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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201화 (에필로그) (201/201)

<201화>

에필로그

정점에 도달한 신성들이 모이는 우주.

이야기를 자아내는 이들의 후원자이자 관찰자인 레드글래스는 최근 끝맺은 작품 하나를 곱씹는 중이었다.

“두 사람에게 어울리는 엔딩이로구나. 흐흠, 최근 유행하는 사회적 이슈를 끼얹지 않은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드는군.”

레드글래스는 이야기를 보고 나면 항상 작성하는 감상록을 꺼내 몇 가지 태그를 추가하고 글을 써 내려갔다.

“‘악인이 되어야만 했던 지성체가 빛과 함께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 도입부로는 괜찮군. 음, 음. 이 정도면 됐겠지. 응? 뭔가 부족한데….”

감상록을 퇴고하던 레드글래스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던 붉은 안경을 다시 걸쳤다.

“이런, 다른 이들이 어찌 되었는지 아직 감상하지 않았구나. 어디….”

* * *

싱크레아 히어로 아카데미.

“취임 축하드립니다, 스위프트 님. 그런데 지구의 서울 히어로 아카데미에서도 러브콜이 온 것으로 아는데 어째서 이곳을 선택하신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기자가 묻자 스위프트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서히아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나는 로맨과 같은 요원을 키워낼 자신이 없다.”

“…예?”

“다음 질문하도록.”

“그, 그러면 프리실라 루드라 전 교장께서 토대를 마련한 이 싱크레아 아카데미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실지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히아에서 보낸 아카데미 생활을 떠올린 스위프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기에 산은 있나?”

* * *

전 러시아, 현 기간토니아의 모처.

“끄으으읍!”

“차하압!”

텅!

얼마 전에 기간트로 입대한 베르데와 팔씨름을 하던 마가렛 예프소비치는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부하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곧장 상대의 팔을 넘겨 상황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당탕 소리를 내려 날아간 베르데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마가렛을 올려다본다.

“대장! 멕시코에서 또 마약 카르텔이 조직됐어.”

“히어로들은?”

“협회에서 B급 상위권 30명 보냈고, 전원 사망. 정찰 뛰던 우리 애들도 죽었어.”

“대인특수부대 불러.”

“대장.”

“왜.”

“이번 건은 협회에 맡기자. 득이 없잖아. 우리 애들 죽은 건 슬프긴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윽!”

마가렛은 보고하는 수하의 멱살을 잡아 자신의 코앞까지 끌어당기며 입을 열었다.

“또 다른 정의가 나를 징벌할 때까지. 나는 내 사람을 지키기로 니콜라이 장군님 앞에서 맹세했다. 네가 나를 징벌할 게 아니라면, 잔말 말고 따라와라.”

“…예, 써.”

* * *

지구, 카타르.

“사막에 아이스링크를 팔다. 캬, 멋지네 멋져. 아주 물장사야 그냥.”

“얌마, 오빠가 일으킨 사업이 성공했으면 축하를 해줘야지.”

도슨 칠링은 40세라는 이른 나이에 은퇴한 후 자신의 특성을 살려 세상 각지에 아이스링크를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구현은 상당한 수준이었기에 환경이 적합하지 않은 곳에서도 10년 이상의 유지력을 보여 지구뿐만 아니라 싱크레아에서도 주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었다.

“잘되면 알지? 나도 만혁이네처럼 부자로 살고 싶어.”

“우리 집 부자잖아.”

“나는 행성을 살 정도로 부자가 되고 싶단 말야!”

“그러면, 너도 이 사업에 한 손 보태.”

“어떻게?”

“아이스링크 주변으로 얼음 조형물 있으면 꽤 그럴듯하지 않겠어? 특히 부자들이 좋아할걸?”

“그거 괜찮네!”

* * *

“자칼.”

“네로.”

“이름 부르지 마라.”

“네가 먼저 불렀잖아. 점박이 새꺄.”

“이 미친 깜둥이 새끼가? 해보자는 거냐?”

자칼과 네로가 운영하는 히어로 사무소, 더블비스트는 오늘도 파리만 날린다.

* * *

“신도시 계획이요? 저희는 히어로입니다만.”

쿡.

버추얼박스는 자기 옆구리를 찌르는 동료 히어로이자 아내를 돌아봤다.

‘수락해, 분윳값 어쩔 거야.’

“아, 아니요.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죠. 하겠습니다. 예, 그런데 아시다시피 우리 사무소는 단가가 좀 셉니다. 예, 예. 지금 가겠습니다.”

