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88화
쾅!
박 사장은 테이블을 내려쳤다.
“지금 내 아파트를 날로 먹겠다는 거야?”
“50퍼센트라도 건지기 싫은가? 손실된 50퍼센트는 주식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을 건데? 아니, 그 이상이겠지.”
김재창은 조롱을 하듯 박 사장에게 말했다.
“우선 30억 막고 우리랑 합병한다는 정보를 살짝 흘리고 우리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발표를 하면 바닥인 주식이 올라가지 않나?”
“으음.”
“그럼 충분히 노후 자금은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래서요?”
“박 사장님이 올라간 주식 다시 팔아서 돈 챙기시고, 난 떨어진 주식 사서 돈 챙기고. 서로 윈윈 하는 거 아닙니까.”
“난 주식 살 돈 없소.”
“구하셔야죠.”
“구하다니요?”
“꼭 최 회장만 돈줄을 쥐고 있는 거는 아니지 않습니까.”
“사채를 끌어 쓰라는 겁니까?”
“그건 알아서 하시고. 어떻습니까? 제가 우선 30억 지원을 하죠. 그리고 바로 미분양 아파트 전체 다 50퍼센트에 구입을 하죠. 그럼 충분히 자금은 될 겁니다.”
“으음.”
“고민 오래 할 시간이 없습니다.”
“좋습니다.”
박 사장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최 회장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당장 내일 아침에 부도가 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박 사장은 드디어 덫에 빠지고 있었다. 그렇게 김재창은 박 사장과 거래를 하고 헤어졌고, 박 사장은 바로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인천으로 달렸다.
“어디로 모실까요?”
“인천으로 가자!”
그 말에 기사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런 표정이야?”
“아, 아닙니다.”
“가지. 인천!”
“예.”
그렇게 박 사장은 인천에 있는 지희에게 달려갔다.
* * *
“웬일이세요? 연락도 없이.”
지희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박 사장을 보고 잠시 놀란 표정을 했다.
‘오시지 말지.’
지희는 자신을 찾은 박 사장이 가엽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자신이 변했으니 말이다.
“왜, 젊은 놈이라도 숨겨 놨어?”
박 사장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찾아보세요. 숨겨 놨는지. 호호호!”
지희가 방끗 웃었다.
“가서 물 좀 가지고 와. 속에서 열불이 나서 미칠 것 같으니까. 어서!”
김재창의 제의는 어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유는 없었다. 그냥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되면 회사의 성장을 위해 지은 고급 아파트 전체를 헐값으로 넘겨야 한다.
그게 화가 치미는 박 사장이었다. 물론 김재창의 제의를 받아들이면 돈을 벌 수는 있을 것이다.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은 오를 것이 분명할 거다.
* * *
“굳이 물어보셔서 말하는 건데 저는 흰장미가 좋아요.”
“원래 흰장미는 순결을 의미하죠. 하지만 숨은 의미는 죽음을 의미하고 또 무한한 허무를 의미합니다.”
내 말에 소피 장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난 그런 소피 장을 빤히 봤다.
“뭐가 그렇게 소피 장을 허무하게 만듭니까?”
내 질문에 소피 장은 날 빤히 봤다.
“뭘까요?”
소피 장은 내게 다시 반문을 했다.
“모르니 묻는 겁니다.”
“어디에도 소속할 수 없는 나이기 때문이겠죠.”
소피상은 날 보며 말했다.
아마 모든 혼혈아들이 저런 마음일 거다.
이 대한민국은 혼혈아에게 정말 저렇게 모진 모양이다.
“우리랑 같이 가겠습니까?”
“같이?”
“예.”
“참 오랜만에 듣는 소리네요. 같이 라는 말.”
“으음.”
난 나도 모르게 신음을 했다.
“날 이용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소피 장은 날 빤히 보며 물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 거겠죠.”
“하지만 난 소피 장을 끝까지 이용할 겁니다.”
