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 52%

“여기서요?”

깜짝 놀란 동그란 눈을 내려다보면서 기도해는 덤덤히 선고했다.

“짐은 사람을 시켜 전부 챙겨 올 거예요.”

방전 현상까지 겪는 김산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지금은 알 수 없었다. 다만 녀석에겐 눈 뜨고 못 봐 줄 정도로 긴장감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기도해의 전담 가이드인 게 알려진 이상 개 같은 수작이 빈번할 게 뻔했다. 그때마다 놀랍게도 아무런 의심 없이 쫄래쫄래 따라나설 것 같은 안일함이 느껴졌다. 쓰레기 같은 에스퍼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김산의 모습이 뇌를 스치자 이상하게 머리가 뜨거워졌다.

다행스럽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손쉬운 해결책이 있었다. 이미 한번 계획했던 것처럼, 김산을 가까이에 두고 감시하면 될 일이었다. 센터 내부에 고립시키는 것으로도 부족하다면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그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말이다.

“에스퍼 님, 왜 갑자기…….”

“김산 씨가 위험해서 그래요.”

“위험, 이요……?”

어쨌든 김산을 이곳에 데려다 놓으니 묘하게 여유가 생겼다. 다시 자상하고 가증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건 기도해가 슬쩍 김산에게 한발 다가갔다.

저를 올려다보는 김산은 여느 때처럼 꼿꼿하게 서서 그를 피하지 않고 버텼다.

“네. 제 전담 가이드인 걸, 들켜 버렸잖아요.”

슬쩍 눈을 내리깔며 말하는 기도해를 보며 김산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의 팔을 잡았다. 아까부터 말도 없고 무표정하던 기도해가 일순 처연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어쩐지 마음 아팠다.

“전 이 나라에서 하나뿐인 S급 에스퍼고, 피로도가 만성적으로 위험하죠. 만약 날 죽이고 싶다면 누굴 먼저 노릴 것 같아요?”

“아…….”

이어지는 말에는 입까지 조금 벌리며 놀라고 말았다. 그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저,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 뿐.

“그래서 비밀로 하자고 한 거였는데, 미안해요.”

“아니, 아니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그는 어쩔 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며 양손으로 기도해의 팔을 붙잡았다. 그가 잡으면 잡는 대로 기도해는 순순히 제 팔을 내어 주었다.

이래서 비밀로 하라고 했구나.

다 기도해가 저를 지키려고 노력해 준 거였다. 물론 그때 그 상황으로 돌아가면 김산은 똑같이 행동할 거였다. 가만히 있었다면 기도해가 폭주하고 말았을 테니까.

물론 그렇다고 이 사태의 원인 제공을 한 게 자신인 건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앞으론 여기서 지내요.”

“네.”

그러니 마땅히 책임을 져야 했다. 센터 내부도 위험하다는 말은 아직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 김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외출할 땐, 꼭 어디 가는지 연락하고요.”

“네.”

걱정이 많은 그를 위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김산은 눈을 마주쳤다. 까맣게 가라앉은 기도해의 시선이 저를 향하는 게 어쩐지 따듯했다.

“가급적이면 나가지 말아요.”

“네……?”

여전히 걱정이 너무 과한 기도해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