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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65화 (165/210)

흑막의 신! 165화

“그래. 권력! 꼭 자네가 가질 필요는 없지.”

“그렇기도 하죠.”

“하여튼 지금은 아니네. 최소 자네와 나의 비장의 카드인 그것의 성분을 분석해 낸 후에 가능한 일이야.”

난 잠시 김용팔 회장의 눈을 봤다. 분명 그의 눈은 나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저를 걱정하시는 겁니까?”

“아니, 내 아들의 대부를 걱정하는 거지.”

역시 다 이유가 있는 거다.

“그러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네만 비밀 조직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게.”

뭐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죠.”

“그럼 누군가가 저를 감시하고 있다는 겁니까?”

난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 인상을 찡그렸다.

“그건 아니네. 자네 사람들은 무척이나 은밀하고 치밀하게 움직이더군.”

“그래도 회장님에게 들켰습니다.”

“그렇지. 나도 겨우 꼬리를 잡은 거지.”

“그럼 회장님도 비밀 조직을 가지고 계신 거군요.”

“하하하! 난 아니네. 내 조직은 돈이야. 그게 힘이고 무기지.”

“그렇죠.”

“하여튼 걱정이 되어서 하는 소리네. 지금은 절대 자네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네! 특히 혼자서는 더욱 안 돼.”

김용팔 회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아들을 봤다.

“정말 욕심쟁이 아버지군요.”

“그렇다네.”

지금 김용팔 회장은 자신의 아들 대성을 권력의 최극점에 올리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 권력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꼭 내가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 거였다.

“잠시 멈추게.”

“그만두라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좀 더 힘을 키우고 좀 더 강해진 후에 하라는 소리지. 그리고 꼭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김용팔 회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아무도 못했던 일이지만 말이네.”

지그시 김용팔 회장은 눈을 감았다.

이 순간 난 김용팔 회장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더욱 조심하죠.”

“고집불통!”

김용팔 회장은 그렇게 말하고 더 이상 날 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난 내 자만심을 한번 반성할 좋은 계기였다.

‘나 역시 완벽하게 숨겨진 게 아니다.’

김용팔 회장이 자운대에 대해서 알았다면 다른 어떤 세력도 찾고자 하면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순간 더욱 철저하게 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자네가 꿈꾸는 것을 하고 싶으면…….”

김용팔 회장은 내게 충고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사실 노인 말 들어서 나쁠 것이 없다. 노인의 말은 오랜 삶의 지혜다. 들어 두면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예, 듣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요소요소에 자네 사람을 배치시켜!”

이건 내 생각과 일치하는 거였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기분을 위해 놀란 척을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예?”

“악인을 벌하고 싶으면 대한민국 공권력에 자네 사람을 심어 놓으면 되는 거지.”

이 말을 통해 김용팔 회장은 상당히 나에 대해 조사가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공권력에 제 사람을…….”

정말 틀린 말은 아니다. 은밀하게 하던 것을 공식적으로 하는 차이였다.

“그렇지. 예를 들면 검찰청에 자네의 사람 20명만 심어 보게. 그들 중 하나 이상은 검찰청장이 되지.”

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오래 걸리지만 나쁜 방법은 아니네요.”

“그렇지. 경제는 내가 밀어 주지. 그리고 검찰과 경찰은 자네 사람으로 채우게. 그리고…….”

김용팔 회장은 뭐든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내어 놓는 사람이다. 결국 결론은 또 하나였다.

“김대성이군요.”

“그렇지.”

“재력을 가진 분이 권력까지 가지면 썩죠.”

“그 안에 난 죽겠지.”

틀린 말도 아니다. 영약이 장생불사의 신선초는 아니니 언젠가는 김용팔 회장은 죽게 될 거다.

“그래서 내가 자네를 선택한 거지.”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김용팔 회장은 내게 새로운 것을 알려 줬다.

김용팔 회장의 생각처럼 내가 움직인다면 세상 자체를 바꾸려는 계획이 될 것이다.

“그래. 그러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게.”

“예.”

“마포 불곰과 연관되어 있는 병원장은 절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네.”

나 역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예. 조심하겠습니다.”

“하하하! 답답한 이야기만 했군.”

“그런가요?”

“그래. 답답해! 그나저나 시료로 쓰는 영약이 다 떨어졌어.”

“또 실패를 하셨군요.”

“성분 분석과 종균 배양이 쉬운 게 아니었어.”

김용팔 회장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참, 제가 저번에 부탁드렸던 것은…….”

내 말에 김용팔 화장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최 회장에 대한 것 말인가?”

“그렇습니다.”

“자네는 자꾸 거물만 상대를 하려고 해!”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입니다.”

“나도 알고 있네.”

김용팔 회장은 일어나서 책상 쪽으로 가 작은 서류 뭉치를 가지고 왔다.

“자네가 부탁한 거네.”

“감사합니다.”

난 고개를 숙여 살짝 묵례를 했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 실수가 생기는 법이라네.”

“예. 우선 정리할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만 정리를 하고 여유를 좀 가지겠습니다.”

