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85화
“그렇기는 하죠.”
“생각을 해 봐라. 저축 은행 최초로 해외 펀드의 투자를 받는다. 그것만도 이번 통폐합에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강점이 될 거다.”
“그래도…… 아버지.”
“원래 사업은 자기 돈으로 하는 게 아니야! 자기 돈으로 사업하는 놈들 중에 안 망하는 놈 없다. 사업은 원래 망해도 상관없게 남의 돈으로 하는 거다.”
최 회장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주 비정한 말이기는 했다.
“1조 원의 이자라면…….”
사실 연 5퍼센트의 이자만 준다고 해도 1년이면 500억이다. 그리고 그것을 12달로 나누면 한 달의 이자만 48억 정도가 된다. 그것을 하루 이자로 나누면 1억이 훌쩍 넘는 거다. 한마디로 정말 언 발에 오줌 누기인 거다. 하지만 최 회장의 말처럼 그 기대 효과는 엄청날 거다.
정말 대국민을 상대로 세기적인 사기를 치는 거였다.
“하지만 1조 원을 빌리려면 담보가 있어야 합니다.”
“담보는 내가 주지.”
최 회장은 그렇게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경기도에 있는 7,000억 상당의 부동산. 그것을 담보로 쓰려 했다. 사실 최 회장이 당장 경기도의 땅을 내놓는다고 해도 덩치가 커서 팔리지 않을 거였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런 거였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그렇게 준비를 하겠습니다.”
가은도 이제는 더 이상 비자금을 현금화하자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여론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고 나서 앞으로 있을 저축 은행의 통폐합에서 통합의 주체가 되는 게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금액이 우선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가은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돈을 빌리죠?”
사실 1조 원이나 되는 돈을 단기간 빌릴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인 차이나라는 펀드가 있지.”
최 회장의 말에 가은은 바로 표정이 굳어졌다. 인 차이나는 악명 높은 해지 펀드다.
“인 차이나라고요?”
“그래. 왜 그런 표정이지?”
“인 차이나는…….”
“론스타랑 쌍벽을 이루는 펀드지.”
대한민국 같은 나라도 그들의 먹잇감이 되지만 아프리카는 정부 자체가 그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수십 억 원에 사들인 정부 채권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수천억에 되파는 식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들이다.
물론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일 거다. 하지만 론스타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론스타의 펀드의 형태다. 사모 펀드라는 거다. 그 펀드는 소수의 개인적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를 하는 펀드다.
다시 말해 소수의 자금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소수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이익을 창출해 주는 펀드인 거다.
과연 그들에게서 나오는 돈이 깨끗한 돈이라고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금의 불투명성은 그렇게 자극적이고 파렴치한 방식으로 이익을 창출해 내는 거다. 거기에 한국의 굴지의 은행이 당한 거였다.
특히 론스타는
그런데 참 웃긴 것이 IMF라는 호랑이를 막기 위해 론스타라는 이리 새끼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가끔 이리 새끼들이 포효하는 호랑이보다 무서울 때가 있는 법이다.
9년 전 우리가 경제 위기에 빠져 있었을 때 론스타에게 특권을 베풀어 원래 금융 회사에만 부여되는 은행 인수 자격을 사모 펀드인 론스타가 외환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내 준 우리나라에게 문제가 있었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통째로 준 거였다.
한마디로 배 터지게 한 번 처먹으라고 준 게 분명한 거다.
그런데 인 차이나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아니, 아프리카에서는 검은 중국인이라는 소리로 인 차이나를 욕했다.
그래서 가은이 놀라는 거다.
“호랑이를 겁내는 것보다 어떻게 부릴지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장사꾼이다.”
최 회장은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예. 아버지!”
그렇게 최 회장과 가은은 은성의 압박을 다른 방법으로 풀려고 했다.
* * *
최 회장의 저축 은행에서 나온 박 사장은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는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이, 이제 어떻게 하지?”
박 사장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당장 내일까지 해결해야 할 돈이 30억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미분양 아파트가 전부였다.
“미분양 아파트라도 담보로…….”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파트를 팔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박 사장은 이런저런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미 판단력을 잃은 박 사장이기에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최 회장을 너무 믿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최상혁 군을 다시 만나는 거야!”
박 사장은 다시 최상혁에게 의지를 하려 했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딸인 박은진에게 전화를 했다.
따르릉! 따르릉!
핸드폰 벨은 울렸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 박은진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박은진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뭔데?
정말 이 세상 최고의 싸가지 없는 딸일 거다. 사실 박은진은 3년 전만 해도 무척이나 수수하고 순수한 대학생이었다. 그런데 은성의 인생을 바꿔 놓은 그 사건이 박은진의 정신세계도 황폐하게 만들어 놨다.
“지금 어디니?”
-목소리는 왜 그런데?
“그것보다 상혁 군 어디에 있니?”
박 사장의 말에 술을 마시고 있던 박은진은 바로 인상을 구겼다.
“걔는 왜?”
-같이 있는 거니?
“같이 안 있어. 설마 또 구걸을 하려는 거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박 사장은 답답한 마음에 박은진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게 구걸이 아니면 뭐야? 그만 좀 구질구질해지란 말이야!”
