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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77화 (177/210)

흑막의 신! 177화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마! 돈 몇 푼에 자존심을 파는 여자 같은 년!”

수정의 입에서 저런 말까지 나올 줄은 나도 몰랐다. 그리고 수정은 내 손을 잡았다.

“뭐하니? 쓰레기들 옆에 계속 있으면 냄새가 밴다. 가자! 소주나 한잔하게.”

그 말에 최상혁과 은 실장, 그리고 박은진은 아무 말도 못했다.

‘호위를 단단히 붙여야겠네.’

저 최상혁 싸이코가 수정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니까.”

지금 이 순간 억울한 것은 내가 박은진의 뺨을 후려갈기지 못했다는 거다. 물론 수정이 내 대신에 두 번이나 후려갈겨 줬지만.

“그래, 가야지.”

난 수정에게 짧게 말하고 최상혁을 봤다.

“허튼 짓 할 생각 마라! 나도 예전의 내가 아니지만 수정은 너희들이 알듯 월드스타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고했다.

그리고 천천히 최상혁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놀란 은 실장이 날 향해 소리쳤다.

“멈춰!”

난 고개를 돌려 은 실장을 봤다.

은 실장은 최 씨 놈들의 사냥개일 거다. 딱 그게 전부인 놈이다.

“가만히 있어. 네 주인이랑 이야기하려고 하잖아. 그러니까 개가 나서면 안 되지.”

내 말에 최상혁도 피식 웃었다. 그때 나는 은 실장과 최상혁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앙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말에 은 실장이 날 노려봤다.

“그딴 소리를 하면 후회할 수 있다.”

위협이다. 하지만 난 말했듯 예전의 내가 아니다.

“똥개 훈련을 잘못 시켰군.”

“뭐야?”

“은 실장 가만히 있어.”

최상혁이 은 실장에게 지시를 했고, 난 그 순간 천천히 최상혁의 귀에 속삭였다.

“넌 오늘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내 말에 최상혁이 피식 웃었다.

“그건 너한테도 해당되지. 내가 무슨 짓을 할지 궁금하지 않아?”

“뭐든 하고 싶은 거 다 해 봐! 그 대신 너도 조심하고. 우리 서로 아주 많이 기대해 보자.”

드디어 난 최상혁에게 선전 포고를 했다.

“천한 것들은 아무리 발악을 해도 천하지.”

최상혁은 다시 더러운 특권 의식을 뿜어냈다. 그는 모를 것이다. 자신이 힘이라고 생각하는 돈을 내가 더 많이, 아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누가 더 천해지는지 한번 보자.”

난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은 실장을 보고 씩 웃었다.

“아직도 개 노릇하고 사네! 기다려 그러니까 얼음처럼 가만히 서 있네. 천성이 개야!”

“넌 내가 반드시 죽인다.”

“그 몸으로?”

“뭐?”

“언제부터 이유도 없이 아팠을까?”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날 아닌가? 비가 아주 많이 오던 날! 그날일 거야! 곰곰이 생각을 해 봐. 곧 죽을 것 같은데? 한의원에 가 보면 혈이 막혔다고 할 거야!”

내 말에 은 실장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아마 종합 병원은 물론 한의원까지 가 봤을 거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처럼 말했을 거다. 내가 그 비가 쏟아지던 날에 은 실장의 혈을 막아 놨으니 말이다.

물론 나 역시 은 실장이 저렇게 아직 죽지 않은 것이 조금은 놀랐지만 말이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개한테 물리면 많이 아프거든!”

“허세는 그만 부려! 추해 보인다. 서 있는 것도 힘들지 않나?”

“…….”

“네가 왜 그런지 정말 알고 싶으면 세 할머니 식당 본점으로 와.”

이 속삭임은 최상혁도 듣지 못했을 거다.

‘넌 반드시 온다.’

난 은 실장을 이용할 생각이다.

