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210화
“그러니 돈이 많은 거잖아.”
박은진의 눈에는 이상할 만큼 판 선장이 퉁명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하하하!”
중국 측 선장은 박은진이 느낀 것을 느꼈는지 멋쩍게 웃었다.
“그렇소. 그런데 누기요?”
중국 측 선장의 말에 판 선장은 반죽음 상태인 박은진을 힐끗 봤다.
“여자였소?”
“왜, 여자는 안 되는 기요?”
“그건 아니지만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험한 길을 택했나. 해서 그러는 거요?”
“우리 그런 거 궁금해 하지 말고 일만 하자.”
판 선장의 말에 중국 측 선장이 피식 웃었다.
“그럽시다. 워낙 덩치가 큰일이니까.”
“알면 됐다. 이상 없이 배달해라.”
“물론이오.”
찰나의 순간 중국 측 선장이 박은진을 차가운 시선으로 봤다.
“그럼 이야기 다 끝난 거다. 내 돌아가서 이 아가씨 무사하게 청도에 내렸다는 것 확인할 때까지 기다릴 거다.”
판 선장은 다시 한 번 다짐을 받는 것 같았고, 그 순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은진은 잔뜩 긴장을 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남자가 박은진에게 물었다.
“안 괜찮으면 어떻게 할 건데요?”
“이제부터는 혼자 가셔야 합니다.”
“그러네요.”
“정 불안하시면 돌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럼 나 교도소 가야 하고 그보다 더 싫은 건 뱃멀미 한 게 아까워서라도 가야겠어요.”
이럴 때 보면 무척이나 당찬 박은진이었다.
“그래도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밀항을 하시면 평생 도망자로 사셔야 합니다.”
남자가 다시 한 번 박은진에게 말했고 이것은 은성이 주는 마지막 기회라면 기회라는 것을 박은진은 알 턱이 없었다.
“싫어요.”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남자의 말에 박은진은 긴장이 되었는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판 선장은 중국 선장에게 뭔가 속삭였다.
“걱정 말기요.”
“일처리 단단히 해야 한다.”
“알고 있소.”
판 선장은 힐끗 박은정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알았소, 살다 살다 이런 일을 다합니다.”
“그게 인생이지.”
판 선장은 인상을 찡그렸고 박은진은 중국 선장의 배로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잘 가오.”
판 선장은 혼잣말을 하듯 박은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 * *
박은진은 중국 선장의 배를 탔고 그 배는 빠르게 바다를 가르며 나가고 있었다.
에에에엥~ 에에에엥~
그때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바다 저쪽에서 들렸고 중국인 선원들은 기겁한 눈빛으로 선장을 봤다. 하지만 선장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사이렌 소리가 난 배 쪽으로 자기 배를 몰았고 박은진은 사이렌 소리를 듣고 기겁해 몸을 움츠렸다.
다다닥! 다다닥!
그때 중국인 선원 한 명이 배를 몰고 있는 조타실로 뛰어 들어갔다.
“선장, 어디로 가는 겁니까?”
“돈 벌로 가는 길이다.”
“돈이요?”
선원은 황당한 눈빛을 보였다.
“물건만 건네면 3억이다.”
놀랍게도 중국 측 선장이 받기로 한 돈은 3억이었다. 그건 다시 말해 엄청난 일을 의뢰받았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여, 여긴 북조선 해역이요.”
“안다. 물건 건네려고 가는 기다. 저기 오네, 물건 받으려고.”
그때 저 멀리서 인공기를 단 감시정이 중국 선장의 배로 빠르게 달려왔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돈 번다고 했다. 돈!”
“이러다가 우리 몇 주 동안 구금됩니다.”
“좌표를 잘못 봤다고 둘러 대면 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신분증이나 잘 챙기라고 해라.”
“예, 잠깐, 여자는 어짭니까?”
중국 선원도 박은진이 한국 국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게 물건이다.”
“예?”
“내 다 알아서 한다. 준비해 놓은 것도 있다.”
“예?”
“아마 우린 잡혀 갈 일 없다.”
“왜요?”
“잡혀가지 말라고 돈도 받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그런 일 있다.”
“예.......”
* * *
에에에엥~ 에에엥~
인공기를 단 감시선이 중국 선장의 배에 바짝 달라붙었다.
“여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바다다!”
북한 군관 하나가 소리쳤다.
“좌표를 잘못 봤소.”
