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13화 (13/201)

<13화>

선택과목 (1)

나는 안토니오 골드우드.

유서 깊은 골드우드 가문의 셋째로 태어나 형과 누나의 천재성과 비교당하며 자랐다.

“제 형의 반만 닮았더라도 이렇진 않았을 텐데.”

“네 누나가 지금 네 나이 때는 이중영창을 했었다.”

“장남이 입탑했다는구나. 너는 대체 어쩔 셈이냐.”

재작년에는 형이, 작년에는 누나가 소환마탑에 정식 마법사로 입탑했다.

그걸 보고 결심했다.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마탑에 가 봐야 또 지금처럼 비교만 당하겠지.

“이렇게 된 이상 히어로 아카데미로 간다.”

히어로 따위엔 관심 없다. 오직 나의 마법적 재능과 실력을 증명하는 장소로 아카데미를 선택했을 뿐.

“그 둘이 천재인 거지. 내가 무능한 게 아니다!”

수석으로 입학함으로써 계획의 첫 단추를 끼울 예정이었다. 그러나 첫 번째 입학시험에서는 희대의 사기 특성을 보유한 스위프트라는 놈이 1등을 차지하고 말았다.

분개하던 와중 재시험을 본다는 데커드 교수의 공지에 나는 환호했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스위프트에게 실패할 때가 더 많던 내 최대 공격 마법을 먹였다.

이겼다.

그러나 패배했다.

토너먼트 1위에는 내 이름이 올라가 있었으나 입학생 수석도 아니었고 평가도 간신히 A반에 들어갈 수준.

“무지한 놈들!”

가문의 장로 중에서도 이런 번개를 소환할 수 있는 이는 손에 꼽는다. 히어로에 미친 교수들은 내 마법의 위대함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한 사람. 그분만큼은 진가를 알아봤을 것이다.

매저드 교수.

마법사로서의 소양과 대양 같은 인덕으로 성인이라는 평을 받는 마도학계의 큰 어른.

“이분이 강의한다고? 당연히 들어야지!”

그리고 나는 웬 미친놈 옆에 앉게 되었다.

강의실에는 마녀, 아니 마남이 있었다.

다른 건 존경하는 교수님을 생각해 참겠으나 저 빌어먹을 주문만큼은 도저히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샤릴라 샤랄라, 루룰리랄라.”

닥쳐, 제발!

“어떻습니까, 교수님.”

유치한 주문을 외워 놓고 평가를 바라는 건가. 그리고 저지는 왜 어깨에 걸치고 있는 거냐!

“자네…, 내 조수 할 생각 없나?”

뭣! 왜 저딴 변태에게!

“싫은데요.”

“그걸 왜 거절해!”

속으로 생각한다는 게 그만 말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마남 놈이 잔뜩 찡그린 얼굴로 날 내려다본다.

“바쁘니까.”

턱을 들고 고고한 자태로 반박하는 놈의 모습에 열불이 치솟았으나, 안경을 밀어 올리며 이쪽을 주시하는 교수님의 얼굴을 보고 억지로 감정을 내리눌렀다.

후웁, 후-

진정하자. 저딴 놈에게 관심 주지 말자고. 시간 아깝잖아.

“뭘 꼬나봐. 법봉으로 콱.”

이, 이익!

구석기 시대에서나 쓸 법한 볼품없는 돌을 작대기 끝에 붙여 놓고 뭐? 마법봉? 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가문의 문양이 찍힌 장갑을 벗어 던졌다.

철썩.

“결투다! 마놈!”

* * *

얼굴에 들러붙는 가죽 재질의 장갑. 그리고 결투라고 외치는 골드우드의 목소리에 나는 내심 잘됐다고 여겼다.

‘이 변태 놈이 아까부터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영 꺼림칙했단 말이지.’

적당히 손봐주면 알아서 기겠지. 딱 관상부터가 강약약강 스타일이다.

“교수님, 이 녀석과 잠시 대화를 좀 나누고 오겠습니다. 10분만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같이 가지. 결투에는 입회인이 필수이니.”

“아,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의동 지하.

대련장이 여럿 존재했고 그중 비어있는 곳에 들어가 놈과 마주 보고 섰다.

“선공을 양보하마!”

어디서 저런 허세를 배웠는지. 쯔쯔. 어리다고 티 내는 것도 아니고.

나는 뾰로롱☆마법소녀에 등장하는 블랙 위치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했다.

