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80화
“예. 알겠습니다.”
“뭐 내가 간섭할 일은 아니지만 상혁이 장인 되는 사람이 구설수에 오르면 안 되지 않나 싶어서.”
“알, 알겠습니다.”
박 사장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찡이잉! 지이이잉!
그때 박 사장의 핸드폰 진동이 요동을 쳤다.
“받아요. 사업하는 사람이 연락 안 되고 그러면 신용에 문제가 있는 줄 아니까.”
최 회장의 말에 박 사장은 살짝 핸드폰을 봤다. 그리고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인천에 있는 세컨드가 전화를 한 거였다.
“나중에 받겠습니다.”
박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받았다가 끊었다.
“하여튼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그것만 아세요. 이번에도 실패를 하면 은퇴를 하세요.”
최 회장의 말에 박 사장은 어금니를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회장님! 바로 정상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박 사장은 자신의 딸인 박은진을 팔아 다시 한 번 위기를 넘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박 사장도 최 회장도 가은도 모르고 있는 거대한 복병이 이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
나는 바로 뜨악새가 파악한 소피 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역시 그녀는 스트립 걸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인권 변호사 진태에게 달려갈 거다. 친구 귀빠진 날이라니까.
미군을 상대로 하는 업소로 들어서는 순간, 봉을 잡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그냥 스트립 걸로 활동하기에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피 장이었다.
“아까운 여자다.”
난 이 순간 남자의 본능에 의해 야릇한 상상을 하고 말았다.
지금 소피 장이 있는 곳도 동두천에 있는 미군 전용 클럽이었다. 내가 들어가자 알지 못하는 적개심 같은 것이 내 주변을 감돌았다.
마치 오지 말아야 할 원숭이 새끼가 귀하신 미국놈들 노시는 데 왔다는 눈빛이었다.
난 바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미국 병사 하나를 째려봤다. 그가 노려보니 나도 노려본 거였다. 사실 나는 저런 양키들에게 그리 감정이 좋지 않다. 내 기억 속에서는 정신 나간 미군들의 범죄가 많이 기억되어 있으니 말이다.
미국 병사는 바로 내게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한마디로 엿 먹어라 이런 표현인 거다.
‘지들 필요해서 주둔하는 주제에!’
난 바로 기분이 상했다.
‘뭐 미군은 이이제이겠지!’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랑캐로 오랑캐 같은 북한군을 막는다. 뭐 나쁘지 않은 생각일 거다.
‘쪽발이 눈치를 보고 양키를 떠받들고.’
이건 동아백록회를 중심으로 청산이 되지 않은 친일파 때문일 거다.
내가 알아본 것 중에 동아백록회는 원로회와 신진회로 나눠진다고 했다.
원로회는 말 그대로 아직 망령이 되지 못한 친일파와 그 친일파의 후손들이었고, 신진회는 친일파는 아니지만 어떠한 이유에서 동아백록회에 포함되어 버린 인물들이었다.
그 둘 다 청산하고 숙청해야 할 존재일 거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소피 장을 봤다. 소피 장도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저런 미소는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일 거다.
“날 기억하네!”
미녀가 날 기억해 주니 기분이 좋았다.
수정을 사랑하는 것과 이건 또 다른 거였다.
난 그렇게 모처럼 좋은 눈요기를 하고 있었다. 정말 누가 봐도 소피 장의 몸매는 반할 것 같은 몸매였다. 저런 몸매를 가진 여자가 짐승 같은 미군들 앞에서 스트립 걸로 활동한다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 소피 장의 몸매를 감상했고, 드디어 소피 장의 무대가 끝이 났다. 소피 장은 나를 보며 살짝 웃어 주고 무대 뒤로 퇴장을 했다.
난 바로 지나가는 웨이터를 불렀다.
“이봐요.”
내가 웨이터를 부르자 힐끗 웨이터가 나를 봤다. 그런데 이놈도 눈빛이 그리 선해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 웨이터도 토종인데 넌 뭔데 옐로가 여기에 왔냐는 그런 눈빛이었다.
“무슨 일이죠? 여기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손님이 부르는데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것이 난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이런 놈에게는 존댓말을 해 줄 필요가 없다.
“소피 장 좀 불러와!”
“소피 장은 테이블에 앉지 않습니다.”
말투가 여전히 딱딱하다. 이런 곳에 있으니 지도 미국인인 줄 아는 모양이다.
“은성이 찾는다면 올 거다.”
“제가 분명히 자리에 앉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정말 웨이터치고는 무척이나 고압적으로 나가는 놈이었다.
그때 내가 찾던 소피 장이 무대 뒤에서 옷을 차려입고 홀로 나왔다. 순간 미군 병사들의 눈빛이 야릇하게 변했다. 아마 이렇게 홀로 나온 것은 처음인 모양이다.
그리고 나를 향해 걸어오는 소피 장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리 와! 이리 앉아!”
미군 병사 하나가 어색한 한국말로 소피 장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강요를 했다.
아마 소피 장은 이곳에 스타인 모양이다. 뭐, 사실 미군의 눈에는 소피 장이 홀에 나왔다는 것 자체에 놀라고 있는 듯 했다.
“노!”
소피 장은 단호하게 노라고 말하며 미군의 손을 뿌리쳤다.
난 소피 장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역시 도도하네!’
그런 생각을 할 때 소피 장이 천천히 내게로 걸어왔고, 소피 장에게 거절을 당한 미군 병사는 독한 위스키를 병째로 들이켰다. 아마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소피 장이 미군 병사들의 여신이기 때문일 거다.
사실 미국에서도 스트립 걸이 여성으로 대우 받는 경우는 없었다. 단지 우리처럼 죄인 보는듯한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저 새끼! 삐졌네!’
