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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70화 (70/201)

<70화>

파이브 파이트 리그 (3)

“모태솔로!”

저런 유치하고 원색적인 도발이 내게 통할 거라 생각하는 사고 자체가 모욕적이었다.

츠즉.

나는 아군 통신을 키고 저들이 들을 수 있도록 대놓고 큰 소리로 말했다.

“윗길 조. 달려. A팀 여기에 다 있다.”

방금 트래퍼가 플라주를 포획했으니 지금 앞에 있는 애들이 전부다.

-진짜? 조금만 버텨!

통신기 너머로 곽재우와 소구경의 목소리도 들린다. 서로를 눈짓하며 초조해하는 아이들.

“변수를 도모하는 도발은 이렇게 해야지. 그리고 만약 너희와 내가 철천지원수여도 그런 장난이 먹힐까?”

전원이 침묵하기에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입을 열었다.

“선택해. 돌아가서 너희 유물을 지키던가. 아니면, 나를 죽이고 유물을 빼앗든가.”

케롤라인과 자칼이 스위프트를 돌아본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내 결정을 내린 듯 자연체로 변하며 뒤로 물러났다.

유물을 지키러 갈 생각인가. 뭐,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금방 돌아올—”

“아니요. 스위프트. 지금은 정면 돌파할 때예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때에 퀸만이 미동도 없이 나를 노려본다.

“그레이스?”

놀란 케롤라인이 그녀를 불렀으나 퀸은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작전이 있나?”

“그런 건…, 없어요. 하지만 만혁을 적으로 상정했을 때. 그에게 시간을 줘선 안 된다는 건 확실해요.”

정답이다.

지금 트랩퍼가 내게 오는 중이다. 저들이 후퇴한다는 선택지를 고르면, 나는 즉시 도망쳐 유물을 그에게 넘겨 함정 속에 파묻으라고 할 셈이었다.

필드가 생각보다 넓으니 탐색에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터.

“똑똑하네.”

퀸의 주장이 옳은 이유는, 내 품의 이 유물을 인질로 대체해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빌런은 현재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에 인질을 숨기려는 것이다.

고로, 퀸의 판단이 옳다. 지금 나를 놓치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거든.

짝짝짝.

내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 박수를 치자 미간을 좁히는 퀸.

“역시 나를 아는 건 퀸뿐이라니까. 데이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다음 데이트. 언제 할래?”

“…네?”

“국대가 되겠다는 각오로 훈련 중인 내 동생의 악력기가 싫다니, 이번에는 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하고 싶어서.”

“무, 무슨! 저는 분명 좋다고 했어요. 케롤라인도 프로스트 교수님의 조언을 들어서!”

“그레이스 멜론. 남 교수에게 말리지 마라. 시간을 끌려는 거다.”

스위프트의 만류에 열을 내려던 퀸이 입술을 질끈 물고는 공중으로 몸을 띄웠고 스위프트의 바람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하늘로 쏘아진다.

쟤들 연계가 괜찮네. 다이브에 필요한 준비시간이 상당히 줄어들겠어.

직후, 칼날이 달린 쇠구슬을 풀어 조작하는 스위프트와 동물로 변하는 자칼, 파도를 불러낸 케롤라인 칠링.

위협적이긴 하다. 그러나 네크로 마탑에서 익힌 마법을 쓰면 저들 전원 1분 내로 정리할 수 있다.

당장 포이즌 영역만 독하게 마음먹고 구현하면 마법적 지식이 거의 없는 이들은 뭐에 당했는지도 모르고 죽는다.

그러나. 가능하면 내 마법적 능력은 다크 넥서스의 활동을 위해 자제할 생각이다. 부캐랑 능력이 겹치면 안 되니까.

하여, 컨테이너에서 내 마나만 축내고 있던 녀석들을 불러왔다.

“샤랄리 랄라.”

주문을 읊자 검은 구멍들이 내 좌우로 열렸고 언데드 클럽 구성원 전원이 걸어 나왔다.

덜걱, 돌곡, 들극, 히힝!

히힝?

“어, 사식아. 네가 웬일이냐.”

내 볼에 자기 머리를 비비는 해골 말, 사식. 잘못 나온 녀석을 돌려보내려다 슬퍼하는 사념이 느껴져 그냥 등에 올라탔다.

