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202화
“잘 들어. 네가 말한 것처럼 백 있고 돈 있는 것들은 다 빠져나가게 되어 있어. 그리고 이미 둘은 합의를 본 상태고. 그러니 너희들은 조용히 형을 받으면 출소 후에 단단히 챙겨 주신다고 했다.”
“마치 조폭처럼 말하네. 젠장! 그런데 나중에 챙겨 주겠다는 것들 중에 챙겨 주는 거 못 봤어.”
“잘 생각을 해야 할 거야. 네가 입을 잘못 놀리면 출소 후에도 도망치면서 살아야 할 거야. 그리고 어두운 밤길에서 퍽하고 네놈의 뒤통수를 벽돌로 뻑치기를 하면 죽는 그 순간 청부를 받아서 한 짓이라고 생각을 하면 될 거야.”
정말 변호사인지 협박을 하려고 온 조폭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사실 지금 이필두를 만나고 있는 변호사는 최 변호사가 아니었다.
“지, 지금 협, 협박하는 거지?”
“경고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이 참 무섭다.”
“좋아. 이제 난 바닥이야! 어디 누가 더 많이 잃게 되는지 보자고.”
이필두는 그렇게 말하고 접견실을 나오려다가 변호사를 봤다.
“가서 잘 전해 줘. 나도 그냥은 절대 안 넘어간다고.”
쾅!
이필두는 그렇게 말하고 접견실을 나왔고 변호사는 그런 이필두를 보며 씩 웃으면 품에 넣어 둔 핸드폰을 꺼냈다.
“쉽게 자백을 하지도, 그렇다고 혼자 뒤집어쓰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지금 변호사가 전화를 거는 곳은 바로 은성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곧 최 변호사라는 자가 갈 겁니다. 그러니 빨리 빠져나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변호사는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 완수한 거다.
* * *
그렇게 최 변호사가 탄 벤츠 차는 도로에 멈춰야 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도 신호등은 바뀌지 않았고, 최 변호사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을 했다. 황금 같은 주말에, 그것도 서울도 아닌 이 인천까지 어린년 뒤치다꺼리를 하려고 와야 하는 자신이 짜증스러웠다.
“젠장! 왜 신호는 안 바뀌는 거야?”
최 변호사는 신호등을 봤다. 하지만 여전히 정지 신호만이 떠 있었다.
“내가 미친년 뒤 닦아 주려고 사시에 합격을 했나…….”
잠시 멈춰진 시간 동안 최 변호사의 짜증은 증폭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신호등에서 직진 신호가 떨어지려고 깜빡거리고 있었다.
부릉! 부르릉!
그리고 최 변호사는 아무 일도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바로 출발을 했고, 그와 동시에 사전에 대기를 하고 있던 형성이 최 변호사가 브레이크를 잡을 틈도 없이 달려와 벤츠 차에 충돌을 했다.
쾅!
끼이이익!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최 변호사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이미 형성은 몇 미터 앞에 날아가 있었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누가 봐도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할 정도로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형성은 벤츠 차와 부딪히는 그 순간 은성에게 배운 비술을 발동시켰고, 그래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뭐야? 왜 갑자기 뛰어든 거야!”
최 변호사는 터진 에어백을 헤치며 겨우 밖으로 나와 소리를 질렀다.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거야?”
버럭 소리를 지른 최 변호사지만 앞에 차에 치인 사람이 꿈쩍도 하지 않자 덜컥 겁이 났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그래도 다행인지 주변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때 형성은 실눈을 뜨고 인천 경찰서 정문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형성의 귀에 끼고 있는 이어폰에서 소리가 들렸다.
-경찰서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이것으로 형성은 자신의 임무를 보기 좋게 완수한 거였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당장 최 변호사가 경찰서로 가게 해서는 여전히 안 됐다. 우선 이필두를 비롯한 나머지 한 명이 박은진에게 완벽하게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이 들 때까지 최 변호사를 막아야 하는 형성이었다.
“이, 이봐요. 괜찮아요?”
최 변호사는 주변을 살폈다. 역시 여전히 보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빠르게 바닥에 쓰러진 형성에게 달려가서 형성의 코에 손가락을 댔다.
“아직 살아있네.”
