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98화
“너희들이 현행범이 아니면 왜 그 박은진이라는 여자가 우리에게 말을 하지 않은 거지?”
“그야 놀라서 그랬나 보죠. 원래 좀 그런 여자들이 있잖아요. 겉으로는 얌전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음탕한 그런 여자들요. 그리고 난교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문제가 되니 입을 꾹 다문 거죠.”
“야! 그럼 왜 합의 하에서 한 그 짓에 폭력을 행사했는데?”
“때려 달라고 하는데 때려 줘야죠.”
“그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그야 믿든 말든 형사님 마음이죠.”
“이 새끼가!”
김 경사는 호스트 하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김 경사는 피식 웃었다.
“너희들 믿는 구석이 있구나!”
“그것도 두고 보면 알고요. 자꾸 현행범! 현행범 이러시는데 성폭행은 친고죄 아닙니까? 신고를 해야 죄가 되는 거라고 저는 알고 있는데요.”
그 순간 김 경사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정말 한 대 시원하게 후려갈겨 주고 싶지만 사는 것이 빡빡해서 시말서에 감봉을 당하기는 싫었기에 애써 참았다.
“참 세상 좋아졌다. 옛날 같으면 너희들 전화부 책으로 죽도록 맞았다.”
“그죠! 세상 참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호스트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박은진이 한 말을 떠올렸다.
‘어떻게든 합의를 본다고 했어.’
지금 호스트 둘이 믿고 있는 것은 그렇게 어떻게든 합의를 본다는 박은진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 박은진은 빠르게 합의를 보기 위해 지희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달려갔다.
‘지금쯤 깨어났을 거야!’
박은진은 병실 로비를 빠르게 걸으며 생각했다. 이미 지희가 입원해 있는 병실은 알아 둔 상태였다.
‘우선 그 새끼들 좀 다독거려 놔야겠지.’
박은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따르릉! 따르릉!
박은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왜 자꾸 전화하고 지랄이야!”
최상혁의 전화라는 것을 확인한 박은진은 바로 인상부터 찡그렸다.
“망할 고자 새끼!”
욕을 하고 나서 박은진이 전화를 받았다.
“왜?”
바로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는 박은진이었다.
-지금 어디야?
“왜?”
-어디냐고?
최상혁이 급한 마음에 소리쳤다.
“병원이다. 왜?”
-어디 아파?
“아픈 건 아니고 그냥 병원이야!”
박은진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지금 당장 임페리얼 호텔로 와!
최상혁의 말에 박은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나 너랑 헛짓할 정신이 없거든.”
-어서 와! 어서!
“내가 지금 정신이 없다고. 썅!”
-왜? 무슨 일인데?
“그런 게 있어.”
뚝!
박은진은 짜증을 부리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건설 회사 법무팀 팀장인 최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최 변호사님!”
-예. 아가씨! 무슨 일로 저한테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그게…….”
박은진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아주 약간의 거짓말을 넣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물론 자신은 쏙 빠져나온 상태로 이야기를 해 줬다.
“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예. 좀 잘 알고 지내는 동생들인데 술이 좀 과했나 봐요. 어디 전화할 곳도 없고 그래서 저한테 전화를 해서 도움을 청하네요.”
“그 정도의 일이면 도와줄 일은 절대 아닌데…….”
“그래도 제 후배들이라서 좀 어떻게 도와줘야 할 것 같아요.”
“역시 착하시네요. 그러니 자꾸 후배들이 부탁을 하는 겁니다.”
“좀 최 변호사님께서 가 주시겠습니까?”
“어디 경찰서입니까?”
“인천 경찰서입니다. 부탁드릴게요. 최 변호사님! 제가 지금 피해자 만나서 합의를 보려고 하거든요. 그때까지만 잘 일을 처리해 주세요.”
“합의까지 봐 주시려고요?”
최 변호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투로 박은진에게 되물었다.
“도와준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끝까지 도와줘야죠. 돈보다 우선 사람이잖아요.”
