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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28화 (28/201)

<28화>

101->20->3

점수 측정을 위해 언포스를 사용하려는 순간, 시야에 새로운 창이 팝업되었다.

【뾰로롱☆마법소녀 블랙 위치, 숙련도 상승으로 인한 변이 감지】

【새로운 망자의 세계 접속 중…, 완료】

【‘세계 : 네크로폴리스’ 초회 연결 특전, ‘본 오디션 패키지’ 증정.】

【해당 패키지에만 관찰 능력 사용 불가.】

【최대 20개체 선택 가능】

【누군가의 전언 : 소문 듣고 보냅니다.】

다른 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관찰 능력 사용 불가는 아니지.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

저 끼 부리는 해골들을 진짜 직접 심사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잠시 고민한 나는 하나 보다는 셋이 낫다는 판단에 번퓨즈를 끌어들였다.

처음에는 다수의 해골에 놀라는 둘이었으나 괜찮은 애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101명의 해골을 10그룹으로 나누고 각각의 특색을 상세히 살폈다.

“나는 쟤.”

퓨즈가 하늘색에 가까운 자기 뼈를 가지고 저글링을 하는 해골을 가리킨다.

“왜?”

“재주가 많을 거 같아.”

확실히. 갈비뼈를 저렇게 유려하게 휘돌리는 걸 보면, 손재주나 운동신경은 어느 정도 확보됐을 터.

어차피 최대치인 20명을 뽑을 생각이었기에 나는 퓨즈가 가리킨 1번 그룹 3번을 체크했다.

‘일단 70점 정도로 해둘까.’

“저 해골은 특이하군.”

이번에는 번이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안광도 피우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서 정좌하는 해골을 가리킨다.

이런 소란에도 정신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수 추가, 만약 연기라 해도 가산점이다.

연기가 되는 해골? 희소성 때문에라도 캐스팅해야지.

나는 딱히 1번 그룹에선 끌리는 녀석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1-3, 1-7번만 점수를 매기고 다음 그룹으로 넘어왔다.

방금처럼 번과 퓨즈는 그룹마다 본인의 취향이나 느낌대로 해골을 골랐고, 나는 여전히 패스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19명이 골라지고 마지막 그룹에서 해골 하나가 내 눈에 띄었다.

이 해골은 모든 것이 평범했다. 두개골 크기나 신장, 뼈의 모양이나 색. 그리고 다른 해골처럼 자신의 장기를 강조하려는 행동 마저.

평범.

점수를 매긴다면 저스트 50이 찍힐 것 같은 해골.

“너.”

이제는 재미가 들린 번퓨즈가 지나쳤던 해골 중에 괜찮은 애가 없었는지 다시 돌아보던 중에 내가 처음으로 픽을 하자 놀라며 돌아본다.

“앗, 그럼 끝난 거지? 난 드라마 보러 갈래.”

퓨즈가 자기 컨테이너로 돌아가자 번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저건 너무 흔한 해골이 아닌지.”

“그래서 골랐다.”

“그렇다면야.”

번은 어깨를 으쓱하곤 자리를 떴다.

현재 고른 해골들과 계약하자 순식간에 마나의 2/3가 묵직하게 변한다.

운용할 수 있는 마나량이 줄면 불안할 줄 알았는데, 계약한 해골을 보고 있자니 되려 든든하다.

【‘관찰 능력 사용 불가’, 해제】

오.

체형도 색상도 뼈를 울리는 소리도 제각각인 해골 스물.

후우.

“까볼까.”

언포스 ON !

* * *

복권을 긁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은 꽝이다.

“잠재력 30은 너무한 거 아니냐.”

잠재력 30의 주인공은 상자 위에서 헤드스핀을 돌던 녀석이었다. 화려한 퍼포먼스가 퓨즈의 눈길을 끌었겠지.

참고로 저글러는 33이었다. 녀석들은 전형적인 빛 좋은 개살구였고. 해골 대다수가 이런 식이었다.

다만, 복권을 대량으로 사면 가끔은 당첨이 뜨기도 한다.

【이름 : 없음】

【종 : 퍼펙트 서러브레드】

【힘 : 99】

【지 : 13】

【마 : 7】

【잠 : 220】

【특성 : 달리기(S)】

【설명 : 덱스 평야의 괴짜. 자신을 잡기 위해 애쓰는 이족보행 생명체를 놀리는 것이 취미.】

내가 알기로 서러브레드는 오직 경주를 위해 개량된 품종이다. 그 앞에 퍼펙트까지 붙었으니…, 설명에서처럼 속도를 기대해볼 만하다.

