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95화
“가야죠.”
“참 가지가지 한다. 알았다. 젠장! 어디 아들 없는 놈 서러워서 사냐!”
그리고 그때 요란하게 경찰차 사이렌이 아파트 단지 내에 울렸다. 그 소리를 듣고 조폭 선배는 후배를 봤다.
“너 혹시 팩 소주 남은 거 있냐?”
“팩 소주는 왜요?”
“우리나라는 원래 취객한테 좀 관대하잖아.”
뭐 선배 조폭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창 날이 좋은 여름철에 해운대나 기타 유원지, 그게 싫으면 유흥가 주변에 있는 파출소에 가 보면 안다. 그곳에 있는 경찰들은 정말 야근 수당 곱빼기로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취객에 싸움질하는 사람까지. 아마 아수라장 중에 그보다 더한 곳은 없을 거다.
“있어? 없어?”
선배 조폭이 말을 하는 순간 경찰차는 코너를 돌아서고 있었다.
“저 요즘 술 끊었습니다.”
“조폭이?”
“조폭은 술 마셔야 한다는 법은 없잖습니까?”
“참 가지가지 하신다.”
선배 조폭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냥 술도 안 처먹고 비틀거렸다.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그리고 급하게 멈춰서는 경찰차 앞으로 돌진을 했다.
끼이익!
갑자기 뛰어든 조폭을 보고 경찰은 놀라 고개를 내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고 날 뻔했잖아요.”
아마 이 순간 경찰이 제복을 입지 않고 경찰차를 타지 않았으면 욕부터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 운전자이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그것도 어려워졌다고 한다. 차에 설치된 블랙박스 때문에 예전에는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교통사고도 블랙박스가 다 해결을 해 줬다.
그래서 블랙박스가 있는 운전자는 사고가 난 사람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이 되면 그냥 귀만 후비고 있다가 딱 한마디만 한다고 한다.
“저 블랙박스 있는데요.”
물론 그건 자신이 유리할 때의 상황이다. 자신이 불리할 때는 그냥 블랙박스는 쌩을 까고 정말 선거판에 유세를 하는 국회의원처럼 고래고래 내가 옳다고 소리를 질렀다.
“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야! 민중의 지팡이라는 것들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산 차를 타고 에어컨 빵빵하게 틀면서 일하면서 왜 죄 없는 국민한테 소리를 질러!”
선배 조폭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경찰은 인상을 찡그렸다.
“선배는 술 취한 것 같은데요?”
“그렇지. 요즘 백수들이 많아서 큰일이야! 할 일이 없으니 저렇게 대낮부터 술만 먹지.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원! 정 일자리를 못 만들겠으면 순경 정원이나 좀 늘려 주지.”
아마 OECD국가 중 경찰의 수가 제일 적은 나라가 대한민국일 거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수는 제일 많은 나라가 또 대한민국일 거다.
그렇게 선배 조폭은 경찰을 막아섰다.
“말이 좀 심하십니다.”
아직 혈기 왕성한 순경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말이 심해? 뭐가 심해? 난 경찰차에 치여 죽을 뻔했는데.”
선배 조폭은 그렇게 말하고 힐끗 옆을 봤고, 후배는 손가락으로 5분 남았다는 신호를 했다.
‘5분 무지 기네.’
선배 조폭은 그렇게 인상을 찡그렸다.
“예. 예. 죄송합니다. 곱게 술 드시고요. 조심하세요. 그런데 오늘 투표하는 날인데 투표는 하시고 술 드시는 건가요?”
“했다. 어쩔래? 그런데 공무원이, 그것도 중립인 경찰이 투표하라 마라 선거 개입해도 되는 거야!”
선배 조폭은 하나 건졌다는 듯 씩 웃었다.
“예?”
순간 경찰들은 당황했다. 원래 이럴 때의 공무원들은 바닥에 떨어진 편지 봉투도 조심히 봐야 한다는 소리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다짜고짜 선거 개입이라니. 말도 안 나오게 어이가 없는 경찰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선배 조폭은 슬쩍 옆을 봤다. 그러자 후배가 3분이라는 신호를 했다. 그때 옆에 있던 순경이 손가락으로 신호를 하는 후배 조폭을 봤다.
“김 경사님, 이거 좀 이상한데요?”
“뭐가?”
“저기 저 사람이랑 신호 막 보내는 것이 이상해요.”
“그래?”
김 경사는 선배 조폭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후배 조폭을 봤다.
“이리 와 봐요. 그러고 보니 딱 통밥이 나온다. 그치!”
이래서 경찰은 사람 잡는 직업이라고 하고 사람 잘 보는 직업이라고도 하면서 사람 잘 기억하는 직업이라고도 한다.
“무슨 소리입니까?”
“내가 보니까. 우리랑 협력 업체인 것 같은데, 민증 까 봐.”
“무슨 소리입니까?”
“불심 검문입니다. 민증 좀 주십시오.”
경찰은 단정하게 경례를 하고 선배 조폭을 봤다.
이 상태에서 거부를 하면 바로 연행이 되는 거다. 그리고 지금 민증을 주면 부아가 올라 있는 경찰들이 분명 공무 집행 방해로 엮을 것 같았다.
“두고 왔는데요.”
“가지가지하시네. 피차 바쁜데 여기서 그만하지.”
“그럼요.”
선배 조폭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이유는 후배 조폭이 타임아웃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건 참 다행으로 축구처럼 인저리 타임이 없어서 다행일 것이다.
그렇게 두 조폭은 어쩔 수 없이 개깡으로 경찰을 10분간 저지시켰다.
