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의 신-168화 (168/210)

흑막의 신! 168화

그 일이 있은 후 6개월이 지났다.

마포 불곰은 사라졌고 김민수도 사라졌다.

‘정말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거대한 존재다.’

동아백록회!

그건 거대한 존재가 분명할 거다.

난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든 대외 활동은 잠시 중지한다.”

내 말에 자운대 핵심 요원들이 놀라 날 봤다.

“중지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우선은 중지하고 내실을 다질 거다.”

“내실이라면…….”

호중이 내게 물었다.

“자운대 요원의 양성이다.”

“알겠습니다.”

내가 활동을 멈췄다고 해서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잠시의 멈춤일 거다.

‘사업 확장부터 해야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이준성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준성은 내가 차려 준 연예 기획사를 어느 정도 안정시켜 놓은 상태였다. 우선 주 수입원이 되는 것은 트로트를 부르기 싫다고 떼를 쓴 체리였다.

그녀는 딱 6개월 만에 트로트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정말 링거 꼽고 달린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정신없이 달렸다. 그리고 바로 그녀가 달릴 때마다 연예 기획사의 수입이 됐다. 한 번 행사를 뛰면 기본이 천만 원이었다. 하루에 다섯 곳 이상 뛰니 기획사 수입도 이천오백만 원 정도 됐다.

물론 그 수익에는 지출금도 있었지만 적자는 보지 않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 체리가 이준성과 나의 기획사를 먹여 살리고 있는 거다.

난 또 한 번 아전인수 격인 계획을 꾸몄다.

재창건설의 아파트 광고 모델로 은지수를 발탁한 거다. 광고비는 5억 정도로 계약을 했고, 그 돈의 절반은 이준성의 연예 기획사의 자금으로 쓰일 거다.

자금이라면 이제 부족하지 않는데 난 장난처럼 그렇게 김용팔 회장에게 요구를 했다. 또한 김용팔 회장도 이제는 내 이런 아전인수 격인 계획을 장난으로 받아 주고 있었다.

어디 스폰서가 연예인 밀어 주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체리는 윤정으로 개명을 하고 활동을 했다. 트로트 가수로 체리는 좀 그래 보였으니까.

그리고 체리 역시 청솔제약이 이번에 출시하나는 헛개차 광고에 모델로 발탁하라고 내가 김용팔 사장에게 은근히 압력을 넣었다.

-또 아전인수인가?

이번에는 김용팔 회장의 목소리가 어둡지 않았다. 이 정도는 애교라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마포 불곰과 김민수의 부친의 비리에 대한 조사를 그만둔 것에 대한 답례 때문인지 그렇게 좋게 넘어갔다.

“비싼 광고비를 들일 바에야, 이왕이면 우리 쪽 사람을 쓰면 더 좋죠.”

난 괜히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기는 해도 좀 스타급으로 가는 게 제품 이미지에 좋은데.

“곧 유명해질 겁니다. 아니, 지금도 아주 많이 유명하고요.”

-그래도 남자가 마시는 차인데…….

“왜, 격투기 선수라도 쓸 생각이셨습니까?”

-어떻게 알았나?

“그건 너무 강하잖아요. 헛개차는 건강해야 할 사람이 마시는 차입니다.”

-그래. 자네 뜻도 내가 따라 줘야지.

이 말은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 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사실 난 죽은 김민수의 부친의 비리 수사를 그만둔 것은 아니다. 단지 조금 뒤로 미룬 것뿐이다.

‘그놈들이 한 짓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분명 마포 불곰은 정리되어야 할 존재지만 그렇게 정리를 할 것은 절대 아니었다. 얼마나 많은 권력과 손을 잡고 있으면 도시가스를 폭발시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또한 내가 움직이는 것을 절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싶었다.

물론 그것은 김용팔 회장에게도 해당되는 소리였다.

‘김용팔 회장님도 알지 못하게 움직인다.’

