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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123화 (123/201)

<123화>

악마 학파의 마법서

[소민 : 아가는 잘 지내고 있어. 특히 마리랑 이야기를 많이 해. 나라의 인형 놀이도 좋아하고. 근데 네 아기 아닌 거 정말 맞지? 그리고 이름은 언제 정할 거야.]

[나 : 좀 기다려 봐. 걔 누나랑 같이 정할 예정이니까. 그리고 내 애 아니래도.]

이 누나는 이제 18살인 사람한테 뭐라는 거야.

[소민 : 하긴, 너한테 이렇게 예쁜 아가가 나올 리 없지.]

심계 출신이다 보니 이국적인 외모이긴 하다.

[나 : 내가 안 꾸며서 그렇지 꾸미면 비슷해.]

[소민 : 공부 중이니까 톡 그만 해.]

…가끔. 소중한 누나라도 딱밤 정도는 때리고 싶을 때가 있다.

“리쳇, 진영웅은 요즘 어때?”

진영웅을 고용한 지 벌써 2주가 흘렀다. 처음에는 넥서스 선원으로 받을까 싶었으나 밀키 마이닝을 물리적으로 압박하는 놈들이 늘고 있대서 일단 그쪽으로 보냈다.

보안팀장이라는 명찰을 달아줬는데, 서열상 리쳇 바로 아래라 사실상 그룹 전체의 보안을 책임지는 사장인 셈이다.

본인이 말하길, 마운(馬雲)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어 지구 어디라도 신속하게 도달할 수 있단다.

그래서 리쳇이 파견 명령을 내리면 즉시 움직인다는 조건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해줬더니 격하게 감동하더라. 은인을 평생 모시겠다며 무슨 선계식 맹세 같은 걸 하기에 표정 관리하느라 힘들었다.

나중에 서미려와 차를 마실 기회가 있어 들어보니 영업사원 때 출산 날에 같이 못 있을 정도로 회사에서 일을 시켰었단다.

그 회사는 리쳇이 조용히 처리했다. 대가리들이 아주 쓰레기더라고.

-이제 쓸만해. 여전히 사람은 못 죽이지만.

불살주의.

이건 은인인 내가 명령해도 어쩔 수 없단다. 해서 나도 딱히 강요하지 않았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저게 깨어졌을 때, 강동이 날아간 걸 기억하니까.

딩~동~댕~동~

오후 강의 시간이다. 아, 오늘도 오전은 중국의 히어로 아카데미에 들렀었다.

내 무술 스승 금이현처럼 무복을 입은 학생들과 한 판 붙었고, 교감이 웃는 낯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최근 2주는 대게 이런 식으로 흘러왔다.

드륵.

“어서 오게.”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매저드 교수와 애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첫 주에 말한 대로 오늘은 자네들의 마나량을 측정하겠네.”

마나그램을 측정하는 구슬을 각자의 책상 위에 올려두는 매저드 교수. 내 왼쪽에 자리한 안토니오가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본다. 저거 또 혼자 라이벌 의식 불태우네.

나의 경우 마나 소모와 축적 사이클을 삼식이를 통해 효율을 어마어마하게 증폭시키고 있기에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하다.

마법 가문에서 태어나 온갖 영양제를 먹으면서 자란 안토니오 골드우드의 마나량은 이미 1학년 때 넘어섰었다.

“기가라이트닝, 1만2천. 훌륭하구먼.”

“예쓰! 감사합니다. 스승님!”

“안나벨. 자네 차례일세.”

“넵. 이이익!”

현세의 물건에 간섭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유령이라 그런지 안나벨의 마나량은 기가라이트닝의 1할 수준이었다.

시무룩해 하는 그녀의 머리를 아무렇지 않게 쓰다듬은 매저드가 허허로운 웃음을 짓는다.

“괜찮네. 자네의 능력은 마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 그 정도만 되어도 내게 마법을 배우기엔 문제가 없어.”

“네에….”

다음은 FF였고 녀석은 창백하던 얼굴이 붉게 변할 정도로 안간힘을 쓰며 구슬에 마나를 불어넣었고 매저드가 만류하고 나서야 손을 뗐다.

[12,100]

냉랭한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쥔 FF가 기가라이트닝을 쳐다본다.

“큭.”

“흥.”

저번 주에 둘이 마법만으로 대련을 하고 난 뒤로 저런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뭐, 서로 자극하면서 성장하면 좋은 일이지.

“안토니오. 준비됐나?”

“예, 스승님. 후우— 핫!”

1학년들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자릿수가 늘어났고 최종적으로 25만에서 멈췄다.