뚝.

“잘했어. 여보.”

“사무소에서는 히어로 명으로 부르기로 했잖아. 플라주.”

“헛소리 말고 빨리 시청 다녀와. 현장은 내가 확인하고 올 테니까.”

“…응.”

* * *

“도와주세요! 아들이 물에 빠졌어요!”

사람이 북적거리는 해변, 중년의 여성이 도움을 호소했고 대기하고 있던 히어로, 리얼블루가 뛰쳐나왔다.

그대로 푸름에 녹아든 그녀는 다리를 움켜쥔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소년을 발견.

“푸후, 케흑.”

해변으로 끌고 와 응급조치를 하자 소년이 눈을 떴고 이내 울먹이며 엄마를 찾았다.

황급히 달려온 중년의 여성은 아들이 정신을 차리자 리얼블루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과거, 1차 침공 당시 아줄들 사이에서 스킨 어쌔신이라 불리며 악명을 떨쳤던 리얼블루였으나 은퇴한 지금은 해변 안전요원으로 근무하며 후배를 가르치거나 요구조자를 도우며 노후를 보내는 중이다.

“괜찮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꼬마야, 조심하렴.”

“네, 누나!”

* * *

“한국 히어로 협회장님.”

“곽재우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편한 자리이니 그리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곽재우 님,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 고위 정치인들 명절에 찾아가서 제삿밥을 왜 처먹습니까!”

“크흠. 제게 강림하시는 분들 족보 타고 올라가면 다 그 정치인들 조상입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년! 이젠 그분들이 포기하고 상을 하나 더 차린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세상 민망해서 내가 얼굴을 못 들고 다닙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기억이 없습니다.”

“그 핑계도 지겹습니다! 정 이렇게 나오시면, 은거 중이신 슈퍼히어로 두 분을 모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 걔들이 올 거 같습니까?”

“온답니다. 한 번만 더 헛짓거리하면요.”

“진짜?”

“한 분의 가족이 고위 정치인인 거 모릅니까?”

“누구?”

“양 씨.”

“…아! 끙, 조상님께 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 * *

“연임 축하드립니다. 양소민 대통령님.”

“모두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여러분 덕입니다.”

“실례지만, 최근 명절에 불청객이 찾아왔다고 들었습니다.”

“호호, 재밌는 분이시죠. 제 동생의 친구이기도 해서 매년 손님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다음 질문받겠습니다.”

사회자는 이 질문이 대통령과 협회장의 커넥션 의혹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빠르게 상황을 종료시켰다.

“혹시 이번에도 과감한 정책을 고수하실 예정입니까?”

“긍정적 차원 교류 정책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렇습니다. 우리가 먼저 낯선 이들에게 총을 겨누는 상황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질문은—”

* * *

서히아 51학번 동창회.

“늦었네. 블리딩블러드.”

“미안, 수정이 데려다주고 오느라.”

“참 나, 둘이 연인 사이라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칸탄테. 너도 마인 트래퍼랑 사귄다며.”

“그, 그건 어디서 들었어?”

가수를 겸직하는 히어로, 칸탄테가 놀라며 묻자 블리딩블러드가 턱짓으로 주점 테이블 구석을 가리킨다.

“트레이시!”

“헤헤, 미안. 어쩌겠어 나도 약점이 잡혔는걸.”

“무슨 약점?”

“금나무랑 데이트하는 걸 블리딩블러드에게 들켰거든.”

“…지나가다 봤다.”

“참, 클린에어 소식 아는 사람?”

“만혁이네 회사에 청결제 납품한다던데. 돈 엄청 벌었다나 봐.”

“오, 잘됐네.”

딸랑.

그때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쓴 수염 덥수룩한 사내가 주점에 들어와 모인 이들을 발견하곤 다가온다.

“소구경, 히어로 사격왕 축하한다.”

“그래.”

“마지막에 호밍보우랑 붙었다며?”

“그놈은 별것 아니었다.”

“크, 역시.”

테이블에 술과 안주가 깔렸고 대화를 이어가던 이들은 자리에 없는 친구를 거론하기 시작한다.

“안나벨 말야. 서히아 정식 교수 됐다던데. 들었어?”

“끝까지 매저드 교수님 옆을 지켰다면서? 교수 됐대?”

“돌아가시고 거의 바로.”

“나는 만혁이가 할 줄 알았는데.”

블리딩블러드의 말에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흔든다.

“걔는 안 돼.”

