렇게 빨리 아물 수가 없는데?”

내 상처 부위는 이미 딱지가 앉아 있었다.

“으윽!”

“정신이 듭니까?”

의사가 놀란 눈으로 내게 물었다.

“그런,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병실까지 왔습니까? 그 몸으로?”

“잘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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