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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198화 (198/201)

<198화>

결전 (1)

쿵!

웨에엥!

“침입자입니다!”

아문이 다급한 함장의 보고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였다.

적은 이 모선까지 접근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

잠시 원인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아줄의 왕은 이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함장에게 물었다.

“문제가 되는가?”

“아닙니다. 신속히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아줄의 함 내 병력을 지휘하던 함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안색이 어두워졌고 종래에는 스스로 귀 장식을 뜯으며 왕 앞에 무릎 꿇었다.

“침입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강한 언데드들이 계속 나타나 급히 동원된 아군 병사들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곧 이곳에 도착할 것입니다. 부족한 저를 죽여주십시오.”

“내가 목적인가. 헛수고를 공들여서 하는군.”

“…예?”

“되었다. 짐이 상대하지.”

“전하, 전하의 무용을 신이 모르는 바는 아니옵니다만, 지금은 일단 몸을 피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그것이 맞다.”

“허면 어찌하여….”

저 명예에 죽고 못 사는 멍청한 그린처럼 행동하십니까, 라고 말하는 듯한 선장의 눈빛을 한동안 내려다보던 왕이 답했다.

“짐이 친정한 이유는 아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함이다. 그런데 모선에 침입한 벌레 하나를 처리 못 해 도망쳤다는 말이 돌면 어찌 되겠나.”

“그깟 사기보다 전하의 목숨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자네가 나를 지키면 되겠군.”

“…보필하겠습니다.”

제독이 결연한 의지를 언행으로 드러내기가 무섭게 함교의 문이 열렸다.

피슉.

악마는 등장과 동시에 달려들던 선장에게 기묘한 형태의 영역을 쏘아내 죽였다.

“끄으윽, …왕이시여. 영원하소서.”

선장의 유언을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아문은 아군의 피로 전신을 적신 악마를 노려봤다.

“프로페서 남.”

“가까이 붙는다고 붙었는데도 여기까지 무슨 3km가 넘냐. 블루 모선이 크긴 커.”

“악마가 계약을 어길 정도로 지구가 소중했나?”

“3km면 우주 지도상 한 걸음이라고? 야 이, 그게 블루들에게 둘러싸여 죽을 뻔한 사람에게 할 소리야?”

“대화할 생각이 없나 보군. 죽어라.”

아문이 앉은 옥좌에는 모선의 코어 중 일부가 부착되어 있었고 이를 이용해 자신의 마나를 증폭, 발산했다.

함교를 가득 채우는 무수한 마법들이 초고밀도로 압축되어 악마에게 쏘아지자.

“급하기는. 대화를 원하지 않는 건 너 같은데. 블루포코.”

고귀한 왕자로 태어나 평생을 귀하게 자란 아문은 생전 처음 듣는 멸칭의 조합에 한순간 집중이 풀려 일부 마법이 흐트러졌다.

이를 놓치지 않고 피하는 악마, 남만혁.

“미천한 것이, 감히!”

의지력과 마나가 고갈상태나 다름없는 남만혁이 암습이란 도박을 감행한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식아.”

돌곡!

심계에서 이미 준비를 끝마친 삼식이 검은 구멍에서 튀어나오기가 무섭게 매직 미사일 수십 개를 허공에서 뽑아내 옥좌를 향해 날렸다.

“고작 매직 미사일 따위로, …근원 속성?”

마법을 통달한 자만이 엿볼 수 있다는 근원 속성. 그것만으로 이루어진 매직 미사일에 아문이 경악한다.

무의식적으로 전개한 실드를 층층이 뚫으며 쇄도하는 미사일을 꼴사납게 몸을 굴리는 것으로 간신히 피한 아문은 ‘모성 패황 투하’ 사건 이후,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고생했다. 들어가.”

돌…곡.

“괜찮아. 옥좌를 부순 것만 해도 충분해. 뒤는 어차피 일식이랑 두식이가 맡고 있으니까 시간도 충분하고.”

근원 속성 매직 미사일을 남발할 수 있었다면 남만혁으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겠으나 안타깝게도 이 공격은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일격필살이었다.

남만혁은 안광을 꺼트리며 검은 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삼식에게서 어느새 평정을 되찾은 아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고강아, 네 차례다.”