그리고 경찰은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신고가 들어온 아파트 계단을 뛰었다.
“여기 맞지?”
김 경사가 순경을 보며 물었다.
“예. 신고 들어온 곳 맞습니다.”
“조용한데?”
김 경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딩동!
그와 동시에 지희의 아파트 안에서는 모두가 예상하고 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처음 망설이던 호스트 둘은 어느 순간부터 그 순간을 즐기게 됐고, 박은진은 마치 영화감독처럼 그 장면들을 자신의 핸드폰에 담고 있었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거였다.
“망할 년! 다시는 협박 같은 거 못하게 단단히 조져!”
여자의 입에서 나올 말은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박은진은 몇 년 전 공원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 인성 그 자체가 황폐해졌고, 이렇게 모질게 변해 있었다.
어쩜 그날은 은성에게도 박은진에게도 불행한 날일 것이다.
딩동! 딩동!
순간 초인종 소리가 났고, 지희의 아파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스톱 모션의 화면처럼 순간 모든 동작이 정지를 했다.
“뭐야?”
지희를 겁탈하고 있던 호스트 하나가 놀라 초인종 소리가 난 곳을 고개를 돌려 봤다. 그리고 박은진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띵동! 딩동!
-경찰입니다. 신고가 들어와서 왔습니다.
순간 아파트 현관문 밖에서 자신들을 경찰이라고 밝힌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박은진과 호스트 둘은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지희를 봤다.
그리고 그 순간 박은진은 자신이 어쩜 함정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호스트 하나가 박은진을 보며 말했다.
“조용히 해!”
박은진은 낮은 음성으로 호스트 둘을 보며 말했고, 그 순간 지희의 아파트 안은 순간 조용해졌다.
“안에서 소리가 나지 않으면 그냥 갈 거야!”
박은진은 대한민국 경찰이 그렇게 열성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조용히 하면 초인종 몇 번 누르다가 그냥 갈 거라는 생각을 했다.
딩동! 딩동!
-경찰입니다. 안에 아무도 없습니까?
-여기 신고 들어온 곳 확실해?
-예. 여기서 성폭행 사건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그냥 이렇게 초인종을 누르고 있을 게 아니잖아.
김 경사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아파트 현관문 도어록을 마구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지희의 아파트 안에서는 경찰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스라니 놀랐다.
“우리가 하는 짓을 압니다.”
호스트는 놀라 박은진을 보며 말했다.
“저년 소리 지르지 않게 입부터 막아!”
순간 박은진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경찰이 절대 그냥 지나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이 잠겼습니다.
-그럼 부수던가? 열쇠를 가지고 와!
김 경사는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순경 하나가 급하게 아파트 복도로 뛰었다. 사실 김 경사는 상부로부터 이번 신고를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강력하게 대응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보니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김 경사였다.
“뭔가 있어.”
“뭐가 말입니까?”
“백주 대낮에 무슨 성폭행 사건 신고야!”
“그렇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야!”
지희의 아파트 밖에서 들리는 대화를 박은진은 아파트 현관 바로 앞에 서서 조심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방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작은 구멍으로 밖의 상황을 확인했다.
‘뭔가 일이 커졌다.’
박은진은 순간 덜컥 겁이 났다.
같은 시간 은성은 모니터 안에서 보이는 박은진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은성은 어쩜 박은진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순순히 죄를 받는다면 나는 너를 용서할 것이다.’
은성은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은성이 모니터에서 보고 있는 박은진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다시 지희의 아파트는 마치 얼음처럼 모든 동작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고, 모진 겁탈에 망가진 지희만이 간간히 신음을 작게 토해 내고 있었다.
그리고 아파트 현관문 앞에 서서 밖의 동태를 살피고 있던 박은진이 인상을 찡그리며 호스트에게 어떻게든 저년의 입을 막으라고 시늉을 했다.
“예.”
그리고 호스트 둘은 급하게 욕실로 달려가 수건으로 지희의 입을 막았다. 그 순간 박은진은 이번 일이 절대 우연처럼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이 상태로 있으면 절대 자신은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박은진은 놀랍고 잔인할 정도로 침착해졌다.
이래서 위기가 닥쳐오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냉정해진다는 소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박은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처럼 천천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지희에게 걸어왔다.
이 짧은 순간이지만 박은진의 머릿속은 한없이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저년을 숨겨?’
박은진은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관문 밖에 있는 경찰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냥 아파트 안을 스윽 하고 그냥 보고 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분명 지금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년도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썅!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네.’
박은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지희를 보고 마치 악마처럼 씨익 웃었다. 정말 그 어떤 뱀 같은 여자보다 더 차갑게 차분해진 박은진이었다.
이것이 바로 인생 파탄의 현상일 거다. 그리고 박은진은 놀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호스트와 다르게 지희를 봤다.
그리고 천천히 앉아 지희를 봤다.
“얼마면 돼?”
그 순간 박은진의 눈과 지희의 눈이 마주쳤고, 지희는 순간 두렵다 못해 공포에 싸였다.
“얼마면 네 주둥이 닫고 있을래?”
“으으응!”
이미 지희는 수건으로 재갈을 물고 있었기에 말을 하지 못하고 신음을 했다.
그러자 박은진이 지희에게 재갈을 물려 준 수건을 풀어 줬다.
“이왕 선수끼리 서로 인상 쓰지 말고 가자.”
“미친년! 불쌍한 년! 싫어!”
지희의 말에 박은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더욱 차가워진 눈으로 호스트 둘을 봤다.
“너희들이랑 나랑은 오늘 처음 본 거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