대단한 건 아니고 흔한 삼점착지 자세다. 망토가 좀 펄럭일 정도로 점프를 해야 하긴 하는데, 그리 부담되는 동작은 아니다.

이 상태로 소환하면 마나 소모가 좀 줄더라고.

“무슨-”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던 놈의 말을 끊고 녀석을 불러냈다.

“두식아.”

덜그럭.

내 옆에 검은 문이 생겨났고 삽을 든 두식이가 걸어 나왔다.

내 지시로 땅을 고르느라 한참 활동해서인지 녀석의 뼈다귀에서는 하얀 김이 풀풀 올라오고 있었다.

“어, 언데드? 네놈. 네크로학파였나!”

“뭔 소리야. 두식아, 쟤 좀 적당히 두들겨 놔.”

덜걱.

큼지막한 아래 송곳니가 돌출된 하관을 열었다 닫은 두식이가 삽을 어깨에 얹은 채 골드우드에게 다가갔고.

당황하던 녀석은 재빨리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 주문을 읊었다.

“천공을 가로지르는 청백의 선이여. 쇠지붕을 할퀴는 짐승의 벼락이여. 이곳에 강림하라. 살육의 이연격!”

지팡이 끝에서 튀어나온 파란 줄기 두 개가 두식이의 뼈에 닿았고 스파크를 터트리며 폭발했다.

흩날리는 뼛조각들.

“교수님, 길어질 듯한데. 편하게 보시죠.”

해변을 구현하고 의자를 대령하자 매저드 교수는 기껍다는 듯이 웃고는 내가 건네는 빨대 꽂힌 코코넛을 받아 들었다.

“이게 데커드가 말한 그 코코넛 주스로구먼? 제자가 주는 것이니 내 사양하지 않겠네.”

그리 말하는 매저드 교수의 눈은 팔방으로 흩날리는 두식이의 뼈에 가 있었다.

“그런데 괜찮겠나?”

“예, 문제없습니다.”

돌법봉을 휘둘러 마나를 불어넣자 흩어졌던 뼈들이 두개골을 향해 뭉쳤고 두식이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일어났다.

“해골을 되살리는 실력이 훌륭해. 누구 밑에서 수학했는고?”

“따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독학?”

“그런 셈이죠.”

두식이가 다시 삽을 들고 움직이자 골드우드는 미간을 잔뜩 구기며 재차 주문을 외웠다.

“의심하는 건 아니네만, 자네 환경에서 그쪽 학문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예에, 운이 좋았죠.”

“그런가. 허긴, 재능있는 자에게 사장되어가는 학문이 이어진 건 기뻐할 일이지. 좋네, 내 아는 만큼 자네를 가르침세.”

“어…, 고맙습니다.”

근데 교수면 가르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 저리 둬도 괜찮나?”

“네, 자원은 충분한지라.”

두식이를 완전히 되살리는 데 드는 비용은 만원. 마나가 다 닳으면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열 번은 더 살릴 수 있고 그전에 골드우드가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붕괴와 복원을 반복하던 중, 마지막 만원을 두식이의 콧구멍에 넣고 합장하는 순간.

【스테이터스 상승】

【이름 : 두식】

【힘 : 15 -> 18】

【지 : 10 -> 11】

【마 : 10 -> 15】

【설명 : 두식은 자신의 뼈에 흘러든 강력한 원소 마력에 쾌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쾌감?

…그래, 네가 좋으면 됐다. 확실히 마력이 큰 폭으로 상승하긴 했네.

‘힘도 올랐고.’

전체적으로 이득인 상황.

슬슬 끝내야겠다. 뽑아둔 돈도 떨어져서 살리려면 두통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 대련에 그만한 가치는 없다.

“잠깐!”

퀭한 눈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두식을 향해 주문을 외우던 골드우드의 고개가 뻣뻣하게 움직인다.

“내가 졌다. 더는 버틸 수 없어. 너 대단하네.”

영혼 없는 멘트를 적당히 날리고 두식이를 돌려보냈다. 그러곤 마나 회복을 위해 블랙 위치 해제.

“뭐…?”

녀석은 마법봉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더니 여기서는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만. 골드우드 가문의 자제가 이 무슨 추태인가.”

“매저드 님! 하지만.”

“우선 강의실로 가세, 자네도 가르칠 게 많아 보이는구먼.”

“아! 알겠습니다.”

가르친다는 말에 얼굴이 피는 골드우드. 녀석은 펄럭이는 소매를 깔끔하게 정돈한 다음, 나를 밀치고 매저드 교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허허.”

