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70화
“네 꿈이 가수?”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엄마 꿈도 가수였다.”
이건 수정에게 처음 듣는 말이다.
“엄마 꿈도 가수? 그럼 집에 가면 편이 되어 줄 사람은 있겠네.”
“없어, 집에.”
“뭐?”
“어릴 적부터 없었어. 그러고 보니 어릴 적부터 주소지가 틀리네.”
수정은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었다.
“주소지가 틀려?”
내 말에 수정은 손가락으로 연습실 천장을 가리켰다.
“저기 위에 계셔!”
“돌아가신 거야?”
“응. 꿀꿀한 이야기 그만하자.”
수정은 그렇게 말하며 주제를 돌리려 했다. 순간 난 수정이 왜 내게 처음 관심을 보였는지 알 것 같았다. 고아 출신에 식당에서 사는 내게 측은지심이 생긴 거였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수정을 빤히 봤다.
“내가 노래를 잘 부르게 해 주면 내 소원 하나 들어 줄래?”
내 말에 수정은 날 보며 피식 웃었다.
“또 흑심 발동이지?”
순간 난 숨이 턱하고 막혔다. 역시 수정은 부처님이고 난 수정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손오공인 모양이다.
내가 왜 수정 앞에만 서면 이렇게 작아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건 내가 참 많이 수정을 좋아하기 때문일 거다.
“흑심은 무슨…….”
난 속내를 들키고 나서 말꼬리를 흐렸다.
“너랑 나랑 알고 지낸 지가 2년이 다 되어 가고 너랑 나랑 사귄 지도 1년이 다 되어 가거든.”
“본론만.”
“그, 그러니까…….”
“진도 좀 나가자고?”
역시 이럴 때는 누구보다 당돌한 수정이다. 그리고 말보다 더 당돌한 수정의 행동이 이어졌다. 수정은 바로 날 빤히 보더니 자신의 두 손으로 내 볼을 잡고 돌발 키스를 했다.
쪼오옥!
이보다 더 황당할 수는 없을 거다. 남자가 키스를 해야 하는 건데 이건 키스를 당한 거였다. 그렇게 내 입술을 수정에게 빼앗겼다.
30초 정도 수정은 입술이 부르트도록 키스를 했다.
“됐냐? 이제 진도 좀 나갔냐?”
“이, 이건 아니지.”
“뭐가 아닌데?”
“그게, 그게 남자가…….”
“그럼 네가 용기를 내서 먼저 했어야지. 나도 기다리는 거 지쳤다.”
역시 당돌한 수정이다. 이런 면이 있기 때문에 내가 수정을 좋아하는 거다.
난 다시 수정을 빤히 봤다.
“왜 그렇게 봐?”
“이렇게 하는 거라고 했지.”
이번에는 내가 수정을 향해 키스를 했다. 그냥 이렇게 수정에게 키스를 당하고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그러면 안 되는 거다.
쪼오옥!
난 1분 정도 숨도 쉬지 않고 수정이랑 진한 키스를 했다. 그리고 스멀스멀 손이 움직였다. 내 손이 목표를 한 것은 수정의 가슴 쪽이었다. 내 손이 조심조심 수정의 다리를 지나 얇은 허리 능선을 넘어서 목표인 가슴에 도착할 때쯤 난 바로 제지를 당했다.
짝!
수정의 손이 내 손등을 때린 거다. 그리고 수정이 살짝 입술을 뗐다.
“못된 손 잘라 버린다.”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 내가 그만둘 줄 안 모양이다.
내가 남자라면 바로 그만뒀을 거다.
하지만 난 이미 발동 걸린 늑대다.
아우우우~.
오늘 이 연습실에 늑대가 운다.
‘오늘 내 꿈도 이룰 거니까. 네 꿈도 이뤄 줄게.’
난 오늘 수정을 가질 거고 수정은 노래 잘하는 가수가 될 거다.
“이러지 마!”
수정이 살짝 물러서려고 했다. 난 한 손으로 수정의 허리를 휘어 감았다.
“잠시만!”
“이러지 마!”
수정이 살짝 애원하듯 말했다. 하지만 나 역시 가만히 있어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너…….”
