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63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면 사람이 어떻게 변할 것 같아?”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람은 둘 중 하나야.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는 말이야!”
“둘 중 하나라고요?”
“그래. 천사가 되든, 아니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이용해 악마가 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지.”
난 그렇게 말하고 모니터 안에 있는 김민수를 노려봤다.
“저놈은 악마가 될 거다. 아니, 악마였다.”
난 그렇게 예상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추악한 것들을 이용해 힘을 얻으려고 할 것 같았다.
‘네가 내 생각대로 움직인다면 넌 3개월이 끝이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뜨악새를 봤다.
“그런데 마포 불곰 쪽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는 인천에 가만히 있다가 오늘 서울에 왔습니다.”
“서울요?”
“그렇습니다.”
“누구를 만나는 건가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곧 확인이 될 겁니다. 요원들이 밀착을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누가 붙었죠?”
“박지은 요원이 밀착했습니다.”
“그곳이 어디죠?”
“현재 위치는 조선 호텔입니다.”
“제가 가 보죠.”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모니터 안에 있는 김민수를 다시 봤다.
“내보내. 그리고 밀착 감시를 해라.”
“그러다가 저희의 정체가…….”
“위험 없는 제거는 없다. 김민수 저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그 이상의 존재를 알 수 있을 거야!”
“예. 알겠습니다. 사부님!”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호중 네가 붙어라.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위험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알, 알겠습니다.”
“행동 명령 17호를 발동한다.”
내 말에 뜨악새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기겁했다. 행동 명령 17호는 선 조치 후 보고다. 그건 다시 말해 어떤 위급한 순간이 되었을 때 목표를 제거하고 나서 보고를 하라는 행동 강령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발동하지 않은 행동 명령 17호를 발동한 거다.
그래서 난 호중을 시킨 거였다.
“명령 17호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현 시간부로 발동한다.”
내 말에 호중이 날 빤히 봤다. 저 눈빛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는 눈빛이다.
“항상 나쁜 것만 너한테 시키는구나!”
“그래서 제가 있는 겁니다.”
“고맙다.”
난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내 옷들이 있는 방으로 가 검은색 정장을 입고 바로 조선 호텔로 향했다.
* * *
내가 도착을 했을 때는 이미 마포 불곰이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중년의 남자. 기품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이 사회의 지도층 같아 보였다.
나는 기를 끌어모아 귀에 집중했다. 이러면 작은 소리도 아주 크게 들린다. 그리고 천천히 박지은이 앉아 있는 자리로 갔다.
내가 도착을 하자 박지은은 살짝 실망한 표정을 했다.
“호중이 아니라 실망했나?”
“아, 아닙니다.”
“연애는 일 끝나고 해! 이번 일만 끝나면 휴가를 주지.”
“예.”
지금 내가 앉은 자리는 마포 불곰과 중년의 남자가 앉은 자리에서 상당히 떨어진 자리다. 그리고 난 그들과 등을 지고 앉아 있기에 눈으로는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볼 수가 없다. 그 대신에 박지은은 그들의 행동을 볼 수가 있었다.
“언제부터 만났지?”
“온 지 꽤 되었는데 아무 말 없이 차만 마시고 있어요.”
“아무 말 없이?”
“예.”
박지은은 그게 이상하다는 듯 내게 말했다. 그리고 그때 마포 불곰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보름 전에 민수가 다녀갔어요.”
마포 불곰의 말에 중년의 남자가 들고 있던 찻잔이 파르르 떨렸다.
“용케도 찾았군.”
탁!
테이블 위에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내 귀에 크게 들렸다.
“우린 만나면 안 되는 사이이지 않나?”
“오셨으니 만난 거죠.”
둘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무척이나 애틋해 보였다. 그리고 그 분위기가 또 묘했다. 애증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되는 건가?”
“예.”
“그래! 민수가 자네를 왜 찾아왔다고 하던가?”
“민수가 아픈 것 같더군요. 얼마 살지 못한다고 했어요.”
“중년의 남자가 파르르 한 번 떨었습니다.”
박지은이 중년의 남자의 행동을 내게 세세하게 말해줬다.
난 이렇게 귀로 듣고 박지은은 눈으로 보며 내게 말해 주고 있는 거였다.
“뭔가 있는 것 같군!”
“뭔가 있다고요?”
“그래. 마포 불곰을 만나는 사람이라면 예사 인물은 아닐 거야. 그리고 김민수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봐서 저 남자는 김민수의 부친이겠지. 그런데 왜 마포 불곰이 김민수의 부친을 만났지?”
과거 내연의 관계?
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생각은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김민수의 이야기가 나오자 떠는 모습을 봐서 분명 김민수의 부친 같았다.
김민수의 부친은 거대 병원의 병원장이다. 그렇다면 분명 마포 불곰과 검은 커넥션이 있을 수도 있었다.
“좀 더 들어 보지.”
가끔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진실이 숨어 있을 때도 있다. 난 다시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래. 민수가 와서 뭐라고 하던가?”
“자신이 모든 것을 안고 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한테 하나를 요구하고 또 하나를 부탁했습니다.”
“요구와 부탁?”
“그렇습니다.”
“뭔가? 자네에게 뭐를 요구하고 부탁했지?”
“그, 그게…….”
“그게 뭐지?”