“맞아.”

“참, 로맨 사무소에서 사이드킥 하던 FF 알지? 이번에 미국 협회장 됐더라.”

“오.”

“FF는 크게 될 줄 알았어. 2차 침공 때 봐라, 지구로 떨어지려던 고드름 막은 거 매저드 교수님 말고는 걔밖에 없을걸?”

“대단하긴 했지. 빙계쪽으로는 지금 만혁이 바로 다음일걸?”

“FF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기가라이트닝 아직도 FF에게 청혼하더라.”

“푸하하, 뚝심 있네. 몇 년째야?”

“20년은 됐을걸? 전에 봤는데, 그냥 인사 같은 느낌이었어. 그리고, 알잖아. FF가 누구 좋아하는지.”

“안쓰럽긴 해. 하필이면 퀸의 남편을.”

“쉿.”

“으음.”

“크림슨래빗도 아직 만혁이 쫓아다닌다더라.”

“야, 조용히 하라니까. 누가 들으면 어떡해.”

“호들갑은. 여기 우리 말고 아무도 없어. 가게를 왜 빌렸겠니.”

“야야, 남의 연애사 말고 우리 이야기나 하자. 일단 잔 들어, 51학번을—”

“어우, 언제 적 멘트야. 저러니까 수정이한테 잡혀 살지.”

트레이시의 일침에 움츠러든 블리딩블러드가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

“…위하여.”

쨍!

* * *

“김태양 선수, 국가대표로써 마지막 출전이신데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고아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하나 보육원에서 자랐고, 그곳에서 국대를 꿈꿨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죠. 내가 유명해지면 나를 버린 부모님이 찾아오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아….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부모님께서 자랑스러워하셨겠습니다.”

“글쎄요. 찾아오긴 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달라고 하더군요.”

“예?”

“낳아준 값을 내놓으라기에 쫓아냈습니다.”

“그런 몰상식한!”

“그리고 다음 순간 저를 길러준 진짜 부모 같은 두 사람이 찾아오더군요.”

“엇, 혹시 그분들이?”

“예, 만혁이 형과 소민 누나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고맙습니다. 이렇게 저를 키워주셔서. 꼭…. 메달로 보답하겠습니다.”

소란스럽던 회견장은 따뜻한 침묵이 내려앉았고 이내 기자들은 급하게 타이핑을 치기 시작했다.

[국가대표, 김태양. 진정한 부모를 찾다.]

이 헤드라인은 김태양이 메달을 따고 가족과 축하주를 딸 때까지 주간 조회수 1위를 유지했다.

그가 트랙 위에서 세운 경이적인 신기록처럼 말이다.

* * *

“나라는 인형극 방송으로 대기업 유튜버가 됐고, 아인이는 과자 회사 사장인 거 알지?”

“네, 언니.”

“마리. 너는 언니나 오빠처럼 하고 싶은 일이 있니?”

양소민이 보육원에 찾아와 자신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는 마리를 불러다 묻자, 그녀는 방긋 웃으며 답했다.

“리쳇 선배랑 같이 소울휴머노이드 개발 중이에요.”

“으응?”

“양자얽힘 현상을 인위적으로 제조 또는 인간의 뇌 속 얽힘을 붕괴 없이 옮기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이죠.”

“인권이 위험해 보이는데 괜찮을까?”

“네, 그 부분은 문제없어요. 인권이 없는 세상에서 실험하면 되니까요.”

“…만혁이도 알고 있지?”

“네.”

“그러면 나도 응원할게.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하렴.”

“고마워요, 언니!”

* * *

띵동.

“솜브리오.”

“어이.”

“발라르카. 번헤드까지? 일단 들어와.”

글로리아 차원에 상주하는 지구방위대 최고책임자, 솜브리오.

그는 연락 없이 방문한 두 사람이 의아했으나 묻지 않고 집 안에 들였다.

“왜 왔는지 궁금하지? 별거 없어. 자랑하러 왔어.”

성격이 급한 번헤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자랑?”

“고향별에 남아 있던 저주들, 남만혁이 싹 지우고 갔어. 엄청 개운한데,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고향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던가?”

“좋아하지, 좋아하는데, 그냥 그게 끝이야. 자기들은 저주 없이 산 지 한참 됐으니까.”

“거기 주민은 저주의 세습을 뿌리 뽑은 걸 실감하지 못하는군.”

“그렇지! 역시, 솜 함장이랑은 말이 통한다니까.”

