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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79화 (179/210)

흑막의 신! 179화

박 사장은 최상혁이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자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젠장! 이렇게 팽 당하는 건가?”

박 사장은 바로 과거가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과거 때문에 3년이 넘게 회사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지. 또 가서 빌어 보는 수밖에!”

사실 박 사장에게 이렇게 자금 압박이 온 것은 불경기인 지금, 아파트 건설을 무리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밀어 준다는 생각에 아파트 신규 건설을 했는데 그게 대대적인 미분양이 됐다. 그래서 자금줄이 꽉 막혔다.

결국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최 회장의 자금력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 박 사장이었다.

‘아파트는 끝내 나중에라도 돈이 된다.’

박 사장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자신의 생각대로 되어 갔다. 하지만 이렇게 불경기는 자신이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다.

전국 각지에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고, 오히려 수도권 아파트가 더욱 가격이 떨어지는 초유의 현상이 벌어졌다.

“차 준비시켜요.”

-예 사장님!

박 사장은 바로 일어섰다.

‘지금 날 살릴 분은 회장님밖에 없어.’

박 사장은 그런 생각을 하며 바로 최 회장에게 달려갔다.

* * *

“우리 저축 은행은 문제가 없는 거지?”

지금 최 회장은 자신의 딸 가은과 요즘 대두되고 있는 저축 은행 부실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희 저축 은행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가은은 자신 있게 말했다.

뭐, 사실 외부적인 요수가 없다면 정말 탄탄하기로 소문이 난 저축 은행이었다. 하지만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문제는 가은과 최 회장이 생각도 하지 못하는 거였다.

저축 은행의 최대 고객인 김무생이라는 남자의 예금이 실질적으로는 은성이 운영하는 차명 계좌라는 것을 가은과 최 회장은 모르고 있었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었다. 엄청난 예금을 하고 있는 톱 20의 예금자들 중 10명이 모두 은성의 돈을 대신해서 이 저축 은행에 넣어 둔 사람들이라는 것이 문제 아닌 문제였다.

그들이 모두 돈을 일시에 인출한다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었다.

“요즘 저축 은행이 부실하다고 여론이 몰리고 있어.”

“그렇죠.”

가은의 대답에 최 회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곧 저축 은행 정리와 통폐합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사실 최 회장은 이 말을 하는 것은 위기라기보다 자신들에게 기회가 왔다고 가은에게 말해 주는 거였다.

“저희 저축 은행의 입장에서는 제 3금융권에서 제 2금융권이나 제 1금융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에요.”

“그렇지. 내가 바로 관심을 두는 부분이다.”

사실 최 회장은 사채로 돈을 모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모은 돈으로 전 방위 로비를 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인물이기도 했다. 또한 과거 정권이 비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과거 정권들의 실세들은 팽 당해서 아무 말도 못하지만 돈을 관리하면서 조금씩 빼돌린 최 회장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돈은 모두 바하마 군도에 있는 세금 포탈 지역으로 숨겨져 있다는 거였다.

물론 그곳에는 페이퍼 컴퍼니가 만들어져 있고 그곳을 통해 자금이 은닉되어 있었다. 대략적으로 1조 원이 넘는 돈이었다.

“예. 아버지!”

“너의 생각대로 저축 은행을 설립했다. 이것이 내가 가장 잘 선택한 거였다.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온 거다.”

“하지만 통합을 하는 데에는 자금이 꽤 많이 필요해요.”

“그렇지!”

이 부분이 최 회장과 가은에게 가장 난감한 부분이었다.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부동산 일부를 처분하시는 것은 어떠세요?”

가은의 말에 최 회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땅은 상혁이 몫이다.”

사실 가은이 노리는 두 번째 최 회장의 재산은 바로 경기도에 있는 거대한 땅이었다. 처음부터 최 회장은 그 땅을 최상혁의 몫이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그 땅의 덩치가 워낙 컸기에 가은이 노리고 있는 거였다.

아마 시세로 7천억 정도는 되는 땅이었다. 다시 말해 최 회장은 7천억 정도를 땅에 묻어 두고 있는 거였다. 그게 가은에게는 매우 답답한 일이기도 했다.

사실 그 돈으로 해지 펀드를 조성한다면 더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가은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은은 지금 작은 규모지만 해지 펀드를 운영하는 마스터이기도 했다.

“알아요. 하지만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 7천억이나 되는 돈을 땅이 묻어 두는 것은 손해에요.”

가은의 노골적인 지적에 최 회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으음!”

“7천억을 운영하는 해지 펀드를 생각해 보세요.”

“내 방식이 구식이라고 해도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하지만 이익도 조금 주죠. 그리고 저희는 자금이 꽤 필요한 시점이에요.”

“알고 있어.”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저희 저축 은행이 성장을 할 때에요. 곧 부실 저축 은행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올 거예요. 첫 방어만 성공을 하면 저희는 거대한 금융가로 변할 수 있어요.”

사실 최 회장의 꿈도 은행 하나 정도를 가지는 거였다. 뭐 사실 따지고 보면 은행만큼 자기 돈 안 들고 돈을 버는 곳도 없을 거다.

국민들에게 적은 이자를 주면서 예금을 받고, 그 받은 예금을 다시 국민들에게 큰 이자로 빌려주니 망하는 은행이 있다는 것이 신기한 현상이었다.