“끝까지?”
“예.”
“제가 해야 할 일이 뭐죠?”
“누군가의 마음을 완벽히 빼앗는 겁니다.”
소피 장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보죠.”
그때 내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난 바로 핸드폰을 받았다.
“무슨 일입니까?”
내게 전화를 한 사람은 대목이 데리고 있는 자운대 요원이었다. 내게 바로 전화를 할 수 있는 요원은 몇 되지 않는다.
내게 임무를 받은 요원이거나 자운대 4천왕의 직계 제자거나 그 둘 중 하나다.
-김 과장입니다.
김 과장은 경기도에 있는 종합 병원에 있는 외과 과장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최상혁의 성기를 잘라야 할 것 같습니다.
난 김 과장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찡그렸다.
“절대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목숨이 위험합니다.
김 과장의 말에 난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렇게 벌을 줄 수는 없다. 너무 약한 벌일 거다.
“제가 갑니다. 그동안 어떻게든 그 새끼 좆 붙여 놓으세요.”
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죠. 소피 장!”
“어디를 가는데요?”
“바로 임무에 투입되는 겁니다.”
“바로요?”
“예. 간호사 어떠세요?”
“간호복은 많이 입어 봤죠.”
난 소피 장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 삶이 기구했기에 많은 변태들을 만났을 거다.
“아마 그런 옷을 입는 것은 마지막일 겁니다. 제가 약속하죠.”
“내가 성공하면 내가 원하는 거 무조건 하나 들어 주세요.”
“무조건?”
“저번에도 그런 내기 하지 않았나?”
소피 장은 날 빤히 보며 말했다. 이건 내게 아주 불리한 내기다. 하지만 사람이 항상 유리한 일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좋습니다.”
“약속한 거예요.”
“예. 약속합니다.”
“어서 가요. 그럼!”
소피 장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드디어 두 번째 작전이 시작되는 거였다.
난 그렇게 경기도에 있는 종합 병원으로 달려갔다. 절대 그렇게 최상혁은 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또 죽어서도 안 된다.
내 누명을 벗고 또 처참하게 무너지고 나서 끝내야 한다. 그래야 내 울분이 풀리는 거다. 난 달리는 자동차에서 어금니를 깨물었다.
“부탁드립니다.”
지금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은 뜨악새다. 택시 기사 출신이니 총알로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도로에서 가장 빠른 것은 바로 총알택시이니 말이다.
“걱정 마십시오.”
“예.”
뜨악새는 모처럼 핸들을 잡으니 흥분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총알처럼 달렸다.
끼이익!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았다.
“다 왔습니다. 캡틴!”
“정말 빠르네요.”
“목숨 걸고 달렸으니까요.”
“목숨 걸고.”
“아마 벌금 꽤 나왔을 겁니다. 하하하!”
“예.”
난 바로 차에서 내렸고 소피 장도 차에서 내렸다. 난 이미 이곳에 오면서 김 과장에게 연락을 해 놨다.
그리고 김 과장은 내 지시를 받아 간호복 하나를 구해 놨다.
그리고 난 바로 그 옷을 소피 장에게 내밀었다.
“이게 가능해요?”
“뭐가요?”
“이런 병원에서 제가 간호사 행세를 하는 거요.”
“제가 이 병원 이사장입니다.”
“뭐 오래 할 것도 아니고.”
“예?”
“한 번 끝내주게. 으음…….”
난 더는 말하지 못했다. 내가 하지 못한 말은 최상혁의 물건을 끝내주게 한 번 빨라는 거였다. 그럼 내 복수가 시작되는 거다.
‘내가 당한 것처럼 똑같이!’
난 내가 당한 것처럼 최상혁에게 돌려 줄 생각이다.
내가 당한 것처럼.
난 소피 장과 급하게 병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난 최상혁이 있는 병실로, 그리고 소피 장은 간호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빈 병실로 달려갔다.
