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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205화 (205/210)

흑막의 신! 205화

-그렇습니다. 다행히 피해자가 실어증 상태라서 증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경찰이 의심을 하는 상태라 체포된 두 남자가 자백을 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겁니다.

“시간문제라고요?”

-그렇습니다. 정말 은진 양이 큰일을 벌였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약혼자인 최상혁 군과 바람을 피우는 여자를 혼을 내주려다가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자신의 딸 은진이 왜 그랬는지 알고 있기에 더욱 마음이 착잡했다.

‘이게 다 내 죄다.’

박 사장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자신의 딸의 위기를 해결해 주는 거였다.

-그리고 수배까지 떨어진 지금 은밀한 곳으로 피신을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수, 수배라고요?

-그렇습니다. 박은진 양과 연락이 되지 않는 경찰이 수배령을 내렸습니다.

최 변호사의 말에 박 사장은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제 생각으로는 몇 달 정도 해외에 나가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말입니다. 그렇게 시간을 벌고 박 사장님께서 피해자와 합의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딸을 해외로 도피시키라는 말입니까?”

-이 상태로 죄가 밝혀지면 최소한 5년 형은 나올 겁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최상혁 군과의 관계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 변호사는 명도건설 법무팀 팀장의 직도 수행하고 있었기에 박은진과 최상혁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최상혁의 조부인 최 회장의 성격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최상혁에 대해서는 거의 결벽증 수준으로 관심을 보이는 최 회장이기에 이번 일이 밝혀지면 둘의 관계는 완전히 끝이 난다는 생각을 해서 지금 박 사장에게 이야기를 해 주고 있는 거였다.

물론 박 사장 역시 최 변호사가 하는 말이 뭔지 정확하게 알았다. 요즘은 저축 은행의 일 때문에 자신에게 대출을 해 주지 않은 최 회장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신과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박 사장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신은 최 회장과 최상혁의 약점도 잡고 있었다.

그 약점을 이번 일로 없었던 것이 되게는 할 수 없었다.

“그렇군요. 당분간 유학을 좀 가야겠군요.”

박 사장은 해외 도피를 유학이라고 말했다.

-예. 최대한 빨리 서둘러야 할 겁니다. 보통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은진 양에게 출국 금지가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출국 금지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도 없는데 무슨 출국 금지입니까?”

-그래서 만약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으음.”

박 사장은 다시 한 번 크게 신음을 했다. 정말 한순간에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박 사장이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한국 땅이 아주 좁습니다. 아무리 피신을 시킨다고 해도 끝내 검거가 됩니다.

최 변호사는 박 사장에게 가장 이해하기 쉽게 말을 해 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우선 최 변호사님은 제 딸에게 출국 금지가 떨어졌는지부터 알아봐 주십시오.”

-예. 박 사장님!

그리고 박 사장은 전화를 끊고 주머니 속에 넣어 두기만 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곳은 호텔 화장실이라 금연 구역이었지만 박 사장은 그런 게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과 함께 가슴 속이 답답한 것이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불을 붙인 담배를 아주 깊게 빨았다.

“은진아! 왜 네가 그렇게 변한 거니?”

박 사장은 착하기만 했던 자신의 딸이 이렇게까지 변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은진을 변하게 만든 것은 바로 박 사장이었다는 것을 지금 박 사장만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담배 하나를 다 피울 때쯤 다시 최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박 사장은 다급한 마음에 최 변호사에게 물었다.

-큰일 났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은진 양이 출국 금지가 됐습니다.

“뭐라고요? 이렇게 빨리 그게 될 수 있는 겁니까?”

-저도 그게 참 이상합니다. 이렇게 빨리 출국 금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도 잘…….

최 변호사가 말꼬리를 흐리자 박 사장은 그냥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 * *

형성과 김재창은 박 사장의 애타는 마음을 알면서도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재창이 식사를 끝냈는지 수저를 놓고 옆에 놓여 있는 컵에 담겨 있는 물을 마시고 형성을 봤다.

“난 이제 갈 거니 알아서 잘해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난 캡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것을 구해 놓으라는지 참…….”

형성은 은성이 명령한 것이 떠올라 인상을 찡그렸다.

“그거라니요?”

“비밀을 유지하라고 하셨습니다.”

“비밀?”

“그렇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난 이제 퇴장을 하겠습니다.”

사실 이 자리는 김재창이 은성의 명령을 받고 박 사장과 형성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 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예. 그럼 이제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형성은 김재창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김재창은 박 사장에게 간다는 말도 없이 호텔을 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박 사장이 형성이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화장실에 갈 때보다 무척이나 심각한 얼굴로 변한 박 사장이었고, 그 이유를 형성은 알고 있었다.

“김재창 사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실례인 것은 알지만 급한 일이 생겼다고 먼저 갔습니다.”

“급한 일이요?”

“그렇습니다.”

형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습니까?”

“아무 일도 아닙니다. 식사나 마저 하시죠.”

