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78화
“김재창 사장 오라고 해!”
난 인터폰으로 김재창 사장을 불렀다. 이제 최 회장의 저축 은행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박은진의 부친에게 미끼를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시 할 수 없는 제안을 해 주지!”
난 싸늘히 웃었다. 그리고 뜨악새를 다시 봤다.
“소피 장 기억하세요?”
“소피 장요?”
“예. 제법 매력이 있던 스트립 걸이었죠. 아마!”
“기억하고는 있습니다.”
“그 여자를 깡통이 아니게 포장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예?”
“이번 작전은 총 3단계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3단계라고 하셨습니까?”
“예.”
뜨악새는 날 빤히 봤다.
“제가 당한 대로 돌려줄 생각입니다.”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 *
박 사장의 건설 회사!
사장실 분위기는 무척이나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사장님, 이번 어음을 못 막으면 부도입니다.”
박 사장의 옆에는 경리 부장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어음이 얼마입니까?”
“30억입니다.”
“으음!”
30억이면 작은 돈이 아니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이 얼마죠?”
“10억이 채 안 됩니다.”
“지금 당장 20억이 필요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다음 주까지 막지 못하면 정말 회사가 부도가 납니다.”
“알고 있어요.”
박 사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나가 보세요.”
박 사장은 짧게 말했고 경리부장도 인상을 찡그리며 일어나서 묵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박 사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상혁 군, 오랜만이네!”
박 사장이 전화를 한 곳은 바로 최상혁이었다. 지금 자신의 회사에 부도를 막을 곳은 오직 최상혁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시죠?
최상혁은 어제 은성을 만난 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원래 있는 집 자식들이 히스테리적인 자기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법이다.
“바쁜가?”
-바쁘지는 않습니다.
“자네 본 지도 오래되고 해서 은진이랑 같이 식사라도 할까 해서.”
-제가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닙니다.
“하하하! 그런가? 그럼 할 수 없지. 그런데 말일세…….”
박 사장이 말꼬리를 흐리자 최상혁도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뭐죠? 또 어음이 돌아온 겁니까?”
-그게 좀 그러네! 저번에 아파트 건설에서 미분양이 많이 나서…….
“이모랑 상의를 해 보세요. 전 바빠서 이만!
* * *
최상혁은 그렇게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무슨 자기 현금 인출기인 줄 알아! 재수 없게.”
최상혁은 그렇게 조금씩 박 사장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만큼 박은진에 대한 사랑도 식어 가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최상혁 자신이 밤일에 통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끔 자존심이 상할 만큼 박은진에게 무시를 당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밤일에 무시를 당하는 남자는 그만큼 자존심이 상하는 법이다.
“사람 하나 정리해 주는데 얼마라고?”
최상혁의 물음에 앞에 서 있는 남자는 피식 웃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죠.”
“달라?”
“그렇습니다. 도련님!”
“허접한 새끼니까.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지는 않겠네!”
최상혁은 아직 은성의 실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럼 저렴할 겁니다.”
“그래. 사람 하나 내 앞에 데려다 놔!”
“누굽니까?”
“최은성이라고 스턴트맨 하는 개새끼 있어.”
“그렇습니까?”
최상혁의 앞에 서 있는 남자는 피식 웃었다.
“어렵지 않겠지?”
“물론입니다. 와이어 액션 할 때 줄 하나만 끊어 버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시원스럽게 말하는 남자였다.
그리고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게 아니라면 달리는 자동차 액션을 은성이 대역할 때 은성이 타는 차의 브레이크를 밟기만 해도 파열될 수 있도록 끊어 놓으면 되는 거였다.
“좋아! 내가 섭섭하지 않게 해 주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자네 이름이 뭐지?”
“형성입니다. 박형성! 이번에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형성? 이름 좋군!”
최상혁의 말에 형성은 씩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 최상혁을 비웃었다.
그렇게 최상혁은 멍청하게 은성의 측근인 서울을 장악한 형성을 부른 것이다.
“싸움을 걸어왔단 말이지! 버러지 같은 새끼가!”
최상혁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래요.”
최상혁의 말에 형성은 살짝 묵례를 하고 나갔다. 그리고 천천히 최상혁의 사무실에서 나오면 핸드폰을 켰다.
* * *
따르릉! 따르릉!
난 내 품에서 울리는 핸드폰을 봤다.
“오랜만에 전화를 하네!”
“누굽니까? 캡틴!”
“밤의 대통령!”
난 그렇게 말하고 피식 웃었다. 내 표현이 딱 맞을 거다. 형성은 이미 서울을 장악한 상태였다.
원래 서울은 많은 조직들이 찢어져서 갈라 먹고 있었다. 그것을 이번에 통일한 사람이 형성이다. 물론 갈퀴가 뒤에서 도운 것도 있지만 말이다.
사실 형성은 제비뽑기를 해서 이겨 조직의 길을 택했다. 만약 진태가 제비뽑기를 했다면 진태가 밤의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 거다.
그게 마음 편하게 사는 길이니 말이다. 사실 그 둘은 검사가 되기 싫었던 거였다. 물론 진태도 검사는 못 됐지만 말이다.
처음 긴 제비를 뽑고 형성은 그렇게 좋아했다.
