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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208화 (208/210)

흑막의 신! 208화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야?”

박은진은 그렇게 물었다.

-일이 꼬였다. 그래서 내가 사람들에게 너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뭐? 최 변호사는 뭐하고 있었는데 일을 이렇게 만들어?”

-경찰서에 잡혀 있는 놈들이 모두 자백을 했다.

박 사장의 말에 박은진은 처음으로 표정이 굳어졌다.

“뭐? 그 애들이 왜 자백을 해?”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뭔가 잔뜩 화가 나 있어서 최 변호사를 만나지도 않았다고 하더라.

“씨발! 그럼 나 이제 어떻게 해?”

-그 사람을 따라가면 다 알아서 해 줄 거다.

“이 남자를 따라가라고?”

-그래. 이 아빠가 모두 준비를 해 놨으니까? 이 아빠가 그 여자랑 합의를 볼 동안 중국에 좀 가 있어라.

박 사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지명 수배가 되어 있는데 어떻게 중국으로 가? 아빠 바보야?”

박은진은 자신의 부친에게 마구 소리를 질렀다.

-아빠가 다 준비를 해 놨다. 여기 있으면 안 된다. 네가 검거가 되면 정말 안 된다.

“이게 다 아빠 때문이잖아. 왜 그런 년이랑 놀아나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해!”

박은진은 다시 모든 잘못을 자신의 아빠인 박 사장에게 돌렸다.

-아빠가 미안해! 정말 아빠가 미안해!

“됐고. 그런데 어떻게 중국으로 가?”

-인천으로 가면 중국으로 가는 배가 있다. 그 배를 타면 돼.

순간 박은진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나 보고 밀항을 하라는 거야?”

-그래!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다.

“정말 미치겠네. 내가 중국에 가서 뭘 하라고. 그 더러운 곳에 가서 뭘 하냐고 내가!”

-중국에 가면 다 준비를 해 놓은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을 만나면 된다.

“그게 누군데?”

-아빠도 거기까지는 몰라.

“그럼 아는 게 뭔데.”

그때 남자가 전화기를 빼앗았다.

그리고 전화기에 대고 짧게 말했다.

“추적이 될 수 있으니 끊겠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차 창문을 열고 달리는 상태에서 전화기를 밖으로 버렸다.

“왜 빼앗은 거야? 아직 할 말이 있는데.”

“말했잖습니까? 추적을 당할 수 있다고.”

“누가 추적을 하는데?”

“당연히 경찰 조사에 협조를 한 내 후배가 내 전화번호를 알려 줄 거니 추적을 하는 거죠.”

“그렇게 의리가 없나?”

박은진은 남자를 째려봤다.

“그 상황에서 협조라도 안 하면 몇 년을 빵에 가서 살아야 하는 줄 압니까?”

“내가 알아서 뭐하게.”

그 순간 남자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급하게 차를 세웠다.

“왜, 왜 차를 세워?”

“정말 박은진 씨 당신은 씨발년입니다.”

“뭐, 뭐라고?”

“내리세요. 차 바꾸게.”

남자의 말에 박은진은 놀라 남자를 봤다.

“차를 바꿔?”

“예,”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차에서 내려 뒤에 서 있는 차를 봤다. 그리고 그 차에서는 남자 둘이 다시 내렸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이제부터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박은진을 봤다.

“시간 없습니다. 어서요.”

남자가 재촉을 하자 박은진은 다시 급하게 다른 차에 탔다.

* * *

명도건설 사장실.

박 사장은 형성과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통화를 마친 박 사장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형성을 봤다. 형성 역시 표정이 밝지 않았다.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아가씨가 그렇게 시간을 지연해서 제 후배가 빵에 가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으음.”

형성의 말에 박 사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일은 제가 금전적으로 보상을 하겠습니다.”

“특수 공무 집행 방해를 했으니 최소한 3년은 빵에서 보내야 할 겁니다.”

“3년이라고요?”

“그렇습니다. 3년에 대한 연봉을 박 사장님이 계산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형성은 박 사장이 알고 있는 조폭처럼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박 사장은 형성의 요구를 거부할 방법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얼마나 준비를 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연봉이 4천 정도 되니 1억 2천은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순간 박 사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건달이 무슨 연봉 4천이나 되냐고 말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했다가 차를 경찰서로 직행을 하게 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박 사장은 애써 참았다.

“알, 알겠습니다.”

“그리고 준비해 달라고 말씀드린 것은 어떻게 됐습니까?”

“현금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카드나 일정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송금을 받으면 은진 양이 노출이 될 수 있습니다.”

형성의 말에 박 사장은 이번에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를 했습니다.”

박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 아래에 내려놓은 묵직한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그 순간 형성은 가방의 부피를 보고 조금 놀라 박 사장을 봤다.

“몇 개월 있을 건데 부피가 좀 큽니다.”

“제 딸이 씀씀이가 좀 커서.”

“이게 다 만 원짜리입니까?”

“숨어서 지내야 해서 환전하기 힘들 것 같아서 위안화로 준비를 했습니다.”

순간 박 사장의 말에 형성은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을 느꼈다.

“이게 다 그럼 중국 돈이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박 사장은 짧게 대답을 했고 형성은 조심스럽게 지퍼를 열었다. 그 안에는 100원짜리 중국 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얼마입니까?”

“1억입니다.”

박 사장은 짧게 대답을 하고 형성에게 가방을 밀었다.