“2, 25만! 선배님. 대단하십니다!”

“흠, 당연한 결과지.”

기가라이트닝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칭찬하자 안토니오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런 둘을 지켜보던 FF가 대뜸 내게 다가와 옆구리를 쿡 찌르며.

“지지마, 요.”

아직도 존대가 어색한 건가. 하기야 이 녀석에게 주변 어른은 전부 적이었으니.

“글쎄다.”

내가 애도 아니고 안토니오 이겨서 뭐 하겠냐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쳤다가도 한동안 저게 으스댈 걸 떠올리면 좀 아니꼬울 것도 같다.

‘적당히.’

25만을 살짝 넘기는 수준으로만 마나를 부여할 셈으로 구슬에 손을 댔다.

[2,510,000]

‘엇.’

뒤에 0이 하나 붙는 바람에 급하게 마나를 줄였다.

[251,000]

25만으로 줄어드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초가 걸리지 않았다. 매저드라도 못 알아챘을 거라 여기고 고개를 드니.

“…X발.”

안토니오가 나지막이 욕을 뱉곤 손톱을 물어뜯는다.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숨기지 않아도 되네.”

전력을 다해 측정하라는 매저드의 권유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언데드 클럽을 유지할 마나만 남겨두고 모조리 쏟아 넣었다.

[10,170,950]

천만.

그것이 내 최대 마나량이었다. 썩어들어가는 안토니오의 얼굴. 이러면 괜히 미안해지는데.

저 25만도 가문에서 엄청난 지원을 받아 간신히 이룩한 걸 거다.

이런 상황에서 위로한답시고 어설프게 뭐라 하는 것보다 녀석의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입 다물고 있는 게 낫다.

자격지심이 팽배하긴 하나 그걸 뚫고 올라올 때마다 강해졌던 놈이니 이번에도 알아서 극복하겠지.

“허허, 다들 아직 멀었구먼.”

응?

매저드가 구슬에 검지하나를 대고 꾹 누르자.

[980억]

엥?

“마나량이라는 것은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와 같은 걸세. 처음의 성장세는 더디더라도 꾸준히만 하면 언제고 이러한 수준에 도달하게 되어 있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모든 노 마법사는 매저드 같은 괴물이었을 것이고. 히어로가 주축이 되는 사회는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이 구렁텅이에 몰려 있던 학생 하나를 살리기도 하는 법이니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확 늘더라고요.”

“그러면 그렇지!”

안토니오가 안도 반, 비아냥 반이 섞인 음색으로 한마디 한다.

“측정은 끝났으니 과제를 내어줌세. 1학년은 다음 주까지 지금 마나량의 2배를 만들어오면 되네.”

“…예?”

“허허, 내가 알려준 대로만 매일 수련하면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걸세. 자, 2학년들은 그날 가져간 마법서로 무엇을 배웠는지 확인하겠네. 안토니오?”

“예, 스승님.”

“자네부터 펼쳐보게나.”

“예!”

번개의 길이었나. 적의 몸에 전격 유도체를 심는 신비 학파의 마법.

안토니오는 나를 대련 상대로 지정하려다 매저드가 그러지 말고 연습용 마네킹에 하라는 말에 아쉬운 목소리로 그리하겠다고 답했다.

“번개의 길!”

소환 이외의 마법은 낯설 텐데도 2주 만에 꽤 그럴듯하게 시전하는 안토니오.

녀석의 마나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샛노란 전격들이 중구난방으로 날뛰다 일시에 마네킹에게 쏘아졌다.

“흑운을 가르고 강림하는 청백의 창이여!”

콰르릉, 쾅!

천둥이 울린 직후 안토니오는 의도적으로 엉뚱한 곳을 마법봉으로 가리켰고 그곳을 향하던 번개는 지면에 닿기 직전, 수직으로 꺾여 마네킹에 적중했다.

짝짝짝.

기가라이트닝과 매저드가 박수를 치자 안토니오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스승님께 머리를 숙여 예를 표한다.

“스승님의 가르침 덕입니다.”

“자네가 열심히 한 덕이지. 잘해주었네. 다음에는 복수의 번개를 유도하는 쪽으로 수련 방향을 잡으면 되겠어.”

“아! 명심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만혁, 자네 차례일세.”

“네.”

나는 대충 바닥에 아무렇게나 마법진을 그린 뒤, 녀석을 불렀다.

“균아.”

전신을 두꺼운 로브로 가리고 마스크를 쓴 악마가 마법진 위로 나타났다. 관자놀이 부근에 튀어나온 뿔이 뚫고 그 존재를 암시하는 듯하다.