“그렇죠.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나서보겠습니다. 그래도 성폭행 사건이 친고죄라 합의만 잘 보면 일이 잘 마무리가 됩니다.”
“그런가요? 전 몰랐어요.”
박은진은 다 아는 사실을 최 변호사에게는 모른다는 투로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우선 후배들 도와주시기로 했으니 합의부터 보세요. 그리고 제가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예. 부탁드려요.”
“예. 아가씨! 그럼 전화 끊고 경찰서 가 보겠습니다.”
“예. 최 변호사님!”
최 변호사는 전화를 끊고 나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 막가파 아가씨 또 무슨 사고를 친 게 분명해!”
최 변호사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정말 박은진이 막가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박 사장과 최상혁뿐일 것이다.
그만큼 박은진의 정신 상태는 황폐한 황무지 같았고, 그 황무지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은 사람을 질리게 만들고 또 두렵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일은 좀 큰 것 같은데, 정말 딸 안 낳아서 천만다행이다. 젠장!”
최 변호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박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
따르릉! 따르릉!
박 사장이 주식을 은밀히 사 모으기 위해 마련한 오피스텔에는 제법 알아준다는 작전 세력들이 박 사장과 함께 명도건설? 주식을 은밀하게 사 모으고 있었다.
그때 박 사장의 핸드폰이 울렸고, 박 사장은 발신자 번호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미분양 아파트를 50프로로 판 것을 보고 전화를 한 건가?”
지금 박 사장에게 전화를 한 사람은 명도건설 법무팀 팀장인 최 변호사였다. 그가 이 저녁에 전화를 했기에 박 사장은 자신이 꾸민 일이 들켰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미분양 아파트라고는 하지만 500세대를 분양가의 50프로에 팔았다는 것이 이사회에 알려진다면 당장 임시 주총이 열릴 일이었다.
“조용해 해!”
박 사장은 낮은 목소리로 주변을 집중시키고 전화를 받았다.
“이 저녁에 무슨 일입니까? 최 변호사님!”
-안녕하셨습니까? 사장님!
“뭐 항상 그렇죠.”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뭡니까?”
-저만 알고 처리를 할까 했는데 그게 좀 그래서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혼자 처리하신다는 일이 뭐죠?”
박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혼자 처리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린 거였다. 어쩜 그 혼자 처리한다는 것이 자신이 미분양 아파트를 판 것에 대해서라면 정말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사장님 따님에 대한 일입니다.”
“예?”
박 사장은 순간 최 변호사가 왜 자신의 딸인 박은진의 일 때문에 전화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은진 양이 저에게 후배들 변호를 부탁했습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박은진 양의 후배라는 남자들이 한 짓이 아주 질이 나쁩니다.”
“질이 나쁘다고요?”
“제가 자세하게는 듣지 못했지만 집단 성폭행을 한 것 같습니다.”
최 변호사의 말이 박 사장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 최 변호사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말은 후배의 일을 변호해 달라고는 하시는데, 제 생각에는 박은진 양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포함이 되어 있으면 어떻게 전화를 합니까?”
정말 박 사장은 계속 최 변호사가 모를 소리만 한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지금 경찰서로 가고 있으니 가 보면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파악이 되시면 저에게 전화를 주세요.“
“예. 박 사장님.”
최 변호사는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 순간 박 사장은 자신의 심장이 마구 요동치는 소리를 자신의 귀로 들어야 했다.
‘설, 설마…….’
박 사장은 자신의 딸 박은진이 자신과 간통을 한 지희에게 보복성으로 사람을 시켜서 한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 아닐 거야! 그 정도로 무서운 아이는 아, 아니야!’
박 사장은 그렇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 * *
“도청 다 했지?”
지금까지 박은진을 추격하고 있던 자운대 28호가 옆에 있는 대원에게 물었다.
“예. 최 변호사라는 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최 변호사가 누군지 확인을 바로 의뢰해.”