물론 망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자기 돈이 아니고 국민들이 맡긴 예금이니 마구잡이로 대출을 해 주는 거였다.

그러니 부실 대출이 늘어나고 은행이 도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을 철저하게 경계를 한 최 회장이고, 그래서 가은의 저축 은행은 제법 탄탄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었다.

“으음. 은행을 가진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꿈이 항상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최 회장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지금 이 순간은 손만 뻗으면 자기 손에 쥐어질 수 있는 꿈같았다.

“아버지 선택을 하셔야 해요.”

“좀 더 생각을 해 보자!”

삐~.

-비서실입니다.

귀를 자극하는 인터폰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죠?”

-명도건설 박 사장님께서 회장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비서의 말에 가은은 인상을 찡그렸다.

“기다리라고 하세요. 지금은 중요한 회의 중이라고.”

“아니, 들어오라고 해라!”

“또 돈을 구걸하려고 온 거잖아요.”

“그래도 사돈이다.”

최 회장은 박 사장을 사돈이라고 생각을 했다.

“정말 결혼을 해야 사돈이죠.”

“가은아!”

최 회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알았어요. 하지만 아버지, 저희 저축 은행에서 유일한 부실 대출은 명도건설이라는 것만 아시면 되요.”

“알았다.”

그러고 나서 가은은 다시 인터폰을 눌렀다.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그리고 잠시 후, 딱 돈이 궁한 표정으로 박 사장이 최 회장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잘 지내셨습니까? 회장님!”

박 사장의 말에 최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잘 있었습니다. 박 사장은 어떻습니까?”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죠?”

최 회장은 박 사장에게 앉으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다.

“참! 앉으십시오.”

그제야 박 사장은 소파에 앉았다. 그 모습을 힐끗 가은이 봤다. 한눈에 봐도 딱 돈 궁한 표정으로 찾아온 박 사장이었다.

“회장님 한 번만 더 도와주십시오.”

박 사장은 바로 머리를 조아렸다.

“도와달라고요?”

“예. 이번 한 번만 더 자금을 지원해 주십시오.”

그 말에 가은은 인상을 찡그리며 박 사장을 봤다.

“저번 아파트 건설 때도 상당 금액을 대출해 가시지 않았나요?”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아파트가 또 문제입니다.”

“미분양 사태가 난 거네요.”

사실 가은도 요즘 뉴스를 보고 박 사장이 신규 건축한 아파트가 초유의 미분양 사태를 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그렇습니다.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이번 위기만 넘기면 회사는 정상 가동이 될 겁니다. 아시잖습니까? 부동산은 실패 없다는 것을.”

박 사장은 다급한 마음이 역력해 보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사실 최 회장도 명도건설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두 푼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소 300억 이상 투입을 해야 회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번 한 번만 더 도와주십시오. 그래도 제가 상혁 군 장인 될 사람인데…….”

그 말에 최 회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항상 돈이 궁할 때 박 사장이 하는 말이 그거였다.

“교도소는 갈 수 없지 않습니까? 상혁 군 큰일 해야 하는 사람이잖습니까?”

“으음.”

최 회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참 염치없으시네요. 저번에도 똑같은 말만 하시는 거 아시죠?”

“미안합니다. 가은 양!”

그런 박 사장을 최 회장이 물끄러미 봤다.

“박 사장!”

“예. 회장님!”

“자네 요즘 거울은 보고 다니나?”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업 하는 사람은 말이야! 탈이 좋아야 해.”

“탈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탈! 지금 딱 얼굴이 돈이 궁해 보이는 얼굴이야. 그런 얼굴로 누가 돈을 빌려주겠나? 얼굴에 팔자 주름이 쫙 생겨서 참…….”

“죄송합니다.”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가?”

“우선은 30억이 필요합니다.”

“밑 빠진 독이 물을 붓는 거 말고, 얼마면 회사가 정상화되겠나?”

최 회장의 말에 박 사장은 최 회장을 뚫어지게 봤다.

“350억입니다.”

박 사장의 말에 최 회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최 회장도 박 사장의 명도건설이 회생하는데 300억이면 충분하다고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 사장은 거기에다가 50억을 더 부른 거였다.

그 모습에 가은이 인상을 찡그렸다.

“350억?”

“그렇습니다. 한 번만 더 도와주십시오.”

“그래요. 내 사돈지간이 될 사이니 한 번만 더 도와드리지요.”

최 회장의 말에 박 사장은 표정이 밝아졌고 가은은 바로 표정이 굳어졌다.

“아버지?”

“가은아!”

“예.”

“집안끼리 너무 모질게 굴면 안 되는 법이다.”

“하지만…….”

“준비를 해 드려!”

최 회장이 결정한 일이니 가은도 어떻게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박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예.”

가은은 짧게 말하고 박 사장을 봤다.

“한 이틀 정도 걸릴 겁니다.”

“예. 기다리겠습니다.”

박 사장의 얼굴은 들어올 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그런데 박 사장!”

“예. 회장님!”

“그런데 인천에…….”

최 회장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가은을 보고 입을 닫았다. 박 사장은 인천 이야기가 나오니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인천에는 박 사장이 새 살림을 차린 곳이 있었다. 그것을 말하려다가 가은 때문에 그만둔 최 회장이라는 것을 박 사장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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