박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 떨리는 손으로 수저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 뭔가를 먹는다고 해도 목에 편하게 넘어갈 박 사장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 박 사장은 형성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밀입국이 가능하면 밀항도 가능하다는 말인데…….’

박 사장은 그런 생각을 하고 형성을 뚫어지게 봤다.

“왜 그러십니까?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형성은 이유를 알면서도 딴청을 부리며 냅킨으로 자신의 입가를 닦았다. 그 순간 박 사장은 고민했다.

현재 자신의 딸인 박은진은 출국이 정지된 상태였다. 그러니 곧 잡힐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사회의 이슈가 되어 지탄을 받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자신에게도 큰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박은진의 출국 금지가 이렇게 빨리 이뤄졌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것은 다시 말해 어떻게든 반드시 박은진을 잡겠다는 경찰의 의지처럼 느껴졌다.

‘한국에 있으면 금방 잡혀!’

박 사장은 그 생각을 하니 초조해졌다.

“왜 그럽니까? 박 사장님!”

형성이 자신을 빤히 보는 박 사장에게 다시 물었다.

“형성 씨!”

“예. 박 사장님!”

“아까 했던 이야기 더 좀 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무슨 이야기 말입니까?”

“밀항하는 조선족 이야기 말입니다.”

박 사장의 말에 형성은 씩 웃으며 속으로 은성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왜, 현장에 인부가 필요하십니까?”

“그게 아니라 밀항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밀항이라고 하셨습니까?”

형성은 괜히 놀라는 척을 했다.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밀항을 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지 않습니까?”

“왜요? 거의 무비자로 중국에 갈 수 있는데 왜 밀항을 하시려는 겁니까?”

형성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척을 하며 박 사장의 애를 태웠다.

“그게 안 되니 묻는 겁니다.”

박 사장의 말에 그제야 형성은 알겠다는 듯 박 사장을 보며 씩 웃었다.

“집안에 사고를 친 사람이 있습니까?”

형성의 말에 박 사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소.”

“그렇군요. 바로 출국 금지를 당했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쉬운 일은 아닙니다.”

형성은 괜히 박 사장의 애간장을 태웠다.

“정말 안 되는 겁니까?”

“뭐 안 되는 것은 없지만 생각보다 쉽지도 않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요?”

“그렇습니다. 요즘 해경이 순찰을 자주 돌아서 좀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요?”

“뭐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돈은 상관이 없으니 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있지 못하고 밀항이라도 해야 하는 사람이 누굽니까?”

형성은 다 알면서도 박 사장에게 물었다.

“으음. 제 딸입니다.”

“따님이라고요? 따님이 왜 그 험한 밀항을?”

형성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되물었다.

“그럴 만한 일이 있습니다. 제가 정말 이렇게 머리를 숙여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박 사장은 형성에게 머리를 숙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따님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도 이제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밀항 비용은 얼마나 듭니까?”

“아주 위험한 일이라서 한 1억 정도는 예상을 하셔야 할 겁니다.”

이건 상도덕적으로 말하면 형성이 박 사장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거였다.

“1억이요?”

“그렇습니다. 요즘 하도 해상에서 단속이 심해서 그렇습니다.”

사실 중국으로 밀항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한국으로 밀항을 하는 조선족은 2천만 원 정도를 주고 밀항을 했다. 그건 다시 말해 한국에서도 그만큼의 돈이 들어간다는 거였다. 그런데 형성은 과감하게 다섯 배를 부른 거였다.

물론 지금 박 사장은 그것을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예. 알겠습니다. 제가 곧 제 딸을 찾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때 형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전화 좀 받겠습니다.”

형성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받았다.

-구했습니다. 형님!

“구해?”

형성의 눈이 커졌다.

-그렇습니다. 정말 어렵게 구했습니다.

“그럼 바로 작업 들어가.”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위치 추적은 잘하고 있지?”

-저희들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애들도 그년을 미행하는 것 같습니다.

형성과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은 조폭이었다. 그리고 조폭이 말하는 애들은 자운대 요원들이었다.

이렇게 은진은 철저하게 미행을 당하고 있었다.

박 사장은 형성이 추적이라는 말에 형성을 빤히 봤다. 그리고 그때 형성이 전화를 끊었다.

“죄송합니다.”

“사람을 미행도 하십니까?”

박 사장의 물음에 형성은 씩 웃었다.

“미행만 하겠습니까? 저희는 사람도 잘 찾습니다. 뭐 따지고 보면 사람 찾는 것은 경찰들보다 저희가 더 잘할 겁니다.”

형성의 말에 박 사장은 눈이 커졌다. 지금 이 순간 박은진은 분명 연락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 박 사장이었다.

“그렇습니까?”

“예. 돈이 들지만 사람 하나는 정말 저희 애들이 잘 찾습니다.”

“그럼 저희 딸도 찾아서 밀항을 시켜 주시겠습니까?”

“그만큼 급하십니까?”

“예. 급합니다.”

박 사장은 다급하게 말했다.

“예.”

“좋습니다. 입금이 되면 바로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따님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전송시켜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이렇게 박 사장은 은진의 밀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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