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의 신-189화 (189/210)

흑막의 신! 189화

“그러시지 말고 병원장 한 번 하실래요?”

“예?”

“환자들 다 정성으로 치료해 주고 나면 뭐가 남겠어요.”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돈은 적자지만 마음은 흑자 아닙니까?”

“지금 농담하실 정도의 적자가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만 70억 정도의 적자입니다.”

“김 과장님!”

“예. 캡틴!”

“돈 많은 그룹이 운동 경기에 많이 지원을 하죠. 롯데 자이언츠나 삼성 라이온즈.”

“그런데요?”

“얼마나 적자를 볼 것 같습니까?”

“그건 왜?”

“질문 드리는 것만 답변을 해 주세요.”

“한 200억 이상 적자를 보겠죠.”

“그 이상일 겁니다. 그런데 왜 유지를 할까요?”

“뭐 그야 광고가 되니까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유지를 하는 거겠죠. 또 사회에 공헌하는 측면도 있고.”

“둘 다 맞습니다. 그럼 저는 사회에 공헌하는 쪽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 말에 김 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김 과장도 내 밑으로 오기 전에 폐인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물론 그를 폐인으로 만든 것은 빚이었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도 불어나는 빚에는 어쩔 수가 없었던 거였다.

“돈 없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어 보세요.”

“그럼 적자는 더 늘어납니다.”

빚에 허덕여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김 과장은 여전히 인상을 찡그렸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반대라니요?”

“이 대한민국은 나쁜 사람도 많지만 좋은 분들도 참 많으니까요.”

“기부를 생각하시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혹시 압니까? 기부가 들어올지.”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그거야 두고 보면 알죠. 적자가 200억 이상 되면 말씀하세요.”

“참 겁도 없이 통이 크십니다. 왜 이런 것을 숨어서 하시는지…….”

“그러게요.”

“그리고 내일 병원 이사회에 통보하겠습니다.”

“예?”

“병원장으로 추천되신 거요.”

“캡틴!”

대한민국 남자 중에 감투 싫어하는 사람 없는 법이다.

“한국의 슈바이처 되어 보세요. 혹시 압니까? 보건 복지부 장관이라도 하실지. 하하하!”

난 농담 같은 진담을 했다.

“정말 통이 크십니다. 예. 제가 병원장 해서 이 병원 더욱 적자에 허덕거리게 하겠습니다. 하하하!”

누가 들으면 참 이해가 되지 않는 소리일 거다.

“그럼 전 이만.”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캡틴!”

“예. 병원장님!”

내 말에 김 과장은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난 병원을 빠져나가며 김용팔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인가?”

내 전화를 받고 김용팔 회장은 반색을 했다. 딱 들리는 목소리가 아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는 목소리였다.

“요즘 업무도 안 보시고 큰일 나셨습니다.”

“하하하! 좀 봐 주게. 이놈이랑 노느라 정신이 없네.”

“그럼 돈으로 때우십시오.”

“돈?”

“예.”

“돈은 자네가 나보다 이제 더 많지 않나?”

“제가 쓸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사실 난 이제 김용팔 회장보다 돈이 더 많았다. 하지만 김용팔 회장에게 의원 배지를 주기 위해서는 돈을 버리듯 쓰게 만들어야 했다.

“그럼 뭔가?”

“기부 좀 하십시오.”

“기부?”

“예.”

“선거 앞두고 기부라?”

“왜, 너무 눈에 보이는 기부라서 걸리십니까?”

“그렇지.”

“아주 많이 하면 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아주 많이?”

“예.”

“얼마나 많이? 오오오! 우리 아들!”

나랑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들 돌보는 것에 정신이 없는 김용팔 회장이었다.

“한 5천억 정도 하십시오.”

“뭐? 5, 5천억?”

말하는 톤이 딱 엄청 놀란 목소리였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그, 그 돈 벌려면 얼마나 많은 헛개차를 팔아야 하는 줄 아나?”

“헛개차로 돈 버시는 거 아니잖습니까?”

난 바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렇기는 하지.”

“좋습니다. 그럼 기부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어디다가 기부를 하면 되나?”

“우선 의정부시에 의대를 하나 만드십시오.”

“의대?”

내 말에 김용팔 회장은 갈수록 더한다는 목소리로 반문을 했다.

“예. 그리고 의정부에 있는 새 희망 종합 병원에 기부를 하세요.”