중국 선장의 배는 멈춘 상태였고 선장은 이미 갑판으로 와서 북한 군관에게 소리쳤다.
“넘어가, 수색 하라우.”“예, 알겠습니다. 군관동지.”
“탈북자들 배일 수 있다.”
“예.”
그렇게 북한 군인들이 중국 선장의 배로 넘어갔고 바로 수색을 시작했고 그 모습에 박은진은 기겁한 눈빛을 보였다.
“어, 어떻게 된, 된 건가요?”
“좌표를 잘못 봤소.”
“뭐, 뭐라고요?”
“별 일 없을 기요. 중국은 북한과 동맹국이니까.”
중국인 선장은 박은진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난.......”
“신경 쓸 것 없소.”
“모두 다 모여.”북한 군관도 중국인 선장의 배에 올랐고 박은진은 바짝 긴장해 중국 선장 옆에 섰다.
“모두 신분증 내놔.”
“여깄소.”
“조선족이오?”
“그렇소.”
“의심스럽군.”조선족들은 예전부터 돈을 받고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도왔다. 그리고 그런 의심과 함께 북한 군관은 박은진을 노려봤다.
“신분증 모두 확인해.”
“선원들은 모두 조선족이고 중국인민입니다.”
“저 여자는?”
북한 군관이 소리쳤다.
“확인하겠습니다.”
“됐다. 내가 확인한다.”
북한 군관이 바로 박은진에게 다가섰다.
“어선에 여자라고? 의심스럽군.”
“전, 전.......”
“신분증 내놓으라우.”
북한 군관이 박은진이 들고 있는 가방을 빼앗았다. 그리고 그 가방에서 북한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신분증을 정말 능숙하게 찾아냈다.
“이 배신자 년!”
순간 북한 군관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예?”
박은진 역시도 자기 가방에서 북한 주민들이 가지고 다니는 신분증이 나오자 기겁한 눈빛으로 변했다.
“너희들 탈북자를 도운 거야?”
“그, 그게.......”
선원들은 선장의 눈치만 봤다.
“들통이 났으니 솔직하게 말하겠소. 그렇소.”
중국 선장의 말에 박은진은 기겁했다.
“이, 이 망할 놈의 조선족 새끼들. 모두 체포해.”
북한 군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난 북한 사, 사람이 아니에요.”
박은진이 절규를 하듯 소리쳤다.
“이 에미나이가!”
쫙!
북한 군관이 바로 박은진의 뺨을 후려 갈겼다.
“아악!”
박은진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북한 군관은 쓰러진 박은진을 발로 밟았다.
퍽퍽! 퍽!
“아아악!”
“저 에미나이 물건 다 뒤지라우.”“예, 알겠습니다. 군관 동지.”
북한 병사들이 가방을 뒤졌고 북한 병사들과 북한 군관들이 기겁할 사진이 나왔다.
“이, 이, 이 미친년이.......”
놀랍게도 박은진의 트렁크에서 김정일의 사진이 나왔고 그 사진은 김정일의 눈만 오려져 있었다.
“위, 위대한 수, 수령님께서.......”
북한 병사들 중에 사진을 보고 기겁해 눈물을 흘리는 병사도 있었다.
“저, 저 한국 사람이라고요.”
“개소리는 닥치라우.”
북한 군관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모진 구타를 당해서 만신창이가 된 박은진을 다시 밟았다.
“아아악......”
“박은진!”
북한 군관이 놀랍게도 박은진의 이름을 불렀다.
“어, 어떻게 내 이름을 아세요?”
“네년 신분증에 써있잖아. 네년은 정치범 수용소행이야.”
북한 군관이 박은진에게 가방에서 나온 신분증을 집어던졌고 쓰러진 상태에서 박은진은 자신에게 던져진 신분증을 보고 기겁했다.
“이, 이건.......”
은성의 치밀한 복수가 끝이 나고 있는 순간이었고 대한민국의 국적자인 박은진이 어느 순간 북한 주민으로 돌변해 있었다.
“모두 수갑 채우라우.”
북한 군관이 버럭 소리를 질렀고 그렇게 중국 선장과 함께 나머지 중국 선원들도 수갑이 채워졌다.
“이, 이제 어쩝니까? 선장님.”“돈 벌었다. 일주일만 고생하면 된다.”
“......예.”
선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기에 멍해질 뿐이었다.
“선장님, 무슨 말 좀 해주세요.”
박은진이 절규를 하듯 중국 선장에게 소리쳤다.