“잠시만! 응! 동생 믿지.”
보통은 ‘오빠 믿지’다. 하지만 난 공식적으로 수정보다 한 살 어리니 ‘동생 믿지’라고 말해야 했다.
‘비술과 기공으로 성대를 조금만 자극하면 되겠지.’
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조심히 손을 수정의 목을 부드럽게 만졌다. 그와 동시에 내 몸에 축적되어 있는 기를 끌어모았다.
‘됐다!’
드디어 몸에 기가 모아졌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수정의 성대를 살짝 비술을 이용해서 찔렀다.
이렇게 되면 판소리 명창처럼 득음의 단계까지는 되지 못해도 성대가 확 트여 제법 높은 고음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
수정은 내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려고 했다. 그 순간 난 살짝 수정의 입술을 깨물었다.
“아아~.”
아픈 건지 교성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수정의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이러다가 입술 다 불어 터져?”
“괜찮아!”
“나, 노래 연습해야 해!”
하지만 난 계속 수정의 입술을 빨았다.
“이거 맛나네!”
난 바로 수정을 뒤로 조심히 밀었고 수정은 이미 각오했다는 듯 더는 거부하지 않았다.
‘역시!’
어쩌면 수정도 이 순간을 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수정의 눈빛이 날 빤히 봤다.
지금 수정의 눈빛은 뭔가를 단단히 각오하고 또 확답을 받으려는 눈빛이 분명했다.
“내가 너한테 내 전부를 걸어도 될까?”
여자는 남자보다 영리한 존재다. 또 한없이 남자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존재일 거다.
‘어떻게 하면 날 믿게 만들 수 있을까?’
오직 이 순간 난 그 생각뿐이다. 내 영혼은 분명 수정을 사랑한다. 하나 나는 한없이 위태롭고 위험한 존재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위험함 속에서도 수정의 옆에 서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가 이기적인 것일까?
아니면 당연한 것일까?
지옥에서 살고 있는 삶!
내 삶에 수정을 끌어들여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그 모든 생각들 속에서도 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아니면 안 되는 나!
수정도 나 아니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기적인 사랑일지도 모른다.
위태롭고 위험한 나인 것을 알면서도 오직 이 순간 어떻게 하면 수정을 내 사람으로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말이 없지?”
수정도 이 순간만큼은 당돌하고도 진지했다. 이건 모든 것을 각오하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이런 날이 올 때를 기다렸다는 거다.
스물한 살의 수정은 지금 내게 자신을 맡기며 내게 확답을 원했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스무 살짜리에게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몰라서 말을 못하겠어.”
내 삶이 지옥에서 살아야 하는 삶이라는 것을 말을 차마 못했다.
비겁한 걸 거다.
내 사랑이 이리도 비겁해지는 거다.
노랫말이 있다.
사랑하기에 떠나야 한다는 그 말!
이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난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수정이기에!
내 사람이기에!
나를 아는 단 한 사람이기에.
위태롭고 위태로워도 나는 수정에게 있을 것 같다.
“수정아!”
난 수정을 봤다.
“너를 볼 때마다 내 눈빛이 떨려! 내 심장이 떨려! 내 삶이 떨려! 하지만 그래도 너와 같이 있고 싶다.”
“나와 같이?”
“그래! 너와 같이! 그게 참 안 된다는 것인지를 알면서도 그렇게 같이 있고 싶다.”
“안 되는 건 없어.”
수정이 흔들리는 내게 용기를 줬다.
이 순간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너에게 내 마음만 보여 주는 거야!”
“어떻게?”
수정은 지금 나를 향하고 있으면서도 증거를 원하는 것 같았다.
‘멍청한 짓이라도 해야 하나?’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때로는 여자의 앞에서 멍청한 짓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리고 바로 내 주머니에서 지퍼 라이터를 꺼냈다.
딸칵!
내가 지퍼 라이터를 켜자 수정이 날 봤다.
“내 삶이 이거야! 후!”
난 바로 지퍼 라이터에 붙은 불을 불어서 껐다.
내 행동에 수정은 아무 말도 없다. 그리고 나를 보고 있다.
딸깍!
다시 지퍼 라이터가 켜졌다.
