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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71화 (171/210)

흑막의 신! 171화

“잠, 잠시만!”

수정이 날 봤다.

“으응…….”

이제는 거부하거나 이 자리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 자리가 싫었다면 첫 단추를 풀 때 일어났을 거다.

그리고 난 수정의 몸에서 살짝 비켰고 수정이 살짝 몸을 일으켜 스스로 자신의 브래지어를 풀었다.

‘역시!’

수정은 이 순간 나와 함께 하고 싶은 거였다.

수정의 브래지어가 풀리는 그 순간 수정의 풍만하고 탐스러운 가슴이 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수, 수정아!”

“부, 부끄러워. 그, 그만 봐!”

저벅! 저벅!

그때 미세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젠장!’

아마 수정은 듣지 못했을 거다. 난 수련으로 몸이 발달해 있고 감각이 탁월해져 있다. 그래서 들리는 거였다.

저벅! 저벅!

분명 누가 오고 있다.

‘안 되는데!’

어떻게 만들어 낸 순간인데 불청객 때문에 깨고 싶지 않았다.

“수정아!”

난 바로 수정을 다시 뒤로 밀고 수정을 덮쳤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돌려 빠르게 손가락을 뻗어 기를 모아 발산했다.

‘되어라!’

처음 해 보는 거다.

기를 몸 밖으로 뿜어내어 그것을 물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이런 것을 사람들은 장풍이라고 하고 무협지에서는 일심지라고 한다.

턱!

그 순간 기적처럼 고맙게도 내 손에서 뻗어진 기가 손잡이의 잠금 장치를 눌러 연습실 문을 잠갔다.

저벅! 저벅!

그리고 드디어 누군가가 연습실 앞에 섰다.

철컥! 철컥!

“은성아! 누가……. 으읍!”

말을 하려는 수정을 향해 난 바로 입술을 포갰다. 여자에게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거다.

이 순간 수정은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수정은 문이 잠긴 줄 모르니 말이다. 수정의 생각으로 문이 열리는 순간 이 모습을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볼 수 있다는 것에 긴장하고 걱정하는 거였다.

철컥! 철컥!

-잠겼네? 은성 님과 수정 씨는 나간 모양이군! 그럼 나도 오늘은 퇴근을 해야겠군! 그래도 불금인데.”

문 앞에 서서 연습실이 잠긴 것을 확인한 사람은 이준성 사장이었다.

‘뭐야? 퇴근!’

이건 다시 말해 이 기획사 사무실이 전체가 잠긴다는 거였다.

하늘이 날 돕고 있다. 이 밤을 수정과 같이 단둘이서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저벅! 저벅!

다시 이준성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진다.

이준성의 말에 수정은 애써 안심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바로 수정의 눈빛이 놀라 토끼처럼 커졌다.

내 손이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있기에 순간 놀란 것이다. 마치 이 세상 누구도 만져 보지 못한 것을 내가 만지는 것 같았다.

파르르 떨리는 수정의 몸이다.

난 이 지옥 같은 세상으로 오기 전에는 많은 여자를 상대해 봤다. 거짓으로 처녀처럼 보이려는 여자도 상대를 해 봤다. 내가 의사이니 나 하나 엮어서 팔자 고쳐 보려는 그런 여자를 많이 상대해 봤다. 아니, 내 쾌락을 위해 그런 여자들을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처녀처럼 위장을 하려고 해도 몸의 반응은 숨길 수가 없다. 난 살짝 수정의 아랫도리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수정은 핫팬츠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이 순간 급하게 손을 넣는다면 수정은 더욱 놀랄 것이 분명했다.

“내 지옥 같은 삶에 유일한 오아시스가 너야!”

그렇게 나는 수정을 가졌다.

***

재창건설 사장 사무실!

“입술이 왜 그러십니까?”

김재창은 나를 빤히 보며 물었다. 그러면서도 날 야릇하게 보는 것이 키스를 너무 많이 해서 저렇게 된 거라는 의미 같았다.

“요즘 피곤하네.”

난 그렇게 변명을 했다. 하지만 김재창은 믿지 않는 눈빛이었다.

