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204화
“접견을 거부한답니다.”
순경의 말에 최 변호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순경을 봤다.
“뭐라고요?”
“이필두가 변호사님을 보지 않겠답니다.”
“왜?”
“저야 모르죠.”
순간 최 변호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이렇게 구금이 된 사람들은 변호사가 오면 반갑게 나오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성폭행 사건 현행범이 접견을 거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 담당 변호사가 왔다고 말해 준 겁니까?”
“물론입니다. 피의자가 만나지 않겠답니다.”
“정말요? 그리고 또 뭐라고 했습니까?”
최 변호사의 물음에 순경은 최 변호사를 힐끗 봤다.
“그게…….”
“그게 뭐요?”
“그게 그냥 꺼지랍니다.”
“꺼지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같이 죽어 자폭을 한다고 전하랍니다.”
순간 최 변호사는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리고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게 말한 거 확실합니까?”
“예.”
순경은 그렇게 대답을 하고 묵례를 하고 사라졌다. 그 순간 최 변호사는 일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되면 일이 커지는데…….”
* * *
거의 같은 시간.
박 사장은 김재창의 연락을 받고 그를 만나기 위해 호텔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물론 박 사장은 김재창이 만나자고 한 것을 명도건설 사장과 재창건설 사장의 잦은 만남을 통해서 자신들이 꾸미고 있는 희대의 사기를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재창이 지금 박 사장을 만나는 것은 모두 은성의 지시에 의한 거였다. 물론 그 자리에는 형성도 같이 있었다.
박 사장은 김재창의 옆에 있는 형성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죠? 저의 일 도와주는 분이 있다고.”
김재창의 말에 그제야 박 사장은 형성이 바로 그 전국구 보스라는 것을 직감했다. 보통 그렇게 건설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암암리에 어깨들을 몇 정도는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김재창처럼 대놓고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는 재창건설과 명도건설이 합병을 위해서 만나는 자리처럼 보이고 싶은 박 사장이기에 재창의 옆에 있는 형성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그도 형성에게 약간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지금 주식을 사 모으고 있는 통제의 실제 주인들이 모두 형성이 제공한 사람들의 통장이라는 거였다. 물론 상당한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이 자리가…….”
박 사장은 여전히 형성이 찜찜했다.
“괜찮습니다. 우선 식사부터 하시죠.”
칼자루를 쥐고 있는 김재창이 우선 식사를 하자는 말에 마지못해 박 사장은 김재창과 형성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됐다.
그렇게 서먹서먹한 순간은 계속되고 있었다. 사실 지금 박 사장의 머릿속 한구석은 인천 경찰서로 간 최 변호사에게 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전화를 애가 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크게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있는 박 사장이지만 정확하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 모르는 상태였다.
‘왜 이렇게 전화가 안 오는 거야?’
박 사장은 식사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를 모를 판이었다.
그 순간 형성이 박 사장의 눈치를 봤다. 이제 은성이 지시를 한 대로 밀항에 대한 이야기를 할 타이밍인 거다.
“그런데 김 사장님!”
형성은 밥을 먹고 있는 김재창을 보며 말했다.
“왜요?”
“저번에 보내 드렸던 사람들 일은 잘합니까?”
형성의 말에 김재창은 이런 자리에서 뜬금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눈치를 형성에게 주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박 사장을 위한 연극이었다.
그리고 또 형성은 아주 눈치가 없는 사람처럼 행동을 했다.
“그 정도 인원들 구하기 힘듭니다. 인건비 싸고, 말 잘 듣고, 죽어라고 일하고.”
“형성 씨…….”
“왜 그러십니까?”
“다음에 이야기를 하죠.”
김재창은 그렇게 말했다. 그때 박 사장이 무슨 일인지 궁금했는지 형성을 보며 물었다.
건설 현장에서 인건비 싸고, 일 잘하고, 말 잘 듣는 인부는 최고의 일꾼인 거다.
“그런 일꾼도 있습니까?”
박 사장의 물음에 김재창은 형성을 한 번 째려보고 박 사장을 봤다.
“박 사장님이라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저라서요?”
“예. 제가 쓰고 있는 인부들…….”
김재창은 주변을 힐끗 둘러봤다. 그리고 다시 박 사장을 보고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희 회사 인부들 중 상당수가 밀입국자입니다.”
“밀입국자요?”
“쉬!”
“밀항을 했다는 겁니까?”
“예. 형성 씨가 좀 도와줘서 일이 잘 풀렸습니다.”
“정말입니까?”
“예. 많이는 안 되고 조금씩 그렇게 밀항을 시킬 수 있습니다. 뭐 그리고 탈북자로 속여서 입국을 시키고 그럽니다.”
형성은 마치 무용담처럼 말했다. 사실 북한의 체제가 불안하고 극심한 식량난으로 수많은 탈북자가 발생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두만강이나 압록강을 넘어 중국으로 밀입국을 했고, 탈북자가 됐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다시 중국 공안에 잡혀 북한으로 강제 이송이 됐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중국 공안들 사이에는 탈북자 한 명당 북한 정보국 요원들이 중국 돈으로 5천 원씩을 준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것을 한국 돈으로 환산을 하면 100만 원이나 되는 돈이고, 중국에서 절대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래서 북한과 국경을 두고 있는 지역의 공안들은 탈북자 색출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탈북자가 도망을 쳤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중국 인신매매범에게 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특히 탈북자가 여자인 경우는 정말 깡촌으로 돈에 팔려 시집을 가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그리고 남자의 경우는 장기 밀매단에게 잡혀 모든 장기가 적출이 되어 죽는 경우도 많았다. 그것도 끝내 피해 라오스나 캄보디아 지역으로 피신을 하거나 다른 국가의 영사관이나 공사관을 넘은 운이 아주 좋은 탈북자들만이 한국으로 올 수 있는 거였다.