“네가 있으면 난 이렇게 다시 모든 것을 잊고 밝아질 수 있다.”
“내가 있으면?”
“그래!”
난 불꽃이 피어 있는 지퍼 라이터에 손가락 하나를 올려놨다.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 이 불꽃 위에서 내 손가락이 타는 만큼만이라도 내 사랑을 허락해 달라고.”
지지지!
내 손가락의 살이 탄다.
“뭐하는 거야? 멍청하게!”
수정이 급히 입으로 라이터를 끄려 했다. 난 입김을 손으로 막았다.
난 확실히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남자는 때로는 멍청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 무엇으로도 나를 증명할 수는 없어. 너에게 믿음을 줄 수도 없고. 하지만 난 네가 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미쳤어?”
수정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바로 두 손으로 라이터 위에서 타고 있는 내 손가락을 잡고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내 손가락이 타는 것을 보고 수정의 마음이 급해진 거다.
쪼오옥!
그리고 천천히 내 손가락을 빨았다. 그녀의 눈빛은 날 한없이 멍청한 놈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위해 이렇게 내 손가락을 빨고 있다.
확실히 난 멍청한 짓을 했다.
“오늘 내가 널 가진다!”
내 말에 내 손가락을 빨던 수정이 놀라 날 봤다.
그리고 난 수정을 다시 뒤로 밀쳤고 그리고 바로 내 몸을 수정의 몸에 겹쳤다.
몸이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수정의 향기가 느껴진다.
쿵쾅! 쿵쾅!
이 순간 두 개의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다.
“아, 아프지 않아?”
“누가 그랬어. 아파야 사랑이라고!”
“멍청이!”
수정이 내게 눈을 흘겼다. 그리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가 수정을 가져야 할 때다. 손가락을 스스로 태운 시간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난 오늘 수정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내 손이 천천히 수정의 목덜미로 향하다가 그 아래로 내려가면서 수정의 어깨를 만졌고, 상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꼴깍!
순간 수정이 겁먹은 듯 마른침을 삼켰다.
“은, 은성아!”
수정이 내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이럴 때는 대답이 필요가 없다. 그렇게 난 다시 아무 말도 없이 수정의 상의 단추를 천천히 풀었다.
서서히 수정의 몸이 드러나고 있다.
제일 먼저 내 눈이 보인 것은 수정의 백옥 같은 쇄골 아래의 가슴이었다. 그리고 그 가슴을 감싸고 있는 브래지어였다.
그렇게 난 7개의 단추를 모두 풀었다.
이 순간 수정이 날 보며 파르르 떨었다. 잔뜩 겁먹은 얼굴로.
“은성아! 으읍!”
난 바로 수정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아무 말도 필요치 않을 거다. 오히려 말이 방해가 될 거다.
그리고 내 손은 수정의 브래지어 안으로 파고들었다.
스르륵!
순간 느껴지는 감촉은 포근하다. 아니, 따뜻했다. 내 손에 수정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이 느껴졌다.
‘으윽!’
손가락에 화상을 입어서 그런지 내 손가락이 수정의 가슴을 스칠 때마다 아프다.
“아, 아파!”
수정은 내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순간 아프다고 말했다. 나도 긴장이 됐는지 너무 급하게, 또 강하게 수정의 가슴을 만진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내 손이 수정이 착용하고 있는 브래지어 때문에 불편했다.
‘후크를 풀어야지.’
난 그 생각으로 수정의 등 쪽으로 손을 뻗었다. 이때부터 잘해야 한다. 너무 쉽게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면 많은 경험이 있다고 생각을 할 거고, 못 풀면 이 순간이 무안해질 것 같았다.
‘둘 중 하나라면…….’
좀 무안해지는 편이 좋다.
난 단번에 풀 수 있는 수정의 브래지어를 처음 하는 남자처럼 낑낑거리며 풀지 못하는 척을 했다.
“아, 아파!”
수정은 지금 누워 있고 내 손은 수정의 등 아래에 있으니 수정의 등에 눌려서 아프다고 하는 것 같았다.
“미, 미안!”
난 애써 떨리는 척을 했다.
이 순간만큼은 이래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내가 여자의 브래지어를 능숙하게 풀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