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아쉬운 일이었지만 따로 검성에게 배울 기회가 있으니 걱정은 없었다.
“음… 그럼, 어떤 강의가 좋을까.”
강의 카탈로그를 둘러보다 흥미가 생기는 강의를 시간대에 맞춰 골랐다. 몬스터 사냥법, 검술의 기초, 검술의 역사, 인체의 약점 이렇게 네 개를 골랐다.
내가 선택한 강의를 훑어본 프리드가 말했다.
“검술과 전공강의를 하나 더 넣어야 검술과에 속할 수 있어.”
내가 선택한 검술과의 전공강의는 검술의 기초와 검술의 역사였다. 나머지는 통합과의 교양과목이었다.
내가 말했다.
“그럼, 프리드 나머지 하나는 네가 추천해줘.”
“검의 휘두르기 위한 육체단련법. 이거 괜찮아 보이네.”
강의 제목으로 판단하건데 좋은 강의처럼 보였다.
“사실 이게 신설강의인데 이걸 가르치는 교수님이 유명한 용병단 출신이라던데?”
유명 용병단 출신이면 분명 최소 실버급 용병은 된다는 소리임이 틀림없다.
“괜찮네. 그럼 나 이걸로 할래.”
“솔직히 불안하기는 하는데 아카데미의 강의는 검성님이 가르치는 거 아니면 다 거기서 거니까.”
그렇게 나는 다섯 개의 강의 정했다. 프리드가 알려준 대로 학부처에 서류를 제출했다. 그리고 나는 프리드와 아카데미 밖으로 외출했다.
“내가 좋은 거 하나 알려줄게.”
프리드가 이렇게 말하고는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여긴?”
건물의 간판을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곳이었다. 용병길드였다.
“가끔씩 용병 출신 교수님들이 과제를 내줄 때 용병임무 비슷한 걸 내주거든.”
“그래서?”
“그럴 때 과제랑 비슷한 임무를 찾아서 같이 수행하면 용돈벌이도 되고 좋아.”
“그런데 왜 나를 여기로 데려온 거야?”
프리드가 머리가 아파온다는 듯 관자놀이 부근에 손을 댔다.
“야, 용병임무를 받으려면 용병증이 필요하잖아. 그것도 몰라?”
“임무만 받으면 주는 게 아니었구나.”
내가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애당초 지금까지 내가 용병을 해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용병일에 대해서 알아본 적도 없었다.
나는 프리드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용병일을 생각하고 있던 내게는 좋은 일이었다.
“용병증을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데?”
“처음에는 아이언 용병증을 돈 주고 살 필요가 있지.”
이렇게 말한 프리드가 용병길드의 안으로 들어갔다. 나 역시 프리드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용병길드의 안은 생각보다 활기찼다. 파티를 모집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 용병단원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프리드의 안내에 따라 나는 접수처로 향했다. 내가 접수처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저기, 용병증을 발급받으려고 하는데요.”
“네, 알겠습니다.”
접수처의 여자가 서류를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접수처의 여자에게 받은 서류를 작성하고 다시 건네주었다.
서류를 건네받은 접수처의 여자는 서류를 훑어보곤 말했다.
“네, 수하르님 1골드 되겠습니다.”
나는 접수처에게 1골드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용병증에 각인이 끝나면 배송해준다는 설명을 듣고 간단히 승급하는 법에 들었다.
“본인에 맞는 등급을 열 개 수행하신 다음에 승급용 임무 다섯 개를 세 개 이상 성공하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자잘한 설명도 끝이 나고 나와 프리드는 용병길드를 나왔다. 어느새 날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서서히 어두워지자 프리드에게 말했다.
“이제 들어가는 게 좋겠는데.”
“그래.”
나와 프리드는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길에 노점에 들러 군것질거리를 사고 기숙사를 향했다.
나는 아카데미에서의 첫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검을 휘두르기 위한 육체단련법’ 강의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기에 조금 피곤했다.
강의실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자리해있었다.
나는 빈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신설강의라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구나. 그만큼 교수가 매력적이라는 소리겠지.’
강의가 시작할 시간이 되자 문이 열리며 험악한 인상의 교수가 들어왔다.
교수의 얼굴엔 크고 작은 흉터가 많이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용병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칠판에 적으며 말했다.
“반갑다. 검을 휘두르기 위한 육체단련법 강의의 교수를 맡게 된 아자르라고 한다.”
강의실에 있는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영해주었다. 나 역시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이렇게 공적인 자리에서 사람을 가르치는 건 처음이다. 내 강의에 큰 기대는 안 해줬으면 하는군.”
왠지 저렇게 말하니 더 믿음이 갔다.
“그럼, 첫 강의다. 다들 따라 나오도록.”
아자르 교수가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강의실에 있던 모두가 당황해했다.
잠시 후, 아자르 교수가 강의실로 다시 들어오며 외쳤다.
“뭐하는 거냐! 빨리 나와!”
아자르 교수의 외침에 학생들이 황급히 아자르 교수의 뒤를 따라 강의실 밖을 나섰다.
아자르 교수가 온 곳은 아카데미의 연무장이었다.
“내 강의명을 보면 알겠지만 내 강의는 이론 같은 건 없다. 그냥 뛰라면 뛰고, 휘두르라면 휘두르는 거다.”
말을 마친 아자르 교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말이 끝나면 모두 대답을 하도록!”