“박은진.”
“어서 제가 한국 사람이라고 말해 달라고요.”
“꼭 전하라고 했소.”
“예?”
“은성을 기억하라고. 나는 이제 할 일은 다 했소.”
중국 선장의 말에 박은진이 기겁했고 어쩔 수 없이 은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이건 모함이야, 이건 함정이야!”
박은진이 미친 듯 소리를 질렀고 북한 군관이 박은진을 노려봤다.
“저 애미나이 아가리를 찢어버리라우.”
“예, 알겠습니다. 군관 동지.”
다시 한 번 박은진은 북한 병사들에 의해 모진 구타를 당해야 했고 그렇게 실신한 상태에서 북한 경비정으로 옮겨졌다.
“군관 나리.”
그때 중국 선장이 병사들의 눈치를 봤다.
“와?”
“좋은 것이 좋은 거 아닙니까?”
“뭐라고?”
“여기.......”
중국 선장이 묵직한 달러 뭉치를 북한 군관에게 내밀었다.
“지금 뭐나?”
“저도 몰랐습니다. 전 그냥 그게.......”
“그래서?”
“저 갑판 아래에 저 여자 가방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에 중국 인민폐로 50만위안 정도 있슴다.”
중국 선장의 말에 북한 군관이 기겁했다. 중국 돈으로 50만 위안이면 한국 돈으로 1억에 해당되는 돈이다.
“그래서?”
“저희만 보내 줍쇼.”
“좋은 것이 좋은 거 아닙니까.”
“가 보자.”
북한 군관은 고민 없이 바로 말했다.
“예.”
중국 선장이 앞장을 섰고 갑판 아래로 내려가서 박은진이 가지고 있던 가방 하나를 북한 군관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중국 선장이 말한 것처럼 그 가방 안에는 중국 돈이 가득했다.
“저희만 보내 줍쇼.”
“흐흐흐, 알았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중국 선장과 선원들은 바로 풀려났고 박은진만 북한 경비정에 남게 됐고 중국 선장은 유유히 중국 쪽 바다를 향해 배를 몰고 살아졌다.
“난, 난 한국 사람이라고요!”
박은진이 이 상태로 북한으로 끌려가면 절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발악을 했다.
“개소리는 닥치라우.”
그렇게 박은진은 북한 경비정을 타고 북한으로 끌려갔고 최고 존엄이라고 불리는 김정일의 사진을 훼손한 죄와 탈북한 죄 때문에 재판도 없이 북한 최고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렇게 은성의 복수는 끝이 났다.
* * *
나는 사무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명도건설 사장이 배임 및 횡령으로 긴급체포 되었습니다.
박은진이 밀항을 하자마자 나는 형성이 확보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해서 검찰에 박은진의 애비를 구속시킬 보냈다. 그리고 지금 그 뉴스가 뜨고 있다.
‘이렇게 되면 최상혁의 할애비도.......’
끝장이 나다. 물론 최상혁의 할애비는 곧 풀려날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 자가 가진 것보다 더 큰 것을 나는 가지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 차차 시간을 두고 목줄을 쥐고 흔든 후에 끝장을 내면 된다.
‘내 복수가.......’
끝나고 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내가 기다리고 있던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배에 잘 태워서 보냈소.
“고생했습니다.”
박은진이 밀항을 한 후 딱 하루가 지나서 전화가 왔다.
-돈 받고 하는 일이니 그런 소리 안 해도 되오.
지금 내게 전화를 건 사람은 판 선장이다.
“알겠소.”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것이 있소.
“뭡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뭐요?
“돈 받고 한 일인데 그게 궁금합니까?”
-소름이 돋아서.......
“이유라........”
나도 모르게 말꼬리를 흐리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유라면 그 여자가 나를 절대 평범하게 살지 못하게 만든 사람들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뭐라고요?
“그게 이유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은 아무 것도 모른 채 평범한 일상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이제 절대 평범하게 살지는 못할 것 같다.
‘평범한 척을 하면서 살겠지.’
수정과 함께.
그렇게 모질고 모진 내 복수는 끝이 났다.
“다시 볼 일 없을 겁니다.”
-속단하지 마오. 그럼 끊소.
뚝!
판 선장이 전화를 끊었다.
아마 박은진은 내 계획대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모진 고생을 하다가 죽게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서 나는 참 모진 놈이다. 아니 악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그렇게 내 모든 복수는 끝이 났다.
[흑막의 신!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