물론 그것도 바로 한국으로 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우선 제 3국으로 보내지고 그러고 나서 다시 한국으로 오는 거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틈에 형성은 조선족을 끼여 넣어 보낸다고 박 사장에게 말했다.
“오! 그렇게도 됩니까?”
“그게 가장 좋습니다. 조선족이 국적을 받기 위해서 얼마나 필요한 줄 아십니까?”
“예?”
“대한민국 국적 말입니다.”
형성은 정말 무용담을 말하는 것처럼 박 사장에게 말했다.
“국적도 사고팝니까?”
“어디 못 파는 게 어디에 있습니까? 2천만 원입니다. 한국 국적 가지는데 2천만 원 들어갑니다. 그러니 그 돈이 없는 사람은 밀항을 할 수밖에요. 뭐 조선족 여자는 위장 결혼을 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형성 씨 그만하지.”
김재창은 괜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형성에게 핀잔을 줬다. 그러자 형성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기분이 상했는지 아무 말도 없이 밥을 먹었다.
* * *
최 변호사는 다시 접견을 요청했지만 이필두는 접견을 거부했고, 최 변호사는 어쩔 수 없이 사건 담당 경찰을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사실 자신도 박은진에게 대충 들은 이야기라 정확한 사건 개요를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박 사장에게 말을 해 주기 위해서는 사건 개요를 정확하게 알아야 했다.
“저기 계신 분입니다.”
최 변호사는 순경의 안내를 받아 책상에 앉아 있는 김 경사에게로 갔다.
“아까 내게 명함을 받은 경찰인데…….”
최 변호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짧은 시간 통성명을 하고 최 변호사는 김 경사에게 사건 개요 전부를 듣고 너무나 놀라 눈이 커졌고, 그 표정의 변화를 본 김 경사는 정말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자신의 짐작을 더욱 확신했다.
그때 김 경사에게 지시를 받은 순경이 김 경사에게 다가왔다.
“김 경사님!”
순간 김 경사는 최 변호사를 힐끗 보고 돌아서 순경을 봤다. 이 순간 김 경사는 눈치를 줘서 보고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으나 그 정도의 눈치가 있었다면 순경 이상의 직급에 있었을 것이다.
“박은진 씨 위치 파악이 안 됩니다.”
“어, 그래?”
“예. 그래서 지시하신 대로 수배 때렸습니다.”
순간 순경의 말을 들은 김 경사는 인상을 찡그렸고 최 변호사는 놀라 눈이 커졌다.
“그, 그래. 잘했다.”
그리고 다시 김 경사는 최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돌아섰다. 그런데 이미 최 변호사는 급하게 걸어 강력계 사무실을 나가고 있었다.
“정말 뭔가 있나 보네.”
김 경사는 뚫어지게 문 쪽을 노려봤다. 그리고 번뜩 뭔가 스치는 것이 있어서 순경을 봤다.
“지금 당장 박은진 출국 금지 요청해!”
“예? 왜요?”
역시 순경이라 눈치는 약에 쓰려고 해도 없는 것 같다.
“하라면 해!”
김 경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출국 금지 요청이 쉽게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우선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치였다.
그리고 강력계 사무실을 급히 도망치듯 빠져나온 최 변호사는 바로 박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딸칵!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예. 말씀하십시오.
“사장님!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최 변호사의 말에 전화를 받고 있던 박 사장은 자신의 앞에 김재창과 형성이 있다는 것도 잊었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뭐라고요? 어떻게 되고 있다고요?”
-아마도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전환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은진 양 수배가 떨어졌습니다.
최 변호사의 말에 박 사장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형성과 김재창은 박 사장이 모르게 씩 웃었다.
이렇게 일이 착착 잘도 진행되고 있는 거였다.
“뭐라고요?”
박 사장은 놀라 크게 말했다가 자신의 앞에 김재창과 형성이 있다는 것 때문에 목소리를 낮췄다.
“잠시만.”
박 사장은 최 변호사에게 그렇게 말하고 김재창을 봤다.
“급한 전화 때문에 실례를 좀 하겠습니다.”
박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가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박 사장과 김재창이 회동을 했다는 것을 알리지 못했다고 판단한 박 사장이었기에 잠시 전화를 받기 위해 일어선 거였다.
“예. 알겠습니다. 편히 받으세요.”
김재창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박 사장은 바로 다른 곳으로 갔다.
“뭐라고요? 왜 우리 딸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했다는 겁니까?”
“사건 개요를 보니 처음에는 피해자였는데 형사 하나가 수상하게 여겨서 조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우 형사 하나가 조사를 한다고 그렇게 막 변해도 되는 겁니까?”
“제가 사건 정황을 봤을 때는 아무리 봐도 치정에 의한 성폭행 사주 같습니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답게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박 사장에게 이야기를 해 줬고, 그와 동시에 박 사장은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당장 3억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쳤던 자신의 딸의 목소리가 기억났다. 물론 박 사장은 자신의 딸의 말대로 3억을 줬다.
그리고 그 3억은 바로 지희의 통장으로 입금이 되었고, 그래서인지 지희는 의사들에게 실어증 환자인 척을 하고 있었다.
“강, 성폭행 사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