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201화
인터폰을 받은 자운대 대원은 잔뜩 긴장한 듯한 목소리였다. 이렇게 은성이 작은 방에 틀어박혀 암전 상태로 고민을 할 때면 자운대 전체가 비상이 걸린 것처럼 조용했다.
신이 고뇌하는 순간 그 신의 추종자들은 기도하며 신의 음성을 기다리는 거였다.
자운대 소속으로 따져도 은성은 서열 1위였고, 무공의 서열로 따진다고 해도 은성이 장문이 되니 사적으로는 사부요, 외적으로는 자운대 캡틴이니 그러는 거였다.
“진태는 요즘 뭐하고 있지?”
-진태 요원은 평검사들과 공조하여 밀수와 밀입국에 개입해 있는 조폭을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태는 변호사였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은성에 의해 만들어진 평검사회의 검사들과 같이 움직일 때도 많았다.
사실 밀입국은 대부분 마포 불곰이 장악을 하고 있는 세상이었다. 그런데 마포 불곰이 홀연히 사라지고 나서 우후죽순처럼 신흥 조폭이 생겨났다. 물론 그 신흥 조폭들은 대부분 조선족 출신들이었다.
정말 영화는 현실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게다가 이 한국 사회에서는 조선족 때문에 또 다른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조선족에 의해 한국 사람에 대한 역차별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역차별이 가장 심각한 곳은 바로 공사판이었다.
처음 조선족들은 일개 인부로 와서 한국 사람보다 더 작은 일당을 받고 일을 했다. 그러다가 하나씩 기술을 배우게 되었고, 조선족 특유의 단결심으로 공사판 조폭을 만들어서 싼 임금을 내세워 공사 인부 자리를 따내는 거였다.
사실 조선족들이 한국에 오는 이유는 중국에서 일을 해도 한 달에 한국 돈으로 30만 원을 벌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족 젊은이들의 씀씀이가 거의 한국 사람 수준이니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나와야 했다. 물론 그렇게 조선족을 변화시킨 것은 한중 수교 후에 연길로 가서 사업을 한 한국 사람들 때문이었다.
정말 중국 연길 현지 사람들의 말로 연길 ktv 술값은 한국 사람이 다 올려놨다는 소리가 있다. ktv라고 하니 무슨 방송국 같이 들리지만 그것은 중국식 노래방을 말하는 거다. 그리고 한국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곳에는 한국의 룸살롱처럼 여자가 상시 대기를 하고 있다는 게 차이가 있었다.
한마디로 중국식 룸살롱인 거다. 그곳의 술값과 아가씨 화대는 과시하고 허풍 떨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 다 올려놓은 거였다.
그리고 또 연길 아파트 가격 역시 한국 사람이 원정 부동산 투기를 하기 위해서 중국으로 가서 다 올려놨다.
그러니 그런 것들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젊은 조선족들은 한국 사람을 닮아갔고, 그것은 씀씀이로 이어졌다. 그러니 중국에서 그렇게 벌어서 중국의 한족처럼은 죽어도 못 사는 거였다. 물론 조선족 역시 체면을 중시하고 남에게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습성도 한몫을 했다.
사실 처음 한국 사람이 중국에 갔을 때는 조선족은 무척이나 순박한 재중 동포였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그곳에서 조선족들에게 사기를 치기 시작을 했고, 제일 먼저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연길 조선족들은 그런 한국 사람들의 나쁜 습성을 제일 먼저 배웠기에 역으로 한국 사람과 다른 지역의 조선족에게 사기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중국에 있는 조선족 사회에서도 연길, 그러니까 연변 조선족들은 모두 영악하고 이기적인 존재로 인식되었고, 이미지가 무척이나 나빴다. 모두 다 연변 출신 조선족이라면 의심부터 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 사람을 닮아 가면서 한국의 나쁜 밤 문화를 그대로 중국에 옮겨놨고, 그 대표적인 것이 ktv와 빨간 그네였다.
“그렇군. 진태와 같이 형성을 당장 들어오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캡틴!
“최대한 빨리.”
은성은 그렇게 말하며 이제 겨우 복수의 밑그림을 그린 머릿속 도화지를 뚫어지게 생각을 했다.
