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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97화 (197/210)

흑막의 신! 197화

“예. 알겠습니다.”

그때 구급차에 실려 간 지희를 본 아파트 아줌마 하나가 옆에 있는 아줌마를 보며 작게 수군거렸다.

“저 아가씨 있잖아…….”

“뭐?”

그리고 말을 꺼낸 아줌마가 새끼손가락을 펴서 보였다.

“그게 뭔데?”

“있잖아. 내가 알기로는 아파트에 자주 늙은 남자가 들락거리더라고.”

아줌마의 말에 다른 아줌마는 빅뉴스를 들었다는 듯 멀어지는 구급차를 봤다.

“정말?”

“그렇다니까.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 같았어.”

“진짜?”

“그렇다니까. 내가 아파트에서 둘이 나오는 것을 몇 번 봤는데 절대 아빠하고 딸은 아니었어. 그리고 아빠하고 딸이 절대 팔짱 끼고 다니지는 않지.”

“그렇지. 그럼 강도 사건이 아니라는 거야?”

순간 아줌마들은 경찰보다 더 예리하게 아줌마 수사대를 발동시켰다. 그리고 그 소리를 김 경사가 들었다.

하지만 이 순간 김 경사는 아줌마들이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순경의 부축을 받고 있던 박은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저 미친년들이…….’

그리고 이 순경과 김 경사가 모르게 아줌마를 노려봤다. 그렇게 박은진은 잔인한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돌변을 해 있었고, 또 자신이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은 실시간으로 은성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지금 아파트 주차장 앞에서 자운대 요원들이 은성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박은진은 따로 다른 경찰차를 탔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

“예. 캡틴!”

-아마 경찰서로는 가지 않을 거다.

“예. 병원으로 갈 것 같습니다.”

-그래. 병원 그 이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캡틴!

-박은진의 일거수일투족을 절대 놓쳐서는 안 돼.

은성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박은진의 행동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정말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력갱생이 안 되는 년이 박은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절대 후회하고 반성하지 마라! 너랑 나랑은 끝까지 가 보자.”

은성은 그렇게 중얼거리면 마지막 절벽까지 갈 것을 다짐했다.

* * *

최상혁은 병원 밖으로 나와 급하게 박은진에게 전화를 했다.

따르릉! 따르릉!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박은진이었다.

“왜 전화를 안 받고 지랄이야!”

최상혁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자신의 몸이 예전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최상혁이었다.

그러니 지금까지 당한 무시를 단단히 갚아 주고 싶은 최상혁이었다.

능욕 이상으로.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으니 짜증이 났다.

“젠장! 망할! 전화를 왜 안 받아.”

마음만 급해지고 있는 토끼 최상혁은 그렇게 애타게 박은진을 찾았다.

* * *

김 경사가 근무를 하는 인천 경찰서 조사실.

지희를 집단 성폭행했던 호스트 둘은 김 경사에게 조사를 받고 있었지만 사전에 박은진에게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지시를 받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그들이 끝까지 믿고 가야 하는 것은 박은진뿐이라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꼭 다문 입을 김 경사는 좀처럼 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피의자를 만났을 때가 경찰들은 제일 답답할 것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지금 배 째라는 식인 거다. 예전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지 않던 시절이라면 때려서라도 자백을 받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있으면 쥐꼬리만 한 경찰 월급도 다 가지고 가지 못하고 감봉이 되고 또 옷을 벗는 경우가 태반이라 김 경사는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정말 김 경사는 이 둘을 보면서 부아가 치밀어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리고 현행범으로 검거할 때 몇 대 더 못 때려 준 것이 후회가 됐다.

“너희들 계속 이러고 있을래? 우리 그러지 말고 쿨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설렁탕 먹자.”

“그러고 보니까. 우리 밥도 안 먹은 것 같은데요.”

호스트 하나가 김 경사의 말에 놀리듯 말했고, 순간 김 경사는 그 호스트를 노려봤다. 지금 이 순간 김 경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노려보는 것이 전부일 거다.

뭐 사실 자신이 본 것이 있으니 자백이나 추가 진술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김 경사였다.

“너희들 내가 본 것만으로도 전자 발찌는 물론이고 신상 공개에 최소한 밖에서 봄을 최소한 다섯 번은 못 보는 거 알아?”

“모르는데요.”

그 순간 김 경사는 혹시 이들이 뭔가를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터폰으로 연락을 해서 후배 경찰을 불렀다.

“예. 선배님!”

“현행범이라고 너무 일을 빨리빨리 처리한 것 같네. 이 새끼들 뭐하고 산 놈들인지부터 좀 알아봐.”

“그건 이미 파악 끝났습니다.”

“뭐하는 놈들인데?”

김 경사의 물음에 옆에 있는 후배가 호스트 둘을 봤다.

“둘 다 여자 구멍 파먹고 사는 놈들입니다.”

“뭐? 좀 알아먹을 수 있게 좀 말을 해 봐.”

“호스트바 아시죠?”

“알지.”

“거기 에이스들입니다.”

후배의 말에 김 경사는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자 구멍 파먹고 사는 것들이 벌건 백주 대낮에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김 경사였다.

“확실한 거야?”

“예. 이 새끼는 전과도 있습니다.”

“전과도 있어?”

후배 경찰의 말에 이 새끼라고 불린 호스트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김 경사는 이 새끼라고 불린 호스트를 보며 씩 웃었다.

“이필두 씨, 전과도 있었어요?”

김 경사의 말에 이필두 옆에 있던 호스트가 피식 웃었다.

“왜 웃어 임마!”

“형 이름이 이필두였어? 필립 이가 아니고?”

“그래도 두 자는 맞잖아.”

“오 그러네요. 이필두 씨!”