짬짬이 승마 연습을 한 보람이 있는지 멋들어지게 탑승하는 데 성공하고 아래를 살피자 긴장한 기색의 A팀이 보였다. 낄낄 웃고는 흔한 악당의 대사를 날렸다.

“얘들아, 쳐라!”

그러고는 사식이의 머리를 돌려 터널 안쪽으로 향했다. 가능하면 그대로 트래퍼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으나.

크릉!

언데드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질주한 자칼이 사식이의 엉덩이뼈를 물고 늘어진다.

“자칼, 빨리 놔.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크르릉!

“난 경고했다.”

날뛰던 사식이가 쾌속의 뒷발질로 자칼을 걷어찼고 녀석은 깨갱거리며 한참이나 뒤로 굴러 일식이의 다리에 부딪힌다.

이에 반사적으로 일식이 자칼을 공격했으나 스컬러가 발동하지 않았기에 이전처럼 단숨에 자칼을 베어내진 못했다.

“자칼! 일식 님은 강한 공격을 받으면 강해져요!”

마운틴 짐에서 종종 일식과 대련을 하던 퀸이었기에 특성을 알고 있겠지.

하지만 자칼의 공격수단은 전부 한 방이 강한 것 위주였기에 해결책은 아니었다.

“일식아, 화이팅!”

달각!

장기전으로 가면 언데드인 일식이 무조건 유리하다. 저쪽은 무난하게 이기겠어.

두 사람의 전장에서 눈을 돌려 옆을 보자 스위프트와 삼식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돌곡~

“큭!”

내 마나를 끌어다 써서 그런지 삼식이 날리는 매직 미사일에는 옅은 독기가 어려 자연체에 조금이나마 타격을 줄 수 있다.

매직 미사일로 이루어진 화망을 무시하고 내게 접근하려던 스위프트는 미사일에 닿은 부위가 삭는 것을 보곤 놀라며 쇠구슬로 방어막을 만든다.

간간이 반격을 가하지만, 이는 삼식이 앞을 듬직하게 지키는 두식이와 블랙 팽에 의해 철저히 차단당했다.

“케롤라인은…, 오. 고강이 성능 확실하구만.”

이고강은 케롤라인 칠링을 그야말로 농락하는 중이었다. 파도를 구현하면 초신속으로 돌아가 꿀밤을 놓고 빠진다. 그걸 몇 번 반복하자 케롤라인이 울먹이며.

“저리 가, 저리 가아아!”

고통도 고통이지만, 아마 언데드를 무서워하는 쪽의 인간이 아닐까 싶다.

이제 남은 건 두 사람. 하늘 어딘가를 비행 중일 퀸과 터널 입구 부근에서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는 백무군.

자칼과 케롤라인을 무력화될 무렵. 백무군이 허리춤에 메인 두 자루의 도 중 하나를 움켜쥔다.

이윽고 하늘에서 공기층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바람이 불어닥쳤고 백무군이 발도 모션에 들어가는 찰나.

빠각.

정확히 두개골만 가루로 화해 허공에 흩날렸다. 이내 바스러지는 몸통. 곧 상태창에 백무군 소환 불가라는 알림이 뜬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터널 안쪽으로 불어닥친 흙먼지가 걷혔음에도 앞엔 아무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다이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크레이터도 보이지 않는다.

‘잣됨의 기운이 물씬 나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삼식이가 내 마나 대부분을 소모해 스위프트를 궁지에 몰아넣었을 때쯤. 다시 한번 하늘에서 예의 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이고강이 하늘에서의 공격을 알아차리고 초신속으로 회피해 30m 이상 떨어진 장소에 나타났으나 지상으로 내려온 금빛 줄기가 수직으로 꺾여 이고강을 추적, 관통하는 광경.

이고강 역시 마찬가지로 24시간 동안 소환이 불가하다는 메시지가 떠올랐고 나는 직감이 맞음을 확신하며 사식이를 재촉해 터널 안쪽으로 달렸다.

“누가 괴물 아니랄까봐.”

유니버스 다이브처럼 고고도에서 지면에 접근. 대지에 닿으려는 순간, 퀸의 주변이 구겨지듯 일그러졌고 이후 방향을 전환해 쏘아져 나갔다.