“자네 지금 똑바로 말하고 있는 건가?”

“왜 그러시죠?”

“대학에 병원을 기부하는 거지. 어떻게 병원에 대학을 기부하나?”

“뭐든 상관있습니까?”

“참 어이가 없군. 그리고?”

“그 새 희망 종합 병원에 천억 정도 기부를 하시면 됩니다.”

“혹시 자네 그 병원 이사장으로 있는 거 아닌가?”

“어떻게 아셨습니까? 족집게십니다.”

난 김용팔 회장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역시 있는 놈이 더하다는 말이 틀리지 않군.”

“하하하! 원래 있는 놈이 더한 거 맞습니다.”

그렇게 나와 김용팔 회장의 통화는 애매하면서도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자네.”

“예. 회장님!”

“이제 슬슬 움직이는 건가?”

역시 김용팔 회장은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뭐 이제는 충분히 힘이 있으니…….”

“아주 제가 강하게 푸싱을 할 겁니다.”

“그래?”

“그럼 회장님께서 최 회장을 도와주십시오.”

“두통수를 쳐라?”

“예.”

“알았네.”

난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난 내 원수 최상혁이 있는 병실을 봤다.

“아주 좋아 죽을 거다. 그리고 미칠 듯이 저주스러워질 거다.”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형성은 은성의 지시를 받고 바로 박은진에게 택배를 보냈다.

딩동! 딩동!

택배 기사는 박 사장의 집으로 작은 포장지 박스를 들고 섰다.

딩동! 딩동!

전날 마신 숙취로 일어나지 못했던 박지은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에 잠이 깨서 잔뜩 짜증을 부리며 일어났다.

“아아악 미치겠네! 왜 자꾸 누르는 거야?”

박은진은 마구 짜증을 부렸다.

띵똥! 띵똥!

그리고 다시 초인종이 다시 울렸다. 보통 택배 기사들은 초인종을 몇 번 울려도 나오지 않으면 들고 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데 이번에는 무척이나 집요하게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 거였다.

-누구세요?

박은진은 잔뜩 짜증을 부리며 현관에 설치되어 있는 인터폰을 눌러 아파트 현관 CC카메라를 봤다. 딱 봐도 택배였다.

“택배입니다.”

-저도 보이거든요.

박은진은 바로 짜증을 부렸다.

철컥!

박은진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아파트 문을 살짝 열었다.

“이리 주세요.”

“예.”

택배 기사는 힐끗 박은진을 봤다. 사실 박은진은 거의 벗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어디를 봐요?”

“죄, 죄송합니다.”

“재수 없게.”

박은진은 그렇게 말하고 택배 기사에게서 작은 박스를 낚아채고 문을 쾅하고 닫고 거실을 둘러봤다.

“엄마는 어디에 간 거야?”

오만 것이 짜증만 나는 박은진 같았다.

“아후 속 쓰려!”

박은진은 전날 마신 술이 덜 깼는지 위가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그러고 보니 요즘 계속 술로 사는 그녀였다.

뭐 최상혁이 준 무한 카드가 있느니 술값은 걱정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충분히 돈을 받고 있었다.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지.”

박은진은 자신에게 온 소포를 소파에 던지고 우선 부엌으로 갔다.

* * *

택배 기사는 박은진에게 물건을 전달하고 바로 전화를 했다.

“물건 전달했습니다.”

-잘했다.

전화를 받은 것은 형성이었다. 그리고 형성은 지금 다른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정말 저렇게 야한 야동을 형성은 보지 못했다.

사실 형성도 그렇게 바르게 생활을 하지 않았기에 제법 야동을 봤는데 지금 나오는 남자 주인공은 정말 리얼했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 역시 너무 아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주 박 사장 당신 무덤을 파네!”

이 야동의 주인공은 바로 박 사장이었다. 그리고 그때 은성이 들어왔다.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보나?”

은성이 들어서자 말자 형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공이 박 사장입니다.”

“동영상 USB 보냈다고 하지 않았나?”

내 물음에 형성은 씩 웃었다.

“신작입니다.”

그 말에 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바로 형성은 내 눈치를 봤다.

“죄송합니다. 캡틴!”

“됐어.”

“예. 아주 박 사장 비아그라까지 먹고 난리도 아닙니다.”

난 동영상을 봤다.