한동안 번헤드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솜브리오는 잔을 기울이다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 발라르카에게 물었다.

“너는?”

현직 베르데 패황.

솜브리오는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보다 궁금했다.

“그냥 왔는데.”

“…그래.”

순진무구한 눈빛. 저기에 거짓은 없다고 확신한 솜브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글로리아 차원을 차지한 국가의 정점이 불쑥 찾아왔음에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솜브리오는 이내 이러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피식.

‘친구가 돼버린 건가.’

* * *

“기드빈 함장님.”

“이지욱 대령? 무슨 일인가.”

“마이클 중령이 또 리쳇 부관을 해킹하다 밀키 사(社)의 보안팀에 붙잡혔습니다.”

“…제외하고 작전 진행한다.”

“예, 써!”

* *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네. 제대는 다시 생각해주게.”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습니다.”

“후우, 밀키 마이닝의 차원 탐색팀에 들어간다고?”

“아무래도 그쪽이 제 특성과 맞아떨어지니까요. 연봉도 최고로 준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알겠네. 그럼, 거기서도 부디 자네가 빛나길 바라네. 다시 말하네만, 싱크레아의 에너지보급부는 영원히 자네를 기억할 걸세.”

“영광이었습니다.”

“전원, 차렷! 경례!”

충—성!

“충성. …뺑이 치십시오.”

하하하!

* * *

“악스야, 아크토치 좀 가져오거라.”

“예, 스승님.”

칙!

“완성이구나, 어떠냐.”

“역시 머신팩토리 님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허허, 아부만 늘었어. 이 장갑함이면 만혁이 그놈도 만족하겠지.”

“맞습니다. 이 성능과 효율은 스승님이 아니면 아무도—”

“크림슨래빗이랑은 어떻게 돼가느냐.”

신나게 떠들던 악스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어졌다.

“쯔쯔, 고백이라도 하거라. 사람 마음 어찌 될지 모른다.”

“네….”

* * *

“올해의 위저드 상은 네크로 마탑에서 나왔습니다.”

웅성웅성.

“데드더스트버터플라이 마법을 창조한 네크로 마탑주 샤아 나탈리아! 축하합니다!”

트로피와 같은 금색 위저드햇을 받아 쓴 샤아는 상기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고맙습니다. 이 영광을 네크로 학파 마법 연구에 힘쓰는 모든 마법사에게 바치겠습니다.”

* * *

심계.

“두식 오빠.”

덜걱?

옥좌에 앉은 두식과 그의 어깨에 기대고 선 묘령의 여성, 균.

두 사람은 아줄의 2차 침공에서 암약한 후 심계를 제패하고 마신이 되었다.

“이제 우리 뭐 해요?”

덜걱!

“새로운 세상 정복? …아빠가 허락할까?”

순간 들뜬 균이었으나 이내 사람의 목숨을 경시하지 않는 남만혁을 떠올리곤 의기소침해진다.

덜걱, 덜거걱.

“진짜? 지구랑 싱크레아만 아니면 된대? 할래! 쟤들 데리고 가자!”

* * *

달각.

돌곡.

달각, 달각.

돌고곡.

달각….

돌곡!

남만혁이 자리를 비운 사이 집 안을 정리하는 삼식과 일식이 나누는 대화였다.

* * *

백무군이 베르데의 투기장에 선수 신청을 하며 한 독백.

-강자존. 마치 본좌를 위한 무대가 아닌가.

* * *

-소울휴머노이드?

“네, 언니. 생각 있으세요?”

-해보자. 어차피 잃을 것도 없어.

“염려 마세요. 이미 저쪽에서 검증은 끝났거든요. 바디 고르고 계세요. 원하시면 생전의 모습을 구현할 수도 있어요.”

남만혁의 이웃집에서 생활하던 이고강은 갑작스레 찾아온 마리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얼마 후.

남만혁을 닮은 듯한 생김새의 중년 여성이 눈을 뜬다.

“오랜만이네. 사람 몸은.”

* * *

“으음. 큰 줄기는 이만하면 되겠지.”

우주의 저편에서 남만혁과 관련된 이들을 한차례 둘러본 레드글래스는 감상록을 덮고 마지막으로 고민한다.

“제목은, 그래. 직관적인 게 좋겠지.”

스슥.

화려한 손놀림이 표지를 수 놓았고 그곳에는 한 줄의 문장이 금실로 양각되어 있었다.

[회귀한 슈퍼빌런은 히어로를 키운다]

-fin.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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