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86화
“그만 눈치 주시오. 알았수다.”
그리고 작은 벌통에서 벌 한 마리를 꺼냈다.
원래 봉침은 봉침요법, 벌침, 벌침요법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최상혁은 그만큼 간절한 거였다. 남자에게 섹스는 목숨만큼 중요한 거니까 말이다.
그런데 벌의 크기가 살짝 이상했다.
“벌이 왜, 왜 그렇게 큰 거야?”
최상혁은 벌의 크기를 보고 살짝 놀랐다.
“이게 호박벌이거든. 효과가 탁월해!”
“호, 호박벌?”
“그래. 그런데 우리 어린 손님은 이유식으로 시래기를 드셨나? 아니면 이유식을 반만 드셨나? 말이 반 토막이네.”
붕붕붕!
그때 살짝 날갯짓을 하는 호박벌 소리가 최상혁의 귀를 자극했다.
“긴장할 거 없어요.”
양봉업자는 씩 웃으면 최상혁의 물건을 살짝 들어올렸다.
“정, 정말 효과가 좋은 거죠?”
참 이 순간에도 효과를 생각하는 최상혁의 인생도 불쌍하다.
사실 양봉업자가 들고 있는 벌은 호박벌이 아니었다. 원래 호박벌은 크고 뚱뚱한 벌이다.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호박꽃 속에 푹 파묻혀 있기도 한다.
“그럼. 이거 맞고 성기능이 개선이 안 되면 죽은 허준이 살아와도 못 고쳐! 비아그라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 봉침만큼 좋은 것은 없어.”
“정, 정말이지.”
최상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어떤 경우라도 정력이 다른 사람들만큼 되도 정말 살맛이 날 것 같은 최상혁이었다.
“겁먹지 말고 하자고.”
“그, 그러죠.”
최상혁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럼 갑니다.”
양봉업자는 천천히 장수말벌을 최상혁의 물건에 가져갔다. 그리고 성질이 난 장수말벌이 바로 최상혁의 물건에 응징을 가했다.
“아아악!”
순간 최상혁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원래 아픔만큼 성숙해지는 거야!”
양봉업자는 그렇게 말하고 2차 시술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최상혁의 입에서는 비명 소리가 터졌다.
“봐봐! 바로 이렇게 커지잖아. 하하하! 역시 호박벌이 최고라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양봉업자는 사이비라는 거다. 호박벌과 장수말벌도 구분하지 못하는 자가 무슨 얼어 죽을 봉침을 시술하는지 답이 안 나오는 순간이었다.
“봐. 바로 발기하잖아.”
양봉업자는 옆에 살짝 긴장을 하고 있는 직원에게 말했다.
“정, 정말입니까?”
“보라니까.”
그리고 은 실장이 최상혁의 물건을 봤다. 눈으로 보기에는 정말 커지는 것 같았다.
“정말 커집니다.”
“으으으으!”
그에 반해 최상혁은 여전히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제 3차야!”
“그, 그만…….”
최상혁은 겨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만할 것을 요구했다.
“그만은 무슨. 3차까지 맞아야 효과가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 양봉업자는 바로 봉침을 최상혁의 물건에 쐈다.
“아아아악!”
이건 처절한 마지막 비명이었다. 그리고 바로 최상혁은 입에 게거품을 물었다.
“도, 도련님!”
순간 게거품을 무는 최상혁을 보며 은 실장은 기겁한 척을 했다.
“켈켈켈!”
동공까지 풀린 것이 최상혁에게 쇼크가 오는 것 같았다.
“뭐가?”
“지, 지금 도련님이…….”
“원래 봉침 맞으면 다 이래.”
“이런 게 아니라 도련님이 죽어 가고 있잖아요.”
“벌 알레르기만 없으면 안 죽어!”
양봉업자는 너무나 여유로웠다. 그에 반해 최상혁은 거의 초죽음이 되고 있었다.
“아아악! 으으윽!”
침을 질질 흘리는 것이 당장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최상혁의 물건은 더욱 부풀고 있었다. 마치 홍두깨 크기까지 커졌다.
“아아아~ 으으윽!”
최상혁은 다시 고통에 신음을 했고 점점 더 동공이 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은 실장은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닙니까?”
“죽기는 왜 죽어.”
양봉업자가 천천히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따르릉! 따르릉!
요즘 컬러링 하나 쓰지 않는 핸드폰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딸칵!
“캡틴이십니까?”
-예. 대목 선생님!
전화를 받은 것은 은성이었다. 은성은 사실 대목의 전화를 받고 씩 웃었다. 은성은 최상혁을 감시했다. 그리고 그가 봉침을 맞으려 간다는 것을 확인하고 선수를 친 거였다. 물론 은 실장이 배신을 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장수말벌한테 3방이나 쏘였으니 잘라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대목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렇게 양봉업자가 여유로운 것은 이유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은 실장은 저한테 보내세요.”
난 씩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는 친구가 말벌에 쏘였다네요.”
“말벌에요?”
“예.”
“말벌에 쏘였을 때는 된장이 최고인데. 호호호!”
이런 토속적인 생각을 가진 소피 장을 누가 외국인이라고 보는지 참 신기할 뿐이었다. 한국말을 하고 한국에 살고 한국 음식을 먹는데 사람들은 소피 장을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병원에 실려 갔을 최상혁을 떠올리며 씩 웃었다.
‘말벌 몇 번에 죽어 버리면 네놈은 복 받은 거다. 그게 아니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든가.’
은성은 그렇게 1차적으로 쪼잔한 복수로 복수의 포문을 열었다.
* * *
“어, 어떻게 된 겁니까?”
