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 69%
깜빡, 깜빡.
카메라 렌즈 옆에 박힌 불빛이 붉게 점멸했다. 어린 기도해는 무의식중에 그 불빛에 제 호흡을 맞추었다.
심장이 두 번 뛰면 그때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꼿꼿하게 선 채로 종일 이 짓을 반복하느라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아버지가 주입한 독 때문이었다.
“그 정도 염동력 컨트롤은 해내야지, 쓰레기 취급 받지 않으려면.”
한참 만에야 그가 죽진 않았는지 살피러 온 아비가 차갑게 내뱉었다. 그러더니 이내 불빛조차 차단된 컴컴한 지하실에 기도해를 또 방치한 채 사라졌다. 다시 내려왔을 때 죽어 있다면 그저 그뿐이라는 듯이.
독 계열 에스퍼인 아버지는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매번 이렇게 기도해의 몸을 마비시켰다. 그러면서도 정신은 멀쩡하게 두어, 살고 싶다면 스스로 염동력을 움직여 생명을 유지해야 했다. 기도해가 허공에 연필 돌리기를 완벽하게 해낸 다음부터였다.
몸을 누일 수라도 있다면 좋았겠지만,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면 고통스러운 독을 주입당하곤 했기에 염동력으로 몸을 지탱했다.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호흡이었다. 폐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으니 기도해는 계속해서 염동력으로 스스로를 인공호흡 해야 했다. 그나마 심장은 알아서 뛰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거라고는 카메라의 붉은 램프뿐인 장소에서 각막이 메마르면 억지로 염동력을 써 눈꺼풀을 움직였다. 그야말로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권태 속에서 기도해는 염동력으로 온몸을 두르고 하염없이 세밀한 컨트롤을 해냈다.
그저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
그런데, 꼭 살아야 하는 걸까?
아이의 의문은 들어 주는 이가 없어서 깜깜한 지하실에 그대로 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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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필식은 제 협회장실에 앉아 미간을 찌푸렸다. 최근 심혈을 기울여 파고 있던 정보들을 모아 놓고 보니 퍽 요상스러운 점이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