박은진도 소리를 질렀다.
-됐다.
박 사장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 박은진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정말 구질구질한 삶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지금 술을 마시고 계산할 카드 역시 최상혁이 준 카드였다.
그렇게 박은진은 망가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
원래 돈을 펑펑 쓰는 것들에게는 파리가 붙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박은진은 어쩜 똥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마셔.”
박은진은 그렇게 인상을 찡그리며 양주를 들이켰다.
“그런데 네 신랑은 어디에 있니? 요즘 통 안 보인다.”
박은진의 파리들은 최상혁을 박은진의 신랑이라고 불렀다. 사실 박은진이 너무나 부러운 파리들인 거다.
“모르지. 그 고자 새끼 어디에 있는지.”
“뭐라고? 고자? 호호호!”
파리는 박은진의 말에 깔깔거렸다. 사실 20살이 된 최상혁은 바로 근사하게 무드를 잡고 그동안 덮치지 못했던 박은진을 덮치려고 했다. 이미 자신의 인생은 최상혁 때문에 망쳤다고 생각한 박은진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린 것들의 속도위반은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정말 너무 빠른 속도위반이었다. 약간의 애무가 있을 때만 해도 박은진 역시 잔뜩 긴장을 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최상혁이 사정을 해 버린 거였다.
처음 박은진은 잔뜩 긴장을 해서 그렇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매번 분위기만 잔뜩 잡던 최상혁은 토끼보다 더한 놈이었다. 그리고 슬슬 박은진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 이 둘의 관계는 서먹서먹해지기 시작했다.
원래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기에 관계가 악화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다 은성의 비술 때문이었다.
은성이 반 강제적으로 자퇴를 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교장실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정말 남자에게 절망을 주고 나온 거였다. 발기는 되는데 즐길 수가 없다.
이것은 남자의 입장에선 천벌일 거다.
“그냥 그렇다고.”
“오호! 농담처럼 들리지 않네.”
“농담이거든.”
“오, 그러셔요. 그래서 이렇게 호스트바에서 즐기시나요.”
“즐기긴 누가. 그냥 온 거지.”
박은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호스트들이 룸에 들어섰다.
“오호! 펫들이 등장하셨네!”
박은진의 파리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박은진은 그렇게 호스트바에서 청춘을 배설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인생 자체가 똥이니 배설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젠장!”
박 사장은 전화를 끓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다시 최상혁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하지만 최상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거지 취급을 받는 거였다.
“내가 이 취급을 받으려고…….”
박 사장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때 박 사장의 앞에 차가 섰다. 그리고 김재창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똥줄이 타고 있는 박 사장에게 걸어갔다.
“박 사장님!”
이제 슬슬 밑밥을 던지는 은성이었다. 그리고 형성은 형성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 * *
어느 시골 양봉장.
“이게 효과가 있는 거야?”
최상혁은 박 사장의 전화도 받지 않고 경기도에 있는 시골에 내려와 있었다. 여기저기 붕붕 벌들이 날고 있었다.
“그거에 봉침만 한 것이 없답니다. 도련님!”
지금 최상혁에게 말하는 사람은 은 실장이었다. 요 근래 꽤 서먹서먹한 사이였지만 은성이 나타난 후에 다시 최상혁은 은 실장을 자신의 옆에 뒀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은 실장은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주먹이니 말이다.
“좀 골골하더니…… 괜찮은 거야?”
며칠 전만 해도 다 죽어 가는 폐인 같았던 은 실장이었는데 지금 보니 꽤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기에 묻는 최상혁이었다.
“예.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이거 확실한 거 맞아?”
“저도 봉침을 맞고 좋아졌습니다.”
“정말?”
“예. 그렇습니다. 도련님!”
“확실하지?”
“예.”
최상혁은 그렇게 어린 나이에 정력 향상을 위해서 봉침을 맞으려 시골에 내려와 있었다. 그만큼 최상혁은 간절했던 거였다. 의학적 도움을 받아 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비아그라도 써 봤다. 역시 발기만 될 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리고 여자의 질 안에만 들어가면 비아그라가 아니라 마약을 해도 죽어 버리는 자신의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이제는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거였다.
지금 최상혁이 맞으려 하는 것은 성기에 봉침이었다. 한마디로 벌침에 맞아 그곳을 팅팅 붓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때 작은 벌통을 들고 대머리가 벗겨진 남자 하나가 씩씩하게 집 안으로 들어섰다.
“하하하! 날 찾을 나이는 아니신데…….”
그 말에 최상혁은 바로 인상을 찡그리며 대머리 양봉업자를 노려봤다.
“그냥 하실 것만 하시죠?”
“그럽시다. 저야 돈만 받으면 되니. 바지 내리시오.”
양봉업자가 바지를 내리라고 말했고 최상혁은 바로 바지를 내렸다. 그냥 보기에는 근사한 물건을 가진 최상혁이다.
최상혁의 물건을 보고 양봉업자 아저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만한 물건이면 쓸 만할 건데…….”
“그냥 하라니까.”
최상혁은 바로 짜증을 부렸다. 그리고 옆에 있는 은 실장이 양봉업자에게 그냥 하라고 눈치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