이건 그냥 한 소리가 아니다. 난 여유가 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정리할 사람은 바로 김민수다.

난 가증스러운 김민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만 가 보겠습니다.”

“벌써 가려고?”

“저를 부르신 이유를 다 알았으니 가 봐야죠.”

“그러게.”

그렇게 난 좋은 처세술을 배웠다.

‘나쁜 방법은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김용팔 회장이 나를 점점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둘 중 이용을 하는 사람은 내가 되어야 한다.

난 일어서서 잠시 김용팔 회장을 봤다.

“뭐 할 말이 있나?”

“회장님!”

“말하게.”

“욕심이 과하시면 화를 부르는 법입니다.”

“자네의 화를 사지 않을 만큼만 부리지.”

역시 김용팔 회장은 나를 두려워도 했다.

“그런데 말이야, 자네 지금 내게 한 충고는 사업 파트너로 한 충고인가? 아니면 내 아들의 대부로 하는 충고인가?”

“물론 후자입니다.”

내 말에 김용팔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깊이깊이 생각을 하겠네.”

“예. 저도 오늘 충고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알았네.”

이렇게 몇 개월 만에 만난 김용팔 회장과의 독대는 끝이 났다.

* * *

난 김용팔 회장의 빌딩을 나왔다.

기분이 아주 유쾌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도움이 되는 말이다.

‘공권력에 개입을 한다? 나쁘지 않아.’

내가 악인을 척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내 의지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검사 20명만 있으면 조금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치인도 나쁘지 않겠어.’

난 한걸음 더 나가 정치권도 생각을 했다. 세상에게 가장 썩은 곳이 정치계이기도 하지만,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도 정치권이다.

이 순간 난 차기 자운대 운용에 대한 청사진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그때 진태가 차분히 내게로 걸어왔다.

“뭐지?”

“김민수를 풀어 줬습니다.”

“그래? 내가 이미 풀어 주라고 했잖아.”

“그렇습니다. 그런데 김민수가 다시 마포 불곰을 만나고 있습니다.”

드디어 김민수가 자신의 마각을 드러내고 있는 거다.

“눈이 필요하겠지.”

“그런 것 같습니다.”

난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아니라면…….’

난 마포 불곰과 병원장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최 사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냥 지켜만 봐라.”

난 그렇게 말하며 차에 올랐다.

“어디로 모실까요?”

“할머니들 못 본 지 오래됐다.”

“알겠습니다.”

사실 난 할머니들을 보려고 가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최 사부의 딸이 있기 때문에 가는 거였다.

‘서로 닮지 않은 것은 확실해!’

난 인상을 찡그렸다.

“최 사부는 어디에 계시지?”

“아마 세 할머니 식당에 계실 겁니다.”

“그래?”

“예.”

“알았다.”

그렇게 날 태운 차는 세 할머니 식당을 향해 달렸다.

* * *

마포 불곰이 있는 인천 안가.

마포 불곰은 자신의 안가로 들어서며 옆에 있는 남자를 봤다.

“아무 일 없었지?”

“예. 대모님! 낮에 도시가스 점검 나온 것 말고는 특이한 것은 없었습니다.”

“도시가스 점검?”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까마귀가 날면 반드시 배가 떨어지는 걸까?’

마포 불곰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남자를 봤다.

“또 뭐가 있나?”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뭐?”

“대모님 방에 김민수가 와 있습니다.”

남자의 말에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으음!”

마포 불곰과 김민수는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물론 보고 있는 것은 마포 불곰이었다). 마포 불곰은 놀란 눈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김민수를 바라보았다.

“눈이 어떻게 된 거지?”

“이 눈 때문에 왔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된 건가?”

“정확하게 말하면 눈을 잃고 목숨을 건졌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겁니다.”

“무,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습니다.”

“그럼 날 찾아온 이유는 그거라는 거군.”

마포 불곰의 말에 김민수는 씩 웃었다.

“그렇습니다. 부탁드리죠.”

“말투가 명령을 하는 것 같네.”

“처음 왔을 때와는 달라졌으니까요.”

순간 마포 불곰은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 말은…….”

“이제 아버지가 가진 것을 제가 다 가질까 하는데요.”

그 말에 마포 불곰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렇게 사람은 상황이 변하면 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럼 내게 했던 말도 다 없었던 일이 되는 거군.”

“그렇게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넌 나쁜 놈이었어.”

“그런가 봅니다. 제가 순간 착각을 했습니다. 저도 좋은 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너랑 나랑은 꼭 천벌을 받을 거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여튼 며칠 안으로 안구 이식을 준비해 주세요.”

“거부한다면.”

“아버지가 아는 것을 모두 저도 알고 있죠.”

“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

“이런 협박 익숙하시잖아요.”

역시 김민수는 변했다. 하지만 김민수는 자신의 몸에 은성이 안배를 해 놨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김민수의 말에 마포 불곰은 김민수를 노려봤다.

“넌 어릴 적부터 사악한 놈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김민수가 비릿하게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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