최 변호사는 형성이 살아 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 만약 형성이 숨을 멈추고 심장의 박동 역시 비술을 이용해서 짧게 정지시켰다면 최 변호사는 형성이 죽은 줄 알고 뺑소니를 쳤을지도 모른다.
“으으윽!”
형성은 배우처럼 신음을 하며 눈을 떴다.
“괜찮아요?”
“으윽! 우엑!”
형성은 최 변호사를 보며 헛구역질을 했다. 요즘 보통 교통사고가 나면 멍청한 사람은 목을 잡고 나오고 영리한 사람은 밖으로 나와서 주저앉아서 헛구역질을 한다고 한다.
목을 잡고 나온 사람은 그저 외상이지만 구역질을 하는 사람은 뇌에 충격이 있을 수 있기에 더 많은 시간 동안 치료를 해야 하고, 검사를 해야 하기에 합의를 보는데 더 유리한 거였다.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형성이기에 그렇게 하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그런 것을 알고 있는 최 변호사도 형성의 행동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변호사답게 침착했다.
“차도로 뛰어들면 어떻게 해?”
“으윽! 인, 인도인데요.”
순간 최 변호사는 형성의 말을 듣고 주변을 봤다. 그러고 보니 지금 형성이 쓰러져 있는 곳은 인도였다. 그리고 바로 최 변호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우엑!”
형성은 당황한 최 변호사를 보며 다시 한 번 헛구역질을 했다.
“그래도 신호등도 안 보고 지나가면 어떻게 합니까?”
최 변호사는 조금 전에는 형성에게 반말을 했지만 지금은 존댓말을 했다. 상황이 형성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다.
“신호등 보고…… 걸은 겁니다.”
“예?”
형성이 신호등을 봤고 그 시선을 따라 최 변호사도 신호등을 봤다. 그런데 정말 파란불이 떠 있었다.
‘뭐야?’
그리고 그때 도로 공사 정비 차량이 형성이 쓰러져 있는 곳에 섰다.
“이놈의 신호등은 왜 만날 파란불에서 고장이 나는 거야!”
도로 공사 직원은 그렇게 짜증을 부리며 차 밖으로 나오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형성과 그를 부축하고 있는 최 변호사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최 변호사에게 불리하게 목격자도 생기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도로 공사 직원들은 모두 자운대 소속 행동대 요원들이었다. 이렇게 형성은 완벽하게 자신의 일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사고가 난 겁니까?”
도로 공사 직원의 말에 최 변호사는 앞이 캄캄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신호등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도로 공사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의 세금을 받아 쳐드셨으면 신호등 정비를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니야?”
최 변호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엑!”
그때 다시 형성이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자 최 변호사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형성을 부축했다.
“일어나실 수 있겠습니까?”
“일, 일어나 볼게요.”
“저랑 같이 병원 갑시다. 구역질을 하는 것으로 봐서 뇌에 충격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뇌, 뇌라고요?”
형성은 괜히 놀라는 척을 했다.
“병원부터 갑시다.”
최 변호사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벤츠를 봤다. 앞 범퍼는 이미 깨어져 있었고 앞 유리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젠장! 저게 얼마짜리 차인데…….’
최 변호사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최 변호사는 은성이 계획한 대로 인천 경찰서 앞 100미터까지 도착을 하고 끝내 그날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필두가 더욱 박은진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최 변호사와 같이 병원으로 간 형성은 자기 돈 쓰지 않고 종합 검진을 받았다. 그렇게 최 변호사는 형성에 의해 정말 박은진에게 절실한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물론 최 변호사는 형성과 합의까지 봐야 했다. 그렇게 형성은 생각하지도 않은 용돈도 생기는 순간이었다.
* * *
“그년이 우리를 배신했어.”
이필두의 말에 옆에 있는 호스트 하나가 인상을 찡그리다 못해 구겼다.
“뭐?”
“우리보고 다 뒤집어쓰라네.”
“왜 우리가 다 뒤집어쓰는데?”
호스트는 이필두에게 따지듯 되물었다.
“그년은 돈이 많고 우리는 개털이니까. 뒤집어쓰는 거지.”
이필두는 호스트를 노려봤다.
“정말 박은진 말대로 우리가 뒤집어 써야 하는 거야?”
“박은진은 무슨. 그년이지. 쌍년!”