그러고 보니 김용팔 회장님이 가지고 있는 조직력도 상당했다.

그렇게 난 잠시 결론적으로는 장기밀매와 연관된 검은 커넥션에 손을 떼었다. 그리고 바로 내 조직의 확장에 집중했다.

배운 것이 있으면 바로 써먹어야 한다. 그래서 먼저 연예계를 다져 놓을 생각을 한 거다. 그리고 그 연예계에 살짝 발을 담그고 있는 수정도 걱정이 됐다.

‘허영 덩어리!’

수정을 생각하며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허영이다. 하지만 밉지 않은 허영이기에 난 그런 수정이 좋게 보였다. 뭐 사실 내 눈에 수정의 어떤 것도 나쁘게 보이는 게 없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러다가 자네도 광고를 찍겠다고 하겠군!

김용팔 회장은 내게 농담을 했다. 뭐 사실 못 찍을 것도 없다.

“김 엔 동방 투자 회사 광고면 제가 기꺼이 찍어 드리죠.”

-하하하!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군.

“몰랐는데 계약금 엄청나던데요.”

-그렇지.

“하여튼 알았네. 우리 아들놈이 보채서 난 이만 끊네!”

역시 어린 아들에 푹 빠져 있는 김용팔 회장이다. 난 그렇게 두 건의 광고를 따서 이준성이 있는 연예 기획사로 갔다.

물론 내가 가는 곳은 예전에 내가 집무실로 쓰던 빌라다. 원래 내가 쓰던 5층을 줄까 했지만 이준성이 움직이기 불편하다고 해서 1층을 다시 공사를 해서 줬다.

내가 연예 기획사로 들어서자 직원들이 모두 일어섰다.

“오셨습니까?”

이들 직원 중 대부분은 자운대 소속 요원들이다. 호중과 박지은도 이곳에 배치를 했다.

나를 보자마자 박지은은 바로 이준성이 있는 사장실에 인터폰을 바로 연결했다.

“은성 님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

이준성은 내가 왔다고 했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어제 또 날을 샌 건가?”

“예. 자료 정리하시고 신인들 프로필 보시느라 밤을 새웠어요.”

박지은은 마치 직원처럼 대답을 하며 씩 웃었다.

저런 웃음은 뭔가 있는 웃음이 분명했다.

“왜 그렇게 웃는 거지?”

“그냥요.”

난 다시 호중을 봤다. 호중은 내게 절대 거짓말을 못한다. 내가 쳐다보자 살짝 박지은의 눈치를 봤다.

“그게…….”

“왜, 허파에 바람이라도 들어가서 지은이 프로필이라도 넣은 건가?”

“어떻게 아셨습니까?”

“원래 약간 똘끼가 있잖아.”

“사부님!”

박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내게 소리를 지르다 놀라 주변을 돌아봤다. 다행이 지금 자운대 소속이 아닌 직원들은 없었다.

“왈가닥, 입 조심해!”

“죄송합니다, 사부…… 아니, 은성님!”

“그래.”

난 짧게 박지은에게 주의를 주고 사장실로 들어갔다. 이준성은 나를 힐끗 보고 다시 서류철에 고개를 처박았다.

“또 날을 새셨다고요?”

“두 번 망할 수는 없잖습니까?”

“망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지원을 해 드렸는데요?”

내 말에 이준성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보던 서류철을 덮고 날 봤다.

“연예 기획사가 무슨 프로 야구팀도 아니고 지원받아서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저런 마인드 참 좋은 마인드다. 그러고 보니 난 사람 보는 눈이 참 좋다.

“그렇기는 하죠.”

“지금 체리…… 아니, 윤정이 말고는 수익이 거의 없습니다.”

“은지수 양이 가끔 화보 촬영을 하지만 그건 수입보다는 지출이 더 많습니다.”

“그렇죠. 대스타이니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갔을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돈이 될 신인을 발굴하려고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왔습니다.”

내 말에 이준성은 날 빤히 봤다.