“교도소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일이 뭐가 그렇게 좋냐?”
난 그때 어이가 없어 형성에게 물었다.
“최소한 공부는 안 해도 되지 않습니까? 사부!”
그리고 짧은 제비를 움켜잡고 오만상을 다 찡그리고 있는 진태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이거 다, 다시 하면 안 됩니까? 저 원래 학교 다닐 때에도 전교 꼴등이었습니다.”
“한 번 했으면 그만이지 뭘 다시 뽑아!”
형성은 혹시나 내가 다시 하라고 할까 봐 선수를 쳤다.
“그래도 제비뽑기 하나로 운명을 결정하는 건……”
“원래 이런 건 낙장불입입니다.”
난 참 이상한 것으로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한 명은 내가 말한 대로 협객이 되어 어둠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은 죽어라 공부를 해서 검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검사의 제비를 뽑은 놈이 울상이고 교도소를 몇 번이고 들락거릴지도 모를 협객의 제비를 뽑은 놈은 싱글벙글이었다.
물론 지금 생각을 해 보면 절반의 선공이었다.
형성은 서울을 장악한 밤의 대통령이 되었지만 진태는 겨우 사시를 합격해서 검사가 되지 못하고 인권 변호사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난 그때를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마 진태가 사시를 합격한 것도 내가 비술로 뇌를 극도로 자극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비술이 절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진태의 대가리를 통해 또 한 번 알게 됐다.
“왜 전화했나? 밤의 대통령!”
-놀리시면 부끄럽습니다. 사부님!
역시 사람은 자리가 만드는 법이다. 형성은 무척이나 진중해져 있었다.
“뭐 사실인데? 무슨 일이야?”
-최상혁을 만났습니다.
형성의 말에 난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그냥 있을 놈은 아니었다. 그리고 개 버릇 남 못준다는 말은 진리였다.
“으음! 왜, 나를 납치라도 하라고 하던가?”
-그렇습니다.
“좋아! 알아 두지! 괜찮은 수가 나오겠군!”
난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그런데 말이야 그 옆에 은 실장도 있었나?”
난 예전에 은 실장이 형성과 나를 만났던 적을 떠올렸다.
-없었습니다.
“하늘이 날 돕는 거군!”
-그만큼 최상혁이 멍청한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은 적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이다.”
-기억하겠습니다, 사부님!
“그래!”
-개인적으로 하나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뭐?”
-오늘 바쁘십니까?
“왜?”
-진태 놈 오늘 귀빠진 날입니다.
형성과 진태는 내 제자 이전에 친구다.
“진태 어디에 있는데?”
-용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용산에서 뭐하는데?”
난 진태를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 철거 용역이랑 대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형성의 목소리가 약간 어두워졌다.
“설마 형성, 너의 조직원들이냐?”
-다행이 이번에는 아닙니다.
이 말은 언젠가는 한 번 대립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사실 형성의 조직은 서민들과 연관되는 일은 잘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조직을 이끌어 갈 만큼의 자금은 충분했다. 서울 전역에서 관리를 하는 나이트클럽과 룸살롱을 상당히 많은 숫자를 보유하고 있는 형성이었다. 그리고 내게서 충분한 자금 지원도 받고 있었다.
“내가 용산으로 가지!”
-예, 사부님!
“오늘은 친구하자!”
난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뜨악새를 봤다. 그때 김재창 사장이 내 호출을 받고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김재창 사장이 내게 묵례를 했다.
아마 국회의원에게 묵례를 받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거다. 김재창 사장은 이번 보궐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국회의원이 됐다.
전직 조폭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그것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진 상대 후보에게 정정당당하게 선거 공략으로만 승부를 본 것이 주요했다.
유권자들은 전직 조폭이었던 김 후보도 저렇게 밝은 선거를 하는데 서울대 나온 상대 후보가 저렇게 흑색선전에 타 후보 까는 것에 몰두를 한다고 김재창에게 동정표를 던졌다.
그리고 마지막 유권자들이 한 말이 난 아직도 기억이 남아 있다.
“사기꾼처럼 거짓말해서 국회의원 되고 국회 가서 조폭될 거 그냥 전직 조폭 뽑아 본다.”
그 말에 난 얼마나 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전직 조폭이었던 사람을 국회로 보낼 만큼.
물론 모든 국회의원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의원님 오셨습니까?”
난 김재창에게 농담을 했다.
“왜 그러십니까? 캡틴!”
“앉으세요.”
난 반짝이는 김재창의 금배지를 봤다.
“무슨 일이십니까?”
“명도건설 아십니까?”
내 말에 김재창도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한참 자금난에 허덕이는 건설 회사입니다.”
역시 김재창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명도건설에 하청을 좀 줄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내 말에 김재창은 인상을 찡그렸다.
“부실 건설사이고 부실 공사를 많이 하는 건설사이기도 합니다.”
“박은진 애비의 회사이기도 하죠.”
김재창 역시 나에 대한 과거를 알고 있었다. 내 말에 김재창 사장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미끼를 한 번 준비해 보겠습니다.”
“애들에게 사탕 줬다가 빼앗는 것처럼 할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묵직한 것을 준비하겠습니다.”
이렇게 난 하나씩 일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