“어떻게 해야 하는데?”
호스트는 다시 이필두에게 물었다.
“좀 생각을 해 보고. 뒤집어 써야 하는지 아니면 물귀신처럼 물고 들어가야 하는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어.”
“생각을 하고 나면?”
“두 번 다시 생각하지 않고 밀어붙여야지. 지금 마음 같아서는 우리만 죽을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성, 성범죄범들은 전자 발찌 차야 한다며…….”
“그게 지금 걱정이냐? 이 멍청아!”
“그, 그럼 뭐가 중요한데?”
호스트의 말에 이필두는 인상을 찡그렸다.
“말을 말자. 말을!”
이필두는 그렇게 말하고 박은진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으음. 망할 년! 학교 같다 와서 보상을 해 준다고? 지금도 등을 돌리는 년이 몇 년 후에 보상은 무슨 얼어 죽을 보상.’
이필두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같은 시간 최 변호사는 형성과 함께 병원을 나오고 있었다. 각종 검사를 다 받고 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 거였다.
그래도 최 변호사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통 교통사고가 나면 피해자는 바로 나이롱환자가 되어 입원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는 검사만 받고 병원이 답답하다고 입원을 하지 않겠다고 한 거였다.
“결과는 모레쯤 나올 겁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결과가 나오면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뭐 따지고 보면 선생님도 피해자시잖아요.”
형성은 최 변호사를 위해 주는 척했다. 뭐 따지고 들어가면 도로 공사의 잘못도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으로 형성은 만들어 놓은 거였다.
“아닙니다. 제가 좀 신경을 써서 운전을 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런데 제가 살폈을 때는 안 보였는데 어디서 나온 겁니까?”
사실 최 변호사가 출발을 할 때 형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무 옆에 있어서 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형성은 그렇게 말했고 최 변호사는 그게 지금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형성은 시계를 봤다.
“벌써 새벽 3시네요.”
형성의 말에 최 변호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게 됐습니까?”
“예.”
그리고 형성과 최 변호사는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 최 변호사는 다시 시계를 봤다.
“젠장! 오늘은 못 만나겠네.”
그렇게 최 변호사는 혼잣말을 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형성은 최 변호사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은성에게 달려갔다.
“고생했다.”
은성은 형성의 찢어진 옷을 보고 짧게 위로를 했다.
“괜찮습니다.”
사실 평범한 사람이 형성처럼 달리는 차에 부딪혔다면 저렇게 멀쩡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형성은 은성에 의해 비술을 배운 상태였기에 저렇게 멀쩡할 수 있는 거였다.
“비술 수련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지?”
“이제 중급을 넘어서서 상급 문턱에 있습니다.”
“그래. 계속 수련을 해야 할 거다.”
“예. 사부님!”
형성과 진태 그리고 은성은 사적으로는 친구 사이지만 공적으로는 사부와 제자의 관계였다. 그리고 누구보다 은성은 공과 사를 정확하게 구분을 했다.
“요즘 진태가 바쁜 모양이다. 진태가 올 때까지 쉬어라.”
“예. 사부님!”
형성은 짧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돌아섰다.
그때 은성은 사부의 눈이 아닌 친구의 눈으로 형성의 등을 봤다. 항상 이런 눈으로 볼 때면 친구인 형성과 진태에게 참 많이 미안한 은성이었다.
“은성아!”
“예. 사부님!”
형성은 바로 돌아섰다.
“내 제자 형성 말고 내 친구 형성아!”
은성의 말에 형성은 은성을 빤히 봤다.
“왜?”
“항상 고맙고 미안해!”
은성의 말에 형성은 은성을 보며 피식 웃었다.
“친구끼리 미안한 거 없다. 너 아니면 내가 어떻게 이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보스가 되겠어? 고맙기는. 친구끼리는 고맙거나 미안한 거 없는 거다. 그냥 친구다.”
형성은 그렇게 말학 은성을 보며 웃었다.
형성이 한 말은 영화의 대사였다. 그걸 아는 은성이었다. 그리고 다시 형성의 눈빛이 달라졌다.
“사부께서 약해지면 저희는 흔들립니다. 그럼 쉬겠습니다.”
형성은 그렇게 말하고 은성이 있는 곳에서 나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