남만혁 바로 옆에 위아래로 길쭉한 구멍이 열렸고 거기에선 중갑으로 전신을 무장한 기사가 튀어나왔다.

-언제 불러주나 했어. 초가속, 더블 스탭, 소닉블레이드, 엘리멘탈 레지스….

각종 버프를 자신에게 건 뒤, 심계에서 구한 보검을 뽑아 든 이고강은 자신을 향해 손가락을 겨누는 아문을 향해 도약했다.

“해골 기사라, 조카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군.”

인간의 눈으로는 좇을 수 없는 이고강의 속도와 이어지는 연참을 아문은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며 각종 마법으로 막거나 반격했다.

“백무군, 너도 가세해.”

-거 보게, 고강. 본좌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했잖은가.

-영감, 폼 그만 잡고 돕기나 해요!

-허어, 백부라 부르래도. 백혼용아!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등장한 백무군이 이고강과 합류하자 아줄의 왕은 두 검객의 합격을 감당하기 버거웠는지 공방이 교차할 때마다 한 걸음씩 뒤로 밀려난다.

함교의 구석까지 몰린 아문을 주시하던 남만혁은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곤 급히 입을 열었다.

“조심해!”

“늦었다. 앱솔루트 본 쇼크, 드레인 오브 데스!”

아문은 이고강과 백무군에게 기습적으로 마비 마법을 걸고 이후 그들의 안광에 손을 쑤셔 넣어 사기를 흡수하는 마법을 사용했다.

남만혁은 급히 역소환을 시도했으나 이미 대량의 음차원 마나가 빨려 나간 뒤였다.

파스스….

두개골부터 가루가 되어 흩날려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에 남만혁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더 없나? 이런, 전투 놀이는 오랜만이라 이제야 흥이나거늘.”

난장판이 된 함교를 가로질러 남만혁 바로 앞에 선 아문은 그의 주홍빛으로 발광하는 뿔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 뿔, 특이한 힘이 느껴져. …음?”

아문은 묘하게 자신을 본능을 자극하는 악마의 뿔이 거슬려 뽑아내기 위해 손을 뻗던 찰나.

“아직 남았다, 블루포코 새끼야!”

돌곡!

아문은 자신의 뒤에서 튀어나온 삼식에 당황했으나 이내 해당 개체에서 느껴지는 마나량을 보곤 오히려 비웃음을 흘렸다.

아니나 다를까 생성되는 매직 미사일은 조잡할 뿐만 아니라 개수도 고작 열 개에 불과했다.

“이런 저급한 마법으로 무얼 하려는—”

-임프 조크, ‘입자분해파동포’.

뼈와 뼈가 튕기는 묵직한 울림과 함께 단순한 형태의 매직 미사일이 급격한 변이를 일으켜 막대한 에너지를 품은 병기로 화했다.

승리를 확신하고 잠시 방심한 아문은 이 기이한 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에 급히 바로 앞에 있던 남만혁을 방패로 세울 심산으로 그를 향해 재차 손을 뻗었다.

“록시!”

함교 앞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록시는 탈출 신호인 ‘임프 조크’라는 울림을 듣자마자 뛰어 들어왔고 정확한 타이밍에 남만혁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팟!

남만혁의 목을 잡아채려던 손이 허공을 휘젓는 것으로 끝나자 아문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엄청난 고열과 에너지 파동을 피부로 느끼며 분노를 토해냈다.

“이 기만자들이!”

* * *

모선의 중추에서 뻗어 나온 열 개의 파동이 각 방향으로 나아가며 지나치는 모든 것을 분해시켰다.

“조용하네.”

거기다 습격에 사용된 제1 잠중함이 모든 함선을 사출시키고 자폭하자 블루의 모선은 한순간에 불덩어리가 되었다.

곳곳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나가는 아줄의 모선을, 리쳇이 촬영하는 영상을 통해 관람하며 작은 감흥을 뱉자 아직도 머리칼을 붙들고 있는 록시가 태연하게 답한다.

“우주는 소리 전달이 잘 안 되니까요. 그보다 이거 안전한 거 맞습니까?”

영역을 의심하는 녀석을 무시하고 혹시나 저 폭발에서 블루의 왕이 살아나올까 싶어 노심초사하며 영상을 주시했다.

록시가 이동한 포인트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제3 잠중함에 탑승하는 동안에도 나의 긴장 상태는 이어졌고, 선원들의 환대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함교의 내 자리에 앉자 리쳇이 나쁜 소식을 전해왔다.