‘기다려 박은진! 내가 가진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주지.’
그리고 박은진을 벌한 방법을 생각해 낸 거다.
* * *
박은진은 바로 지희를 만나고 나서 병원에서 나오면서 박 사장에게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박은진은 이렇게 자신의 죄도 남에게 돌리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처음 박은진은 꿈이 많은 대학생이었다. 누구보다 성실한 대학생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 공원 사건 이후로 바뀌어 버린 거였다.
따르릉! 따르릉!
딸칵!
딸칵!
-은진아! 무슨 일 없는 거지?
박 사장의 목소리가 다급한 것으로 봐서 최 변호사는 나이 값도 못하고 쪼르르 자신의 아버지인 박 사장에게 고자질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없을 것 같아?”
-무슨 일이니? 이 아빠가 다 해결해 줄게.
그래도 박 사장은 부모라고 자신이 모두 해결해 주겠다고 말을 했다.
“다 아빠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무슨 해결을 해 줘?”
-무슨 소리니?
“그 미친년한테 갔었어.”
박은진의 말에 박 사장은 작게 신음을 했다.
“어라? 한숨을 쉬네! 뭘 잘한 것이 있다고 한숨을 쉬는 거야? 그 나이에 그렇게 늦바람이 나고 싶은 거니?”
박은진은 자신의 아버지를 마치 애를 혼을 내듯 말하고 있었다.
-그, 그건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그럼 사랑이라도 했다는 거야?”
박은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게 아니라?
“지금 그년 어디에 있는지 알아?”
박은진은 자신의 부친의 반응이 순간 궁금해졌다.
-어디에 있는데?
“궁금하기는 하는구나!”
-그게 아니라…….
“내가 정말 경고를 하는데 만약에 우리 불쌍한 엄마랑 이번 일로 이혼을 하게 되면 난 절대 아빠 용서하지 않을 거야.”
순간 박은진의 목소리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래.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아빠가 약속을 해.
“난 그날 이후로 아빠 약속 안 믿어.”
박은진이 말하는 그날 이후라는 것은 최상혁에게 공원에서 성폭행을 당할 뻔한 그날을 말하는 거였다.
-은진야!
“그년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그년이 말이야! 지가 내 엄마가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해. 왜 이런 미친년이랑 그 짓을 한 거야!”
-은진야 정말 무슨 일이니?
“그건 아빠가 알 거 없어. 아니, 알고 싶으면 말해 주고.”
-무슨 일이니?
“내가 그년 절대 우리 협박 못하도록 만들어 놨어.”
-그런데 왜 최 변호사가 인천에 있는 경찰서에 간다는 거니.
박 사장의 물음에 다시 한 번 박은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일이 꼬였어. 경찰한테 현장에서 남자 둘이 체포됐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3억이 필요해.”
-3억?
박 사장은 놀라 되물었다.
“왜 아까워? 그년 아파트 사 줄 돈은 있고 딸 위기에 처해 있는데 구해 줄 돈은 없는 거야!”
-그게 아니잖아. 은진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빠는 사람도 아니야! 줄 거야? 말 거야?”
-어디로 입금을 시키면 되니?
“알잖아 내 통장 번호. 바로 입금시켜. 하나뿐인 딸 범죄자 만들기 싫으면.”
박은진의 말에 박 사장은 지희의 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 되었고, 자신의 딸이 더욱 더 저렇게 변하고 있는 것이 두려웠다.
“아빠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를 하는데 인생 그렇게 살지 마.”
박은진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그렇게 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정말 재수 없어.”
박은진은 박 사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 * *
이필두와 다른 호스트가 체포되어 있는 경찰서.
누가 봐도 딱 변호사구나 할 정도로 말쑥하게 차려 입은 30대 중반의 남자가 천천히 경찰서 안으로 들어와 행정 업무를 보고 있는 김 경사를 보고 다가갔다.
“이 경찰서에 이필두 씨와 그 친구 구금되어 있죠?”
변호사의 물음에 김 경사는 고개를 들어 변호사를 봤다.
“그런데요?”
“이필두 씨 변호사입니다.”
