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의 신-193화 (193/210)

흑막의 신! 193화

“최소한 30프로는 돼야 할 겁니다.”

-지분 30프로로 경영권을 가지고 올 수는 없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그쪽이 통합하고자 하는 저축 은행의 지분을 제가 상상 이상으로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마포 불곰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직 나랑 통화를 하기가 서먹서먹한 모양이다. 그리고 난 전화를 끊고 일어섰다.

“박은진이 지금 인천으로 가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형성이 내게 짧게 대답을 했다.

“그럼 오늘 그 여자 박살이 나는 건가?”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좀 미안한데…….”

“충분히 금전적 보상을 해 주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그리고 비디오 확실히 준비를 해!”

“물론입니다. 캡틴!”

“그리고 검사들에게 비자금 수사 빨리 진행시키라고 해. 그 작은 군도에 있는 비자금 하나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돼?”

난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죽어라 찾고 있습니다.”

“그래도 못 찾으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

난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진태에게 전하겠습니다.”

“그래! 관에 못 박혀서 들어가고 싶지 않으면 빨리 좀 움직이라고 해!”

“예. 캡틴!”

형성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잘도 대답을 했다. 하지만 비자금 찾는 것이 어디 숨은 그림 찾는 것처럼 쉬운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형성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긴 것을 다시 한 번 감사하게 생각을 했다.

“박 사장은 뭐하고 있어?”

“명도 건설 주식을 사 모으고 있습니다

“그럼 정해진 수순으로 가고 있군.”

난 그렇게 말을 하고 사악하게 웃었다.

* * *

박은진은 호스트바에서 알고 지내던 기생오라비 같은 호스트 둘을 데리고 지희가 있는 인천에 있는 아파트로 달려갔다.

물론 지희가 있는 아파트를 알려 준 것은 자신의 부친인 박 사장이었다.

차를 몰고 있던 호스트가 박은진을 봤다.

“그 짓을 해도 괜찮을까요?”

“왜, 안 괜찮을 것 같아?”

“그래도 그게…….”

“그렇게 겁이 나면 빠지고. 그 대신 내가 준 거 다 토해 내야 할 거야.”

“예?”

“알지? 우리 아빠가 건설사 사장이라는 거. 원래 건설하는 사람은 조폭 많이 알고 있는 거.”

박은진의 말에 호스트는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박은진은 호스트에게는 거의 작업의 대상이며 공사의 대상이었다. 물론 박은진은 자신이 호스트들에게 공사를 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 줬다. 호스트들이 아무리 공사를 해 봐야 겨우 명품 시계나 자동차 정도니 모른 척하고 당해 주는 거였다.

“아, 아닙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한 번만 더 입을 나불거리면 네가 나 공사한 것까지 이자를 톡톡히 받을 생각이었거든.”

정말 무섭게 변한 박은진이었다.

어쩜 은성에게도 그날 공원에서 일어난 사건은 은성의 인생을 바꿔 놓았겠지만 박은진에게도 아주 완벽하게 인생을 바꿔 놓은 사건이었다.

“예.”

“원래 이런 일은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그만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년은 당해도 싼 년이야. 어디 우리…….”

박은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우리 아버지랑 붙어 먹어! 라고 말을 하려다가 누워서 침 뱉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아파트인 것 같습니다.”

박은진이 탄 차가 멈췄다.

“그래? 찾긴 잘 찾았네.”

박은진은 그렇게 말하고 차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데리고 왔던 호스트도 차 문을 열고 나왔다.

그 순간 멀리서 미리 그 아파트를 감시하던 자운대 대원이 급하게 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28호입니다.

지금 지희의 아파트를 감시하던 자운대 요원은 자신을 28호라고 말했다.

“도착을 한 건가?”

-그렇습니다. 박은진이 남자 둘과 같이 지희의 아파트에 들어갔습니다.

은성은 전화기에 들리는 28호의 말을 듣고 악마처럼 사악하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다. 그런 고민을 할 때 문뜩 은성은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고.’

은성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28호에게 나직이 말했다.

“요즘 범죄 신고는 112지.”

-예?

28호는 영문을 몰라 은성에게 되물었다.

“계획을 약간 수정하고 싶어졌어. 그러니 20분 정도 지나고 신고를 해.”

은성의 말은 곧 자운대에게는 절대 지켜야 할 법이었다. 그리고 은성이 하는 모든 행동은 정의 실현의 하나라고 교육을 받은 자운대였다.

-예. 알겠습니다.

“좋아!”

은성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너무 집착하시는 것 아닙니까?”

뜨악새가 불안한 눈빛으로 은성을 보며 말했다.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조금 전 살짝 웃으셨을 때 저는…….”

뜨악새는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왜요? 악마 같던가요?”

“예. 그 순간 저는 악마를 보았습니다.”

“저를 그렇게 만든 것은 그 여자입니다. 어쩜 가장 큰 죄를 지은 여자일 겁니다.”

은성은 그렇게 말하고 박은진과 지난 공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끝내 그런 복수심이 캡틴을 망칠 수가 있습니다.”

뜨악새의 말에 은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멈추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습니다.”

“어떻게든 결론이 나야 한다는 거군요.”

“물론입니다. 결론 없는 시작은 무의미하잖습니까?”

“그렇죠.”

