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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5화 (5/150)

#5화.

“밀리아, 어째서 이 보석을 내게 준 거지?”

밀리아 누님을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이 목걸이를 착용하고 몬스터 토벌에 나갔다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었다.”

“…….”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냐, 밀리아.”

“아니야! 그냥 토벌에 실패하길 바랐을 뿐이야!”

밀리아 누님의 한심한 대답에 내 입에선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밀리아 누님, 토벌을 나가본 적 있어?”

“없어….”

“만약 흉포해진 몬스터가 대량으로 나타나면 아무리 병력이 많더라도 힘들어. 흉포해진 몬스터는 겁이라는 감정이 사라지니까.”

“그래도 데이브 오빠는 기사도 이끌고 가잖아.”

정말로 밀리아 누님이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깊은 곳에서부터 치미는 화를 참으며 말해주었다.

“흉포해진 몬스터의 앞에선 기사도 형을 지키며 싸우긴 힘들어. 어떤 상처를 입던 무작정 돌격하니까.”

갑자기 밀리아 누님이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데이브 형이 그런 밀리아 누님을 안아주며 위로해주었다. 그런 둘을 내버려두고 나는 내 방으로 향했다.

내가 방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서 방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데이브 형이었다. 아무래도 데이브 형은 밀리아 누님에 관해 나를 찾아온 것으로 보였다.

“이번 일은 아버지께는 비밀로 하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도 다 들었을텐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내가 전부 내보냈었어.”

“형… 그래도 밀리아 누님은 형을 죽일 뻔했어. 이건 아버지께 말하는 게 맞아.”

데이브 형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사람은 한 번씩 실수를 하길 마련이야. 게다가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말하잖니.”

“형은 사람 좋은 게 탈이야. 알았어, 아버지껜 비밀로 할게.”

자중하고 가만히 있을 경우에 한해서지만.

혹시 모르니 데일에게 얘기를 해둬야지. 밀리아 누님이 이상한 기미를 보일 경우 아버지에게 내가 준 편지를 전달해달라고.

데이브 형이 해맑게 웃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고맙다, 수하르!”

짙은 스킨쉽에 나는 질색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에 대한 과할 정도의 애정을 보여주는 데이브 형을 보자 데이브 형이 죽지 않은 게 다행으로 느껴졌다.

* * *

방에 있던 나는 아버지의 호출에 집무실을 찾았다.

“아버지, 부르셨습니까.”

“여행을 갔다왔는데 부모를 맨 처음으로 찾아와야하는 게 정상이 아니더냐.”

아버지는 삐진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달래기 위한 선물을 준비해두었다.

“죄송합니다. 워낙 경황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선물을 하나 준비했으니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하나의 꽃을 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병에 담긴 꽃은 푸른색이었다. 꽃이 스스로 빛을 내는 것으로 신비로워 보이는 꽃이었다.

나는 이 꽃을 호숫가 근처에서 발견하고 병에 담아왔다.

“발광화라고 합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신기한 꽃이죠.”

“흠, 남자에게 꽃을 선물받으니 약간은 이상하구나.”

“아버지가 주신 여비로 아버지 선물을 사드린다면 어찌 제가 아버지한테 선물한 게 되겠습니까.”

“그건 그렇군.”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아버지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아버지는 꽃을 집무실에 책상에 두었다.

“그래서 내가 부른 이유는 잘 알고 있겠지?”

“예.”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는 아버지에게 이번 여행 후에 아카데미에 언제 갈지 확실하게 말해드리겠다고 하였다.

“최대한 빠르게 가겠습니다.”

“그럼, 내일모레 바로 출발할 테니 그때까지 준비를 해두거라.”

내일모레라면 급하게 출발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괜찮았다.

칼데르트가에서 해야할 일은 끝났으니, 이제는 내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 * *

밀리아 칼데르트는 어두운 방 안에 촛불도 키지 않고 있었다. 밀리아는 침대에 걸터앉아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산발이 된 머리카락에 초췌한 얼굴은 얼핏 길거리의 광인과도 같아보였다.

“수하르… 수하르….”

밀리아는 계속해서 낮은 목소리로 수하르의 이름을 되뇌었다.

“언젠가 복수할 거야… 수하르….”

밀리아는 수하르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잠을 청했다. 잠을 청하는 와중에도 밀리아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아카데미를 출발하기 전에 아버지는 내게 괜찮은 검을 주셨다. 그리고 가문에서 내려오는 마나호흡법 또한 가르쳐주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가르쳐준 마나호흡법을 익히지는 않을 예정이다.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분명히 내게 독이 될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좋은 마나호흡법을 찾을 방법도 있으니 말이다.

아카데미로 향하는 날, 아버지와 데이브 형을 비롯한 가족들 모두가 배웅을 나와주었다. 그곳엔 밀리아 누님도 있었으나 나를 배웅하기 싫어하는 게 한눈에 보였다.

나를 배웅하는 사람 중에는 테시아르 어머니도 계셨다. 첩인 내 친모는 나를 낳으실 당시 돌아가셨기에 테시아르 어머니가 나를 키워주셨다.

“수하르….”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나를 대했다. 내가 가진 감정의 골을 알고 있으시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심히 다녀오거라.”

“예, 어머니.”

내가 어머니라 말한 것에 가족 모두가 놀랐다. 심지어 어머니는 눈물까지 흘리시려 했다.

“수하르, 너….”