아자르 교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생들 모두가 대답하자, 나도 그사이에 껴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음, 괜찮군.”
아자르 교수는 연무장 한켠에 놓인 목검 수납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서 자신이 쓰던 검과 비슷한 걸 챙겨서 오도록.”
“네!”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나도 검을 골랐다. 최대한 아버지가 주신 검과 비슷한 모양의 검을 골랐다.
나는 검을 고르고 아자르 교수 앞에 섰다. 모든 학생이 검을 고르자 아자르 교수가 말했다.
“앞으로 너희가 이 강의에서 검을 휘두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럼 왜 고르라고 했냐는 말이 절로 나오려고 했다.
“나는 너희에게 검을 휘두르기 위한 육체를 만들어줄 생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희는 검에 손을 떼서는 안 된다.”
그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닌지 다른 학생들 또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선 첫 가르침이다. 너희는 연무장을 뛰거라. 단! 절대로 손에 검을 놓아서는 안 된다.”
다들 엉거주춤하고 있자 아자르 교수가 다시금 소리쳤다.
“뭐해! 얼른 뛰어!”
아자르 교수의 외침에 모든 학생이 뛰기 시작했다.
***
기숙사의 방에 도착한 나는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온몸에 힘이 없었다.
“이거 너무 힘든데….”
아자르 교수는 자세가 흐트러진 학생이 있으면 다가가서 호통 쳤다. 혹시라도 검을 놓친 학생이 있다면 다시 그 학생에 검을 쥐어주며 다시 뛰라고 말했다.
손에 쥔 검 때문에 균형이 흐트러져서 더 힘들기도 했다.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그래도 마냥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마치 습관처럼 검을 휘두르는 것과 같았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검을 휘둘렀던 것만큼 개운했다. 나는 몸이 고될수록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 백작가에 박혀서 업무만 했으니 과로사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보통 과로사는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검성님은 왜 강의가 끝나고 오라는 거지.”
나는 검성이 이해되지 않았다. 밤에 검을 알려주는 건 좋은 행동은 아니었다.
“밤에 검을 휘두르면 안 보일텐데.”
그래도 일단은 검성이다. 가르침에는 무언가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걱정되는 게 하나 있었다.
“온몸에 힘이 없는데 다음 강의나 검성님의 가르침은 어떻게 받지….”
***
다행히도 다음 강의였던 검술의 기초는 강의실에서 간단하게 앞으로의 강의계획에 대한 설명만 하고 끝이 났다.
날이 어두워지자 검성을 만나기 위해 정원을 향했다.
“이런….”
정원 안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나는 발밑을 조심하며 정원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검성은 정원 중앙에 있을 게 분명했다.
길을 걷던 중에 무언가가 오싹한 기분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혹시 검성님이신가요…?”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내 착각이라고 생각하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만 걷는 속도가 나도 모르게 빨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원의 중심에 다다랐을 때 뒤에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곧장 뒤를 돌아보니 검이 다가오는 소리였다.
“이게 뭐야!”
나는 급하게 목을 틀어 피해보려고 했지만 검이 휘어지더니 내 정수리를 강타했다.
“윽!”
주저앉아 침음을 흘리자 어둠 저편에서 검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둠으로부터 습격, 이게 내가 생각한 너의 감을 최대한 키우는 훈련이다!”
여전히 검성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소리쳤다.
“이렇게 맞는 게 훈련이라고요?”
“아니지. 너는 내 검을 피해야한다. 물론 네가 죽지 않을 정도로 휘두를 테니 걱정은 하지 말거라.”
최악의 훈련이었다. 이렇게 안 보이는데 어떻게 검을 피하란 말인가.
“참고로 나는 복장도 검정, 검도 검게 칠했다.”
“그래서 이 훈련이 끝나려면 제가 해야할 게 뭔데요.”
나도 모르게 말투가 까칠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에 다시금 정수리에서 고통이 몰려왔다. 분명 검성이 검을 휘두른 것이다.
“아흑….”
“말투가 조금 사납구나. 너가 해야할 일은 간단하다. 내 검을 피하고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게 감을 키우는 훈련이라는 것은 나 역시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너무 아팠다.
“조금은 살살 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계속 맞다가는 내가 죽을지도 모르겠다. 검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살살 때리면 감을 어떻게 키울 수 있겠나. 생명의 위협을 약간은 느껴야지.”
“검성님….”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을 뻔했다. 이 훈련을 내가 거절할 방도는 없으니 이게 가장 중요했다.
내 목소리가 저절로 떨렸다.
“혹시 이 훈련은 언제 끝납니까…?”
“…….”
왠지 검성이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2시간 동안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내가 좌절하려고 하는 사이에 어디선가 검을 휘두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정수리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그렇게 앉아있다가는 두 시간 동안 맞기만 할 것이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검성을 욕했다.
그러자 곧바로 내 관자놀이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지며 그렇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잃기 전에 검성의 말에 내 귀에 들어왔다.
“크흠, 뭔가 기분이 나빠져서 조금 세게 때려버렸군.”
다음 날 아침.
나는 강의를 듣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이 아파왔다. 학생복으로 갈아입던 중 전신거울에 내 전신이 비쳤다.
“아….”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진짜 검성한테 너무 맞았다. 감을 키우는 것보다 맷집이 더 키워지는 기분이었다.