은성이 자운대는 행동팀과 자료 수집팀, 그리고 정보 분석팀인 지원팀으로 나눠져 있었다. 행동팀은 은성이 관리를 하고 있는 보육원이나 복지 시설에서 거의 세뇌 수준으로 교육을 받은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정보 수집팀과 정보 분석팀인 지원팀은 각계의 능력자들을 스카우트해서 구성된 팀이었다.
그리고 정보 수집팀은 뜨악새의 휘하에서 관리 및 감독을 맡았고, 연봉 역시 고액이었다. 또한 지원팀은 전 안기부 소속들이 꽤나 있었다.
그리고 그 인원들이 가지고 있던 비밀 파일들이 은성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렇게 은성은 스스로를 필요악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이 사회의 필요악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도 있었다. 그리고 지원팀은 수십만 건에 해당되는 기타 정보들을 가지고 은성을 돕고 있었다.
한마디로 다시 말해 예전 정권들이 모아 놓았던 정보를 이제는 은성이 독점하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또 그것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은성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은성의 자금력 때문이기도 했다.
“전화 통화로 판단을 하면 명도건설 법무팀 팀장 같습니다.”
“그럼 지원팀에게 사시 몇 기인지부터 알아봐. 그리고 난 캡틴에게 연락을 할 테니까.”
자운대 28호는 바로 은성에게 전화를 했다.
“28호입니다.”
-무슨 일이지?
“박은진이 명도건설 법무팀 변호사에게 경찰서로 가라고 했습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28호의 대답을 듣고 있을 때 은성은 머리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뜨악새를 봤다.
“우리가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변호사들이 좀 있죠?”
“그렇습니다. 캡틴!”
“그 변호사 지금 당장 인천 경찰서로 가서 그 새끼들 만나서 이야기를 하라고 하세요.”
은성의 말에 뜨악새는 알았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관건은 박은진이 부탁을 한 법무팀 변호사보다 먼저 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은성은 뜨악새에게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너희들은 계속 박은진을 감시해라.”
“예. 캡틴!”
28호는 짧게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은성은 뜨악새를 봤다.
“우선 그 변호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죠. 우선 명도건설 법무팀 팀장이 누군지부터 확인을 해 보세요.”
“예.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변호사가 있는 곳이 셋 중 하나이지 않겠습니까?”
“예. 이 시간이면 집이거나 사무실, 그게 아니면 고객 상담이겠죠.”
“고객 상담만 아니라면 찾기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뜨악새는 짧게 대답을 하고 바삐 자신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은성은 그 모습을 보고 일이 참 재미있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이중 삼중으로 바람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그물을 쳐 주지. 박은진 너는 네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꼴을 당하게 될 거야.”
은성은 그렇게 철저한 응징을 다짐했다. 그리고 10여 분 후에 뜨악새가 박은진이 전화를 한 법무팀 팀장의 자료와 소재를 파악해서 급히 달려왔다.
“찾았습니다.”
“누구고, 어디에 있습니까?”
“이름은 최향도입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출발을 한 지 15분 정도 되었습니다.”
“15분이라…….”
서울에서 인천 경찰서까지 가는 시간은 차로 달려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지금은 저녁시간 때이고 퇴근길이라 분명 차는 막힐 것이니 지금 이 순간 은성에게는 2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우리가 보낼 변호사는요?”
“출발했습니다.”
“시간의 조건은 같군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한 10분 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무슨 차를 타고 갔습니까?”
“최향도의 차는 벤츠입니다. 그리고 인천지부에 미리 연락을 해 두었습니다.”
“이럴 때는 무식한 방법이 좋죠.”
“예?”
“역 방향에서 길을 5분만 막으면 서울 근처에서는 한 시간 이상 지체가 되죠.”
은성의 말에 뜨악새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 쪽 변호사는 지하철 타고 가라고 하세요. 그럼 늦어도 한 시간 안에 도착을 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인천 경찰서 근처 길에 형성이 부하들 배치를 하세요. 그리고 형성한테 제가 몸으로 막으라고 했다고 말하면 알 겁니다.”
“몸으로 막는다고요?”
“예. 예전에 한 번 써먹은 방법이지만 효과가 아주 크죠.”
은성은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