이제 드디어 개인적인 복수를 시작하려는 나였다. 이제 나를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

그리고 당당히 재즈 바에서 나왔다.

수정의 손을 꼭 잡고.

‘내가 여자 하나는 알차게 골랐다.’

***

난 재즈 바에서 최상혁을 보고 나서 수정과 헤어지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과거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생각에 빠졌다.

“가지부터 하나씩 쳐낸다.”

우선은 은 실장부터 최 회장을 배신하게 만들어야 한다.

은 실장의 목숨을 내가 쥐고 있으니 살고 싶다면 배신을 할 거다.

또 지금까지는 그냥 내가 억울하다. 나는 잘못이 없다.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상혁과 그의 조부의 비리만 캐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키는 박은진이 쥐고 있는 거였다. 난 과거를 떠올려 봤다. 주마등처럼 내가 당했던 모든 일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박은진의 옆에서 나를 보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박은진의 부친!

그가 온 다음부터 내가 불리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박은진의 부친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윤 경장이었던 그 망할 놈의 경찰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놈도 정황상 분명 한패일 거다.

똑똑! 똑똑!

내 방에 노크를 하고 뜨악새가 들어섰다.

“찾으셨습니까?”

뜨악새는 내가 확장해 놓은 세력에서 모은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또한 지금의 뜨악새는 보안 업체 사장이 되어 있었다.

물론 간판은 보안 업체 사장이지만 그 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이 설치해 놓은 보안을 뚫고 정보를 캐내는 일이었다. 뜨악새의 직원들 중에 초일류 해커들도 꽤 있었다.

‘메일만 해킹해도 많은 정보가 나오지.’

내 지시를 받은 뜨악새는 바로 실행에 옮겼고, 해커는 내가 양성해 줬다.

이 대한민국에는 컴퓨터 오타쿠들이 너무나 많이 넘쳐났고, 난 그들에게 자력갱생을 위해 특별한 도움을 줬다. 그리고 그들은 일류 해커가 되어 있었다.

“우선 보고부터 받기로 하겠습니다.”

“형성 군이 완전히 서울을 장악했습니다.”

형성은 내 지시를 받아서 본격적으로 협객의 길에 들어섰다.

“드디어 서울을 장악했군요.”

“예. 그리고 김용팔 회장께서 드디어 창당을 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다 캡틴의 뜻이지만 찻잔 속의 폭풍이 되지 않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신당 창당은 찻잔 속에 폭풍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야죠.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호중 군의 신분 세탁이 완전히 끝이 났습니다.”

뜨악새의 보고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호중과 난 과거의 전력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었다. 이놈의 대한민국은 참으로 전과자나 그와 비슷한 사람에게 가혹했다.

그리고 돈이 있는 것들은 아무리 많은 죄를 지어도 각종 특사를 통해 사면이 됐다.

정말 특별 사면이 이리도 많은 나라는 대한민국뿐일 거다.

무슨 돈 받고 해 주는 것도 아닐 건데.

그리고 정말 우리나라처럼 죄를 빨리 잊고 사면을 시켜 주는 나라도 또 없을 거다. 그리고 그 사면의 대상이 돈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지랄 같다.

보통 경제인이 죄를 지으면 정치인들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사면을 시키려고 혈안이 됐다.

젠장! 그 경제인이 없으면 경제가 흔들린다며 사면을 시켜 줬다.

기업가 하나 없다고 대한민국 경제가 흔들릴 정도라면 이 대한민국은 벌써 망했어야 한다. 하지만 보란 듯이 정치인들과 지도층은 사면을 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국민들이 욕을 하든 말든 무시하면서.

그런 면에서 국회의원은 선거할 때만 국민들의 충복일 거다. 찍고 나면 다 끝이고.

정말 사면이 너무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일 거다.