“피곤해서 그래요.”

“누가 뭐랍니까?”

“그렇다는 거지.”

난 멋쩍어 고개를 돌려 김재창에 옆에 앉아 있는 갈퀴를 봤다.

지금 김재창 옆에는 갈퀴가 차분히 앉아 있었다. 난 힐끗 갈퀴를 봤다. 내 눈빛에 김재창이 날 봤다.

마포 불곰이 사라진 지금 갈퀴의 이용 가치(?)도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날 찾아왔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그리고 사실 좀 그런 것도 있었다.

갈퀴와 이연아가 재결합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꼭 나랑 같이 일해야 합니까?”

“은혜는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갈퀴의 말에 옆에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과거는 어쩌고요?”

“과거는 모두 지우기로 했습니다. 저도 그렇고 제 아내도 그렇고.”

순간 갈퀴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게 했다.

“정말 과거를 지울 자신이 있습니까?”

“저도 지웠고 제 아내도 지웠습니다.”

“그럼 오늘만 있군요.”

“그렇습니다. 캡틴!”

갈퀴도 나를 캡틴이라고 불렀다.

“그럼 행복하고 치열하게 사세요. 과거는 지웠으니……. 그리고 나도 지웠습니다.”

“모시게 해 주신다면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딸아이의 생명의 은인이 나다. 그리고 갈퀴의 가정을 이어 준 것도 나다.

작은 오점 하나는 있었지만 알고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그 대신!”

“예. 캡틴!”

“배신은 파멸입니다.”

난 갈퀴를 뚫어지게 봤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저는 생각 이상으로 잔인합니다.”

내 말에 갈퀴가 살짝 긴장했다.

“내가 내린 목숨! 내가 거둘 수도 있습니다.”

이건 경고고 위협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난 좋은 천사로 남고 싶습니다. 따님에게는!”

“예.”

“그럼 사채 사무실부터 정리하세요. 그리고 조직이 가지고 있는 모든 구역도 포기하세요.”

“벌써 닫았습니다. 미수금 회수는 원금만 받기로 했습니다. 조직이 가지고 있는 구역도 포기하겠습니다.”

원래 김재창도 시장통 사채를 했다. 그리고 내 밑으로 올 때 사채 사무실을 모두 정리를 했다. 자신이 한 방식을 그대로 갈퀴에게 알려 준 김재창이었다.

“좋아! 그런데…….”

“예. 말씀하십시오!”

“동생들 중에 믿고 일 시킬 수 있는 후배가 몇이나 있습니까?”

“제가 동생들에게 박하게 대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제가 그 험한 조폭계에서 버틴 이유고요.”

“그래요? 몇 명입니까?”

“한 40명 정도 됩니다.”

“그중에 전과 없는 동생들 몇이나 됩니까?”

“으음. 확실하지는 않지만 반은 될 겁니다.”

“우선 그 동생들 제가 좀 보겠습니다.”

“예?”

“내 밑으로 들어온다고 해서 식구 버리고 오면 안 되죠.”

난 야릇하게 갈퀴를 보며 웃었다. 난 갈퀴의 동생들을 이용해서 새롭게 시작할 내 계획의 첫 단추를 끼우려 했다.

‘갈퀴는 나랑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를 거야!’

나 그런 생각을 했다.

‘우선 공부를 시켜서 경찰 대학 보낸다.’

난 황당한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리고 전과 있는 애들 중에 10명 정도는 순경을 시킬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갈퀴의 동생들 20명과 자운대 출신 아이들 80명을 뽑아, 각각 50명씩 경찰 대학에 그리고 경찰 임용 시험 준비를 시킬 생각이다.

‘내가 경찰만 시킬 줄 알아?’

난 씩 웃었다.

“그, 그렇습니다.”

“오늘 안으로 동생들 선발해서 우선 20명하고 가평 희망 복지센터로 같이 오세요.”

“동생들을 가평에 있는 희망 복지센터로 보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좋은 직업 만들어 주죠. 당신이 변한 듯이 동생들도 변해야 할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역시 막무가내로 천둥벌거숭이처럼 움직이는 것보다 이렇게 계획을 수립하고 움직이는 것이 더 발전적이다.