【이름 : 백무군】

【종 : 인간】

【힘 : 33】

【지 : 30】

【기 : 55】

【잠 : 175】

【특성 : 지백신공(A), 지백월보(B), 지백검법(B)】

【설명 : 본인이 무림을 정복한 백교의 교주였다고 주장.】

명상한다고 퓨즈가 뽑았던 그 해골이다.

무림이라 하면 중국의 판타지 같은 거 아닌가. 그게 진짜인 세계도 있었던 걸까. 아무튼 한 단체를 정복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무력은 갖췄을 것이다.

‘삼식이에 비하면 잠재력이 많이 처지지만, 저거라도 어디야.’

사실 계약한 이상,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긴 하다.

【이름 : 이고강】

【종 : 인간】

【힘 : 19】

【지 : 1】

【마 : 19】

【잠 : 190】

【특성 : 이계전생(EX)】

【설명 : 이세계로 전생한 고등학생. 마왕토벌 후 공주에게 배신당해 죽은 용사.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

내가 마지막에 고른 평범한 해골의 정체는 놀랍게도 한국인인 듯했다. 지능이 1인 것 외에는 쓸만한 스텟.

설명을 보면 배신과 죽음 때문에 멘탈이 터진 모양.

‘잘됐네.’

같잖게 힘자랑하는 것보다야 적당히 정신이 나가 있는 게 다루기 편하다. 뭐, 정 안되면 빡세게 굴리면 되고.

“사식아.”

해골 말에 이름을 붙이자 녀석은 뼈로 이루어진 발굽으로 바닥을 박차며 화들짝 놀란다.

설마 지금 자신을 부른 거냐는 의사가 전해져왔고.

“맞어. 너야.”

녀석의 슬픈 울부짖음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백무군? 너는 오식이다.”

슬그머니 피어나는 하얀 안광. 한쪽만 큰 것이 의문을 제기하는 듯했으나 나는 그에 반응하지 않고 이고강에게 이름을 붙였다.

“넌 육식.”

육식은 이쪽을 바라보는 낌새조차 없이 두개골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내 말에 긍정했다기보다 이렇게 하라고 교육을 받아 행하는 느낌.

남은 해골은 17명.

이걸 어쩌나 궁리하다 전부 두식이에게 줬다.

덜걱?

“네 부하다.”

기쁜 감정을 자기 부족의 춤으로 표출한 두식이가 내게 고개를 조아리며 송곳니를 닦았다.

저 나름의 최고 인사라나.

“응? 이름을 지어달라고?”

덜걱.

부족의 이름을 정해달라는 두식이의 의사에 나는 큰 고민 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입에 담았다.

“블랙 팽.”

녀석의 상징을 따서 지었다. 이를 알아챈 두식이가 흐물거리는 안광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괜히 머쓱해져서 훈련 잘 시키라는 말을 남기고 컨테이너로 들어왔다.

TV 보는 일식이.

“편하냐?”

소파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꼰 채 리모컨을 쥔 녀석에게 한마디 하자 빠릿하게 일어나 소파를 정돈하더니 나를 이끌어 소파에 앉힌다.

그러고는.

달각!

데워놨단다.

접대용 멘트에 픽 웃은 나는 데리고 들어온 신참들을 소개했다.

“백호랑 사식이 중에 누가 더 타기 좋냐?”

크헝?

컨테이너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백호가 벌떡 일어나 간절한 눈으로 일식이를 바라본다.

사식이도 이게 중요한 분기라는 것을 아는지 등에 초면에다 이족보행인 일식이가 올라탐에도 불쾌한 기분을 전해올 뿐, 거절하지는 않았다.

머리를 끄덕인 일식이가 한쪽을 가리킨다. 그 끝에는….

크헝!

앞발로 예쓰 포즈를 취하는 백호.

“알았다. 그럼 앞으로 사식이는 내가 타고 다닐게.”

이때 일식이의 사고가 빠르게 하나의 문제를 제기했다.

계약자가 백호를 안 탐→택시비 못 받음→마나만 먹고 살아야 함→귀부인 해골 못 만남→평생 솔로.

달각!

간절하게 내 옷에 매달리는 일식. 나는 녀석의 사고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실시간으로 지켜봤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했다.

“오식이와 육식이. 네가 맡아서 가르쳐.”

달각?

“오식이는 꼰대고 육식이는 정신병자다.”

안광을 가늘게 좁히는 일식이. 저건 얼마를 받아야 할지 가늠 중일 때 나오는 습관이다.

“하루에 5천 원.”

그렇게 많이?

오, 이제는 직관적으로 일식이의 의사가 느껴진다. 이것도 블랙 위치의 숙련도 상승 덕인가.

내 지갑 사정만 아는 일식이는 의심과 기대를 담아 나를 바라봤고 나는 인출해 둔 천 원짜리 돈다발을 눈앞에 흔들었다.