양키가 술을 처먹는 것이 영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소피 장은 내 테이블 앞에 섰다.
“이곳에 오면 저것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건데요?”
역시 된장국 먹는 한국 여자, 소피 장이다. 미군을 저것들이라고 표현하니 말이다. 그저 우리만 소피 장을 외국인으로 보는 거였다.
“내가 못 갈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앉으시죠?”
“제가 앉으면 싸움이 날지도 몰라요. 저한테 거절당한 찰스라는 미국 개는 성질이 지랄 같거든요.”
미국 병사를 개라고 표현하는 소피 장이다.
금발의 여인에게 들으니 그 기분이 묘했다.
“개 몇 마리 처리할 정도는 됩니다.”
“그렇죠.”
소피는 그렇게 말하고 내 테이블에 앉았다. 그 순간 이 홀 자체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느껴졌다.
‘괜한 짓을 했나?’
나가서 이야기를 해도 됐는데 말이다.
그리고 조금 전에 소피 장에게 거절을 당한 미군이 나를 노려보며 다시 독한 위스키를 들이켰다.
“한 3년 만이네요.”
“용케 절 기억하시네요.”
“인상이 아주 강렬했으니까요.”
“그랬나요? 소피 장.”
“소피라고 부르세요.”
소피는 내게 관심이 있다는 눈빛을 보였다. 나도 잘생긴 남자니 소피 장도 내 매력과 카리스마에 끌리는 모양이다.
소피는 이렇게 내게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아마 내가 왔기에 이렇게 홀에 나온 것 같았다. 소피 장이 홀에 나오자 웨이터는 인상을 찡그렸다.
“소란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웨이터가 내게 짜증스럽게 대한 것은 모두 다 미군들이 소란을 피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마 그 정도는 제 손님이 해결하실 수 있을 거예요.”
소피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고, 웨이터는 여전히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볼 일이 없으면 가!”
“그러죠.”
웨이터가 돌아갔다. 그리고 난 소피를 봤다.
“여기서 일하면 월급 얼마나 받지?”
“저희는 주급으로 받죠.”
“얼마나 되는데?”
“한 200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왜요?”
“내가 거기에다가 200을 더 줄 테니 나랑 일 좀 하겠어?”
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내 말에 소피는 날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돈을 많이 주는 일이면 위험도 커진다고 하던데? 당신은 위험한 사람이잖아요.”
“위험할 것은 없어. 능력이 문제지.”
“능력이 문제라고요?”
“그래. 어린놈 하나 꼬셔서 홀딱 넘어가게 만드는 것이 일인데 할 수 있겠어?”
“저번처럼 또 고자 데려 놓고 저랑 내기하자는 건가요?”
소피 장은 핸섬 보이의 일이 떠오른 모양이다.
“고자까지는 아니고.”
내 말에 다시 소피 장이 피식 웃었다. 정말 야릇한 매력이 있는 소피 장이었다.
“저번에 제가 내기에 졌죠.”
“아마도.”
“그럼 해 드려야죠.”
“고맙네!”
“그런데 어쩌죠. 이곳에 걸어 나가기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시는데…….”
소피 장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와 동시에 조금 전에 소피 장에게 거절을 당한 미군 병사가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일어서서 내게로 걸어왔다.
비틀거리는 것이 딱 봐도 무척이나 취한 모습이었다.
“헤이, 옐로!”
역시 토종이나 양놈이나 술에 취하면 개가 되는 모양이다. 반쯤 눈이 풀린 것이 딱 개가 되기 직전 같았다.
그런데 사실 저놈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저놈을 쓰러뜨리고 나면 분명 다른 놈들이 내게 덤벼들 거다.
사실 이런 곳에서 싸움이 일으켜도 미군 중에 처벌을 받는 놈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더 큰 죄를 저질러도 본국으로 송환되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송환이 된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처벌을 받았는지 그냥 풀려났는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미군을 싫어하는 거다. 그리고 항상 소파 협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거였다.
난 힐끗 찰스라는 미군을 봤다.
저런 개가 되는 애들은 토종이나 양놈이나 그냥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무시하세요. 괜한 싸움 만들지도 모르니까.”
소피 장도 내게 찰스라는 개를 무시하라고 했다.
“되도록이면 그렇게 하지.”
난 그렇게 말하고 피식 웃었다. 하지만 내가 무시한다고 해서 미친개가 사람에게 안 덤벼드는 것은 아니다.
“헤이!”
찰스는 내 앞에 서서 날 노려봤다. 비틀거리는 것이 툭 치면 턱하고 넘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순간 이 홀 안에 있는 미군들이 나와 소피 그리고 찰스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눈빛이 사나웠다.
“너 씹냐? 시방새야!”
어디든 욕부터 배우나 보다.
“꺼져!”
난 짧게 말하고 소피를 봤다.
“이곳에 더 있을 필요 있나?”
“없죠. 페이를 더 준다는데.”
“그럼 일어나지.”
내가 일어서는 순간, 내게 무시를 당한 찰스가 들고 있던 맥주병을 내 머리를 향해 내려쳤다. 물론 난 그것을 맞아 줄 용의가 절대 없었다. 내려치는 맥주병을 난 팔로 막았다. 그리고 찰스를 노려봤다.
“워워! 참는 건 여기까지다. 괜히 이국땅에서 쥐어 터지면 서럽다.”
내 말에 찰스는 피식 웃었다.
“옐로 씨방새야!”
그와 동시에 찰스가 비틀거리며 솥뚜껑 같은 주먹을 내게 날렸다. 내가 참는 것은 거기까지라고 했다.
난 바로 찰스를 노려보며 주먹을 날렸다.
퍽!
내 강렬한 주먹에 턱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찰스는 그보다 더 둔탁한 소리를 내며 옆 테이블에 나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