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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67화 (67/201)

<67화>

2학기 오후 강의

이전 시대가 마법사들이 주류였다면, 현대는 명백히 각성자의 시대다.

과거. 마법과 특성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절. 각성자가 대세를 점하게 된 계기는 자연의 법칙과도 같았다.

마법의 발전보다 새로운 능력을 지닌 각성자가 태어나는 것이 압도적으로 빨랐던 것.

고속으로 진화해가는 인류는 편하고 직관적인 특성이 있었기에 굳이 복잡하고 권위적인 학문인 마법에 접근하지 않았다.

과거에 그들이 이뤄 놓은 업적들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그에 걸맞는 대우와 존중을 표할 뿐.

‘37개의 마법 학파에 대하여’ 강의도 그 연장선상이다. 마법사는 히어로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않는다.

애초에 마법을 배우는 이들도 적을뿐더러 조금만 재능을 보여도 마탑에서 데려가기 위해 악을 쓰기 때문.

매저드도 언젠가 농담처럼 말하길 노후를 위해 이곳에 온 거지 정식 마법사를 가르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단다.

그를 삼고초려 하여 영입한 교감도 마법사를 상대하는 방법 정도만 강의해 달라고 했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몰라도 매저드 교수에게 있어 안토니오 골드우드의 존재는 꽤 기꺼웠을 것이다.

또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강의를 신청한 저 트레이시 그웬도, 그 못지않게 기특했겠지.

“교수님, 투명한 속성도 있나요? 혹시 백 년 만에 한 명 나온다는 희귀한 속성이라든가…?”

아니다. 투명은 그냥 재능이 없다는 소리다. 어떤 속성도 트레이시와 어울리기 싫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매저드 교수는 기대하는 학생의 면전에 ‘너는 재능이 없다.’라고는 말하지 못할 인물이었기에 내가 대신 말하고자 앞으로 나섰으나.

“대단한 속성이구나.”

“예?”

“스승님?”

“정말요?”

고개를 끄덕이는 매저드. 그의 옆에서 있던 안토니오가 주둥이를 열려 하기에 내가 놈의 오금을 살짝 걷어차며 뒤로 당겼다.

눈짓으로 주둥이 닫으라는 신호를 준 뒤 이어지는 매저드의 의외의 말을 경청했다.

“일반적으로 스피어에 아무런 색이 드러나지 않으면 평생 수련해도 마법사가 될 수 없다는 게 상식일세. 기껏해야 약사 정도겠지.”

“아….”

“하지만 이 스피어를 잘 들여다보게나. 자네들도 가까이 오게. 희귀한 경우이니 기억해두게.”

나와 안토니오는 동시에 고개를 기울였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아무리 봐도 모자란 제자의 눈에는 무색입니다.”

“허허. 눈으로는 그럴 수 있네. 자네들의 영역에 이 스피어를 넣어보겠나?”

내가 먼저 영역을 펼칠 것처럼 자세를 잡자 안토니오가 잽싸게 영역을 전개한다.

파즈즈….

녀석의 영역은 진청색의 구체였다. 특이하게도 외곽선이 불규칙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는데, 아마 저게 내 포이즌처럼 안토니오의 특징 같은 거겠지.

“허허, 못 본 사이 영역이 많이 안정화되었구나.”

“다 스승님의 가르침 덕입니다. 아! 말씀대로 스피어 안에서 마나가 느껴집니다.”

그러고는 놀란 듯이 트레이시를 바라보는 안토니오.

“자네도 해보게.”

나도 기본 정육면체의 영역을 구현해 스피어를 살피자 과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

‘서늘해.’

“스승님. 저도 알려주세요! 얘들이 지금 뭘 하는 건가요?”

매저드는 인자하게 웃으며 마법의 기초부터 영역 전개에 이르기까지의 설명을 이어 나갔고 그사이에 나와 안토니오는 현재 스피어 속 속성이 무엇인지 맞히는 과제를 받았다.

“온도 같지 않아?”

“하! 멍청한 놈. 그렇게 단순하면 스승님께서 맞추라고 하지도 않으셨을 거다.”

이건 왜 또 시비야.

“오, 그래? 너는 뭐라고 생각하는데.”

“당연히 냉기 속성이다!”

자신만만하게 지껄이는 안토니오. 나는 저 무식한 놈이랑 대화하길 그만뒀다.