이런 어머니의 반응은 당연했다. 나는 열 살 전까지는 어머니를 친모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종들을 통해 내가 첩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어머니와 거리를 두었다.

내가 가족과 거리를 두는 행동은 어머니를 테르시아 부인이라 부르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걸 시작으로 나는 스스로 가족 모두와 거리를 두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울먹이기 시작한 어머니를 뒤로하고 나는 칼데르트가를 떠났다. 차마 울먹이는 어머니를 위로할 수는 없었다. 조금 낯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살며시 다가와 포옹을 해주는 장면을 보았다.

‘나도 저런 사랑을 하고 싶네.’

그렇게 나는 칼데르트가를 떠났다.

* * *

로토 왕국의 수도이자 왕실이 위치한 로토란 도시에 도착한 나는 옅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회귀 전에도 몇 번 왔으나 올 때마다 거리의 사람들이 가진 활력에 놀라곤 했다.

“역시 수도는 수도네.”

수많은 인파가 존재했고, 시장은 시끌벅적했다. 내 옆에서 데일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데일은 아카데미까지의 호위를 자처했다고 나섰다. 뭐 나도 데일이 호위인 게 좋긴 했다.

“도련님을 이제는 못 본다고 생각을 하니 눈물을 눈앞을 가리려고 하네요.”

나는 데일의 말을 농담으로 이해했다. 나는 데일 쪽을 보며 미소를 지어주려 했다.

하지만 데일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는지 진짜로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뭐야, 데일. 진짜 울어?”

“아닙니다. 어찌 사나이의 이별에 눈물을 흘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데일이었지만 눈이 벌게진 것이 금방이나마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데일….”

“도련님….”

나는 촉촉해진 데일의 눈을 마주보았다.

“적어도 울 거면 헤어질 때 울어줘. 아직 헤어지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아카데미에 입학하기까지 아직 이틀이란 시간이 남았다. 남은 이틀 동안 데일과 함께 수도를 즐길 생각이었다.

이런 내 말에 데일 또한 울먹이는 것이 그쳤다.

“그건 맞는 말이네요. 그럼, 저는 숙소부터 구하겠습니다.”

“데일, 같이 가.”

갑자기 의욕이 생긴 것인지 데일이 혼자서 뛰쳐나갔다. 나는 그런 데일을 놓치지 않게 최대한 달렸다.

* * *

이틀이란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아카데미 입학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내가 아카데미의 정문을 들어가려할 때 데일은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통곡했다.

다 큰 성인이 저렇게 통곡하고 있으니 주위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게 부끄러워서 다급하게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만났을 때의 데일은 저런 애가 아니었는데.”

나는 통곡하고 있는 데일을 뒤로한 채 아카데미의 정문 넘어갔다. 경비병이 막았지만 입학서류를 보여주는 것으로 간단히 통과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의 내부는 내 생각보다 좋았다. 땅은 넓고 건물들은 높았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지···.”

한 번도 아카데미를 다녀본 적이 없었기에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일단 되는 대로 걸었다.

하염없이 걷던 중에 정원을 발견했다.

“오….”

누가 관리했는지 무척이나 세련되었다. 정원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던 중에 중년남성으로 보이는 정원사가 정원을 손질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가지를 치고 있는 정원사에게 다가갔다.

“저기 혹시 어디서 입학식을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정원사는 뒤를 돈 채 한 건물을 가리켰다.

나는 정원사에게 감사를 표하고 정원사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당에 도착했을 땐 다행히도 입학식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뒷자리에 앉아서 대강 앞으로 해야할 일을 생각하던 중에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방향을 보니 강당의 단상이었다. 코에 가로로 난 상처가 있는 남자가 말을 하고 있었다.

“다들 정숙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곧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아카데미의 입학식은 평범했다. 아카데미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본적인 장소를 알려주었다. 마지막에 가까워지자 교수진을 소개했다.

마법과, 기사과, 검술과, 학술과, 전술과, 정치과의 교수가 차례대로 소개되었다.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검성이 아카데미에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검성이 기사과나 검술과의 교수로 소개되지 않았다.

“그리고 저희 토로 아카데미의 상징이신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검성이다 보니 마지막에 소개하는 듯했다. 상처의 남자가 가리킨 방향을 보다 한 남자가 올라오고 있었다.

‘어…?’

내게 길을 가르쳐준 정원사와 복장이 같았다.

“저희 토로 아카데미의 특별교사이신 검성 케론 사르키드 공작님이십니다!”

강당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만큼 검성은 유명한 인물이었다.

검성은 검은 머리에 듬성하게 흰머리가 섞여있다. 굳게 일자로 다문 입은 신중한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마치 커다란 돌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로상처 남자에게 증폭마법이 걸린 마이크를 건네받은 검성이 말했다.

“아, 학생들, 일단 입학을 축하한다. 그리고 마침 이번 입학생 중에 내 친우의 아들이 있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검성과 친구라니 듣기만 해도 부러워졌다.

“아, 친우의 아들이라고 혜택을 주거나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더 빡세게 고생시킬 예정이다.”

생각이 바뀌었다. 아버지가 검성과 친구인 녀석이 불쌍해졌다.

“그 녀석의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아서 그런데 칼데르트 가문의 녀석은 입학식이 끝나고 밖에 있는 정원에서 보자.”

검성의 입에서 나온 말에 한순간 나는 벙찔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 불쌍한 녀석이 나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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