“오셨습니까?”
“최 상혁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도 위태위태합니다. 혈압이 260까지 올라갔습니다.”
“죽지는 않았습니까?”
“예. 겨우 혈압을 낮추고 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난 김 과장에게 의사 가운을 받아 입고 최상혁의 병실로 뛰었다. 이미 직원 비서는 젊은 의사가 호출을 해서 병실에 없었다.
“들어가 보십시오. 아무도 없습니다.”
“예.”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넌 이렇게 쉽게 속죄 받을 수 없어.’
난 바로 병실로 들어가서 거의 죽어 가는 최상혁을 봤다. 사실 이 상태로 가만히 둔다면 최상혁은 죽을 거다. 그럼 어느 정도는 복수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내 복수는 끝이 날 수가 없다.
‘절대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난 최상혁의 몰락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게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모습도 같이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살려야 한다. 그리고 소피 장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소피 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떻게 보면 정말 남 주기 아까운 소피 장이다.
“멍청한 새끼!”
난 신음하고 있는 최상혁을 봤다. 이미 최상혁은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그러니 날 알아보지는 못할 거다. 수술 마스크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자기 물건에 벌침을 쏠 수가 있지?’
난 살짝 병원 시트를 들춰 봤다. 하의를 입지 않고 있는 최상혁은 그 물건이 거의 이제 코끼리 다리 같았다.
‘괴사가 일어나고 있군!’
이 상태라면 정말 최상혁의 성기는 터질 것 같았다.
‘우선은 구해 줘야겠지.’
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바로 비술을 발동하기 위해 몸에 있는 기를 끌어올렸다.
“이얍!”
난 인상을 찡그렸다. 이 상태로 놔두면 조금만 지나면 사정을 할 거다.
‘이제 비술을 좀 풀어 볼까?’
난 최상혁에게 걸어 놓은 비술을 풀었다. 그리고 그때 조심스럽게 소피 장이 들어왔다.
“부끄러운 것을 시켜서 미안해요.”
“내기인걸요.”
난 사실 소피 장에게 무척이나 미안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예. 이번에는 제가 꼭 이길 거예요. 그런데 저 남자 왜 저래요?”
소피 장은 뚫어지게 최상혁을 봤다.
“모르겠네요. 그냥 지랄 발광을 하네요.”
난 그렇게 멋쩍게 웃었다.
“저 애를 유혹하면 되는 건가요?”
“예. 저 새끼의 마음을 다 빼앗으면 되는 겁니다. 그럼 전 이만.”
“가시게요?”
“저 새끼가 제 원수입니다. 나도 저 새끼 보고 싶지 않지만 저 새끼도 제가 참 많이 보기 싫을 겁니다.”
“알았어요.”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예. 저 새끼에게서 박은진이라는 년만 떼어 놓으면 됩니다.”
그 말에 소피 장이 날 빤히 봤다.
“그 여자 좋아하나요?”
그 말에 소피 장이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더 비참하게 살게 만들어 줄 겁니다.”
내 말에 살기가 서려 있었는지 소피 장의 눈빛이 떨렸다.
“이런 모습 처음이네요.”
“그만큼 제가 원한이 많다는 거겠죠.”
“알았어요.”
소피 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이만!”
난 힐끗 최상혁을 봤다. 최상혁은 더욱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멍청한 새끼!”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김 과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대로 두면 죽습니다.”
“안심해도 될 겁니다.”
“예?”
“제가 다 처리를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저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죠?”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병원이 계속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김 과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제가 그런 걱정을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을 건데요?”
“하지만 걱정이 돼서…….”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돈 없는 사람들 치료해 주세요.”
난 사실 이 병원을 만들고 나서 돈 없는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물론 그래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었다.
그게 김 과장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이러다가는 대한민국에서 돈 없는 환자들 다 이곳으로 모여듭니다.”
정말 김 과장은 날 걱정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