‘냉기였으면 처음부터 스피어에 색깔이 비쳤겠지.’

비가시성이라는 점에서 적외선과 자외선이 떠올랐으나 거기까지였다.

“알겠는가?”

어느새 매저드가 우리 뒤에서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서 있었다.

“냉기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적외선일세. 엄밀히는 장파장 적외선일듯하네. 마법의 시대엔 절대 알 수 없었던 속성이지.”

‘장파장 적외선?’

-열 영상을 찍거나 초음속 미사일 탐지할 때 사용하는 파장. 원리는 공기 마찰에서 일어나는 열을 감지하는 것.

리쳇의 부연 설명을 듣고 나서야 뭔지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의 속성 역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특성과 같이 무한에 수렴하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네.”

매저드 교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레딕스 마탑이라는 곳이 있네. 위치와 위저드를 상당수 배출해낸 명문 마탑일세.”

“스승님. 불민한 제자는 처음 듣는 마탑입니다.”

“음, 레딕스 마탑은 과학기술과 마법을 융합하는 것으로 유명하네. 그래서 자네에게 맞는 마법도 몇 개 알고 있지.”

“와!”

“적외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마법사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 대단한 마법은 개발되지 않았네만, 그래도 배워보겠나?”

“부탁드려요!”

트레이시 그웬이 저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할 때는 특성이 반응해서다.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가끔 저 특성에는 인과를 초월하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거 같아서 살짝 의뭉스럽다.

‘트레이시도 특성을 인격체 대하듯이 하고. 기회가 되면 자세히 물어봐야겠어.’

“모처럼이니 자네들도 속성을 확인해보게.”

“저야 뻔하죠.”

나는 음차원 마나를 다룬다. 당연히 음차원 속성이겠지.

“저도 괜찮습니다. 스승님.”

안토니오도 핏줄을 타고났으니까, 소환 속성이 확실하고.

“허허, 깨달음 후에 다수의 속성을 다루게 된 마법사도 있다네. 자네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겠나.”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제자가 먼저…악!”

스피어에 손을 대려는 안토니오의 발을 걸어 뒤로 넘어트리고 내 속성을 확인했다.

스피어 속 중앙에 검은 구름이 뭉쳐지더니 각각 다른 색의 별 두 개가 구름 위로 떠 오른다.

탁한 은색과 녹색.

‘녹색? 아.’

구름은 음차원, 녹색은 포이즌 속성. 은색은 아마 언데드가 아닐까.

은색 별이 좀 더 큰 거 보면 저쪽이 숙련도가 높다는 거겠고.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일찍 다룬 것도 있지만 재들은 상시 소환 중이니까.

“으, 너 이 자식!”

안토니오가 보면 또 입에 거품 물 게 뻔했기에 얼른 스피어 하단의 초기화 버튼을 누르고 뒤로 물러났다.

“비켜!”

녀석은 스피어 안을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번갯불이 전부였음에도 크게 웃으며 나를 돌아본다.

“어떠냐. 너보다 크지?”

“이야, 대단하네. 역시 너는 천재구나?”

“…지금 놀리는 거냐.”

아니 칭찬을 해줘도 난리야.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트레이시가 고개를 돌려 큭큭 댔고 늘 중립을 유지해온 매저드 교수도 입가가 흔들렸다.

“자, 그만하면 준비는 된 셈이니 다들 앉게나. 오늘은 레딕스 학파의 열 감지 마법을 주제로 강의하겠네. 폭발과 신속의 마녀를 보조하던 어느 연구원이 고안해낸 이 마법은—”

* * *

수식으로 빼곡한 정면의 홀로 보드를 지운 매저드는 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확인하곤 귀여운 세 제자가 기뻐서 자지러질 과제를 내어주기로 했다.

“안토니오, 내일까지 삼중 영창 연습을 해 오게.”

“스, 스승님?”

“성공하라는 말은 아닐세. 하지만 자네라면 할 수 있어. 트레이시?”

“네, 스승님.”

트레이시는 활짝 웃었다. 오늘 처음 강의를 들은 자기에게 불합리한 과제를 낼 리가 없다는 확신이 어린 그런 미소였다. 이에 매저드도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방금 내가 지운 수식을 내일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홀로 보드에 써 놓게.”