뜨악새도 이제는 은성을 말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캡틴께서는 저들과 다르게 돌아갈 곳이 있지 않습니까?”

“돌아갈 곳이라고요?”

“예.”

뜨악새의 말에 은성은 자신도 모르게 수정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을 완벽하게 믿어 준 여자 수정!

어쩜 은성에게 수정은 고향 같은 존재이면서 안식처 같은 존재일 거다.

‘이제 곧 경찰이 출동을 하겠지. 그래. 이번에는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보자. 이게 박은진 너에게 주는 내 마지막 선물이기를 바란다.’

은성은 이번 일로 박은진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 더 이상의 보복은 그만두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뜨악새가 말한 것처럼 끝내 망가지고 변하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은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제발 나를 위해서 너의 죗값을 받기 바란다.’

은성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 있던 은성이 형성을 봤다.

“그 여자 지희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캡틴!”

형성의 말에 은성은 잠시 길게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캡틴!”

형성은 침울한 은성을 보며 되물었지만 뜨악새는 은성이 지금 무척이나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형성이 네 쪽에 있는 사람들 그 아파트에서 대기하고 있지?”

“그렇습니다.”

형성은 다시 은성이 묻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을 하며 짧게 대답을 했다. 항상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하던 은성이었다. 하지만 그 고민이 정리가 되는 순간 바람처럼 일어나서 들불처럼 타오르게 행동을 하는 것 역시 은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은성은 누가 봐도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전화 연결해 봐라.”

“예?”

“지희라는 그 아가씨한테 전화 연결해 보라고.”

은성은 담담한 목소리로 형성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그의 음성은 어딘지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캡틴!”

형성은 짧게 대답을 하고 바로 지희에게 전화를 했다.

따르릉! 따르릉!

지희는 쇼파에 앉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한가히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었다.

“꼭 이럴 때 전화가 오더라!”

지희는 살짝 짜증을 부리다가 전화기에 발신자 번호를 보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전화를 하는 사람은 형성이었다.

그리고 형성의 전화가 올 때마다 자신의 하루는 모질고 무척이나 힘들었다.

물론 돈을 받고, 그것도 지희처럼 젊은 여자가 하루에 벌 수 있는 돈의 수백 배를 받고 하는 일이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여보세요.”

하지만 지희는 받기 싫은 형성의 전화지만 받아야 했다. 우선은 형성이 그가 말한 것처럼 아주 악랄한 조폭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정말 어처구니없지만 동업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희 씨죠. 형성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전화 바꿔 드리겠습니다.

“예?”

지희는 갑자기 형성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바꿔 준다는 말에 무슨 일인가 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형성에게 캡틴이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예?”

지희는 은성의 말에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이번 일 모두 계획한 사람입니다.

그제야 은성의 말에 지희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런데요?”

-하나만 묻겠습니다.

“뭘요?”

-지금 거의 문 앞에 박 사장의 딸이 와 있을 겁니다.

은성의 말에 지희는 놀라 크게 이야기를 할 뻔했다.

“뭐라고요? 그 계집애가 왜 우리 집에 온다는 건가요?”

-제가 형성을 시켜서 동영상을 그 여자에게 보냈습니다.

은성은 형성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솔직하게 지희에게 말해 줬다.

“그, 그렇군요.”

지희는 그렇게 대답을 하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알 것 같은 지희였다.

-이번 일 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씀하시면 저희 쪽 사람이 갈 겁니다.

“이, 이번 일이라고요? 이번 일이 뭔데요?”

-아주 큰 봉변을 당하실 수도 있는 일입니다. 지희 씨가 상상한 그 이상으로 힘든 날이 될 겁니다.

은성의 목소리는 이른 아침의 절간에서 울리는 작은 종처럼 낭랑하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에 담고 있는 뜻은 참으로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지, 지금까지는 다 그런 날들이었어요.”

-그 이상일 겁니다. 절대 박 사장의 딸 쉬운 여자가 아닙니다.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표독하고 사이코적입니다. 저랑 같은 유형으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입니다.

은성은 스스로를 사이코라고 말했다. 그것은 지금 은성 역시 자신이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 자력갱생 중인 거였다.

자기 삶에 대한 반성!

그것이 불타는 복수심에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멈출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는 것은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이 쉽게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적을 완벽하게 수렁에 처박을 수 있는 여건에서는 더욱 그 계획을 멈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제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건데요?”

-그 선택은 지희 씨가 할 몫입니다.

쾅쾅쾅! 쾅쾅쾅!

그때 요란하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는 분명 박은진과 호스트 둘이 두드리는 소리일 것이다.

-왔군요. 이제 결정을 하실 시간입니다.

“원래 계획이 뭐였죠?”

지희는 이 위급한 순간에 은성이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던 것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계획의 끝에 왜 멈출 수 있는 기회를 은성이 준 건지도 궁금했다.

-알고 싶습니까?

“그래야 결정을 하죠.”

그때 다시 한 번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문 열어! 안 열면 부순다.

박은진의 목소리가 지희의 전화를 통해 은성의 귀에 들렸다.

-좋습니다. 제가 알려 드리죠. 당신이 험한 꼴을 당할 때 경찰이 출동을 할 겁니다. 그럼 그 여자와 남자 둘은 아주 곤경에 처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전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고 싶습니다.

순간 지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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