난 갈퀴를 이용해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 시작은 소리 소문 없이 눈을 녹이는 봄 같은 걸 거다.

‘봄이 오듯 아무도 모르게 움직인다.’

난 그렇게 수정과 뜨끈 미지근하게 약간의 시간을 가지고 이준성의 연예 기획실을 나섰다.

기획실 앞에 새워진 멋진 세단.

그러고 보니 요즘 난 저런 것을 타고 다닌다. 누가 보면 잘 사는 집 아들처럼 보일 거다.

“어디로 모실까요?”

“가평으로 가지!”

난 짧게 말하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 * *

난 가평으로 출발하면서 박 원사에게 가평 희망 복지센터 원생 중에 남자 50명과 여자 /40명을 차출해 놓으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복지센터의 원생들은 모두 철저하게 교육되고 만들어지는 또 다른 전사들이다.

물론 육군 사관학교 태권도 사범인 박 원사가 무도와 수련을 담당하고 있었고, 최 사부의 후배인 대목이라는 괴짜 땡중이 기타 여러 가지를 담당했다.

내가 가평 희망 복지센터를 들어서자 내가 온 것을 알고 아이들이 먼저 내게 달려왔다.

꼬맹이들!

그들은 나를 이곳 원생 출신이라고 알고 있다.

“오빠 왔다!”

“형이 왔다.”

아이들은 마치 가족이 온 것처럼 내게 달려왔다. 10살 이전의 아이들은 이곳에서 가장 완벽하고 보편적인 복지를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내가 벌어들이고 있는 돈 중에 30 퍼센트 이상이 이곳에 들어가고 있다.

50개가 넘는 세 할머니 체인 식당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50퍼센트가 이곳에 들어간다고 보면 정확할 거다. 그리고 정부 보조금과 각종 강압적인 기부를 통해 난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강압적인 기부?

물론 대부분의 기부는 김 엔 동방 회장인 김용팔 회장이 내게 뜯기고 있는 거지만 재창건설 김재창과 청솔제약에서도 상당한 돈을 내게 상납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 역시 나와 뜻을 같이 하기 때문에 돈을 내놓는 걸 거다.

아이들이 뛰어와 나를 포위하듯 둘러쌓다.

“오빠 왔어?”

꼬맹이 하나가 날 보며 웃는다.

난 그 꼬맹이를 번쩍 들어 안았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오면 마음이 참 편하다. 이 아이들은 내 미래의 전사들이 될 거다. 이들은 철저하게 이 세상을 위해 키워지고 있다. 어떤 이는 나처럼 테러리스트로, 또 어떤 아이는 사회의 핵심층을 움직이는 존재가 될 거다. 그리고 그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바로 이 가평 희망 복지센터다. 그리고 그 중심에 내가 있다. 물론 철원에 있는 곳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약간 차이가 있다면 이곳은 고아들이 많고 그쪽에서는 노인들과 한 번 세상에서 실패를 맛본 사람들이 많다는 차이다.

예전 카지노에서 만났던 전당사 사장도 철원 희망 복지센터 출신이다. 그렇게 사회에 복귀한 사람들이 50명 정도가 된다.

물론 대부분 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난 그것을 좀 더 크고 넓게 분포시킬 생각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이곳을 총책임을 지고 있는 박 원사라고 불리는 다부진 체격의 중년의 남자가 내게 걸어왔다.

“오셨습니까?”

“부탁드린 것은 준비가 끝났습니까?”

“예. 끝났습니다. 강당에 모아 놨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내가 뜬금없이 17살부터 19살까지의 아이들을 모아 놓으라고 한 사실이 궁금한 모양이다.

“직업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직업이라고요?”

“예.”

난 살짝 어금니를 깨물었다. 지금 강당에 모인 아이들은 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건 나와 박 원사가 생각하는 거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인간의 마지막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은 최소한 나를 배신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알겠습니다. 원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 원사가 내게 존대를 하면서 날 강의실로 안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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