“제 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 자네의 딸? 자, 자네한테 딸이 있었나?”
“예. 있지요.”
마포 불곰은 무척이나 차분히 말했다. 그에 반해 중년의 남자는 잡고 있는 찻잔이 달달달 떨리도록 당황하고 있었다.
“설, 설마 그 딸이…….”
“아쉽게도 원장님의 딸이 아닙니다.”
“으음.”
신음 소리가 길게 들렸고 그 신음 소리는 안도의 신음 소리가 분명했다.
“내 딸이 아니라는 말이지. 그럼 누구의 딸이지?”
“그, 그게…….”
“설, 설마…….”
“그 딱 한 번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원장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둘도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그리고 마포 불곰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박지은의 말에 난 인상을 찡그려졌다.
마포 불곰에게 딸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큰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중년의 남자는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 말은 중년의 남자와 마포 불곰 간에 어느 정도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마포 불곰은 단호하게 중년의 남자의 딸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저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거였다.
“그래요. 그렇게 됐어요.”
“으음.”
마포 불곰의 말에 중년의 남자는 다시 신음을 했다.
“그 아이 어디에 있나?”
“아주 안전한 곳에 있어요.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있습니다.”
“그 아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네.”
“꼭 아셔야 해요?”
“그래. 자네가 키우고 있나?”
“아니에요.”
약간 집요한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럼 어디에 있나? 설마 중국에 있는 건가?”
원래 마포 불곰은 탈북자였다. 그리고 한동안 조선족으로 생활했다. 그래서 중년의 남자도 마포 불곰이 조선족인 줄 알고 만났을 거다.
“한국에 있어요.”
“한국?”
“혹시 그 사람이 데리고 있나?”
“예. 그러고 보니 전 참 모진 년이네요.”
난 그때 중년의 남자가 말한 그 사람에 집중했다.
‘그 사람이 누구지?’
난 문뜩 그게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분명 마포 불곰이 믿고 자신의 딸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이나 친분이 있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뜩 내 머릿속에는 최 사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니야! 그건 너무 오버다.’
난 피식 웃었다.
하지만 최 사부의 말을 통해 마포 불곰과 최 사부는 3년 정도 같이 지냈다고 말했다. 그럼 아예 가망성이 없는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가 민수라는 것은 비밀이어야 하네.”
중년의 남자는 다짐을 받듯 말했고, 난 그 순간 기겁했다.
내가 설마 했던 부분이 현실이 됐다. 그리고 그 아비와 지금 마포 불곰이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난 마포 불곰과 중년의 남자가 과거 내연의 관계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아버지와 그 아들이 같이 품었던 여자 마포 불곰!
그게 바로 마포 불곰이었고 또 그 아들의 아이를 낳은 마포 불곰이 지금 그 아이의 아버지의 아버지와 마주보고 있는 거였다.
막장극의 한 장면일 것이다.
‘김민수와 마포 불곰이…….’
이건 완벽한 막장 드라마의 공식일 거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라는 것이 현실에 있는 이야기를 조금 과장되게 해서 만든 걸 거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다.
“이미 민수가 알고 있어요.”
“으음. 어, 어떻게 알았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민수의 성격상 아무도 모르게 조사를 했을 수도 있죠.”
“그래. 그리고 다른 하나는 뭐지?”
“저한테 원장님을 부탁했어요.”
“으음.”
이번에야말로 가장 크고 길게 중년의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날 보자고 한 건가?”
“저도 제가 이럴 줄은 몰랐어요.”
“우린 안 되는 줄 알지 않나?”
“그, 그렇죠.”
마포 불곰은 정말 여린 여자처럼 풀이 죽어 말했다. 그리고 그런 마포 불곰을 중년의 남자는 물끄러미 봤다고 박지은이 말했다.
“제가 사는 세상은 참 힘이 드네요. 저는 지옥에 사나 봐요. 원장님!”
“나도 그렇다네.”
“그럼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내 귀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자네한테는 참 미안하이.”
“아니에요. 인연이 아니었었죠. 그때는!”
마포 불곰은 짧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마포 불곰이 호텔 커피숍을 나가자 중년의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김 원장입니다. 청장님!”
-오! 김 원장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저번에 저랑 약속하신 것을 지키실 차례이십니다. 청장님께서 백록회를 위해 해 주실 일이 생겼습니다.”
내 귀에 들리는 중년의 남자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약, 약속이라고요? 또 제가 백, 백록회를 위해 움직일 때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백록회에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으음……. 저는 백록회의 정식 회원도 아니… 단지 도움을 받은 것인데…….
“아프셨을 때를 벌써 잊으셨습니까? 저번에 뵈었을 때는 혈색이 참 좋아 보이던데요.”
-그, 그게 다 김 원장 덕이죠. 내 그 은혜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청장이라는 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백록회의 도움을 받으셨다면 그 자체로 백록회의 회원이신 겁니다. 저희가 목숨만 도와 드렸을까요?”
-뭐라고요?
“승승장구를 하신 것도 다 청장님의 뒤에 백록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으음…….
이 순간 난 청장이라는 자 역시 김 원장과 마포 불곰, 그리고 불법 장기 밀거래와 시술에 관련이 있다고 직감했다.
-내, 내가 뭘 하면 되겠소?
“원래 여기 사람도 아니니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지금 뭐라고 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