“예. 제가 잘 전달해 주겠습니다.”

“은진이 중국으로 가기 전에 볼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오늘 새벽에 출발을 하게 될 겁니다.”

“으음! 그렇군요. 그럼 중국에서 은진을 돌봐 줄 사람은 확실한 사람이겠죠.”

“예 확실합니다.”

형성은 박 사장에게 말을 하며 머릿속으로는 마포 불곰을 떠올렸다. 물론 마포 불곰은 은성이 보내는 택배나 마찬가지인 은진을 잠시 동안 데리고 있을 사람이었다.

“그럼 중국에 있을 때 연락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요즘 인터넷 좋잖습니까? 그걸로 하면 될 겁니다.”

형성이 연락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자 그래도 안심이 되는 박 사장이었다.

“물론 은진 양이 연락을 해야겠지만요.”

“은진이가요?”

“그렇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중국 무서운 곳입니다. 그래서 안전 가옥에 있어야 할 겁니다.”

“우리 은진이 갑갑한 거 무척이나 싫어하는데…….”

“감옥보다는 좋을 겁니다.”

“그, 그렇긴 그렇죠.”

“하여튼 빨리 합의를 보셔야 할 겁니다. 중국에서 불법 체류를 할 때는 돈 많이 들어갑니다.”

“알겠습니다.”

형성은 지속적으로 박 사장에게 돈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 역시 은성이 지시를 한 사항이었다.

“그럼 전 이만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인천으로 가겠습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 * *

형성은 박 사장과 헤어지고 나서 바로 인천으로 향했다. 물론 은성 역시 인천으로 차를 몰았다. 은성은 차를 몰고 인천으로 가면서 지난 일들을 떠올려 봤다.

처음 박은진은 착한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사람이 거짓말처럼 바뀌었다. 어쩜 이것은 박은진이 너무나 착했기에 또 그렇게 모질게 변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우! 마지막까지 갱생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군.”

사실 은성은 박은진을 응징을 할 계획을 꾸미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자신이 성폭행미수범이라는 누명을 벗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박은진이 개과천선을 해서 그때 자신이 위증을 했다고 밝혀 주면 은성은 그 지독한 누명을 벗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박은진은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더 악인으로 변해 갔다.

“어쩜 박은진 너도 피해자겠지.”

이 순간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은성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은성은 인천 연안 부두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간 박은진을 보호하고 있는 형성의 부하도 박은진을 태우고 연안 부두에 도착을 했다.

이제 은성이 계획한 밀항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밀항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밀항이고 박은진을 지옥으로 보낼 밀항이기도 했다.

“여기입니다.”

“밀항을 한다는 곳이 여긴가요?”

“예. 여기에서 어선을 타고 나가 공해상까지 가서 중국 어선에 갈아타면 됩니다.”

남자의 말에 박은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다가 해경에 잡히면 어떻게 되는 거죠?”

“당연히 박은진 씨랑 저랑 같이 교도소에 들어가는 거죠. 물론 죄목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겁니다.”

남자의 말에 박은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이렇게 밀항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박은진이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렇게 빨리 출국 금지가 떨어졌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경찰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도 박은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출국 금지만 안 떨어졌어도 세부에 가서 푹 쉬고 오는 건데…….”

박은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인상을 다시 찡그렸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랑 통화를 하시겠습니까?”

남자의 말에 박은진은 힐끗 남자를 봤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별로 통화하고 싶지 않네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 거죠?”

박은진은 앞으로 진행되는 일이 궁금해 남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순간 박은진의 말투가 반말에서 존댓말로 바뀌어 있었다. 이것은 악독하고 표독한 박은진도 겁을 먹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세부적인 사항은 제 보스께서 오시고 나서 알려 드릴 겁니다.”

“보스요?”

“예. 그런데 말투가 바뀌었네요.”

남자의 말에 박은진은 피식 웃었다.

“저도 예전에는 이런 년이 아니었거든요.”

박은진은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것 같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때 연안 부두로 형성의 차가 섰다.

그리고 차분하게 형성이 내렸다. 그의 손에는 작은 가방이 들려 있었다.

“오셨습니까? 형님!”

남자는 바로 형성을 보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고생했다고?”

“예.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들었다. 내 후배는 내가 잘 돌봐 줄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형성은 경찰에 잡혀간 남자의 후배를 잊지 않고 챙겼다.

“감사합니다. 형님!”

이게 바로 가장 빠르게 형성이 서울을 점령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보통 조폭들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줄 안다.

하지만 정말 따지고 보면 조폭들만큼 의리가 없는 족속들도 또 없을 것이다. 조폭을 위해 총대를 메면 출소를 하고 가게 하나 정도는 나올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잘 없었다. 하지만 형성은 달랐다.

무슨 일을 하든 꼬박꼬박 부하들을 챙겼고, 감방에 들어가는 일이 있어도 월급의 형태로 그 가족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했다.

그러니 조폭들은 형성을 위해 충성을 다했다.

“이 아가씨인가?”

형성은 옆에 가만히 있는 박은진을 봤다. 물론 형성은 누구보다 박은진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을 실행에 옮기면서 항상 미행을 했기에 이제는 친근함까지 드는 형성이었다.

“예. 형님!”

“나형성입니다.”

형성이 자신을 짧게 소개를 했다.

“그런데요?”

그리고 박은진은 힐끗 형성을 봤다.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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