그 말에 김 경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주 교육을 잘 시키셨던데요.”
“무슨 말이죠?”
“자기한테 불리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참 의외입니다. 이필두에게 개인 변호사가 있다는 게.”
“저도 부탁을 받았습니다.”
변호사는 공손히 말했다.
“누구에게요?”
“그건 고객 정보라 비밀입니다.”
“그럼 아직 이필두가 변호사님 선임한 것은 아니네요?”
“그렇습니다. 오늘 그 절차를 밟고 이 경찰서 안에서 무슨 일이 알아보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 말에 괜히 김 경사는 짜증이 났다. 마치 자신이 조사 중에 피의자를 구타를 했을지도 모르니 조사를 하겠다는 것처럼 들렸다.
“그런데 담당 경찰은 누굽니까?”
“접니다.”
김 경사는 짧게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순경을 봤다.
“김 순경!”
“예. 김 경사님!”
“이분 이필두의 변호사시다. 이분 이필두하고 그 피의자에게 안내해 줘.”
“예. 알겠습니다.”
순경은 그렇게 대답을 하고 변호사를 봤다.
“가시죠. 아직 조사실에 있습니다.”
“잠도 안 재우고 조사를 한 겁니까?”
“아직 해도 안 저물었거든요.”
순경은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을 했다.
“이쪽이라니까요.”
역시 이래서 계급이 낮은 사람이 무서울 때가 있다는 거다.
* * *
변호사와 이필두를 위해 마련된 피의자 접견실.
이필두는 자신에게 변호사가 왔다는 말에 역시 자신이 박은진의 말을 듣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필두씨 안녕하십니까?”
딱 봐도 이 변호사는 초보 같아 보였다.
“제가 안녕하게 보이세요?”
“그렇군요.”
“그럼 바로 그때의 상황에 대해 여쭤 보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그게…….”
이필두는 그렇게 말하며 말꼬리를 흐렸다가 다시 방언 수준으로 튀어나오는 말들을 정리하지 못해 횡설수설했다.
“그러니까. 결국 아가씨의 강요에 의해서 그런 일을 한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나갈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변호사의 말에 이필두는 인상을 찡그렸다.
“왜요?”
“아가씨 사정이 지금 좋지 않습니다.”
“뭐라고요?”
이필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가요?”
“아가씨께서 자신을 위해 한 3년 정도 희생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변호사의 말에 이필두는 인상을 구기다 못해 변호사를 노려봤다.
“그, 그렇게 말하던가요?”
“그렇습니다. 당장 풀려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은 그냥 혼자 빠져나가겠다는 거네요. 저 입이 싸다고 전해 주세요.”
이필두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순간 변호사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 싼 입 함부로 놀리게 되면 쉽게 살아가기 힘들 거야.”
변호사가 자신을 위해 변론할 자료는 말하지 않고 협박을 하니 이필두는 순간 꼭지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변호사의 위협도 무척이나 겁이 나는 이필두였다.
“그래서 그렇게 도망을 친 거군. 나를 이렇게 밀어 넣고 자기만 빠져나가려고 그런 거였어. 나쁜 년! 자기가 시켜 놓고 자기는 빠져나가겠다고? 어림도 없어.”
이필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앉아!”
“당신이 뭐라고 내게 명령이야!”
이필두는 배신감이 들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 아가씨까지 걸려 들어가면 청부 성폭행이 되는 거지. 그럼 특수 성폭행이 되는 거 알지? 뭐 지금도 특수 성폭행이지만 그래도 그것을 일반적인 성폭행으로 만들어 줄 수는 있어.”
“그게 뭐가 틀린데? 학교 가는 것은 마찬가지잖아. 합의를 본다고 하더니 자기만 합의를 봤군.”
“합의는 봤지.”
“그래. 자기 살 구멍만 판 거잖아.”
“피해자가 너희들은 반드시 집어넣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어.”
변호사의 말에 이필두는 어이가 없었다.
“결국 그년도 미친년이네.”
“누가 그렇게 모질게 구타를 하래?”
“그년이 시킨 거야!”
이제 이필두는 박은진을 그년이라고 표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