“뭐죠?”

“재창건설 아파트 광고에 은지수를 쓸 수 있도록 재창건설 측과 계약을 했습니다.”

내 말에 이준성은 눈이 커졌다.

난 사실 이준성의 연예 기획사 영업 과장 신분으로 변신을 해 놓은 상태였다.

“정말이십니까?”

“월급 받는 영업 과장이니 일을 해야죠.”

난 이준성을 보며 씩 웃었다.

“얼마짜리 계약입니까?”

“전속 계약에 5억짜리입니다.”

“그럼 숨통이 좀 트이겠군요.”

“그리고 또 있습니다.”

내 말에 이준성은 잔뜩 기대를 하는 눈으로 날 봤다. 연예 기획사의 주 수입은 어쩔 수 없이 광고인 거다. 그리고 물론 행사다. 은지수가 지금 뼈를 깎는 발성 연습 중이라 개점휴업 상태니 체리인 윤정만 돈을 벌어오는 거였다.

“뭡니까?”

“청솔제약 음료 광고에 윤정 씨가 발탁됐습니다.”

“청솔제약이라고요?”

사실 청솔제약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약 회사다. 보통 제약 회사라고 이름을 붙인 회사들이 약은 안 만들고 이렇게 음료나 만들고 있는 것이 문제지만 그래도 헛개차는 음료보다는 약에 가까운 거라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물론 헛개차라고 해서 약의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했다.

“예. 어렵게 딴 겁니다. 그쪽 고위층이랑 만나서 겨우 설득을 했습니다.”

“그래, 얼마짜리입니까?”

“5억이고요. 6개월 단발입니다.”

“어, 어떻게 그런 좋은 계약을…….”

“영업 과장이 능력이 좋은 거죠. 하하하!”

난 그렇게 웃어 넘겼다.

“다행입니다. 또 손을 벌려야 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정말 숨통이 트였습니다.”

“그럼 저도 주머니에서 제 돈 안 나가서 다행이네요. 하하하!”

“그렇게 되는 건가요?”

난 이준성의 연예 기획사 지분의 70퍼센트를 가지고 있다. 20퍼센트는 이준성이 가지고 있고, 나머지 10퍼센트는 직원들이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 회사가 잘되면 내가 돈을 버는 거다.

“그리고 이것 좀 보시겠습니까?”

이준성은 돈이 해결되고 나서 바로 내게 신인 프로필을 보였다.

“운영을 다 알아서 하시기로 한 겁니다. 제가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보셔야 할 사람이 있어서…….”

난 이준성의 말에 혹시 수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예감은 항상 적중하는 법이다. 내게 내민 프로필에는 수정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어이없게 박지은의 프로필도 들어있었다.

“둘 다 제가 아는 사람이네요.”

“예. 수정 양은 솔로로 준비를 할 생각이고 지은 양은 아이돌 그룹으로 배정할 생각입니다.”

“전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운영은 제가 일임했습니다.”

“그럼 왜 보여 주셨습니까?”

“수정 양이 허락을 받아오라고 하더군요.”

난 그 말에 더욱 인상이 찡그려졌다. 원래 수정의 성격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꼭 하고 마는 성격이다.

이 말은 내게 할 거니까 방해하면 죽어! 이런 뜻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았다.

“제가 말리면 어떻게 한다던가요?”

“대충 예상 답을 아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준성 역시 나와 수정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처음 나와 수정이 데이트 할 때 봤기 때문에 아는 걸 거다.

“왜, 제 아가리를 찢어 버린답니까?”

내 말에 살짝 이준성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느낌 아시네요. 후후후!”

“그렇군요. 제가 말릴 수 있는 여자는 아니죠. 휴우~.”

난 절로 한숨이 나왔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독한 매니저로 알아서 잘 붙이겠습니다.”

“가능하시다면…….”

난 가능하면 수정을 생고생을 시켜서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어 달라는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이준성은 내 눈빛을 읽고 고개를 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