“예?”

잠시 인지부조화가 온 트레이시가 반문했으나 매저드는 친절하게 똑같이 답하는 것으로 제자의 귀가 멀쩡하다는 것을 알리곤 남만혁을 바라봤다.

“만혁. 자네는 현재 마나량이 어떻게 되나? 마나그램으로 말해보게.”

“5천 정도 됩니다.”

남만혁의 총 마나는 7천이었으나 언데드 유지에 2천 정도 사용 중이라 줄여 말했다.

“다루는 언데드가 스물이니 최대치는 7천이겠구먼?”

“…예.”

“안토니오, 자네는?”

“7천? 풉. 저는 6만이 조금 넘습니다. 스승님.”

생각보다 큰 격차에 내심 놀라는 남만혁.

‘버려져도 태생이 마법 가문이다. 이건가.’

“훌륭하구먼. 만혁, 자네라면 내가 무슨 과제를 낼지 알아챘겠지?”

“8천까지 힘내보겠습니다.”

“무슨 소린가. 나는 자네를 그렇게 과소평가하지 않네. 내일까지 1만. 만들어오게.”

“예?”

“1만일세.”

남만혁은 매저드가 또 스컬러를 익힐 때처럼 달성 불가능한 과제를 던져주고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테크닉 티칭을 한다고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고 매저드가 그랬듯. 마나량 만큼은 꾸준하게 명상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루 만에 3천을 늘린다?

‘영약을 먹는 게 아닌 이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옙.”

매저드가 먼저 강의실을 나가자 세 사람도 이내 다음 수업을 위해 흩어졌다.

* * *

파이브 파이트 리그는 대인전을 위한 강의다. 가상 세계에서 진행되는 만큼 최대한 실전과 유사하게 판이 짜여 있다. 그 덕에 서히아 출신 학생들은 히어로가 된 후 첫 작전에서 생존율이 매우 높다.

“앉아라.”

이런 젖과 꿀이 흐르는 강의를 맡은 것은 현장에서 전 히어로 협회장 이상으로 이름을 날렸던 프로스트 교수였다.

엘리트를 전담하는 교수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지금처럼 신설된 강의는 잘 맡으려 하지 않는다.

도전을 멈춘 늙은이들이 그렇듯. 명예가 실추될 확률이 높은 행동은 아예 삼가는 것이다.

“자, 지금부터 팀을 짠다. A반이랑 F반은 5명씩 되지?”

돌아보니 A반과 F반은 딱 5명씩 신청했다. 나머지 네 반 합치면 10명이고.

저 앞자리에 앉은 금발청안의 소녀, 퀸이 이쪽을 돌아본다. 눈이 마주치길래 흐흐 웃었더니 홱 돌린다.

야, 정 없게. 인사 정도는 받아주지.

“예.”

“오늘은 반별로 팀을 짠다. 사람이 부족하면 다른 반이랑 합쳐라.”

잠깐 강의실이 어수선해진 뒤, 네 개의 팀이 나왔다.

이후 프로스트 교수는 파이브 파이트 리그 강의가 추구하는 바를 말하고는 바로 가상 세계로 로그인할 것을 지시했다.

“전원 들어왔나?”

구현계와 간섭계의 정점에 있는 각성자들이 모여 완성한 이 서히아 전용 메타버스는 시야 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터페이스만 없다면 현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리얼했다.

“F반, 이상 없습니다.”

부반장인 소구경이 답하자 다른 반에서도 비슷한 답이 나왔다.

“좋다. 내 강의를 들어본 녀석은 알겠지만, 나는 긴 설명을 즐기지 않네. 우선 몸으로 겪어본 뒤 궁금한 점을 듣도록 하지.”

그러고는 허공을 터치하자 월드컵 조 추첨하듯, 각 반이 쓰인 네 개의 공이 원통 안을 구르다 밖으로 튀어나왔다.

[A팀 vs F팀]

[BC팀 vs DE팀]

“상대 진영에 있는 목표물을 탈취 또는 구출하면 된다. 서로가 상대의 빌런인 셈이지. 이해 안 되는 학생?”

단순한 규칙. 명확한 목표. 다행히 손을 드는 멍청이는 여기에 없었다.

“A팀과 F팀 먼저 준비하도록. 10분 뒤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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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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