“부르셨나요. 주…, 계약자님.”

마왕처럼 행동해달라 미리 언질을 주었으나 잘 안되는 모양이다.

“허어, 정말 마왕이구나.”

균이는 두식이와 함께 유황 지대에서부터 사가의 성까지 정복 여행을 했다. 그 경로에 있는 성들을 싹 밀어버리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손발이 안 맞거나 실수를 하곤 했는데 사가의 성 인근에 도착할 무렵엔 꽤 능숙해졌는지 그린시즈와 실버시커 콤비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어제 사가의 성에 도착했고 그곳의 성주, 즉 마왕은 균이가 되었다. 참고로 오는 동안 정복한 성은 전부 두식이가 먹었다.

심계의 법칙상 어떤 방식이든 하나의 성을 지배하는 군주가 되면 마왕이라는 칭호가 내려지고, 그에 맞는 최소한의 마나가 어디선가 지급된단다. 하여간 신기한 곳이다.

매저드가 마왕이라 인정하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자네도 잘해주었네. 다만, 하나 첨언하자면 아직 저 세계의 마나가 균 마왕에게 고착되지 않았으니 가능하면 추출하고 자네의 마나로 채우게나.”

“그래도 돼요?”

“아무 상관 없네.”

잘 아는 듯한 매저드의 언사에 나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해도 괜찮을까요?”

“아무렴, 도와줌세.”

“부탁드리겠습니다. 균아, 이리 와.”

손을 꼼지락거리며 내게 다가온 균의 머리에 손을 얹고 신체 전반에 걸쳐져 있는 심계의 마나를 뽑아냈다.

나름 한다고 했는데 완벽하진 않았는지 매저드가 다시 균이의 머리에 손을 대자 방금 나왔던 만큼의 양이 다시 튀어나왔다.

그걸 푸른 불꽃을 일으켜 태우고는.

“되었네. 이제 자네의 마나를 채워 넣게나. 마나그램을 측정할 때처럼 과감하게.”

…마나그램 측정을 한 이유가 이 순간을 위한 연습이란 생각이 드는 건 내 착각이겠지?

아무튼 내 마나를 쭉 밀어 넣자 균이의 몸은 큰 반발 없이 흡수했다. 심계의 마나가 뚫어놓은 통로에 내 마나가 들어찼고 균이는 옅은 신음과 함께 내게 감사 인사를 심계식으로 표했다.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내 손등에 이마를 대고 저런 말을 하기에.

“당연하지 인마. 내 마나가 공짜인 줄 알아? 평생 갚아.”

살짝이나마 감동으로 물들었던 FF의 눈이 한순간에 냉랭하게 변한다. 반면 균이와 매저드는 가볍게 웃었고.

“되었네. 이후부터는 자네가 생각한 바대로 행하면 될 걸세.”

매저드 교수가 심계를 잘 아는 듯해, 사가의 성 정복 계획과 결과를 톡으로 공유했었다.

지금 말한 ‘생각한 바대로’는 균이가 성장할 때까지 사가의 성에서 체질 수련을 하면 된다는 뜻이다.

“알겠습니다.”

“자, 과제 검사는 끝났으니 강의를 시작함세. 마법서에 적힌 마법에는 다들 이제 익숙해진 듯하니. 내 각 학파의 마법을 하나씩 알려줌세.”

오오오!

기가라이트닝과 안토니오가 한목소리로 탄성을 뱉자 매저드가 그 둘이 고른 학파의 마법을 먼저 가르쳤다.

“최근 마법지에 실린 마법일세. ‘스파이럴 스프레이.’라는 생활 마법 이네만, 응용하기에 따라 자네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걸세.”

나도 리쳇이 해킹한 어느 마법사의 계정을 통해 마법지를 보는데, 거기에 적힌 거라곤 ‘우리가 이러이러한 형태의 마법을 개발했다. 대단하지?’같은 자기 자랑이 전부였다.

그것만 보고 저렇게 원리 이해는 물론이고 응용과 발전된 형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다니.

‘하여간 대단한 양반이야.’

그렇게 1학년과 안토니오를 가르친 매저드가 내게 다가왔다.

“악마 학파의 마법은 세간에 알려진 게 거의 없다네.”

“그렇습니까.”

예상했던 바다. 당장 내가 가진 마법서만 해도 금서이지 않은가.

“내가 전부 몰수했기 때문일세.”

“어쩔 수 없, 네?”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듯. 먼 곳을 보는 매저드의 눈에는 희열 비슷한 것이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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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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