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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64화 (164/210)

흑막의 신! 164화

“저에게 협박을 해 왔습니다. 제가 협박을 받으면 많은 사람이 위험해집니다. 또 백록회가 위험해지면 아태의 평화도 위협을 받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파멸하실 분은 청장님이 되실 겁니다.”

난 중년의 남자의 말을 듣고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태? 뭐지?’

그들의 말 중에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바로 아태다.

그것은 분명 줄임말일 것이다.

‘설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말하는 건가?’

나로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왔다.

정말 난 어쩌면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거대한 것과 싸우려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 알겠소. 내가 처리해 보겠소.

“모질고 독한 사람입니다. 실수 없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중년의 남자가 계획하는 것은 배신이었다. 정말 배신이 판을 치는 무서운 세상이었다.

-알, 알겠소. 내 완벽하게 처리하도록 하죠.

“동아백록회의 정식 회원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내가 정식 회원이라 하셨소?

“그렇습니다. 왜 싫으십니까?”

-아닙니다. 거스를 수 없다면 따라야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차질 없게 진행해 주십시오. 차질 없게.”

그렇게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중년의 남자는 다 식어 버린 찻잔을 떨리는 손으로 잡고 마셨다.

달달달 떨리는 것이 무척이나 심적인 동요가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 정말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배신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미, 미안하이. 항상 자네한테만 난 이렇게 모질구만! 하지만 난 어쩔 수 없는 아비라네……. 그리고 동아백록회의 회원이고…….”

난 순간 중년의 남자가 뭔가를 감추기 위해 마포 불곰을 제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알면 알수록 무서운 것이 인간이었다.

정말 진절머리가 쳐지고 소름이 돋는 세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김 원장이라는 자와 병원, 그리고 마포 불곰과 지도층이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니, 더 정확하게 동아백록회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했다.

‘동아백록회라고 했어. 동아 그리고 백록회, 그리고 아태… 아태…….’

뭔가 머리에 떠오를 것 같기도 한데 떠오르지 않았다.

“설, 설마!”

“왜 그러세요?”

박지은이 날 봤다.

“아니야!”

“예.”

그때 중년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보니 내 눈에는 중년의 남자로 보였다. 김민수의 부친이 분명할 건데 무척이나 젊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단어들을 종합해 보면…, 대동아백록회다. 대동아! 대동아!’

다시 난 인상을 찡그렸다.

대동아라는 말을 쓰는 족속들이 있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청산되지 않았기에 내가 사는 이 나라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었을 거다.

‘기우이기를 바란다. 내 기우이기를!’

그때 내 핸드폰에서 벨이 울렸다.

난 핸드폰 액정을 봤다. 김용팔 회장이다. 정말 오랜만에 전화를 하신 거였다.

“예. 은성입니다.”

-오! 은성 군 오랜만이야. 내가 전화를 하지 않으면 도통 통화를 하기가 힘들군.

김용팔 회장은 무척이나 들뜬 것 같았다.

“기분 좋은 일 있으십니까?”

-당연히 있지. 자네가 준 아이디어로 드디어 음료를 출시할 수 있을 것 같네.

김용팔 회장이 말하는 것은 내가 말해 준 헛개 차를 말하는 걸 거다.

“그렇습니까? 잘됐네요.”

-자네 지금 어디에 있나?

“서울에 있습니다.”

-나도 서울인데 한 번 보지.

김용팔 회장은 들뜬 마음에 나를 보자고 했다. 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도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나야 하는 거다.

지금 내 모든 자금은 김용팔 회장에게서 나오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 사무실로 제가 가죠.”

-그래 주겠나?

“예. 바로 가겠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박지은도 일어섰다.

***

김용팔 회장의 사무실.

김용팔 회장은 품에 갓난아이를 안고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내 아들 대성이라네.”

“잘생겼네요.”

“그래 아주 잘생겼지. 하하하!”

“많이 닮으셨네요.”

내 말에 김용팔 회장은 다시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우리 아들은 나처럼은 안 살았으면 해.”

“회장님처럼 안 살게 하신다고요?”

“그래. 나처럼 돈의 노예가 돼서 살지 않게 하고 싶어. 난 너무 힘든 시대를 살았지. 또 너무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악착같이 돈을 벌었어. 그리고 이렇게 재벌이 됐지.”

처음으로 김용팔 회장이 자신을 재벌이라고 말했다.

“너무 큰 꿈 아닙니까? 돈의 노예로 살지 않게 하신다는 것은?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도 풍요롭게 살기를 바라는 거겠죠.”

“그렇지. 너무 큰 꿈이지. 하지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

“어떤 방법이 있는데요?”

“자네가 아주 돈이라면 지겹게 생각할 만큼 많이 벌어 주는 거지.”

“꼭 어려운 방법은 아니지만 쉽지도 않네요.”

“그래. 그런데 욕심이란 놈이 말이야…….”

김용팔 회장이 날 빤히 봤다.

“욕심이라는 놈이 끝이 없어서 욕심이죠.”

“그래서 내가 고민이야. 나처럼은 안 살게 하고 싶은데…….”

“그럼 물려주지 말고 다 기부를 하세요.”

난 너무 쉽게 말했다.

“기부?”

“예. 너무 많이 가지면 사람이 썩죠. 그게 또 물려받은 거라면 더 썩기 마련입니다.”

“좋은 생각이지만 난 원래 욕심에 패배한 늙은이라서.”

김용팔 사장은 솔직했다.

“그럼 알아서 하세요.”

“그래야겠지. 그래도 우리 아들은 자네를 닮았으면 좋겠네.”