“저 여자 이름이 뭐지?”

“지희입니다.”

“뭐든 시키면 다 하겠지?”

“그렇습니다. 아마 더한 것도 찍을 겁니다.”

형성은 담담히 말했다.

“첫 작품은 그년한테 보냈고?”

“예. 아주 짜증이 장난이 아니랍니다.”

“그렇겠지. 술로 사는 인생이니까.”

난 인상을 찡그렸다.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어.”

“이제 어떻게 합니까?”

형성이 내게 물었다.

“우선 김 사장이 하고 있는 함정이 걸려들지 않았어.”

“그 말씀은?”

“우선 박 사장 그 새끼 빈털터리로 만들어야지.”

“부도가 나면 그냥 빈털터리가 되는 거 아닙니까?”

형성의 말에 난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부도가 나면 빈털터리가 되면 필리핀에 계신 그 어르신은 아예 깡통을 차고 있겠다.”

사실 대한민국 부자들과 사업가들은 정말 망해도 3대는 먹고 살았다. 다시 말해 그만큼 짱박아 둔 돈이 많다는 거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궁금하다는 듯 형성이 내게 물었다.

“김재창 사장이 우선 부도를 막아 줬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70억 정도를 지원해 줬지.”

“예.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덫이지.”

“그게 덫이라고요?”

형성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람은 말이야, 아주 욕심이 많은 속물이거든.”

사실 난 박 사장이 은닉해 놓은 돈까지 모두 털어 내기 위해 김재창에게 접근을 시킨 거였다.

‘부자 망해도 3대는 먹고 살아? 그러면 안 되지. 탈탈 털려야지.’

난 인상을 찡그렸다.

* * *

박은진은 거의 팬티 바람으로 라면을 끓여서 거실로 가지고 왔다. 그래도 미끈한 다리와 얇은 속옷 사이로 풍만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 속이 쓰려 죽겠네. 후후후!”

박은진은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라면을 후후 불다가 옆에 툭하고 던져 놓은 소포를 봤다.

“뭐지?”

그리고 박은진은 소포를 흔들어 봤다.

다다닥! 다다닥!

그렇게 소포를 흔들다가 박은진은 작은 소포 박스를 뜯었다. 박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USB였다.

“뭐야 이거?”

박은진은 작은 USB를 봤다. 그 순간 박은진의 호기심이 발동을 했다. 그리고 바로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노트북을 켰고 부팅이 될 때까지 라면을 후후 불어 먹었다.

“어제 그 새끼한테 너무 눌렸어.”

박은진은 어제 같이 즐긴 호스트 놈을 떠올리면 피식 웃었다. 정말 방탕하게 사는 박은진이었다. 사실 박은진은 어제 호스트바에서 만난 놈과 갈 때까지 갔었다.

“고자 새끼랑 살아야 하나? 휴우!”

박은진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어제 즐긴 호스트가 생각이 났는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결혼은 고자랑 하고 즐기는 것은 그 새끼랑 하면 되지.”

박은진은 점점 더 인간성을 상실해 갔다. 그런 생각을 하며 라면을 후후 불어 먹었다.

“엄마는 어디에 간 거야?”

그렇게 라면을 먹으면서도 또 엄마가 없다고 짜증을 부렸다. 이렇게 박은진이 변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처음 박은진은 무척이나 청순한 여자였다. 여자가 변하는 것에 이유가 없다지만 박은진의 변신은 너무나 빨랐다.

아니, 변신이라기보다 타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노트북이 부팅이 되자 박은진은 아무 생각 없이 USB를 꽂았다. 그리고 동영상을 클릭을 했다.

“누가 보낸 거지?”

박은진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라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다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켁!”

너무나 놀라 라면에 사래가 걸렸다.

“켁! 켁! 케에엑!”

사래가 걸려 죽을 듯이 기침을 하면서도 박은진은 노트북 안에서 보이는 동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케켁켁~. 이, 이거…….”

박은진은 순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박은진의 눈 안에 가득 들어오는 것은 자신의 아빠였다.

“아, 아빠다!”

딩동! 딩동!

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고, 박은진은 본능적으로 노트북을 덮었다.

“아, 아빠면 어떻게 하지?”

순간 덜컥 겁이 나는 박은진이었다.

딩동! 딩동!

철컥!

초인종을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자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박은진의 엄마였다.

“라면 먹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