김 경사는 마치 이곳에 견학이라도 온 것처럼 잡담하는 이 두 성폭행 피의자들의 모습에 어이가 없기까지 했다. 정말 이런 경우는 딱 두 가지뿐이라는 것을 김 경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좋은 명품 백이 있거나, 그게 아니면 지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모르는 단무지들이라는 거다.

그런데 김 경사는 자꾸 전자 쪽으로 생각이 됐다.

“무슨 전과인데?”

“공갈 협박에 갈취입니다.”

“완전 제비네.”

“뭐 그렇죠. 90년도는 제비, 지금은 호스트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

김 경사는 이필두를 비롯한 다른 호스트를 뚫어지게 봤다.

“너희들 그거는 알고 느긋하게 있는 거냐?”

“뭐요?”

“너희들 학교 가면 우선 신고식에 후장부터 까고 시작하는 거.”

김 경사의 말에 호스트 둘은 인상을 찡그렸다.

“원래 성폭행으로 들어가면 죄수 취급 못 받는다.”

“그, 그럼 무, 무슨 취급 받는데요?”

“당연히 개 취급이지. 개가 어떻게 맞는지 알지?”

“몰라요.”

“개는 말이야, 목에 밧줄을 매달아 놓고 패지. 거의 신고식 때 죽을 만큼 팬다더라.”

김 경사는 순순히 자백과 여죄를 캐기 위해 두 호스트에게 겁을 줬다.

사실 김 경사가 이렇게 위협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보통 성폭행 사건의 신고와 고소의 비율이 무척이나 낮다는 거다.

자신들이 죽어라 조사를 다해 놓는다고 해도 성폭행이 원래 친고죄라서 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냥 풀려나는 게 보통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면 또 합의를 보고 풀려나는 경우도 무척이나 많았다. 그래서 지금 김 경사는 악착같이 조사를 하려는 거였다.

그리고 피해자가 아직 의식이 깨어나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만약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예 깨어나지 않거나 또 고소를 취하하게 되면 정말 속담처럼 닭 쫒던 개 꼴이 되는 거고, 그게 무엇보다 싫은 김 경사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파트 아줌마들이 한 소리가 계속 김 경사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뭐가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든단 말이야!’

김 경사는 그런 생각을 했다.

“지, 지금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협박을 하시는 겁니까? 인권 위원회에 신고할 겁니다.”

이필두의 말에 김 경사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인권 위원회?”

“예. 저희는 지금 정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겁니다. 죄인한테도 인권이 있는 겁니다.”

“그래 너 말 잘했다. 죄인에게도 인권이 있지. 너의 입으로 죄인이라고 했으니 무슨 죄를 지었는지 말해 보라는 거야.”

김 경사의 질문에 다시 두 호스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너희들 그냥 우발적인 성폭행 아니지?”

김 경사는 아파트 아줌마의 말이 계속 생각이 나서 한 번 찔러 보는 마음으로 이필두와 다른 호스트에게 물었다.

“할 말 없습니다.”

이필두가 그렇게 말하며 박은진이 마지막 순간에 한 말을 떠올렸다.

‘불면 인생 그냥 쫑난다고 했어. 유명한 건설사 사장 딸이니 알아서 잘 해결해 줄 거야.’

이 순간 이필두와 다른 호스트가 믿는 것은 박은진의 약속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무 의심 없이 믿어야 하는 둘이기도 했다.

“저희 변호사 불러 주십시오.”

“뭐?”

“변호사요.”

“너희들에게 변호사가 있냐?”

“없으면 국가에서 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희는 변호사가 올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할 겁니다.”

정말 다시 어이가 없는 이필두였다.

“너희들은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하여튼 저희는 미란다 원칙에 의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순간 김 경사는 참고 있던 성질이 폭발을 하는 듯 이필두를 노려봤다.

“야! 이필두, 너 그러다가 정말 나한테 크게 혼난다.”

“왜요? 치시게요? 그러고 보니 아까도 너무 과잉 진압 아니었습니까? 우린 반항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역시 감방에 한 번 다녀와서인지 아는 것도 많은 이필두였다.

“꼴에 학교 갔다 온 티를 내려고 하네.”

“학교를 다녀왔으니 당연히 배운 게 있죠. 그래서 학교라고 말하는 거 아닙니까?”

“이 새끼가!”

“욕은 하지 마십시오. 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는 이상 모든 용의자는 무죄이지 않습니까.”

“참 세상이 참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너희들 같은 개새끼들에게는 너무 많이 좋아졌다.”

“그러게요.”

이필두는 씩 웃었다.

“그렇게 나오면 너희들만 더 피곤해진다. 정말 나 내 계급장 걸고 너희들 10바퀴 이상 돌게 만들어 준다.”

김 경사의 협박에 이필두는 속으로 가슴을 졸였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 경사 역시 저들이 이상할 정도로 여유롭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애를 태우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느끼고 있었다.

원래 입은 거짓말을 해도 눈은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똑바로 말을 하라고 할 때 자신의 눈을 보라고 하고, 자신도 그 사람의 눈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눈으로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정치인들도 그중 하나였다.

“할 말 없습니다.”

“너희들 현행범이라는 것만 명심해. 자꾸 까부는데 너희들 내 눈 앞에서 바로 범죄 현장에서 검거된 현행범이야!”

“그 여자가 깨어나 보면 알겠죠.”

“뭐라고?”

호스트 하나의 말에 김 경사는 호스트를 노려봤다.

“우리가 성폭행을 한 건지? 같이 즐긴 건지 깨어나 보면 알 겁니다.”

다른 호스트의 말에 이필두도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잊은 모양인데 너희들 성폭행 현행범이야!”

“두고 보자니까요. 현행범인지 아닌지는.”

순간 김 경사는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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