일식이의 안광이 지폐를 따라 좌우로 움직인다.

“그런데 일식아. 너도 엄연히 백호의 오너 중 한 명이잖아. 간식은 챙겨주냐?”

크릉….

고개를 숙이는 호식 콤비. 얼핏, 백호가 일식이를 노려보는 듯했으나 둘이 눈이 마주치자 급히 고개를 돌린다.

영역싸움에서 진 고양이답게 알아서 쭈그러지는 백호의 모습이 안쓰러워 내가 3천 원을 녀석의 꼬리에 말아주자.

뒷발로 벌떡 일어서더니.

쿵쿵쿵.

제자리에서 뛰며 나름의 애교를 부린다. 그때마다 털이 날려 내 집이 더러워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으나 일단 참았다.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앉아. 일식아. 형 돈 빼면 시체야. 이거 보여?”

보인다.

“너 하기에 따라 다 네 계좌로 들어갈 수도 있는 돈이야.”

얼마 전에 일식이 계좌를 따로 하나 팠다. 물론 내 명의로.

일식이에게 일 1만 원 이체 한도 체크카드를 주고 사용하게 하고 있다.

뭐든 하겠다!

“그래, 잘 가르쳐봐. 이건 선금.”

다섯 장을 녀석의 손에 쥐여주자 녀석은 내 컨테이너 뒤로 달려가 간이 ATM기에 돈을 입금했다.

그러곤 만족스러운 안광을 비추며 돌아와선 꾸벅, 고개를 숙이는 일식이.

앞으로도 잘하겠다.

“오냐.”

모두가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 * *

다음 날 오전. 수군대는 교실.

“야, 남만혁.”

도수정이 트레이시 그웬을 대동하고 내게 와 뾰족한 눈으로 노려본다.

“왜 또.”

“교실에 언데드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해!”

생전에 홀로 평야를 뛰어다녔던 사식이는 죽은 뒤론 외로운 게 싫어졌다고 내게 고백했다.

진실된 감정이 전해져와서 도저히 녀석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됐다.

“우리 사식이는 조용하잖아. 입마개도 잘했고.”

그냥 오다가 나뭇잎 튼튼한 거 주워서 말아다 입에 붙였다. 누구 물고 싶으면 나부터 물라고 명령해뒀으니 괜찮을 것이다.

“공간을 너무 차지하잖아! 블리딩블러드 밀려난 거 안 보여?”

창문과 사식이의 엉덩이뼈 사이에 끼어있는 블리딩블러드. 무어라 말하지만, 발음이 이상해 잘 들리지 않는다.

“본인은 괜찮다잖아.”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언제!”

“살려달라는데?”

트레이시가 도수정의 편을 든다. 녀석의 입가에 빵부스러기가 묻어 있다. 이 자식. 매수됐구나.

“후, 알았다. 네 투정을 받아주마. 다음 달부터는 안 데려오는 거로 하지.”

“이제야 말귀를, …다음 달? 당장 돌려보내!”

드륵.

“앉으세요.”

데커드 교수가 들어오자 말을 알아들은 사식이가 블러드블리딩을 밀치고 있던 엉덩이를 치우고 교실 뒤편으로 가 조신하게 앉는다.

“처음부터 그러지.”

도수정이 씩씩대며 돌아가자 트레이시가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조용히 한마디 던진다.

“애들이 너한테 직접적으로 말 못 하니까 수정이한테 하소연하더라고.”

그랬나.

하소연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블러드블리딩이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으나 무시했다.

“오늘은 공지가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복귀하신 건 다들 아시죠?”

네~

“교장 선생님께서 일주일간 특별 강의를 열기로 하셨어요.”

와!

격하게 반기는 아이들과는 달리 나는 얼굴을 구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아니. 그 영감탱이가 왜? 자신과 국가를 위해 좀 더 바쁘게 살 것이지.

이렇게 된 이상, 필살기를 쓴다.

“교수님, 제가 사실 전염병에 걸린 듯해서 격리 조치가 필요-”

“참, 교장 선생님께서 남만혁 학생은 꼭 강의에 참여시키라고 엄포를 놓으셨습니다. 전염병이요? 그레이트 힐러를 모셔 와야겠군요. 고용비는 반씩 부담하게 될 겁니다.”

질병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스페셜리스트. 현재 살아 있는 그레이트 힐러는 미국에 셋, 인도에 한 명이 전부다.

그런 이의 고용비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고, 그 이전에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아니다.

그럼 교장이 그들 중 하나를 섭외해놨다는 건데…. 나를 어떻게든 강의에 박아넣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썩을.

이건 방법이 없다.

“…제 착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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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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