-살았네.

“염병할.”

화면에 작은 점을 확대하자 그곳에는 전라가 된 블루의 왕이 주변을 둘러보며 나를 찾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후 잠중함에서 사출되어 입자분해파동포를 충전하던 발키리들을 발견하곤 모종의 마법을 사용해 모조리 터트린다.

파괴된 함선 중에는 촬영에 사용된 초소형 정찰선들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더 이상 여기서 놈을 관찰할 만한 수단은 없었다.

-끝이야, 튀자. 싱크레아에서 최대한 함선을 찍어낸 다음 다시 붙는 수밖에 없어.

수십 년간 해온 노력들로도 저놈을 넘을 수 없는 건가.

애초에, 회귀 전에 보인 무력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그걸 기준으로 쌓아 올렸으니 이렇게 망하는 걸지도.

그래, 그 당시의 지구를 정복하는 데 이만한 힘은 필요가 없었겠지. 5천만 함대도 금시초문이고.

“시X.”

-인근에 강력한 에너지 파동 확인. 식별 코드 ‘블루라인’. 제3 잠중함은 즉시 웜홀을 열어 도주할 것.

빠른 속도로 설명하는 리쳇.

놈이다. 블루의 왕이 나를 따라온 거다.

“제독님, 웜홀 개방까지 13분이 필요합니다.”

너무 늦다. 저들이 작정하고 진입하면 5분 안에 우린 몰살당한다.

잠중함의 은신 기능도 이렇게 정면으로 딱 들켜버리면 소용이 없다.

“일단 거리를 벌려.”

잠깐 고민하고 대응하는 사이 벌써 블루라인이 위아래로 찢어지고 있다.

살짝 열린 틈으로 보이는 거대한 고드름들.

“넘어올 필요도 없다 이거네.”

급히 선회하며 회피기동에 들어가는 제3 잠중함이었으나 이건 피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제독.”

“록시?”

그녀는 함교의 바닥에 양손을 댄 채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뒤를 부탁합니다.”

이중선택.

연속으로 이중선택을 사용하면, 높은 확률로 특성이 폭주할 것이라 의료진이 수차례 경고했다.

이미 재각성한 록시의 특성이 폭주하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미지수였으나 지금은 다른 방도가 없었다.

남만혁이 록시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중선택을 이용할 때 느껴지는 특유의 부유감을 감지하곤 급히 리쳇에게 물었다.

“현재 위치는?”

쓰러지는 록시를 동료들이 챙겨 메딕기어에 맡긴다.

-…이동 지점에서 4km 지점.

고개를 돌려 밖을 보자 블루라인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실패다.

작은 희망을 붙잡고 기대하던 선원들은 최악의 소식에 절망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유언을 남기기 시작했다.

나는 온갖 수단을 떠올렸다.

넥서스로 옮겨타 도망칠까, 록시를 강제로 깨워 다시 시도해볼까, 차라리 우주로 나가서 숨을까.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록시의 이중선택도 따라붙는 놈이다. 내가 어디로 도망치든 추적하겠지.’

사출되기 직전의 유독 커다란 고드름을 보며 나는 직감했다.

“죽는구나.”

아마도 저건 블루의 왕이 나를 죽이기 위해 직접 생성한 마법일 것이다.

아무리 마나로 이루어진 나라 하더라도 지금 상태에서 저만한 마법에 직격당하면 본질이 흐려질 터였다.

운이 좋아 부활에 성공해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겠지.

주변의 선원들처럼 죽음을 인정하고 퀸과 스승님 그리고 지인들에게 유언을 남기려는 그때.

-새로운 형태의 차원 간섭 확인!

어째서인지 들뜬 듯한 리쳇의 목소리에 급히 블루라인을 보자, 거기선 기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 하하.”

셀 수 없이 많은 그린의 강습함이 아이시클 함대를 위에서 수직으로 들이받는 광경.

-차원 간섭의 주체는 ‘그린’으로 판명. ‘그린라인’은 ‘블루라인’ 위에 생성되어….

이어지는 리쳇의 설명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확대한 블루라인 너머로 어지럽게 그어지는 금색 빛살.

“누가 히어로 아니랄까봐.”

여왕의 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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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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