운전석에 앉아있던 비서가 은 실장의 등에 업혀 나온 최상혁을 보며 기겁한 표정으로 물었다.
“구급차는 불렀으니까 모시고 병원으로 가.”
“예?”
“난 회장님이 부르셔서 가 봐야 해.”
“도련님이 왜 이럽니까?”
“어서!”
은 실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고 등에 업고 있던 최상혁을 버리듯 비서에게 넘겼다.
그리고 얼떨결에 최상혁을 받은 비서였다.
“켁켁켁!”
최상혁은 이 순간에도 정신을 잃고 겔겔거렸다.
* * *
“누구죠?”
박 사장은 김재창을 모른 척했다. 사실 건설업을 하면서 김재창을 모른다면 그 사람은 건설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일 거다.
“저를 모르십니까?”
“으음.”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그런데 무슨 일이죠. 김재창 사장님!”
김재창은 건설 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CEO이었다.
“바쁘시죠. 어음 막느라.”
김재창의 말에 박 사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돌아오는 어음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뭐라고요?”
“이런 길에서 이야기할 건 아닌 것 같은데.”
김재창의 말에 박 사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야기할 사항이 없을 것 같네요.”
박 사장은 살짝 묵례를 하고 돌아섰다. 지금은 당장 최 회장을 찾아가서 사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인 박 사장이었다.
“저 저축 은행에서 대출을 퇴짜 맞고 오셨죠?”
김재창의 말에 박 사장은 돌아서지 않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파르르 몸을 떨었다.
“지금 당장 최 회장을 찾아가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겁니다.”
이제 더 이상 박 사장은 돌아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저 저축 은행도 엉망진창입니다. 그러니 도와드릴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도와야 할 약발도 다 떨어져 가고.”
김재창의 말에 박 사장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김재창을 빤히 노려봤다.
‘설마! 뭔가 아는 건가?’
박 사장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기우라는 생각이 드는 박 사장이기도 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사업 이야기하자는 겁니다.”
“사업요?”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시죠. 내일까지 못 막으면 정말 큰일 나지 않습니까?”
야릇하고 솔깃한 유혹이었다. 뿌리치고 돌아서기에는 너무나 박 사장 자신이 처한 위기가 다급했다.
‘우선 30억만 막으면 돼. 그리고 어떻게든 분양이 되게 만들면 돼.’
박 사장은 우선 급한 불을 꺼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를 하죠.”
* * *
“여긴 두 번째네요.”
소피 장은 실내를 보고 씩 웃었다. 예전 핸섬 보이를 자극할 때 소피 장이 도구로 쓰였던 곳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는 왜?”
“여기가 제 아지트입니다.”
“오! 아지트를 저한테 공개를 해도 되나요?”
난 소피 장과 이곳에 들어올 때 눈을 가리지 않았다. 다시 말해 소피 장을 내 편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하하하! 모든 남자들이 다 미인을 잘 믿는 버릇이 있죠.”
“그런가요? 그래서 잘 당하죠. 원래 여자는 위험합니다. 그리고 미인은 더 위험하고요. 호호호!”
스스로 자신의 입으로 미인이라고 자뻑과 같은 말을 하니 웃긴 모양이다.
“장미에 가시가 없다면 그냥 들에서 피는 들꽃이죠. 장미는 향기보다 가시가 매력이 있는 거죠.”
“호호호! 내가 장미인가?”
“장미라…….”
“왜 장미는 안 될 것 같나요?”
“어떤 장미가 되고 싶나요?”
난 뜬금없이 소피 장에게 물었다.
“예?”
“말해 보세요.”
“가끔 보면 그쪽은 황당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거 아세요?”
“그것도 능력인 모양이군요.”
“그럼요.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죠.”
“하하하! 좋습니다. 어떤 장미가 되시고 싶습니까?”
사실 장미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장미는 역사 이래 꽃 하면 장미로 통했다.
장미는 꽃의 대표였고, 그 때문에 서구 문학에서는 다층적, 다의적인 상상으로서 널리 이용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장미의 의미보다 숨어 있는 의미에 집중한 거다. 소피 장을 보며 쾌락 뒤에 오는 허무함을 느끼는 거다.
사실 이런 생각도 어쩜 장미를 표현하는 하나의 의미에 불과할 거다. 그러고 보니 장미는 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굳이 물어보셔서 말하는 건데 저는 흰 장미가 좋아요.”
“원래 흰 장미는 순결을 의미하죠. 하지만 숨은 뜻은 죽음을 의미하고 또 무한한 허무를 의미합니다.”
내 말에 소피 장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난 그런 소피 장을 빤히 봤다.
“뭐가 그렇게 소피 장을 허무하게 만듭니까?”
내 질문에 소피 장은 날 빤히 봤다.
* * *
“혹시 대포리에서 구급차 부르셨습니까?”
급하게 선 구급차에서 119대원이 내리며 수행한 직원 비서에게 물었다.
“그, 그렇습니다.”
“예.”
그 말과 동시에 구급차 뒷문이 열렸다. 그리고 신속하게 구급차에서 구급대원들이 내려 혼절한 최상혁을 받아 들것에 눕히고 구급차에 태웠다.
“다, 다행입니다. 빨리 오셨네요.”
“그런데 어떻게 된 겁니까?”
“벌, 벌에 쏘였습니다.”
“벌요?”
“그렇습니다.”
“무슨 벌요?”
“호, 호박벌이라고 들었습니다.”
“호박벌요? 어디에 쏘인 겁니까?”
구급대원의 물음에 직원 비서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그, 그게…….”
“그게 왜요? 어디에 쏘인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