강의는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됐다.

“최초의 마법은 불의 형상이었고 오직 인간만이 이를 다룰 수 있는 지혜를 가졌다. …이거로 기초 마법학은 끝이네.”

“예?”

이미 아는 내용인지 음미하듯 잘 듣고 있던 골드우드가 놀라 반문하자.

“골드우드 가문의 자네라면 잘 알겠지? 그 뒤의 내용은 마법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역사적 사실의 나열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야 그렇습니다만.”

“두 사람이 역사에 기반해 현상을 일으키는 고대학파는 아니잖나.”

“그렇긴 합니다만….”

“오늘 나갈 진도는 다 뺏으니 남은 시간은 사담이나 나누세. 이 인기 없는 강의를 왜 골랐는지 궁금하구먼. 안토니오 골드우드, 자네부터 말해보게.”

“교수님이라면 저를 더 나은 마법사로 만들어 주실 것 같았습니다.”

“그렇군. 자네는?”

“어떻게 하면 꿀을 빨 수 있을까.”

“무어?”

“학점 날먹과 노동력 수급을 원해서 왔습니다.”

숨길 이유가 없다.

애초에 우등생으로 졸업하겠다는 욕심이 없기에 학점 날먹은 그냥 가져다 붙인 거고 본체는 노동력 수급이다.

예전부터 마법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조금도 없다.

여기 이 두 사람. 무말랭이처럼 말라비틀어진 전형적인 마법사를 보라.

교수는 나이에 비해 허리와 무릎을 비롯한 관절이 과하게 망가진 상태고 골드우드 역시 정상적인 정신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저렇게 되기 싫다.

삼식이를 생성하려면 더 많은 마나가 필요하다. 블랙 위치를 유지하는 것으로 상승하는 마나 최대치는 매우 미미하고, 이를 대체할 방법을 모색해보니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나 축적법이 있더라.

나는 그걸 원한다.

“솔직하구먼. 학점은 자네의 노력에 달렸다는 것만 알아두게.”

“예.”

“어디 보자…. 내가…어디에…, 뒀더라? 아, 여기 있구먼. 받게.”

[네크로학파 지망생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쓴 책]

[저작자 : 데드레드스컬]

교수가 내게 건넨 건 손바닥 크기의 책이었다.

“가능하면 이 자리에서 외우고 돌려주게나.”

“데, 데드레드스컬이라면 멕시코에 언데드 웨이브를 일으킨 빌런이잖습니까!”

“웨이브라…. 40년 전이었지. 지금도 생생해.”

“헉! 그 대정화 전쟁에 참여하셨습니까?”

“물론일세. 자네들처럼 한창 혈기 왕성할 때였으니.”

데드레드스컬에 대한 이야기가 매저드 교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세월도 오래 흘렀고 세간에서 쉬쉬하니까 모르는 사람이 많네만, 데드레드스컬은 본래 선한 친구야.”

“그럴 리가요! 그는 8만 명을 죽인 악마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스컬은 자신이 부리는 해골을 사정이 어려운 국가에 노동력으로 공급할 계획이었어. 아프리카 대륙의 소국, 츠루노비아에서는 지금도 수레바퀴를 돌려 지하수를 끌어 올리고 있네. 무척 고된 일이지만, 그게 아니면 식수를 구할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여자건 아이건 손만 있으면 수레바퀴를 돌리지. 스컬은 그들을 구하고 싶어 했어.”

히어로 사회가 도래하고 과학이 발전해도. 여전히 못 사는 나라는 못 산다.

데드레드스컬은 이를 자기 능력으로 보완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음…, 노인네가 너무 옛날이야기만 했구먼. 남만혁 학생, 자네가 노동이라 해서 떠올랐을 뿐일세. 별 뜻은 없어.”

“알겠습니다, 여기.”

건네받은 책을 휘리릭 넘기고 돌려주자 교수는 놀라고 골드우드는 경멸의 눈으로 나를 쏘아봤다.

“벌써 다 읽었나?”

“예.”

칩을 통해 내 망막을 스캔할 수 있는 리쳇이 싹 기록했다. 시간 날 때 보면 되겠지.

교수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더니 책 내용 몇 가지를 물었고 나는 리쳇의 도움을 받아 글자 한 토시 틀리지 않고 답했다.

“암기력이 대단하구먼.”

“별거 아닙니다. 다들 이 정도는 하잖습니까. 그렇지 않나? 안토니오 골드우드.”

“다,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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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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