그에 반해 없는 서민들은 죄를 한 번 지으면 다시 바른 길로 가기 힘든 것이 또 대한민국이었다. 수많은 신용 불량자들은 직업을 구하지 못해서 빚에 허덕이면서 사는데 수천억을 해 먹은 불량 기업인들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구제를 받아 잘 먹고 잘 산다.

이래서 대한민국이 형편없는 나라인 것이다.

“알아보실 게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캡틴!”

뜨악새는 살짝 내 눈에 담겨 있는 살기를 감지한 것 같았다. 그리고 모처럼 긴장한 것 같았다.

내가 해야 할 응징을 대부분 말단 검사들과 일부 순경들이 하고 있었다. 경찰 대학에서 죽어라 공부를 하고 있는 자운대 대원들이 일선에 배치를 받으려면 아직 2년이 더 필요했다.

난 그 시간 동안 나를 키우고 내 조직을 키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본의 아니게 최상혁을 만나 거였다.

최상혁에게는 오늘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일일 거다.

“박은진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캡틴을 위기에 몰아넣은 여자 아닙니까?”

“그렇죠. 그 여자의 부친에 대해서 조사해 놓은 파일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년의 애비를 압박할 방법을 찾아보세요.”

“파일은 바로 올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압박할 방법은 찾을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예?”

“캡틴께서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저도 꽤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예.”

“말씀해 보세요.”

“지금 그 여자의 애비가 하는 건설 회사는 부도 직전입니다.”

“그런가요?”

“예. 최 회장의 자금이 회수가 되면 바로 부도가 날 겁니다.”

“결국 최 회장이 막아 주고 있다는 거군요.”

“예. 원래부터 부실 건설 회사였습니다. 캡틴의 불행이 그 회사의 부도를 몇 년 째 막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제야 난 왜 박은진이 돌변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최 회장의 자금을 회수를 한 거죠? 그들의 관계는 제법 단단하지 않겠습니까?”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단단함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죠?”

“원래 박은진을 좋아하는 최상혁 때문에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데 최상혁에게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요?”

난 뜨악새에게 물어보다가 내가 예전에 최상혁에게 안배해 놓은 것이 떠올랐다.

“그렇죠. 하하하! 분명 문제가 있죠.”

최상혁은 겉만 남자다. 하지만 속은 남자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놈이었다. 난 비술을 통해 남자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놨다. 한마디로 초 단편 조루로 만들어 놨다.

원래 조루들이 더 여자에게 찝쩍거리는 법이다. 그래서 수정에게 찝쩍거린 거고, 그것이 나를 건드리는 결과가 됐다.

“최 회장의 자금줄을 죄는 일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최 회장이 자금줄이 막히면 박은진의 애비는 부도가 나고, 부도를 막아 주지 않은 최 회장을 원망하게 될 거다. 그럼 일이 쉬워지는 거였다.

“캐피탈에 입금해 둔 자금을 회수할 생각입니다.”

“그건 단기 압박을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내 말에 뜨악새가 씩 웃었다.

“요즘 저축 은행 부실설이 파다하게 돌고 있습니다.”

난 뜨악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몇몇의 저축 은행들이 부정 대출 사건으로 도산 직전에 놓여 있었다.

물론 최 회장의 딸년이 운영하는 저축 은행은 불법 대출을 하지 않는 튼튼한 저축 은행이지만, 유입되어 있는 자금이 내가 넣어 놓은 자금이었다.

지금 정부가 색안경을 끼고 저축 은행을 보고 있는 시점에서 거대한 자금이 단기간에 빠져나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요즘 저축 은행은 통폐합이 한창이지.’

내 미래의 기억이 무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군요. 곧 저축 은행 구조 조정이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자금을 빼고 나서 저들의 방식대로 하면 최 회장의 저축 은행을 집어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난 뜨악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내일 당장 자금 회수하세요.”

“예. 캡틴!”

우선 최 회장의 저축 은행을 압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 회장의 저축 은행이 자금 압박을 받으면 당연히 박은진 애비의 건축 회사에 들어가는 자금도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틈이 생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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