‘내구랑 부유를 잘 이용한 거 같긴 한데.’

회귀 전에도 못 본 형태의 공격 방식이라 당황스럽다. 한편으론 내가 퀸의 인생에 일찍 개입한 덕에 생긴 기술인 거 같아 약간 뿌듯하기도 하고.

다시 부상하는 퀸. 시야에 삼식과 두식이 담긴다. 둘 다 끝장낼 생각인가.

그동안 나는 사식이 덕에 터널 절반까지 올 수 있었고 저편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금빛 줄기가 희미하게 보이자 즉시 언데드 전원을 돌려보냈다.

시야 한쪽에 있는 지도로 아군의 위치를 확인하니 상대 진영에 거의 도착한 상황.

‘3분 정도만 더 버티면 되겠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뒤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이 바람이 스위프트가 퀸의 가속 특성을 보조하기 위해 쏜 거라는 걸 알기에 급히 몸을 낮췄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퀸의 주먹.

반대쪽 터널 입구 부근에서 부유한 채 나를 노려보는 녀석. 뒤는 스위프트, 정면은 퀸.

“사식아.”

그그극.

뜻을 알아차린 사식이가 투레질하며 바닥을 발로 긁는다. 잠시간의 정적. 그리고 누가 신호를 주지도 않았는데 셋이 동시에 움직였다.

둘 중 하나를 통과해야 한다면, 이런 좁은 공간에서는 퀸이 낫다.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쇠구슬을 비롯해 방향 전환이 자유로운 스위프트가 공간 장악력은 압도적이다.

반면 퀸은 단순한 직선적인 움직임. 물론 그것도 방금 수직 이동으로 어느 정도 커버한 듯하지만…, 그래봤자 한 줄이 두 줄이 된 것 정도라 감수할만하다.

내 의지를 읽은 사식의 안광이 세로로 길쭉하게 변하더니 지금까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

입을 앙다문 퀸의 진중한 표정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녀가 쇄도했고 내 목이 우악스런 손에 잡히려는 찰나 사식이가 기가 막힌 횡 걸음으로 회피.

터널 입구로 나온 내가 한숨을 돌리며 뒤를 돌아보자 퀸과 스위프트가 나란히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어우, 무서워. 야, 인상 좀 풀어. 그러다 사람 치겠다.”

주택가 쪽으로 말머리를 돌리자 두 사람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작정하고 숨으면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아는 거지. 자기네들 진영에 누가 침입했다는 알림도 떴을 테고.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

두 사람이 터널 입구로 나오려는 때 트래퍼가 설치하고 간 함정을 발동시켰다. 좌우로 당겨져 있던 나무판이 정확하게 그들의 안면을 가격했다.

빠아악.

찰진 타격음이 터널을 울린다. 충격은 언제나 속도에 비례한다. 거기다 트래퍼의 솜씨도 만만찮아 장대가 부서지지도 않았다.

그대로 터널 안쪽으로 튕겨 나가는 퀸과 스위프트. 그 사이 주택가로 들어온 나는 대기하던 트래퍼에게 유물을 넘겼다.

이후 터널 위쪽 언덕으로 숨어드는 트래퍼를 뒤로하고 가까운 가정집 안에 들어왔다.

“끝났으니 마나나 좀 채워둘까.”

명상에 잠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바람이 불어닥쳤고 창문과 지붕이 뜯겨 나가는 소리에 눈을 떴다.

“남만혁!”

고개를 들자 얼굴에 나무판 모양대로 붉은 자국이 남은 퀸과 눈이 마주쳤다.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퀸이 깍지 낀 손으로 내 후두부를 가격하려는데.

-A팀의 유물 파괴!

-F팀 승리!

경기 종료가 선언되자 즉각 가상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저 앞에 앉은 퀸이 분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스위프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고 케롤라인과 자칼은 아예 내 옆에 와서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냐며 욕한다.

그 와중에 플라주는 트래퍼와 나름의 교감이 있었는지 서로 묘한 시선을 교환하고 내 옆으로 나란히 앉은 F반 애들은 서로 칭찬하며 자축했다.

이러한 광경을 흥미롭게 주시하던 프로스트 교수가 교탁을 두드리며 이목을 모으고는.

“그래, 꼴사납게 죽어본 소감은 어떤가?”

팩폭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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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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