“저를 닮아요?”

“그래. 자네는 참 눈이 맑아!”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이 아니지. 내가 자네를 선택한 것은 자네 눈 때문이야.”

“알겠습니다. 그만 비행기 태우세요.”

“비행기를 탔으니 그럼 값을 해.”

김용팔 회장이 날 빤히 봤다.

“무슨 갚을 하면 되죠?”

“이 아이를 부탁하지.”

김용팔 회장의 말은 내가 예전에 보여 줬던 기공을 이용해 아이를 건강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 같았다.

“하하하! 노림수가 계셨군요.”

“그렇지. 난 욕심 많은 늙은이지 않나?”

사실 난 이 꼬맹이 대성의 대부가 되겠다고 말했다. 난 물끄러미 아기인 대성을 봤다. 아이라 그런지 눈동자가 초롱초롱했다.

저렇게 사람은 아이일 때는 모두 선한 눈빛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크면서 눈동자가 탁해지고 욕심이 생기고 탐욕이 생겨서 끝내는 보기도 무서울 정도의 눈동자가 되는 거다.

‘나쁘지 않지.’

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럼 값을 하죠. 주세요. 대성이!”

내 말에 김용팔 회장은 내게 대성을 내밀었다. 잔뜩 기대를 한 눈빛이다.

“잘 부탁하네. 난 이 아이가 정말 좋은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어.”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나는 대성을 받아 안고 내 몸 단전에 모여 있는 순결한 기를 끌어모았다. 난 내 품에 안긴 대성의 뇌를 활성화시킬 생각이다. 뇌를 활성화시키면 여러 가지 좋은 게 많을 것이다.

머리가 좋아지고 암기력이 좋아지고 사고력이 좋아진다. 그리고 심장도 비술로 강화시켜 줄 생각이다.

강철의 심장에 얼음 같은 차가운 두뇌를 가졌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거다.

하지만 내 행동은 어쩜 위험해질 수도 있는 거다. 내가 그렇게 뇌를 강화시켜 뛰어난 인재로 바꾸어 놨는데 독재자나 사이코가 된다면 난 죄를 짓는 거였다.

‘끝까지 책임을 진다.’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난 바로 손바닥에 모인 기를 대성의 머리에 쏘았다. 순간 어린 대성의 동공이 열렸다. 그리고 빠르게 난 비술을 발동했다.

“휴우!”

한참 그렇게 비술과 기공을 병행하고 나서 김용팔 회장을 봤다.

“최소한 앞으로 감기는 안 걸릴 겁니다.”

“고맙네.”

“그럼 이제 사업 이야기나 하시죠.”

난 다시 대성을 김용팔 회장의 품으로 보내며 말했다.

“잠시만 대성이를 좀 내보내고.”

김용팔 회장은 아이 옆에서 돈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여비서가 들어와 대성을 안고 나갔다.

“이제 사업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샘플이 완성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청솔 헛개차라고 이름을 지었네.”

“좋네요. 회장님께 꽤 많은 돈을 벌어 줄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해. 정말 간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더군.”

김용팔 회장은 내가 알려 준 헛개의 성분을 분석해 헛개 차를 만들었다.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참 아는 것이 많아.”

“그래서 먹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그런가? 하하하!”

나중의 일이지만 청솔 헛개차는 시판이 되고 나서 한 달 만에 음료 시장을 석권했다. 기존의 옥수수 수염차의 아성을 바로 깨 버린 거다.

“술 좋아하는 한국 사람한테 이것만큼 좋은 음료는 없지.”

“그럼요.”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 흘렀다. 그때 김용팔 회장이 날 빤히 봤다.

나 역시 김용팔 회장을 봤다.

‘뭔가 할 말이 있군.’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네, 마포 불곰을 감시하는 것 같더군.”

난 김용팔 회장의 말에 속으로 놀랐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조심하게.”

“그래야죠. 마포 불곰은 무서운 여자니까요.”

“아니야. 그런 사채업자가 무서울 것이 뭐가 있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여자에게 목숨을 도움 받은 사람들을 조심하라는 거네.”

난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동아백록회를 알까?’

난 그것을 물어보려다가 참았다.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마포 불곰에게 목숨을 도움 받은 사람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알지. 다 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나도 조심을 해야 할 입장이라서 몇몇은 알아 두었지. 하지만 더는 알려고 하지 마시게. 위험하네.”

“누굽니까?”

“하지만 말을 해 줄 수는 없네. 자네한테는 너무나 위험한 일이네.”

아마 김용팔 회장은 나를 만나기 전에 생명 연장을 위해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거다. 그도 재벌이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재벌들은 참 오래도 산다.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 말도 있는데 스스로 자살하지 않은 재벌들 중에 요절한 사람은 없었다. 아니, 천수를 넘어 벽에 똥칠을 할 때까지 살다가 죽었다.

“회장님!”

난 김용팔 회장을 노려봤다.

“자네가 건드리기에는 너무 거대한 사람들이야. 또 사람들 하나하나가 거대하지만 그들이……. 아니네!”

난 순간 김용팔 회장도 동아백록회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시던 말씀 계속하십시오.”

“절대 지금 자네가 건드려서는 안 될 인물들이라는 것만 다시 말하겠네.”

“지금 아니면 나중에도 못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을 하나?”

“예.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깨져도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은 합니다.”

“난 좀 다르네.”

“예?”

“자네가 지금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강해지고 권력을 가진다면 그때는 가능해질 거야.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성공만 한다면 힘이 되는 부를 축적할 수 있네.”

“권력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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